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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골칫덩이! (59/111)

 59. 골칫덩이!

 싸움은 절정으로 치달아갔다. 피 젖은 검을 들고 이리처럼 사방을 훑어가는 자들의눈빛, 그 곳에는 상대에 대한 적개심과 죽음을 결정하는 자의 오만함이 영원히꺼지지 않을 불씨의 여 운처럼 나긋나긋한 생명의 한가닥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버린다.

 적아만이 구분되는 곳, 모든 가치는 혼돈속에 잠들고 죽어가는 자의 안타까움은절망속에 꺼 져갈뿐, 죽이는자와 죽는자, 그리고 적과 우리로 묶음된, 그래서 그자체로 정당성을 획득해  버린, 몸짓, 그것은 의식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가장근원적인 감정에서 기인했다.

 더 이상 그들을 무인이게 하지 않고 더 이상 그들을 인간이게 하지 않는 춤사위,야수의 몸 짓이었다. 서로의 목줄을 물어 뜯는 그들의 이빨 사이에는 상대의 살과피가 맺혀 흐르건만  누구하나 그 상황자체를 낯설게 받아 들이지는 않는다. 이미약속된 죽음을 좀더 일찍 끌어  낼뿐, 무림의 율법아래 약한자는 사장되고강한자만이 살아 남는 철혈의 율법아래, 그들은  공인된 살인을 즐기고 있었다.

 거의 장내는 정리되고 있었다. 천검단은 강했으나 상대는 더 강했고 또한 많았으며더욱 집 요했다. 천검단원들은 혈마천의 이름으로가 아닌, 천검단원으로 죽어갔다.반역과 배역의 오 욕을 뒤집어쓰고 그렇게 처형된 것이다. 이 중에 누구하나 그진실된 실체를 아는 자는 없었 다.

 파천은 미소지었다. 무엇이 그리 흡족한 것인가? 무림맹은 그의 계산대로 그다지 큰피해없 이 자신의 손아귀로 굴러들어온 셈이다. 정도무림의 집법세가 이제 나이스물하나의 젊은이 에게 한때는 황제였던 건문제 윤문에게 고스란히 삼켜지고있었다.

 태의전 바닥을 수 놓은 피의 물결은 며칠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을 것 같았다.그것을 쳐다보 며 파천은 천천히 장내를 쓸어보았다. 그의 눈에는 승리자만이 지을수 있는 희열이 가득 피 어 오르고 있었다. 이미 2000명이나 되는 천검단은 모조리도륙되었고 그들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독고한천은 그 혼란을 틈타 도망갔다.

 그가 도망간 것을 알게 된 좌중의 인물들은 이빨을 갈아 부치며 안타까워 했으나파천은 여 전히 담담했다. 그가 의도한대로 일이 성취되어 흡족해진 파천이 장내의인물들에게 우렁찬  포효를 터트렸다. 그것은 승자의 외침이었고 이리떼를 향한사자의 외침이기도 했다.

 "모두 수고했소. 무림맹의 암운은 이제 말끔히 걷혀졌소. 앞으로는 강하고 힘이있는 무림맹 이 될것이며 정도무림의 전역량을 집결시키는 참된 구심점이될것입니다. 나가서 중원무림을  보호하고 정의를 수호하는 유일집법세가 될것임을이 자리에서 천명하는 바입니다."

 "우와"

 "우우"

 사람들의 입에서는 함성과 장소성이 어우러져 터져 나왔고 그것은 무림맹전체를뒤흔들만큼  굉량한 것이었다. 독고한천이 사라진 지금, 당연히 무림맹의 제일인자는파천이었다. 누구하 나 그의 이런 태도를 부정하거나 못마땅해 하지 않는것만 봐도그들은 이미 그를 무림맹주로  인정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사람들은 파천의주위에 늘어선 채 그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맹주를 뽑았으면 합니다."

 "당연히 문대협이 맹주위를 이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모두 문윤대협을 무림맹주에 추대합시다."

 "와아 좋소"

 "맹주에 등극하시오."

 "아아. 잠깐만......'

 파천이 손을 들어 좌중을 제지시키자 금새 장내는 조용해 졌다.

 "저를 그 만큼이나 인정해 주시니 감사함을 드릴따름입니다. 하지만...... 저는아직 맹주를 할  수 있을 만큼의 경륜도, 능력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에 합당한분을 추대할까하오니 아 무쪼록 반대하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웅성 웅성

 정도사령대의 부령사인 의천백룡 곽운성이 앞으로 나섰다.

 "문대협의 그 말씀은 받아 들일 수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혼란기에 맹주가되실분은 무공이  고강함과 더불어 인품과 능력을 더불어 겸하지 않으면 안됩니다.이미 문대협의 역량은 입증 된바가 있고 또한 조직을 이끌어가심도 탁월하신분이심을 우리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데 맹주위를 스스로 거절하심은 무림의 현위기를 돌보지 않으심과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무림의 최고 배분자로서 마땅히하실 수 없는 처사입니다."

 역시 그는 당당했으며 속에 있는 말을 하나 숨김없이 토해내는 솔직한 자였다.

 "부령사의 말씀은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그러나...... 제가 드리는 말씀을 잘들어보십시오. 

 먼저 제가 추대하는 분을 말씀드리자면......"

 파천이 과연 누구를 추대할지 궁금해져 왔다.

 "바로 북검회의 전회주이신 잠룡대제이십니다."

 웅성 웅성

 "사실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독고가라 할 수 있습니다. 회주는 음모에희생되어  비명에 가시고 잠룡대제와 그 손자분은 지옥같은 고통속에서 살아오셨습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평생의 피와땀이 맺힌 북검회가 이 모든 일의오명을 덮어쓰게 되었으니...... 누가 보 아도 가장 많은 피해를 입으신 분입니다.제가 이분을 추대함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무림 을 위해 일하셔서 오명을 씻을 수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입니다. 또한 이분이야말로 무림맹 주로서의 자격을 모두갖추신 분입니다."

 ......

 장내는 조용했다. 누구하나 대 놓고 반박하는 이가 없었다. 모두 공감하기때문이었다. 그리 고 잠룡대제라면 무림맹주로서 부족하지는 않았다. 더군다나아들을 잃고 고통으로 산 세월 을 보상받기에도 좋은 기회였으며 북검회와여타세력간의 단결을 위해서도 아주 적절한 처사 였다. 누가 보아도 이만한 인물이없었다. 단지 그들이 가진 문윤, 즉 파천에 대한 기대가 워 낙에 대단한 것이었기에이리도 망설이는 것이리라.

 "대신 저는 정도사령대의 대령사로 맹주를 보필하는 일에 전심전력을 다하겠습니다."

 파천의 그 말에 좌중의 반응이 달라지고 있었다.

 "좋습니다. 그것이 나을 듯 하군요."

 "새로운 맹주를 인정합니다."

 "무림맹의 대동단결을 위해!"

 "모두 하나가 됩시다."

 "와 아"

 파천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를 바라보는 좌중의 시선은 더욱더 찬탄과 존경,흠모의 념 이 넘쳐나기만 했으니......

 '후후 내가 맹주가 된다면 아무래도 행동에 제약이 많을 것, 잠룡대제라면 얼마든지내 마음 대로 할 수 있으니...... 그것이 내게는 훨씬 좋다.'

 그의 속마음을 알길 없는 사람들은 새로운 맹주와 한 영웅의 탄생에 절로터져나오는 함성을  숨기지 않았다.

 ★ 무림맹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기구는 그대로 존속시키고 북검회에도 불이익이돌아가지 는 않았다. 단지 한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맹주의 권한을 예전보다확대하고 정도사령대의  대령사의 직권을 강화한정도였다. 그에게는 유사시 맹주를대행하거나 맹주를 제외한 전 무 림맹 무사들에 대한 감찰, 수사, 인사변경, 탄핵에대한 권리를 줌으로서 사실상 맹주보다 더  큰 권력을 휘두르게 되었다.

 밤이 되었다. 파천의 처소는 신검각과 나란히 세워져 있는 삼층의 누각으로결정되었고 그곳 은 또한 정도사령대의 본전과는 삼십장정도의 거리에 위치하고있었다. 이곳은 새롭게 옥면 신룡의 호를 따서 신룡각이라 칭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되었느냐?"

 파천의 물음이었다. 그의 앞에는 쌍노와 개왕 잠룡대제와 그의 손자 천룡비검독고무가 함께  하고 있었다. 환노가 그의 물음에 답했다.

 "그는 밖으로 나가자 마자 개봉부의 한 객점으로 달려갔고 거기서 전서구를날리더니 곧바로  강남으로 갔습니다."

 "그의 최종 목적지는?"

 "남도맹이었습니다."

 "그래? 후후 천향옥봉을 찾아간거군."

 "그런데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있었습니다. 10여개의 세력으로 분산했으나 그들은독고한천 을 은밀히 따르고 있었습니다."

 "응? 몇 명이나 되었지?"

 "글쎄요. 대충...... 4, 5천 정도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 맞군. 그들이 바로 혈마천이 강북에 대기시켜 놓은 오천명의 세력이겠군.음...... 그렇 다면 그들마저 합류한 남도맹이라면? 이것 잘못하면 사자도왕이나천향옥봉이 위험해 질 수 도 있겠는데?"

 개왕이 파천의 말에 동조했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남도맹을 지원해야 할 것 같군요. 이 기회에 아예 혈마천의중원 교두 보를 와해 시켜버리지요."

 "아니다. 아직은 대총사와 이총사라는 놈이 누구인지 모르니 급하게 서두를 것은없겠지. 구 령진장로가 지금 무림맹에 와 있으니 그가 돌아갈 때 누가따라가야겠는데? 마도련에 있는  광마존을 보내야 하나?"

 "파천, 내가 가마."

 독고무였다. 그가 다짜고짜 파천에게 반말을 해댄 것이다.

 "천마! 넌 반쪽짜리다. 그것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제길...... 뭔 일이 이리도 요상하게 되어갔고는...... 이게다 파천 네 놈이수련을 게을리 해서  생긴일이잖냐?"

 "뭐라고? 너, 책임을 나한테 전가시키는거냐? 어디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냐? 지가자신 있 다고 해 놓고서는......"

 대체 무슨 소린가?

 "이봐, 혜능, 너도 설마 천마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미타불 파천 시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잠룡대제에게서 불호가 터져나오다니?

 "이런 빌어먹을...... 이게 대체 뭐냐? 나참 어이가 없어서......"

 독고무는 계속 투덜대고 있었다. 그럼 천마와 혜능이 잠룡대제와 독고무를장악하는데 성공 했다는 말인가? 그런데, 왜 그들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일까?

 "할 수 없지. 마도련에 있는 애들과 함께 움직이는 수 밖에...... 근데 너희들은언제까지 반쪽 짜리 신세로 있어야 하나?"

 "모른다. 아직은...... 그래도 혜능 저놈이 들어간 잠룡대제는 무공이나 어느정도되지. 이놈은  아예 햇병아리니! 이럴 줄 알았으면 잠룡대제에게 들어가는 건데"

 "흥! 누가 강요하기라도 했냐? 네가 젊은놈이 나을 것이라며 들어가지 않았나?"

 파천이 독고무에게 빈정대자 독고무가 약이 올라 얼굴이 벌개지며 말을 더듬었다.

 "너......너...... 누구 열 뻗쳐 미치는 꼴 보고 싶냐? 어이구 저런 놈을 친구로생각했다니!"

 친구? 하긴, 천마, 혜능과 파천은 시대와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지닌 사이이니친구라고 말 해도 어색하지 않으리라. 그런데 그 말이 왜 이리 낯설게 여겨진단말인가?

 천마가 이리도 짜증을 부리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들이 잠룡대제와독고무에게 들 어가는 것 까지는 성공했으나 뭐가 잘못되었는지 상태가 이상해져버린 것이다. 그들이 예상 한 모든 경우에도 이런 황당한 상황은 들어가 있지않았다.

 밤이 되면은 천마와 혜능이 몸의 주인이 된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해가 뜨고아침이 되면  해가 질때까지 잠룡대제와 독고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결국 낮과 밤을나누어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서로의 시간대를 기억하지 못하는것은 아니었다. 서로를 존재를  알고 있었고 또한 기억했다.

 그러니 잠룡대제는 그나마 무공이 강하니 별탈이 없겠지만, 독고무에게 들어간천마는 낮동 안에는 불안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파천의경우처럼 그들이 서로 혼 재되어는 있으나 낮과 밤동안에는 서로를 침범하지못한다는 것이었다. 상황을 인식하고 기 억은 하고 있으나 억제되어 있어 관여하지못하니 혹시라도 강자를 만나 죽음을 당한다해도  속수무책인 것이다.

 그래서 파천이 그들에게 반쪽짜리라고 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의노가섭취시킨 영 약을 혜능과 천마가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용해시킴으로서 내공은그럭저럭 강한편에 속한다 는 정도랄까?

 "천마 이것도 다 운명이니 누굴 탓하겠냐? 빨리 그 녀석을 교육시키는 수밖에......"

 "교육을 시켜? 어떻게?"

 "이런 멍청한 놈! 네가 밤에 한 말과 행동을 그 녀석이 모두 기억한다며? 그러니밤에 죽으 라고 네가 알고 있는 무공을 시전해서 녀석이 그것을 익히고 배울 수 있게하면 되잖아?"

 "아, 그 방법이 있었구나. 히히 고맙다. 역시 너는 잔대가리 굴리는 데는 당해낼놈이 없구 나."

 "잔대가리라고? 이것은 잔대가리가 아니고, 삶의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라는거다."

 "자식이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고 있네. 그나저나 너 보면 볼수록 잘 생겼다. 실제로마주보고  있으니 남자인 나도 혹하겠는데?"

 "뭐야?"

 파천이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참 이해할 수가 없군. 그렇게 잘난 얼굴로 그모양 그꼴인지 몰라."

 "무슨 소리냐?"

 "나 같으면......"

 "나 같으면 뭐?"

 "아니다."

 파천이 천마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뭔가 불안한 마음이 꿈틀대며파천에게 경 고신호를 보내주고 있었던 것이다.

 "혜능, 넌 그만 가 보아라. 맹주의 신분으로 이곳에 너무 오래있는 것도 보기 안좋다."

 "그러지요. 시주."

 "그놈의 시주라는 소리도 그만하고, 너는 이제 스님이 아니다. 설마 그것을 모르는것은 아니 겠지?"

 "제 껍질과 신분이 바뀌었다고 본질조차 변하는 것은 아니지요. 전 여전히불자입니다."

 파천은 왠지 불안했다. 괜히 혜능을 무림맹주로 앉힌 것은 아닐까? 녀석의 고집도만만찮을  것 같단 말이야. 내가 명령내지는 부탁하는 일을 반대한다면?그러면...... 아주 골치 아파지 잖아.

 "그러면 말씀들 나누십시오. 저는 그만 가 보겠습니다."

 잠룡대제는 합장을 해보이고 있었다. 얼떨결에 개왕등도 함께 합장을 했다.그들에게는 천마 는 말할 것도 없고 혜능만해도 까마득한 무림의 선배이니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다.

 "놀고있네. 이것 점점 모양새가 이상해 지는데...... 저녀석 혹시 머리라도깎겠다고 덤비는 것  아냐?"

 "그러니 혜능 저 자식은 그, 뭣이냐? 환사라는 계집에게 넣어 버렸어야딱이었는데..... 쿠쿠 쿠쿠. 그러면 내가 사랑해 줬을 거다."

 "뭐야?"

 혜능이 나가고 나자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말이었다. 파천은 천마의 하는 양을보고는 점점  머리가 지끈거려 왔다. 이미 그의 성격을 어느정도 파악은 하고있었으나 꺼내놓고(?) 보니  이건 아예 천방지축에 제멋대로이지 않은가? 그가얼마나 많은 사고를 치고 다닐지는 눈앞 에 선하게 잡히는 파천이었다.

 "야!"

 독고무가 개왕와 쌍노등에게 한말이었다.

 "네?"

 얼떨결에 대답을 한 개왕은 어리둥절해 있었다.

 "너, 내가 누구인지 알지?"

 "네"

 기어들어가는 소리였다.

 "너희들 파천의 수하면 나한테도 수하다. 그렇지?"

 "네?...... 그것은......"

 "야, 천마 너 대체 무슨짓 하는거냐?"

 "가만 있어 봐라. 그저 쫄따구들은 가끔씩 군기를 잡아 주어야 말을 잘듣는법이다."

 "걔네들이 왜 네 수하냐?"

 "뭐? 너 설마 너하고 나사이에 니것내것 가리자는 것은 아니겠지?"

 "뭐야? 아이구...... 그래, 알았다. 네 마음대로 해라."

 파천이 고개를 흔들자, 개왕등의 표정이 불안으로 가득했다.

 "빨랑 대답하거라. 너희들 내 수하맞냐? 아니냐?"

 "맞습니다."

 "그렇지?...... 후후후후 가서 술상이나 좀 봐와라."

 "네?"

 "아, 이런 주군이 말씀하시는데 재까닥 일어나지 못하냐?"

 천마의 고함소리에 세사람은 동시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자식들, 아주 동작이 빠른데? 좋아. 교육 시키면 그럭저럭 써먹을 데가 있겠군. 가봐라. 어 서"

 세 명은 엉거주춤 밖으로 나갔으나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아, 잠깐...... 원래 술이란 계집이 따라줘야 제 맛인 것 정도는 알지?...... 뭐,그냥 참고로 알 아 두라고......"

 이것은 협박이었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 술따를 여자를 구한단 말인가? 그들은참으로 난감 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나가기는 나가지만 떨떠름한 표정들이역력했다. 그렇다고 시비들이 나 맹내의 여자고수들에게 술시중을 들게 할 수는 없는일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당장 내일이면 무림맹 전체에 파천에 대한좋지않은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나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런그들을 바라보며 파천은 고개를 푹 숙였다. 이일을 장차 어떻 게 풀어 나가야 한단말인가?

 '천마 저 자식은 내 통제 안에 있는 놈도 아니고, 끝까지 우정을 들먹인다면 참으로난감하 겠군. 어떻게 저 녀석을 꽉잡아 놓을 방법이 없나?...... 빌어먹을, 이런것으로 고민하게 될줄 은 몰랐는데?'

 파천을 곤란하게 하는 꼴통의 등장이었다. 그것도 능글맞기로는 파천도 두손 두발다 들 정 도의 고수가......

 "파천"

 "왜 그러냐?"

 "앞으로 나는 모든 것을 네 지시에 따르마."

 "정말이냐?"

 파천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식 그 만한 일에 감동하다니...... 대신 너도 한가지만은 나한테 약속하거라."

 "뭐, 뭔데?"

 "나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지 않느냐? 예전에는 피만을 뒤집어 쓰고 미친 듯이살았는데  이제는 좀더 거룩하고 고상한 목표를 세우고 살련다."

 "......"

 파천은 진지하게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흠흠...... 그것이 뭔고 하니...... 이 세상의 모든 여자를 시식(?) 해 보는거다."

 "뭐? 시식? 그것이 뭔 소리냐?"

 "자식이 다 알면서...... 그래서 다른 것은 모르지만 너도 나의 고상한 취미에대해서만은 이 러쿵 저러쿵 얘기 말아 주었으면 한다. 그 외에는 네가 시키는 것은뭐든지 하마."

 이런 빌어먹을! 저 녀석이 하는 소리가 무슨 소리야 지금! 뭘 시식해?

 "그렇게 알고 있었으면 한다. 나중에 이것 가지고 얼굴 붉히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세상 살 아보니 별것 없더라. 권력? 돈? 명예? 그런 것 줘도 안가진다. 난 이미한세상 누릴만큼 누 려 봤으니, 오로지 여자에만 심취해서 내 거룩한 인격을 온 세상여자들이 누릴 수 있게 보 시하며 살련다."

 파천의 얼굴이 무참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럼 전번에 말했던 그의 목표라는것이?

 "야...... 쑥스럽게 벌써부터 그렇게 존경의 눈빛을 보내고 그러냐? 그래서말인데......한가지  교통정리를 할게 있다. 그래도 나는 세상에서 의리 하나로살아가는 놈이거든. 그러니 차마  친구의 여자마저 시식할 수는 없으니 네가 먼저 네여자를 명확하게 밝혀주면 내가 취미생활 을 즐기는데 편할 것 같은데......"

 오, 하늘이시여. 이 일을 장차 어떻게 감당하라고?

 "너, 그말 진심으로 하는소리냐? 아니지, 웃자고 하는 소리겠지? 천하의 천마가인생의 목표 를 그런 것으로 잡았겠느냐. 그렇지?"

 "얘가 두 번 말하게 하네. 너 설마 너도 나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은아니겠지? 그래 서 날 경쟁상대로 여기고?"

 쟤가 정말 천마 맞아? 무림의 전설적인 존재이자. 마도인들의 영원한 하늘이라는 그놈 맞느 냐고?

 "그만두자. 네가 세상의 여자를 모두 시식을 하던 포식을 하던 난 상관 않을 테니네 맘대로  해라."

 "정말이지? 나중에 딴소리 하기 없기다."

 빌어먹을...... 저 녀석과 함께 있을때에는 아예 신경끊고 사는게 편하겠군. 이건정말 예상밖 이군. 천마가 ...... 저런 인간이었을 줄이야.

 덜컹

 문이 열렸다. 뒤로 시비들이 음식을 갖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는 개왕과쌍노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천마는 시비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더니 개왕등을쳐다보았다. 그가 눈 짓으로 얘네들이냐? 하는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개왕등은 그의눈길을 피하며 애써 외면했 다. 천마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시비들이 물러가고나자, 천마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개왕등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슬픈표정을 하고는 어기적거리며 안으로 들어선다.

 "이, 잡것들이...... 초장부터 판을 깨? 너, 너, 너"

 "네"

 "네"

 "빨랑가서 계집을 데려 올래? 아니면 내일 해뜰때가지 한번 맞아 볼래? 양단간에결정을 내 려라."

 그들은 파천을 쳐다보았다. 구원을 바라는 표정이었다. 그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리만무였다.

 "천마! 그만해라. 그런일로 수하들을 닦달하는 것은 보기에 안 좋다."

 "파천, 이일만은 너도 상관않기로 나하고 약속하지 않았느냐? 그리고 그런일이라니?나한테 는 죽느냐 사느냐보다 더 시급한 중대사이거늘, 네가 그렇게 얘기하면 나,정말 섭섭하다. 

 아, 어서 빨리 가서 안 구해와?"

 버럭 내지르는 고함에 그들은 부리나케 밖으로 뛰어갔다.

 "히히 자식들 결국은 가서 구해 올 것을 사람 애간장을 태우고 있어."

 파천과 천마가 술을 주고받고 있으니 개왕등이 들어왔다. 나이 백살이 넘어서 이런고생을  하게 될줄이야 그들인들 알았겠는가? 그들은 정말로 두명의 아리따운여자들을 대동하고 있 었다.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하하하하 그래 이리들 오너라. 파천, 너는 여자 없어도 술 잘먹지? 니들 둘다이리로 와라."

 파천은 멍청해져 있었다. 그도 따지고 보면 술자리에 여자가 앉는 것을 병적으로싫어하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저 자식은!개왕과 쌍노는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부리 나케 도망갔다. 여기에 더 있어 보았자좋은 꼴을 보기는 애당초 그른 것을 깨달은 것이다.

 "자, 너도 한잔 하거라. 옳지. 쭈욱 캬캬캬캬 잘 마시는데?"

 그는 혼자 신나서 파천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웃고 떠들고 난리였다. 그 앞에서파천은 홀로  외로이 술을 홀짝거리며 마시는데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을 보는 듯했다. 그도 그럴것이 천 마가 파천의 약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기녀들이었다. 개왕등은 결국 고민하다가 개봉부의 기녀들을 거금을 주고데려 온 것 이다. 하긴 기루가 아니고서는 이 시간에 어디서 술따를 여자를 구한단말인가? 소취와 아앵 이라 불린 두 기녀는 천마의 품에 안겨서도 파천의 얼굴만을훔쳐보기에 바빴다. 그녀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약이 오른 천마가 파천을 은근히씹기 시작했다.

 "저 녀석 겉모습만 번드르르했지 실속은 없는 놈이다. 원래 저렇게 미끈하게 생긴놈 치고  제대로 된 놈 없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 비밀인데...... 저녀석 얼굴뜯어......"

 "야, 독고무"

 "응? 아, 아, 그래. 그래. 내가 깜빡했지 뭐냐? 네 얼굴 뜯어 고쳤다는 것은 사실비밀인데  말이다. 내가 술만 먹으면 이렇게 실수가 많다. 네가 이해해라. 아이고요것 귀여운 것."

 천마의 손이 그녀들의 온몸을 샅샅이 조사하고 다녔다. 혹시라도 무기라도 숨기고들어왔나 를 조사하는 것일거다. 그는 주로 가슴쪽을 집중적으로 조사했고 원체신중한 성격인지라 여 러번 반복해서 조사했다. 그리고 가끔씩 아래쪽으로 손이갈때도 있었는데 그것은 그의 철두 철미한 성격탓이리라.

 어디를 어떻게 건들여 놓았는지 반시진이 지나자 두 기녀들은 흐느적대기 시작했다.조사가  너무 지나치게 세밀하여 그녀들이 지쳤나 보다. 그녀들은 이제 자신들에게도천마를 조사할  기회를 달라는 듯이 매달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하나의 무기를발견해내고야 만다. 두 명의  기녀는 서로 자신이 발견한것이라고 싸우기라도 하듯이그 무기를 자신의 손에 넣기 위한 은 밀한 다툼을 벌였고 그것을 보고 있던 파천은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방을 나와 버렸다. 천 마는 파천을 향해 마지막 말을 하는것을 잊지 않았다.

 "왜 벌써 가게? 자식 술을 그렇게 못 마셔서야 남자 구실 하겠냐?"

 이래저래 파천이 망가지는 날이었다. 그러나 꿈엔들 알랴? 파천이 엄청난 결심을하고 있음 을...... 앞으로는 아마 천마가 애 꽤나 먹을지도 몰랐다. 파천도 그리물렁한 사내가 아니지  않은가?

 파천이 방을 나선 뒤에는 본격적인 무기쟁탈전이 벌어졌고 천마가 두 기녀를죽이기로 마음 먹었는지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두명의 기녀는 금방이라도 죽을듯이 하다가도 되살아 나곤 했다. 이것으로 보아 천마의 무공이 소문과는 달리 별로강하지 못한가 보다. 해가 뜨 도록 천마는 두 기녀들에게 무기를 휘둘러 댔고 연신무기에 상처를 입은 기녀들은 묘한 비 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들은신룡각의 시비들은 무림맹주의 손자가 기녀들을 불 러다가 무기로 참혹하게 살인을한다 여길 것이다. 아마도!

 ★ 아침이 되었다. 눈부신 햇살은 신룡각안에도 비추고 있었다. 독고무가 눈을 뜨고있었다. 그 는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 이것? 후우...... 이것은 정말 너무 하는군."

 그는 침상에 함께 누워 있는 기녀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나신을 가리지도 않고널브러져  있었고 밤새 지친 몸을 쉬고 있었다. 독고무의 시선이 그녀들에게머물렀다. 창으로 옮겨졌 다.

 "후후 선배. 아무리 같이 쓰는 몸이라지만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함부로굴리시는구료. 더군 다나 나는 아직 총각이건만...... 이런 식으로 순결을 잃게 될줄은 몰랐군."

 독고무는 씁쓸하다는 듯이 쓴웃음을 짓고는 옷을 걸쳤다. 그가 밖으로 나오자시비들이 그를  쳐다보며 수군대는 것이 보였다.

 "흠흠......"

 독고무는 빠르게 신룡각을 벗어났다. 머리 뒤 꼭지가 불로 지지는 듯 뜨거워짐을느껴야 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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