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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구음진경(究陰眞經)-1 (63/111)

 63. 구음진경(究陰眞經)-1

 정도사령대 500기마대의 기세는 숲 전체를 관통할 정도로 용맹한 것이었고 그들은전혀 그  기운들을 누그러뜨리지 않으며 숲 가운데로 난 잘 닦여진 길을 따라이동했다. 일정한 박자 감마저 느껴지는 말발굽의 진동이 숲의 고요와 뒤섞이어괴이한 긴장감을 중인들에게 선사하 고, 더군다나 숲의 거목들에 가려 빛의 분산이이루어짐으로 그들에게는 더욱 신비한 감을  불러일으킨다.

 찢어진 빛의 물결가운데에는 몇몇의 괴인들이 거목의 가지 위에서 어두운 음영을몸에 두르 고 서서는, 모습도 감추지 않고 온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의발에서부터 머리꼭지까지 는 새까만 천으로 덮여 있었으며 그것은 신축성이 좋아온몸의 굴곡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언뜻 보기에도 십여 명은 되어 보였다.

 곽운성과 청운학은 내심 긴장했다. 그들이 암기를 쏘거나 폭뢰라도 던지는 날에는상당한 피 해를 각오해야 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고 그들은 또한 높은 곳에서자신들을 굽어보는 위치 였으므로 그 위험도는 더욱 커 보였다. 다행히도 숲은 금방끝나버렸다. 사령대가 움직이는  것과 보조를 맞추며 나무 위의 괴인들도 함께 이동해 갔다. 마치 원숭이의 몸놀림을 보는  듯 민첩했다.

 숲을 완전히 빠져나오자 그들은 정도사령대의 뒤를 따라왔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쫓아오는  그들의 속도는 기마대의 이동속도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저 앞에 무림맹 지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무림맹 지부라고불릴 수는  없어 보였다. 그곳엔 폐허가 되어 버린 을씨년스러운 장원이 있을뿐이었다. 그곳이 무림맹 의 지부임을 알게 해주는 것이라고는 반쯤 타버린 현판이고작이었다. 담들은 무너져 아귀를  맞추지도 못하고 지붕들은 너른 대지의일부분들이 되었으며 그 사이로 죽은 지 족히 사흘은  지났을법한 시체들이 뒹굴고있다.

 그리고 그 앞쪽으로는 차양이 쳐져있었고 그곳에는 예의 괴인들과 복장이 동일한7명의 인 물과 세 명의 적포 노인, 챙이 너른 삿갓을 눌러쓴 백의를 걸친 또 한 명이보였다. 지부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는 정도사령대 전 인원은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여전히 멍청해져 있던 곽운성에게 파천의 전음이 들려왔다.

 [부령사. 가서 저들에게 알아 보라.]

 [네.]

 곽운성이 앞쪽으로 나서자 복면괴인들이 앞을 막아선다.

 "됐다. 비켜주어라."

 삿갓을 쓴 자의 음성이었다. 의외로 영롱한 여인의 목소리다. 아무리 많이 잡아줘도스물 다 섯을 넘기지 않았을 듯한 목소리였다.곽운성이 그들 앞으로 다가서서는 질문을 던진다.

 "당신들이 이곳의 참사와 관계가 있소?"

 간단한 물음이었다. 무리 중 세 명의 노인들, 그 중에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코를 중 심으로 흉터가 십자형태로 어긋나 있었고 손에는 특이하게도 낫 같은 무기를들고 있었다. 

 그는 연신 철겸(鐵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빙글빙글 돌린다.참으로 기이하게도 자루가  손바닥에 붙은 듯이 팽이가 휘청 이며 살아나듯이휘돌려진다.

 "관계가 있든 없든 너희가 무슨 상관이냐?"

 다짜고짜 하대를 해대는 모습은 성격 좋은 곽운성이 보기에도 그냥 참아 넘길 수없을 정도 로 오만해 보였다.

 "상관이 있으니 그러는 것이 아니오? 여기는 무림맹 지부요. 우리는 무림맹소속이니 당연히  상관이 있는 것 아니겠소? 다시 묻겠소. 당신들의 짓이오?"

 참으로 성질 좋은 곽운성이었다. 그가 얼마만한 자제력을 발휘하는지를 알게 해준다. 그제 야 그들의 시선이 마차에 매어져 펄럭이는 깃발을 스친다. 상대가누구인지를 알았으니 기세 가 가라앉을 것이 분명하리라.

 "후후 그런가? 무림맹 지부가 이 꼴이 난 것을 보면, 소문이 과장되었나 보군."

 "무슨 말이오?"

 "중원은 정도무림맹이 한 손에 장악하고 있다하더니, 그것이 아닌 게로군. 지척에있는 지부 하나 지키지 못할 정도라면 더 이상 볼 것도 없겠군."

 노인의 말은 곽운성으로 하여금 더 이상 예를 차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놈이 말이 심하구나. 너희들은 중원의 무사들이 아닌가? 소속이 어디냐? 하긴상관이 없 겠지. 한번만 더 묻겠다.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너희를 이 일의흉수로 지목하여  체포하겠다. 너희들의 짓인가?"

 그러나 여전히 그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고 함부로 격동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우하하하하 아쉽게도 무림맹 지부 따위는 우리의 관심 밖이다. 우리가 도착해있었을 때는  이미 이런 상태였다."

 그의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많았다. 보아하니 시체의 상태로 보아, 3일은 족히지났음을 말 해준다. 그럼에도 곽운성은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 말을 어떻게 믿겠느냐? 일단 너희들이 수상하니 체포하겠다. 조사해보고 수상한점이 없 으면 풀어주마"

 곽운성이 손짓을 하자 사령대의 일부가 그들 주위를 넓게 포진하며 둘러싼다. 이미숲 속에  있던 흑의 괴인들은 무리 중에 섞여 있었으므로 포위망 안에 고스란히 갇혀버렸다. 그들의  인원은 정확하게 스물 한 명, 그들을 에워싼 정도사령대의 인원은100명쯤 되었다. 정도 사 령대의 움직임을 보고 그들은 얼굴에 분노를 띄었다.

 "무슨 짓이냐? 우리가 한일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그만......"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노인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섰다.

 "공자! 우리가 한일이 아닙니다. 보면 아시겠지만 시체들의 상태가 변을 당한지삼일을 넘겼 음을 알게 해주죠. 우리가 이곳에서 삼일이나 있을 이유가 없음은공자께서도 짐작하는 바일 텐데요?"

 그녀의 말에 곽운성이 막 뭐라고 대꾸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마차 안에서 파천의음성이 들 려왔다.

 "그대들은 무슨 일로 여기 있는 거지? 괜히 오해받을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며숲에 수하 들을 배치시킨 이유는 무엇이냐?"

 파천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그들에게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파천이 약간의 내공을실어 전했 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그런 것까지 설명할 의무는...... 없지만 공연한 오해를 살 필요는없겠지요. 우 연히 이곳을 지나다가 폐허가 된 장원을 보았고 이곳이 무림맹지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호기심이 동해 남아 있었던 거예요."

 "후후 재미있군. 호기심 때문에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그럴 수도있겠지......그대들의 소 속은 어디인가?"

 "그것까지 말해야 할 의무는 없어 보이는군요."

 "부령사"

 "네"

 "지부를 살펴보고 오라. 어떤 수법에 당했으며 몇 명 정도에게 공격을 당했는지알아보도록. 

 그리고 남겨진 단서는 없는지도......"

 "존명"

 곽운성이 일단의 사령들을 이끌고 지부 내를 살피기 위해 움직여간다. 그들이 지부 안으로  완전히 사라지자 장내에는 어색한 침묵이 감돈다. 누구하나움직이거나 말을 하지 않았다. 

 가끔 말(馬)들이 발굽으로 땅을 두드리거나 울음을토해낼 뿐이었다.

 여인은 차양아래에 있는 포단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고요하게 앉아 있을뿐이었다. 

 그녀의 주위에는 스무 명의 수하들이 그녀의 주위를 둘러싸고 보호하는형세를 유지했다.

 "우리는 그만 가봐도 되겠지요?"

 여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기다려라."

 처음부터 일관되게 하대를 취하는 파천의 말에 노인 중 하나가 성급하게 고함을쳐댔다.

 "대체 이 분이 어떤 분이신 줄 알고, 네 따위가 감히 하대를 한단 말이냐?"

 또 그 노인이었다. 아마도 삿갓을 눌러쓴 여인의 지체가 높은 듯 했으나 파천에게그런 것쯤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덜컹

 마차의 문이 열리고 파천의 몸이 햇살아래 드러난다. 그의 모습이 보이자 일단의인물들의  시선에 놀람과 감탄이 떠오른다. 파천의 시선은 정체 모를 괴인물들에게잠시 머물렀다가는  이내 거두어지고 다시는 그들에게로 향할 것 같지 않았다.폐허가 된 지부를 훑어가는 시선 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상념이 스쳤다.

 '이것은 또 무엇인가? 강호무림에 내가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이미무림의 정세 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 생각했건만...... 대체 어떤 세력의 짓이지? 알수가 없군.'

 파천의 시선이 삿갓의 여인에게 머물렀다.

 "그대들은 중원의 인물이 아닌가?"

 파천의 질문에도 누구하나 대답하지 않았다.

 "한마디만 하지. 그대들은 좋든 싫든 흉수로 의심받는 처지고, 그것이 부당하다면스스로의  신분을 밝혀서 내 의문에 답해야만 한다. 그것이 귀찮다면 응당 그대들이원하는 방식으로  대해 줄 수밖에"

 삿갓의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선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리고 앞으로 나서며 파천쪽으로 다 가선다.

 "무림맹의 위세로 우리를 겁주려 하지 마세요. 당신 말대로 우리는 중원의 사람들이아니니  무림맹의 권한아래 있지 않아요. 뿐만 아니라 이 일과는 하등 상관없음을밝혔으니 그대들이  우리를 더 이상 잡아 둘 이유도 없지요. 그래도 그리 하시겠다면우리 또한 손놓고 당할 수 만은 없지 않겠어요?"

 그녀의 음성은 조용했지만 확고했고 분명했다.

 "......그대들의 짓인지 아닌지는 금방 밝혀질 일이고, 내가 궁금한 것은 그대들의정체이다. 

 중원인이 아니라 하나. 중원무림에 발을 디딘 이상에는 본맹의 지시에따라야 한다. 이를 거 부하고 싶으면 아예 중원무림에 발을 디디지 말던가, 아니면우리를 힘으로 누를 수 있으면  되겠지."

 참으로 정도인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패도 적인 말이었다. 지금의무림정 세가 무림맹이 주도함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무림맹의 힘이전 중원을 아우 르고 있다 할 수도 없었다. 정사지간의 세력은 엄연히 존재했고무림맹 소속이 아닌 문파중, 

 정도로 분류되는 곳도 상당 수 있었다. 또한개인적으로 보더라도 전대의 인물들 중에는 분 명히 무림맹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 모두가 무림맹의 적 일 수는 없었다. 그런의미에서 파천의 말은 무리가 따르는 고압적인 것이다.

 "호호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군요. 당신은 누구지요? 무림맹에 당신 같은 사람이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은데......"

 "그런 것은 알 것 없다.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중원에는 무슨일이지?"

 스스로에 대한 모든 것을 밝히라는 말이었다.

 "이...... 이런 방자한......"

 "잠자코 있어라."

 또 다시 노인이 발작하려 하자 여인이 제지한다.

 "좋아요. 대답해 드리죠. 우리는 한 사람의 흔적을 따라 왔어요. 물론 중원인은아니에요. 그  사람만 찾으면 돌아갈 겁니다. 대답이 되었나요?"

 끝까지 자신들의 신분은 밝히지 않는다.

 "충분치는 않으나 그 정도면은 성의를 보인 셈이군. 그렇다고 그대들에 대한 의심을거둔 것 은 아니니 아직은 떠날 수 없다."

 "그 정도는 예상한 바이니 크게 억울할 일은 아니네요. 저도 한가지 질문 드리죠.무림 오천  중 천마서생이나 옥면신룡을 만나려면 어떻게 하면 되죠?"

 그 말에 정도사령대의 인물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친다. 무림 오천은 현 무림에서가장 혁 혁한 명성을 날리는 절대고수들이다. 그 중에 천마서생과 옥면신룡을 찾는자들이라?

 "그들은 왜 찾지?"

 파천의 물음에 여인은 다시 옥음을 흘려내어 답한다.

 "한가지 부탁을 하기 위함이에요. 그들을 만나보아야겠지만...... 그들 정도는되어야 제 부탁 을 들어줄 자격이 있겠지요."

 참으로 오만한 말이었다. 무림맹에 옥면신룡이 가입을 했고 맹주가 바뀌었다는사실은 아직  강호무림에 전해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천마서생이 마도련의마도대공이 되었다는 사 실 또한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무림 오천 중에 하필이면 그 두 사람이어야 하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나?"

 "당연히 있어요. 무림 오천 이라고까지 불리니 무공의 극강함은 검증된 사실일테고, 무림 오 천의 다른 인물들은 세력에 소속되어 있어 곤란해요. 더군다나무림맹주와 마도련주, 또 한  명은 그 모습조차 볼 수 없는 사람이니 해당사항이없지요. 그들을 만나게 해 준다면 제가  후사하겠어요."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리고 나는 그리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한마디로 거절이었다. 지금 자기 눈앞의 사내가 옥면신룡 이라는 것을 안다면얼마나 황당한  표정을 지을까? 정도사령대의 몇몇 사령들이 고개를 숙이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누르느라  힘겨워했다. 파천은 넌지시 여인의 내심을 떠본다.

 "그들에게 부탁할 것이 무엇이지?"

 파천의 질문에 여인이 코방귀를 뀐다.

 "흥, 저도 대답하고 싶지가 않군요. 도움을 줄 것도 아니면서 묻는 의도는 뭐죠?"

 파천은 더 이상 관심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한참동안이나 그들은 서로간에 아무 말도 섞지 않았다. 잠시 뒤, 부령사 곽운성의모습이 보 였다. 그는 무엇인가를 손에 들고 있었다.

 "알아보았나?"

 "네, 지부가 공격당한 것은 사흘정도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그들을 죽인 수법은하나같이 내 가강기에 의한 장력입니다. 하나같이 음냉한 기운을 띄고 있었습니다.이것을 보십시오."

 곽운성은 손에 들린 것을 내밀었다. 그것은 붉은 기운을 띄고 있는 구슬 같은것이었고 형태 가 그리 매끄럽지 못했다. 파천이 그것을 손에 넣고 이리저리살펴갔다. 그의 눈에서는 이채 가 떠오른다.

 "이것은......"

 "어이없게도 그것은 피가 응고된 것입니다. 아직도 한기가 스며 나올 정도입니다."

 "음...... 대단하군. 아무리 극한의 빙공이라 해도 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있다는 것 은 못 들었는데? 그리고 사흘이면은 충분히 녹아야 정상이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표면에 습기조차 스며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은 단지 물질을 얼려버리는것이 아 니라, 성질자체를 고체화시키는 듯 합니다."

 "그런 무공이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군."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청운학이 호기심이 동하여 다가서고 그가 조심스럽게파천에게 말한 다.

 "대령사, 제가 알기로 그런 무공이 무림에 딱 한번 출현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

 파천이 호기심이 담긴 얼굴로 청운학을 쳐다보았다. 청운학은 자신에게는 사숙조이기도 한  파천을 응시하며 그 특유의 맑은 목소리로 입을 뗀다.

 "약 400여 년 전에 무림에 한 명의 광인이 등장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무림에 그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대강남북을 종횡으로 휩쓸며 살인행각을 벌였으며 그정도가 지나쳤기에 이 내 무림공적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그 이후로도 무려4년 간이나 숨어 다니며 살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혹시?"

 곽운성이 무엇인가가 떠오른 듯이 두려움이 담긴 음성을 발했다. 그것을 보고파천은 더욱  호기심이 동해갔다. 청운학이 곽운성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소. 그자가 바로 무림역사상 가장 위력적인 극음지공이라 불린 구음마공을펼쳤던 구음 마인입니다. 그자의 빙살지강에 격중되면 모조리 얼어 붙을 뿐만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훼 손되지 않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그구음마공이 또 다시 나타난 것 같 습니다."

 "으음"

 곽운성의 침음성이 아니더라도 장내의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사령대의 인 물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은연중 나타나 자리를 잡고 있다.

 "구음마인의 후예가 나타나 무림맹 지부를 급습했다는 거냐?"

 "단지 그렇게 추측이 될 뿐입니다. 정말로 흉수가 구음마인과 관계가 있는 자라면예사로운  일이 아닙니다. 또 다시 중원무림에 혈겁이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일입니다."

 파천은 청운학의 말을 듣다가 시선을 삿갓여인의 일행에게로 이동했다. 그들은청운학의 말 에 그다지 놀라지도 않는 것 같았다. 하긴 이미 시체들을 확인해 보았을테니 그들도 그런  추측을 하고 있었으리라.

 "어찌 할까요?"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일단은 이 사실을 무림맹에 알리고 우리들은 가던 길을계속 간 다."

 그리고는 일단의 인물들을 향해 파천의 말이 이어졌다.

 "그대들은 갈 길을 가도 좋다. 한마디 충고하자면 앞으로는 호기심이 동해도 아무일에나 끼 지 말기를......"

 ★ 천인대장 이시명과 부대장 신관철은 천 여명의 천인대원을 이끌고 흑호문 쪽으로다가갔다. 

 이 소식은 금새 마도련 전체에 알려진다. 흑호문 앞의 광장은 천명을한꺼번에 수용할 만큼  넓지 않았다. 그들은 광장으로 연결된 복도까지 늘어서 있는형편이었다. 그들의 기세가 원 체 대단했는지라 흑호문의 경비무사들은 일부는안으로 뛰어들어가고, 나머지는 한쪽으로 물 러서 있었다. 괜히 그들 앞에서 호기를부려보았자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검기뿐일 테니......

 "부대장"

 "네"

 "너는 안으로 들어가서 순찰감과 부문주를 데리고 오라."

 "존명!"

 신관철이 수 십명의 천인대원과 함게 흑호문 내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이시명의  내심은 착잡해져 갔다.

 '과연 잘하는 짓인가? 그들이 순순히 체포에 응하지도 않을 테고 무력을 동원하자면흑호문 에서도 가만있지는 않을텐데...... 왜 이리 어려운 길을 가려하는가?'

 광마의 명이 이시명은 잘못되었다 생각했다. 이렇게 소란을 피워서 좋을 일은 없다.안 그래 도 마도8문의 수장들의 움직임이 수상한 터에, 대 놓고 핍박을 하는 인상을주면 그들이 과 연 고개를 숙이고 처분을 기다리겠는가? 어쩌면 유혈사태로 번질지도모르고 마도련 자체의  붕괴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하긴, 지금과 같은 지휘체계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차라리 한번쯤뒤흔들어 추려내 는 것도 앞으로를 봐서는 나을지도 모르겠군.'

 그의 상념을 끊어 놓는 소리들이 들렸다. 흑호문의 인물들이 천인대원들에게둘러싸여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들 뒤로는 문주의 모습도 보였다.

 "괜히 소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이시명이 포권을 취하며 흑호문주 단야적풍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대장이야 무슨 잘못이 있겠소? 한가지 물어보겠소."

 "무엇입니까?"

 "만약 우리 흑호문이 대항을 했다면 어쩌실 생각이었소?"

 단야적풍의 비쩍 마른 몸이 오늘따라 더 초라해 보였다. 그의 찢어진 두 눈에서는교활한 눈 빛이 스물 거리며 기어 나온다.

 "그야 명령이니...... 당연히 무력진압으로 나갔겠지요."

 "천인대가 본련의 정예라고는 하나, 본문 전체를 상대하기에는 벅찰텐데......"

 "그것은 차후의 일이지요. 저는 단지 마도련의 율법에 따라 직속상관의 명에 충실할따름입 니다. 이후에 불거질 사태 따위는 안중에도 없지요. 설사 마도8문 모두를적으로 돌려야 한 다해도, 저에게 명이 떨어진 이상에는 행할 따름입니다."

 "후후후후 그렇군. 잘 알았소. 그럼 데려가시오.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당연히벌을 받아야 겠지만, 그 전에 그들을 거느리고 있는 자로서 부탁하건데...... 모욕은주지 마시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문주님의 협조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자"

 이시명이 돌아서고 부대장의 인솔 하에 부 문주와 순참감을 데리고 광장을 빠져나간다.

 그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단야적풍의 입에서 쏟아지는 말,

 "가서 8문의 문주들에게 알려라. 지금 즉시 모여주십사하고......"

 "존명!"

 한명의 흑의인이 빠르게 사라져간다. 단야적풍의 눈에서는 살기가 맴돌고 있었다.

 "우리 마도8문을 얼마나 우습게 보았으면 이리도 함부로 행동한단 말인가? 이기회에 우리의  단합을 보여주지 않고서는 우리가 설자리는 없어질 듯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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