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기다리는 자들!
마도련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무림맹 8개지부 괴멸의 소식이 전해지자그 동안 의 설움과 한이 한꺼번에 녹아지기라도 하듯이 시원한감을 느낀 것이다.그러나 이 소식은 한편으로는 무림맹과의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함을 알려주는것이기도 했기에 애써 미래에 대 한 불안을 감추는 노력들도 엿보였다.
그 동안 군사 제갈초홍과 대공의 수하들인 광마, 무영, 단장(마도련에는 그렇게만알려져 있 다.)은 마도련내의 흉수를 찾기위해 단서를 포착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나그다지 눈에 띄는 성과를 얻을 수는 없었다. 광마는 천인대와 장로원 소속으로 있던삼천명의 수하들을 동원하 여 마도련 소속의 모든 인물들에 대한 세세한 조사에들어갔지만 어디에서도 수상한 것은 발 견할 수 없었다.
오히려 고위직 간부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광마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존마전으로 시도 때도 없이 불러들였고 그들에게 장웅이 살해되던 날의 행적에 대해탐문하였다. 물론 그것을 증명 할 수 있어야 했고 이런 이유로 사실 그 시간에는경비무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취 침 중이었으므로 증명이 곤란했다.
군사 제갈초홍은 파천이 마도련을 떠난 뒤로 광마에게 대공이 어디로 간것인지를자주 물어 와 그를 난처하게 했다. 그런가 하면 수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는핑계로 존마전을 들락 거리며 그들을 피곤하게 했다. 왠지 자꾸만 그녀에 대한의심이 증폭되는 모습들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결정적으로 그녀에 대한 의심을확실하게 굳히는 사건이 벌어졌으니......
"무엇이? 그것이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더군다나 그녀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 나가서는 새벽녘에야 들어왔다는것입니 다."
"누구에게 확인한 것이지."
"시비 하나와 군사전의 경비무사인 청광이라는 녀석에게서 확인했습니다."
"군사에게는 확인해 보았나?"
"아직......"
"으음...... 좋다. 무영 너는 기회를 봐서 군사의 거처를 뒤져보아라. 그리고단장."
"네"
"지금 대종사의 제자들이 돌아와 있지?"
"그렇습니다."
"한당을 은밀히 불러라."
"왜 그러시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지존께서 말씀하시기를 장로들이 모두 제거된 지금, 어쩌면 열쇠는 한당이 쥐고있을지도 모른다 하셨다. 그자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기를 빌어 봐야지. 만약그녀석조차 아무것도 모 른다면 흉수를 밝혀내기는 힘들 것이다."
"알겠습니다."
단장화가 밖으로 사라져갔다. 광마는 깊은 생각에 잠겨 든다. 지존이 오시기 전에어느정도 의 윤곽은 잡아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천인대장 이시명은 하급무사들에 대한 취조에 들어갔다. 지금의 마도련은 마도대공파천과 그의 수하들이라 할 수 있는 광마, 무영, 단장, 천인대장 이시명, 부대장신관철이 주도하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일에 협조하지 않음은 대공과 맞서는것으로 간주되었으므로 고위직 간 부들조차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없었다. 여기에다가 곽주와 심여랑이 감찰 관이란 지위를 얻고서는 마도련 곳곳을헤집고 다니니 전체적으로 마도련의 분위기는 어수선 했다.
"야, 너!"
"왜 그러십니까? 감찰관님!"
"가서 여기 경비 책임자를 불러라."
곽주의 말에 경비무사는 어이가 없었다. 경비무사의 얼굴에는 못마땅한 표정이역력했다. 얼 마전까지 외당의 말단무사에 지나지 않았던 놈이 대공의 눈에 들어벼락출세를 하더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고 다녔으니 어찌 곱게 보아 줄 수있겠는가?
그러나 어쨌든 곽주의 현 신분이 자신의 목 정도는 그 자리에서 날려 버릴 수도있는 자리였 기에 경비무사는 군소리 못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몇몇의 무사들이 곽주쪽을 쳐다보고 있 다.
흑호문의 순찰감(巡察監)인 적엽비도(赤葉飛刀) 가운성(可雲成)은 어처구니없어하며 밖으로 걸어 나왔다.
"어이구 바쁘신 감찰관님께서 어인일로 이곳까지 행차하셨습니까?"
"자네"
가운성의 얼굴이 꿈틀대며 요동을 쳤다.
"왜 그러시는지요?"
"경비무사들이 경비중에 술을 마셔도 되는가?"
"무슨 말씀인지 우둔한 소인은 전혀 모르겠는뎁쇼?"
"모르면 똑똑히 들어라. 어젯밤, 본련 내의 경비를 순찰하다가 흑호문의경비무사들이 술을 몰래 마시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이것은 문주에게 그 책임을물어야 할것이나, 먼저 경비책 임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너를수하들의 감독소홀에 대한 직무유기로 체포 하겠다."
"흐흐흐흐 이것 참 미치고 환장하겠군. 그래서 체포를 하셔서는 어찌 하시려구요?'
가운성은 곽주를 보며 비웃었다. 어디 체포하려면 해 봐라 라는 식이었다.
"체포를 해서 취조를 할 것이다. 너의 잘못이 드러나면 직위해제 또는 강등 조치될것이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곽주나으리. 이것 너무 하시는구만. 아무리 벼락출세에 눈이 뒤집혔다지만 할짓안할짓이 있 는거야. 당신이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앉아 있을거라 생각하는 것은아니겠지?"
"한가지 죄목을 더 추가한다. 상관능멸에 따른 하극상의 죄로 너를 체포하겠다."
"후하하하"
"하하하하"
가운성의 뒤에 주욱 늘어서 있던 흑호문의 무사들도 그를 보며 비웃음을 흘린다.아무리 그 가 마도련 전원에 대한 감찰권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나, 그들의 눈에는여전히 외당의 하급 무사로 보일 뿐이었다. 그런 그가 흑호문의 순찰감을체포하겠다니 웃음이 터져나온 것이다.
곽주의 뒤에는 심여랑이 팔짱을 끼고 서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코를 찡긋하며그들의 모습 을 살펴갔다.
"그만가자. 저들이 네 말에 순순히 따를 놈들은 아닌 것 같고, 무력으로 다스릴힘도 없으니 돌아가는 수 밖에......"
심여랑의 말에 곽주가 분노의 일성을 발했다.
"집어 치워라. 감히 감찰관인 나를 조롱하다니...... 그러고도 너희들이무사할것이라 생각했 나? 모두 체포하겠다."
그의 음성은 점점 높아져갔고 그와 보조를 맞추어 흑호문의 사람들의 웃음소리도커져만 갔 다. 결국 곽주는 얼굴이 벌개져서는 그곳을 물러 나와야만 했다. 그가찾아간 곳은 존마전이 었다.
그곳에는 광마와 천인대장 이시명, 부대장 신관철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 그래 수고하는군."
"수고나마나, 이대장님"
"왜 그러나?"
"천인대원들 좀 빌려주시오."
"천인대를? 왜 그러지?"
"체포할 놈들이 좀 있어서 그렇소."
그리고는 자신이 당한 일을 그들에게 설명했다. 광마와 이시명은 한참을 배를잡아가며 웃었 다.
"자네도 참 대단해. 그러게 진작 수하들을 데리고 다니라 하지 않았나?"
"쳇 대공이 안 계시니 이것들이 우리를 얕잡아 보는 거요. 만약 대공이 계셨다면감히 흑호 문 순찰감 따위가 내게 그 따위 말을 했겠소?"
그의 흥분을 보며 이시명은 씁쓸했다. 물론 곽주가 순수한 사람이고 열정이 있는사람임은 알지만 갑자기 지위가 높아지면서 조금은 흥분되어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반응에 지나치게 예민해져 있었던 것이다. 곽주의 현재 지위는 천인대 부대장인신관철과 비슷하다 할 수 있 다. 그러나 그 역할과 권한은 당주들보다 더 막중했다.이런 이유로 아예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지도 몰랐다. 광마존이 곽주를 보며말한다.
"천인대원 스무명만 데려가라. 그 정도면 되겠나?"
"네, 감사합니다."
이시명이 피식 웃으며 한쪽에 서 있는 부대장에게 지시했다. 그러자 신관철은곽주에게 따라 오라는 시늉을 해 보였다.그들이 나가는 것을 보고 있던 광마존이 천인대장에게 말한다.
"흑호문이 한바탕 시끄러워지겠군."
"그 뿐입니까? 아마 당분간 곽주가 여러곳을 흔들어 주겠지요. 대공께서 오시기전에 뭔가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의 말에는 진심이 서려 보였으나 광마존은 안심을 할 수 없었다.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군사가 의심이 간다면 그녀가 천거한천인대장도 마찬 가지 아니겠는가?'
광마존은 모든 것을 그에게 다 말하지는 않았다. 무영과 단장에게 지시한 것을이시명은 아 직 모르고 있었다.
★ 곽주는 스무명의 천인대원들을 이끌고 눈에 힘을 주며 흑호문으로 다가갔다.
"순찰감 가운성은 어서 나와라."
그의 외침에 흑호문 무사들은 저 자식 또 왔네. 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러나이번에는 그들의 태도에도 아까같은 비웃음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은근히 불안이 깔려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천인대원들과 함께 온 곽주는 더 이상 우스운 존재가아니었기 때문이다.
"야 이놈아, 어서 순찰감을 불러와라."
곽주는 기세가 등등하여 큰소리를 탕탕 쳤다.
"네, 잠시만....."
"누가 이렇게 소란을 피우느냐?"
순찰감 가운성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혼자가 아니었다. 그 외에도몇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제일 앞서 나오는 사람은 흑호문의 부문주인철장마인(鐵掌魔人) 공헌탁(共 憲卓)이었다. 그는 푸른색 장포에 대머리를 빛내며기름기로 번들거리는 얼굴을 자랑하고 있 는 5척단구의 중년인이었다.
"아니 이게 누군가? 하하 감찰관님 아니신가? 그래 바쁘신분이 여기는 어인일이시오?"
그의 빈정거림에 곽주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당차게 대꾸했다.
"순찰감 가운성을 체포해야 겠소. 물론 협조해주시리라 믿소이다."
"후후 물론 그래야 겠으나 도무지 그 죄명이 모호한지라...... 내가 듣기로는감찰관께서 우리 흑호문을 괜시리 핍박하는 것으로 들리던데 말이오."
"천인대는 즉각 가운성을 체포하라."
"네"
세명의 천인대원이 다가서자, 흑호문 무사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천인대원들은곽주를 쳐다 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이다.
"뭐하는 거냐? 막는 자들도 공무집행이니 사정을 봐줄 것 없다."
나머지 천인대원들까지 가세하고 스무명이나 되는 인원들이 막아서는 흑호문무사들을 밀치 고 들어온다. 그리고는 곧장 가운성에게로 다가갔다. 물론 거기까지가기 위해서는 필히 흑 호부문주와 당주들을 거쳐야했다. 한명의 천인대원이 부문주의 옆을 막 지나갈 때 였다.
쉬익
퍽
"헉"
부문주의 주먹이 천인대원의 옆구리를 찍어버렸다. 그자는 그 자리에서 멈추어 서야했고 허 리를 반쯤 꺾었다. 연이어 무릎이 땅에 대어지고 모로 쓰러져갔다. 그모습을 목격한 곽주가 길길이 날뛰었다.
"부문주. 감히 공무를 방해 할 생각이시오?"
"공무를 방해한다? 후후 그야 네가 그만한 자격이 있을때나 해당이 되겠지."
"이런...... 모두 가운성 순찰감과 부문주를 체포하라."
상황은 계속 제 몸을 부풀리고 있었고 결국은 서로간의 부딪힘이 없이는 일단락되지 않을 듯 싶었다.
"모두 맞대응하라."
부문주의 명령이 이어지자 남아 있던 천인대원들은 곧바로 흑호문도들에게 둘러싸여버린다.
그들은 겹겹이 둘러싸고 그들을 압박해 들어갔다. 일이 이지경으로흘러가자 곽주와 심여랑 도 적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흑호문과 같은 마도8문은 마도련에 소속되어는 있으나 그 독립성을 인정받는곳이었다. 그래 서 그곳의 인물을 따로 다른 곳으로 배치시키거나 지부로 전출을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 었다. 원칙적으로 문주들만이 대종사의 명을 받고 그소속문도들은 문주의 명만을 따르면 되 었다. 그래서 다른 외당, 내당과 마찰을빚어도 그들이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경우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었다.
순식간에 흑호문 앞 광장에는 수백명이나 되는 흑호문도들이 나와 있었으며 그들의포위망은 견고해 보였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냥 물러 설 곽주가 아니었다. 난처한것은 천인대원들이 었다. 저들의 태도로 보아서는 맞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이고보면 천인대원 전체가 오지 않는 한은 쉽사리 목적을 이루기 힘들어 보였다.그럼에도 곽주 저 천둥벌거숭이 놈은 여전 히 큰소리였으니......
"대공의 명에 따라 감찰관이 된 나를 막아선다는 것은 대공에게 반기를 듦과마찬가지, 설마 흑호문주이신 단야적풍께서 이리 시키셨을리는 만무한데 뒷 감당을부문주가 지겠소?"
그 말은 확실히 효과가 있어 보였다. 그가 대공을 언급하고 나서자, 흑호문도들은저마다 부 문주를 쳐다보았고 부문주 공헌탁의 얼굴에는 경련이 일었다.
"내 모든 것은 이후 알아보고 조치할거요. 그러니 감찰관도 이정도에서 물러서시오.괜히 대 공을 들먹이는것도 그 분에 대해 누를 끼침이오. 설마하니 대공께서 경우도없이 이렇게 일 을 처리하라 하시지는 않았을 것이고 말이요."
"천인대원들은 뭘 하느냐? 어서 순찰감을 체포하지 않고......"
곽주가 신경질적으로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천인대원들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몸을 솟구 쳐갔다. 그들의 앞을 막는 흑호문의 무사들에게 장력을 발출했다.
펑
퍼펑
"막아라."
"우와,"
순식간에 장내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흑호문도들이 튕겨져 나가는 모습들이 보였다.무사들의 평균적인 수준은 천인대가 월등한 것 같았다. 그러나 숫자는 비교조차 할수 없었으니......
"감히 이런식으로 우리 흑호문을 핍박하다니...... 모두 비켜라."
부문주가 앞으로 나서자 흑호문도들이 옆으로 길을 터 주었다. 그곳으로 공헌탁은뛰어들었 다. 그의 장심에서는 연신 붉은 기류가 맴돌며 천인대원들을 때려갔다.순식간에 13장을 격 출하자 천인대원들은 저마다 비명을 지르며 물러서거나 바닥에몸을 뉘였다. 채 일각이 되지 않아 그들은 모두 대항불능상태가 되어 버린다.
"이놈, 네 솜씨나 한번보자."
공헌탁의 우수가 곽주의 완맥을 움켜쥐어갔다. 곽주는 황급히 뒤로 물러서 보았으나어느새 공헌탁의 몸은 그를 따라 붙으며 그의 퇴로를 막아섰고 어김없이 곽주의완맥을 틀어쥔다.
상황은 너무나 싱겁게 끝맺음되고 있었다.
"하하 겨우 이정도 실력으로 겁 없이 덤볐더냐? 감찰관이 개나 소나 아무나 하는것이라면 모를까? 너같이 허약한 놈이 본련의 감찰관이라는 것이 황당하구나.대공이 아마도 한 순간 눈이 삐기라도 했나 보다. 하하하하"
"우하하하"
"낄낄낄낄"
"크크크크"
흑호문의 문도들의 입에서는 듣기 민망한 비웃음이 마음껏 조롱을 섞어가며 터져나왔다. 곽 주는 눈을 무섭게 치켜 뜨고 고함만을 내지르고 있었다.
"네. 이놈! 감히 대공을 그 더러운 입에다 함부로 올리다니, 네가 그러고도무사하리라 여겼 더냐?"
"이 자식이? 아직 멀었군."
쉬익
퍽
"억"
완맥을 움켜쥔 상태로 다른 주먹이 곽주의 복부를 찔렀다. 주먹은 너무나 매섭게틀어박혔고 곽주의 허리는 꺾였다. 곽주의 입에서는 지저분한 내용물이 흘러나와바닥을 적셨다. 그의 얼굴은 노래졌고 눈의 초점은 점차 흐려져왔다. 그야말로한주먹감도 되지 않으면서 오로지 대공 파천의 위력만을 믿고 까분 것이화근이었다. 설마하니 자신에게 이렇게 대할 사람이 존재하리라고는 생각지도못했으리라.
"흐흐 이제야 정신이 조금 드느냐? 미친놈! 네가 감찰관의 감투를 뒤집어 썼다고세상이 네 뜻대로 호락호락할 줄 알았더냐? 차라리 조신하게 지냈으면 이런 험한꼴은 당하지 않았을텐 데...... 얘들아!"
"네"
"천인대와 이 녀석 곽주를 저 앞에다 버리고 오너라."
"네"
수십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서는 그들을 걸머지거나 질질 끌고서는 광장 밖으로끌고 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찰감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부문주님! 나중에 이 일 때문에 곤란을 겪게 되시면 어쩌려고?"
"괜찮다. 설마하니...... 저 따위 놈 때문에 그런 일이야 있겠느냐? 대공이 돌아온뒤라도 이 일을 문제삼으면...... 그때는 마도8문이 함께 행동하는 수 밖에......"
그제야 순찰감은 안심하는 눈치였다.
★ "뭐라고? 그것이 사실이냐?"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몇 명은 부상정도가 심합니다. 흑호문 부문주가 직접 손을썼다고 합 니다."
천인대 부대장 신관철의 보고에 이시명은 놀람을 보였다. 그러나 광마존은 오히려담담해 보 였다. 마치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이......
"그들이 감히......"
이시명은 분하다는 듯이 몸을 떨어대었으나 왠지 과장되어 보였다. 광마존은 그런그를 쳐다 보더니,
"천인대장"
"네"
"자네는 지금 당장 천인대 전원을 끌고가서 이 일의 주동인 부문주라는 놈과순찰감을 체포 해 와라. 저항하면 죽여도 무방하다."
"네?...... 저...... 그것은 마도8문의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는데, 그래도되겠습니까?"
"모든 일은 내가 책임진다."
"알겠습니다. 부대장 가자."
"네"
이시명과 신관철이 밖으로 사라져가는 모습을 쳐다보고, 광마존의 얼굴에 회심의미소가 스 친다.
[광마존님! 한당을 데려 왔습니다.]
[그래? 내실로 들여라.]
광마존은 곧바로 몸을 일으켰고 존마전의 안쪽에 자리하는 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한당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조용히 시선을 내리깔고 있다가는 광마존이들어서자 고개 를 쳐들며 일어나려 했다.
"아, 됐소이다. 자리에 앉으시오. 대공자의 무사한 귀환을 축하합니다."
"고맙소. 그런데 나를 무슨일로 보자고 했소?"
"후후 뭐가 그리 급하셔서 그러시오? 한가지 확인해 볼 것이 있어서 불렀습니다."
"확인? 무엇을 말이오?"
"대공자께서 저에게 솔직하게 모든 것을 밝힌다면 어쩌면 우리는 좋은 동지가 될수도 있을 거요."
"......"
"다름이 아니라, 대공자께서는 장로원의 지지를 받으셨지 않소이까? 심지어 그들장로원은 이를 위해 대종사를 밀어내려고 까지 했소이다. 그 정도의 조금은 무리다싶은 일을 도모하 게된 경위를 알고 싶소."
"큭큭큭 이것보시오. 내가 그따위를 알거라 생각하는 거요? 난, 단지 나를 사부님의뒤를 이 어 대종사로 추대한다니깐 그 장단에 몸을 맡겼던 것 뿐이오. 내가 장로원과친밀하게 지냈 다고 무언가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면 오해 하신거요. 차라리군사에게 물어보지 그랬소?"
확실히 그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군사는 아무것도 모른다 했소."
"군사가 말이요? 그럴 리가 있겠소? 군사가 본련의 일에 대해 모르는 것은없을터인데......"
"대공자. 마도를 사랑하시오?"
급작스런 그의 말에 한당의 표정이 급변을 일으키고,
"대체 내게 무엇을 기대하는거요? 난 마웅도 효웅도 아니오. 누가 마도련을이끌어가던 상관 이 없고, 누가 중원의 주인이 되어도 상관이 없소. 단지 난......내 수련에만 관심이 있소."
"한가지 의문이 있더군요. 네명의 제자 중, 유일하게 대공자만이 장로원쪽의사람으로 분류되 었음에도 다른 제자들과는 어떤 마찰도 없었을뿐만 아니라, 오히려더욱 친밀하게 지낸다는 보고가 있었소. 그리고 대공자께서 한번은 술에 취해대종사에게 당신이 그정도 그릇밖에 안 되냐고 따지고 들었다는 보고도 있었소. 모두조사과정에서 밝혀진 것들이지요."
"대단하군. 후후 그러나 내게서 무엇인가를 듣게 되면은 당신들의 생명은 보장할 수없을 것 이오. 그래도 듣고 싶소?"
한당의 눈에서는 탁한 기류가 꿈틀댔다.
[이미 이곳은 저들의 손에 넘어갔소. 살아 남으려면 빨리 이곳을 떠나시오. 괜히어물거리다 가는 죽음을 당할 테니......]
한당의 전음이었다.
[저들이란 누구를 말하는거요?]
[말할 수 없소. 내가 말하는 순간. 나뿐만 아니라, 내 사제와 사매들의 생명도보장받을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소. 할 수 있다면...... 스스로 풀어 보시오.]
"별다른 말씀이 없으시다면 전, 이만 가 보아야 겠군요."
한당은 벌떡 몸을 일으켜 사라져갔다. 그에게서 마지막 전음이 전해졌다.
[행운을 빌겠소. 대공이 계시지 않는 한은 함부로 움직이지 마시오. 그들은도처에서 당신들 을 살피고 있소이다.]
밖으로 사라져가는 한당의 넓은 등판을 쳐다보며 광마존은 무거운 침음성을토해냈다.
'적들은 대종사의 제자들마저 공포심을 느낄 만큼, 마도련 전체를 장악해 버렸다.그렇다면 지금은 오히려 숨죽이고 있어야 하는건지도...... 무영을불러들여야겠군.'
★ 개봉부를 출발한 정도사령대의 일행은 관도를 따라 남쪽으로 순조로운 이동을 하고있었다.
그들은 미시가 지날 때가 되어서야 남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은무림맹의 지부가 있는 곳이기는 했으나 그다지 큰 시진은 아니었다. 그럼에도호광성으로 들어가기전의 마지막 지 부가 있는 곳이었으므로 무림맹으로서는 상당히중요한 요충지였다.
다음 행선지인 호광성의 지부 중에 하나인 함양지부까지는 무려 800리나 떨어져있었다. 그 래서 오늘은 아예 이곳에서 지내고 내일 새벽에 길을 떠나기로 하였다.시진을 남으로 벗어 나다보면 야트막한 산자락이 보이고 그 초입에 작은 숲이 있으며그곳을 지나야만 지부의 모 습이 보인다.
두두두두두
500필의 말들이 두드려대는 말굽소리는 천지를 진동하듯 요란했다. 마차안에는파천과 독고 무가 타고 있었을 뿐이었고 부령사들도 말을 타고 있었다. 각기10개대로 나뉘어 진군하고,
그 중간에 마차가 달리고 있었다.
"대령사께서는 어이해 이 몸을 막지 않으셨소?"
독고무가 지금껏 참고 있던 질문을 털어 놓았다.
"무슨 말인가?"
"어젯밤 일 말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이도록 보고만 계셨습니까? 장차 그들을어떻게 보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군. 한가지만 얘기하지. 사실 천마는 내게는 친구나 다름없고 그녀석이 내 진로를 방해하거나 장애물이 되지만 않는다면 그 어떠한 것도 막지않을거야. 물론 자네로서 는 무척 곤혹스러운 일이겠지. 그렇지만 나 또한 천마를막을 재주는 없어. 내 눈을 피해가 면서 하는 짓까지 따라다니며 막을 만큼 난......한가하지 않거든."
"후우"
독고무가 한숨을 토해낸다. 그의 그런 모습은 어딘가 처연해 보였다. 자신의 운명이언젠가 부터 이리 꼬이기 시작했단 말인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지는상황들은 그를 난처 하게 만들었고 또한 깊은 고뇌를 낳고 있었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발생하여 그를 난처하게 만들것인가? 그녀들은 아직까지는그에게 이렇 다 할 반응들이 없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으므로 굳이 변명을하고 싶지는 않았지 만 그렇다고 그 모든 책임을 자신이 져야 함도 부당하다생각되었다.
"정말 지금같아서는 그때 그냥 죽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후후 그런가? 내가 자네 조손을 살린 것이 잘못이었다 생각한다면 나로서는 섭섭한일이군.
점차 좋아질걸세. 천마가 그나마 많이 좋아진 것이야. 예전의 그였다면아마도 엄청난 혈겁 이 벌어졌겠지. 그의 성미를 건드리면 닥치는 대로 살인을해댔을테니 말이야. 오히려 그것 으로 위안을 삼게. 살성으로 불리는 것 보다야색골이 그나마 낫지 않은가?"
파천은 그 말을 스스로 해 놓고도 왠지 어색해 했다. 정도인으로서의 자부심을지니고 있는 독고무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장차 저 두 소저를 어찌 보아야 할지...... 대령사께 한가지 질문을 드려도되겠습니까?"
"무엇이든 해보게."
"정도를 어찌 하실 생각입니까?"
"내가 어떻게 하리라 생각하는가?"
"대령사께서는 분명히 정도를 버리실것입니다. 무림맹은 단지 이용당할 뿐이고,대령사의 직 속세력으로 하여금 무림을 장악하게 하겠지요. 무림맹은 단지해외세력을 견제하고 그들의 전력을 소모시키는데 사용되고...... 제 말이틀렸습니까?"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군. 맞네. 또 질문있나?"
독고무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남을 느껴야만 했다.
'이 자는 진정한 악마인지도 모른다. 감정적이거나 무조건적인 악행만을 저지르는것이 아니 라 절대악, 그렇기에 어떨 때는 그 누구보다 선하게도 보이는......'
"후후 거기다 한가지를 덧 붙이지. 난 말이야. 내가 지닌 모든 세력을 이용하여세외뿐만 아 니라 전 무림을 장악할것이야. 그 다음에는 그 힘을 바탕으로 그 누구도이루지 못했던 무림 제국을 건설할 참이고...... 만약 그 일에 방해 된다면 자네또한예외없이 난, 죽일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나?"
"으음...... 나를 죽이면 천마는 어떻게 되는 거요?"
"나도 모르지. 그런일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빌 수 밖에......"
"대령사는 정말 무서운 분이시오."
"나도 알고 있어. 더 잔인해지지 못함이 원통할 뿐이지. 만약 그랬다면 자네를살리는 일 따 위는 하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야."
히히히히
"워워"
덜컹마차가 급정거를 했다. 기마대의 말발굽도 들려오지 않는 걸로 봐서는 기마대전체가 정 지한 것으로 보였다.
스륵
"무슨 일이지?"
파천이 마차의 창문을 열어제치고 고개를 내 밀었다. 부령사 곽운성이 말을 탄 채로다가왔 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기이합니다. 이 앞의 작은 숲을 지나면 바로 남영지부입니다.그런데로 마중나온자들도 없다는 것도 이상하고, 더군다나 숲에서 묘한 기운이뻗치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서 세운것이냐?"
"네,"
"후후 몇놈이 숨어 있기는 하군. 그렇지만 그다지 위협적인 인원은 아니니 그냥통과해라. 그 런데 이상하군. 저 숲을 지나면 바로 지부라 했는가?"
"그렇습니다."
"아무런 기척도 없는데...... 사람의 기척이라고는 열명도 채 안되니......"
'역시 대령사의 무공은 감히 측정조차 불가능할 정도이구나. 숲안의 기척을 모두알아내는 것도 놀랍건만 여기서 십리거리에 있는 지부의 상황까지?'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그냥 통과하도록. 놈들은 우리를 공격하지는 않을거야.아마도 저 앞에서 기다리는 놈들이 우리를 반기겠지."
"네, 알겠습니다."
다가닥 다가닥
곽운성은 크게 고함을 쳤다.
"모두 출발하라."
두두두두두
숲으로 난 길을 통과하는 기마대는 주위를 경계하며 말들을 몰아갔다.
"후후 대체 어떤 놈들이지? 무림맹 지부를 차지하고 있는 놈들이라? 더군다나 몇명되지도 않는 인원으로......"
파천의 그 말에 독고무가 응대했다.
"한가지 이해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어떻게 아무런 소식도 맹에 전해지지않았죠? 더군 다나 개봉부의 지척에 있는 지부이건만......"
"후후 그럴 여유조차 없었거나 전서구가 중간에 탈취당했거나...... 뭐, 그런이유겠지. 참으로 궁금하단 말이야. 어떤 간 큰 놈들이 여기서 일을 저지른 걸까?그리고 도망도 가지 않고 기 다리고 있다? 하하하하"
파천은 기분이 흡족하다는 듯이 상체를 제쳐가며 웃었다. 그의 그런 모습을쳐다보는 독고무 는 그가 두렵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