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구음진경(究陰眞經)-2
존마전에는 광마존과 단장화, 이시명, 신관철등이 자리해 있었고 그 앞으로흑호문의 부문주 와 순찰감, 그리고 그들 주위를 맴도는 곽주와 그런 그를 쳐다보고있는 심여랑의 모습이 보 인다. 곽주는 연신 뭐라고 중얼대고 있었다.
"너희들의 죄를 스스로 부인하지는 않겠지?"
"감찰관의 행동이 지나쳤음은 스스로 간과하시는구료. 한낱 숲의 날짐승도 자신에게해를 입 히려는 존재에 대해 본능적으로 저항을 하건만 무고함의 이유를 들어스스로의 정당성을 입 증하는 것도 죄라 할 수 있소?"
"뭐라고? 무고하다고? 이런 간악한 놈이 있나? 그래서 나를 개패듯이......"
생각해보니 너무 수치스런 기억인지라, 뒷말은 얼버무리고 대충 정리를 한다.
"......그래놓고 정당하다 말하는거냐? 그리고 너"
순찰감 가운성을 지목한다. 그의 손가락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가운성의 머리통을쿡쿡 찔렀 다.
여러번에 걸쳐 찔러대자 가운성의 머리가 좌우로 기우뚱거리는 것이 참으로우습기도 했지만 당자의 얼굴은 참을 수 없는 수치감으로 벌개져 있었다.
"너는 감히 스스로 직무유기를 범했음에도 오히려 발뺌을 하고 무력시위로 공무를방해하고,
더 나아가서 대공을 함부로 그 추잡한 입술로 농락했다. 그럼에도 죄를인정하지 않고, 부문 주의 힘을 빌리려 들어?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였나? 너의 그썩어빠진 정신상태를 뜯어 고 쳐주마."
퍽
"끅"
쿠당탕
곽주의 발이 앉아 있던 순찰감 가운성의 머리통을 뒤에서 힘껏 차버렸다. 그러자의자와 함 께 앞으로 고꾸라진다. 급작스런 곽주의 행동에 가운성의 옆에 있던부문주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뭐하는 짓인가?"
그는 주먹을 움켜쥐고 당장이라도 곽주를 쳐죽일 듯이 몸을 떨어댔다. 그런 그를보며 곽주 가 느글거리는 얼굴을 디밀었다.
"왜, 또 쳐보시게? 마음대로 해봐라. 그 잘난 무공으로 나하나 정도는 우습게쳐죽일 수 있겠 지. 망설이지 말고 마음대로 해봐."
몸만 떨어대는 그에게서 물러선 곽주는 광마 등에게 다가선다.
"보셨지요? 놈들은 대공의 명 따위는 우습게 여긴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분명히대공께 서 말씀하시기를 본련의 모든 인물들에 대한 감찰권을 저에게 주신다 하셨고그것은 마도8 문의 문주들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저들이 내게 대하는것으로 보아, 그들이 대공 을 능멸하려는 의도가 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광마는 흥미롭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저 두놈을 직위해제하고 감옥에 쳐 넣어야 함은 물론이고 수하의 죄를 물어흑호문주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죄를 물어야 할것입니다."
"하하하하...... 그런 다음에는?"
"그런 다음에는 에...... 뭐, 또 다시 본련을 헤집고 다녀봐야겠지요."
"부문주"
광마의 부름에 부문주 공헌탁이 흠칫한다.
"왜, 그러시오?"
퉁명스런 대답이었다.
"곽감찰관의 말에 동의하는가?"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저 놈은 미친놈이오. 대공께서 감찰관을 저따위놈을시켰다는......"
펑
"으악"
단장화가 손을 쳐들어 장력을 발출했다. 그러자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은 공헌탁은뒤로 이장 이나 날아가며 입에서 피 화살을 내뿜었다.
"너 따위가 감히 대공이 하시는 일에 불만을 토로하다니...... 볼 것도 없어보이는군요. 저놈 의 대갈통 속에는 대공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합니다."
단장화가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흥분하여 외쳤다.
"모두 자네가 잘못했다고 하는군. 난 자네들에게 선처를 하려 했건만 스스로 무덤을판 꼴이 야. 너는 말이다. 적어도 대공을 입에 올리지는 말았어야지. 불만이있더라도, 속으로 삭혔어 야 했어. 이대장"
"네"
"저 두 놈을 감옥에 쳐 넣고 흑호문주를 호출하라."
"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나?"
"아......알겠습니다."
★ 흑호문주의 처소에는 마도8문의 수장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앞에는 뜨거운 차가놓여 있었 으나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대체 말들을 해보시오. 정말로 이렇게 끌려만 가실거요?"
흑호문주의 외침이었다. 녹림의 총사인 흑사신 황보염이 그의 말에 대꾸했다.
"그렇다고, 이런 일로 우리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보았자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없지 않 소? 차라리 때를 기다려 봄이 어떻겠소?"
그는 파천에게 호되게 당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의 의식 속에는 파천에 대한두려움 이 은연중 깔려 있다. 그것은 동정18채의 총채주인 탁탑천왕 거여패도마찬가지였다.
"그렇소이다. 아무리 우리가 함께 행동을 한다 하더라도 대공이 받아들여주지않으면 쓸데없 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소. 더군다나 지금 대공이 계시지도않는데...... 그런 일을 벌였다가는 뒷감당을 어찌 하려고 그러시오?"
그의 말은 모두의 심경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그들 눈앞에서 보였던 파천의 신위는악마 그 자체였다.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 대항 할 수 없는 악마의 위력을 보았기에그의 비위를 거스 른다는 자체가 거부감과 두려움이 드는 것이었다.
"두 분의 말씀은 본문의 일이니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입니까? 이것이 어찌우리 흑호 문의 일일 수만 있소? 장차 마도8문 모두의 일로 인식하고 대처하려고할때는 이미 늦어 버 릴것이외다."
"너무 비약이 심하시구료. 나 또한 대공의 지금 처사가 옳다고는 생각지 않소.그렇다고 그를 정면으로 맞설 자신은 없소. 더군다나 우리에게는 대공을 저지할만한 명분도 없지 않소이 까?"
사사방주 마영천사(魔影天邪)였다. 그의 말에 몇몇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답답하구료. 대공은 혼자요. 물론 현재는 그가 마도련의 전권을 휘두르고있다고는 하나, 대종사가 복귀하고 난 뒤에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소? 결국 그를따르는 자들은 끈떨어 진 연 꼴일테고, 그때에 대종사가 부담스러운 존재인 대공을그대로 두리라 생각하시오? 우 리가 힘을 하나로 합치고, 강경하게 나간다면 대공도우리를 함부로 하지는 못할것이오."
탕
흑사신이 탁자를 소리나게 치더니 벌떡 일어섰다.
"책임지지도 못할말을 함부로 하지 마시오. 저번에 장로들이 몰살 당하는 것을보고도 그 따 위 소리오. 난 말이오...... 대종사와 대공이 같은 무림오천이라고는하나 어쩌면 대공이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오. 무림역사에 그 만큼 강한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었겠소? 난 장 로들처럼 그렇게 허무하게 죽고싶은 생각은없소. 대공에게 대항하려면 흑호문주 혼자서 하 시오. 난 빠지겠소."
그 말을 하고는 몸을 홱 돌려 장내를 빠져나가 버린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그들또한 흑사 신과 별반 다름없는 생각들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거여패가 조심스럽게입을 열었다.
"나 또한 지금은 그냥 지켜보는 것이 좋을 듯 하군요. 우리 냉정하게 생각합시다.어쩌면 대 공이야말로 마도를 부흥시킬 적격자인지도 모르오. 언제까지 정도의 눈을피해 두더지 같은 생활을 할 수는 없지 않소? 만약 대공과 대종사가 서로 부딪히게된다면 난 물러서서 관망할 것이오."
그 또한 일어서서 사라져갔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흑호문주 단야적풍의 입에서분노의 일성 이 토해졌다.
"흥, 소심한 자들. 그래도 명색이 마도8문의 지주쯤 된다는 자들이 그리도 겁이많아서야. 쯧 쯧"
그가 혀를 끌끌 차는 모습을 보며 살막의 막주 살왕이 고개를 내젓는다.
"나 또한 저들과 생각이 같소. 겁이 많다고 했소? 부인할 생각은 없소. 나는말이오. 여태껏 살아오면서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대종사 앞에서도 겁을 내어본적은 없소. 그러나 그 자 는...... 달랐소. 무엇인지 딱 꼬집어 설명할 수는없으나, 그자를 보고 있으면 두렵소. 나도 흑호문주의 제안을 거절하오. 난 아직은살아있고 싶소. 그럼....."
그 또한 일어서서 나간다. 벌써 세명이었다. 이제 남은 사람이라고는 자신을포함해서 다섯 명에 불과하다. 그들 또한 표현을 하지 않았을 뿐 나간 자들과 다르지않아 보였다.
"다른 사람 눈치 볼 것 없소이다. 겁이 난다면 빠지시오. 나 혼자서라도할테니......"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세명이 한꺼번에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는 한번씩흑호문주를 바라보고는 사라져갔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 마도의거두들이라는 마도8문의 종주들 이 한 명의 젊은 고수에게 겁을 집어먹고 꼬리를말다니? 남아 있는 한 사람은 의외로 요화 궁주인 요지선녀(妖指仙女)였다.
"역시 인물은 선녀밖에는 없는 듯 하군요. 이렇게 되면 우리 흑호문과 요화궁의힘만이라 도......"
"저도 가담할 생각은 없어요. 한가지 충고를 드리려고 남아 있었으니깐요."
"뭐, 뭐라고 했소?"
"문주는 지금 이성을 잃었어요. 다시 한번 찬찬히 생각해 보세요. 과연 무엇이문주에게 이로 울 것인가를...... 저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지녔다는 것을 곰곰이따져보세요. 과연 무엇이 저들로 하여금 저런 결정을 할 수 밖에 없게만드는가를...... 어쩌면 말이죠. 우리는 무림역 사에서 몇 안되는 진정한 마웅을대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의 무공, 신위, 사람을 다루고 끌어들이는 흡입력, 과단성, 파격적인 행동까지,그 모든 것 이 문주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겠지만, 어쩌면 우리 마도는 그 이유로 인해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할 지도 모르죠. 그럼...... 저도 이만 가보아야겠어요."
그녀조차 밖으로 사라지자 흑호문주의 얼굴에 절망만이 가득하다.
"이, 이런 비겁자들, 그런식으로 살아남아 얼마나 영화를 누리는지 내 지켜보겠다.대종사가 복귀하면 너희의 이런 행동이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 기대하고 있거라.빌어먹을......"
"문주님, 천인대장께서 오셨습니다."
'뭐라고? 이제는 또 무슨 꼬투리를 잡으려고 왔단 말인가? 이놈들 좋다 한번해보자, 누구 대가리가 단단한지 한번 대갈통 터지게 붙어보자.'
"들어오시라 해라"
천인대장 이시명은 실내로 들어서서는 탁자에 놓여 있는 찻잔들을 쳐다본다. 밖으로나가던 7문의 종주들과 부딪혔으므로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를 짐작한이시명이 흑호 문주를 쳐다보았다.
"광마님이 문주를 부르시는군요."
"무엇이? 대체 그자가 나를 부르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이오? 그리고 나에게 볼일이있으면 자신이 오면 될것이지 누구를 오라가라 한단 말이오? 이대장은 대체 뭐하는사람이오? 대종 사 직속의 친위대라 할 수도 있는 천인대장이라는 사람이 어디서굴러먹던 자들인지도 모르 는 자들에게 휘둘린단 말이오?"
"난, 전했으니 그만 가 보겠소. 한말씀만 드리죠. 대공의 수하들은 하나같이고수들이오. 그 리고 내가 볼 때 대공께서 계시지 않은 지금, 그들의 광폭한 성미를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없소. 웬만하면 성질 죽이시고 가보시는게 여러모로 좋을 듯 하군요.
그리고...... 저는 대종사 직속이기 이전에 마도인이오. 우리 마도련의 성격상,가장 강한자가 대종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만약 대공이 대종사를 누를만큼 강하다면 나는 그 분 을 따를뿐이요. 오시든 오시지 않든 문주께서 알아서하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런 빌어먹을 자식......"
쾅
탁자를 내리치자 두쪽으로 쩍 갈라졌고 그 바람에 탁자위에 있던 찾잔들이 방바닥을뒹굴고 만다. 그는 의자에 몸을 실었다. 마음이 무거워져 왔다. 어떻게 해야 한단말인가?
"내가 끝까지 버틴다면 그 놈들이 취할 행동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내가그들에게 대항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더군다나 다른 7문이 등을 돌린 지금에야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은가? 대체 대종사는 어디 가셨단 말인가?폐관수련을 떠나신다고만 하셨지,
그분이 지금 어디에 계시는지는 아무도 모르지않는가? 차라리 대세를 따르는 것이 목숨을 유지하는 길인가? 후우"
그는 한참을 고심하다가 일각정도가 지난 뒤에 몸을 일으켰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움직였다.
일단은 고개를 숙이기로 한 것이다.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라고판단한 것이다. 그가 마악 밖으로 나가려 할때였다.
"미련한놈!"
"누, 누구냐?"
뒤에서 들려 온 소리에 단야적풍의 몸이 빠르게 돌아서고 어느새 수비동작에 들어가있다.
점점 얼굴이 변해가는 단야적풍,
"다, 당신은?"
"후후 너의 역할은 없을 듯 하구나. 쓸모없는 개에게 먹이를 줄만큼 난, 관대하지않다."
스윽
단야적풍은 상대가 다가선다 느꼈다. 그 순간 자신도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며내공을 끌어 올렸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자신의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새상대는 바로 눈 앞에서 하얀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지 않은가? 그자의 손이 자신의가슴께에 닿아 있었다. 숨이 막혀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 상대의 몸이흐릿해지며 어느 샌가 멀찍이 멀어져 그로서 는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서 있다여겨졌다.
"어, 어이해?"
푸확
단야적풍의 몸은 산산조각나며 찢어졌다. 그 균열들 사이로 피가 솟구쳤고 일부파편들은 벽 이나 천장등에 달라붙기도 했다. 너무나 처참한 죽음이었다.
"후후 잘가거라. 그 동안 수고했다. 네 놈이 살아 있는 것보다는 죽음으로 내가얻는 것이 많 으니......"
스스스스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너저분하게 늘려있는 육편들과 피내음만이 진동할뿐이었다.
★ 통로는 비좁았다. 어둠만이 존재하는, 그래서 들어서는 이도 그 어둠의 일부가되어야만 하 는 그런 곳이었다. 텁텁한 실내의 공기로 이곳이 지하일거라 짐작할 뿐,그 이외에는 아무것 도 느껴지지 않는다.
뚜벅
뚜벅
작은 발의 디딤에도 울림은 사방을 때려가며 진동을 보이고, 그 소리에 맞추어 또다른 걸음 을 준비한다.
"아버님, 이곳에 있단 말이에요?"
"그렇다. 네가 그렇게도 알기 원했던 것이 이곳에 있다."
두 가지 다른 음색이 발자국소리의 여운사이로 고개를 디민다. 하나는 젊은 여자의것이었 고, 또 하나는 나이 든 남자의 것이었다.
"대체 이곳 어디에 그것이 있단 말이죠?"
"후후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찾을 수 없다."
"그런데,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뀌신 거죠? 영원히 세상에 나와서는 안될것이라고하지 않으셨 나요?"
"그랬지. 그렇지만 이제 그 의미마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내가 죽은 뒤에이세상이 어떻게 변하는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지. 게다가 영원히 묻혀질것이라생각하니 왠지 아까운 생 각이 드는구나."
"제가 과연 그것을 지존께 전할 수 있을지......"
"전해야 한다. 이 세상의 그 누구도 그것을 볼 자격은 없다. 그러나 어쩌면 그분이라면 가능 할지도 모른다. 다 왔다."
"다 오다니요? 이곳은 여전히 복도인데?"
"이곳에 있다."
촤악
화섭자에 불이 붙었다. 그 불은 다시금 횃불로 옮겨지며 더 밝은 빛을 일으킨다. 두사람의 얼굴이 드러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들은 사자도왕과 천향옥봉이었다.
"대체 왜 이제야 불을 붙이신거죠?"
"조금전 우리가 지나왔던 통로에는 화약이 설치되어 있다. 그 가운데를 횃불을 켜고왔었다 면 이미 우리는 지하에 묻혀 버렸을 거다."
그의 치밀한 성격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정말...... 이곳에 그 악마의 도법이?"
"그렇다. 세상에 나와서는 안될 악마의 도법이 존재하는 곳이지. 무림역사상 가장잔인하고 강한 도법. 인간을 악마로 만들어 버리는 도법. 너무나 강하기에 금기시된그 도법이 이곳에 있다."
"으음...... 만약 이것을 저들에게 빼앗긴다면......"
"그것은 무슨일이 있어도 막아야한다. 만약 이 도법이 혈마천에 넘어간다면......그들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무림역사에서 가장 패도적인무공을 꼽으라면 천 마의 무공을 첫째로 친다. 거기에 유일하게 비견될만한무공이라고는 셋을 넘지 않을 것이 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대체 무슨 도법이길래, 이리도 뜸을 들인단 말인가? 남도맹의 맹주이자 중원무림의도의 일 인자로까지 불렸던 사자도왕이 두려움을 지닌 도법이란?
사자도왕은 벽면에 붙어 있는 이끼들을 손으로 훑어내렸다. 그 사이로 미세한 틈이보였다.
어찌보면 벽의 균열같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는 그곳으로 자신의 손에들려 있는 도를 끼 웠다. 그리고 힘껏 밀었다.
촥
탈칵
끼이이익
도 자루를 잡고 옆으로 돌리자 듣기싫은 소음이 동반된다.
그르르르릉
도가 한바퀴 회전을 하자, 벽면의 일부가 옆으로 갈라진다. 그리고 그 사이로는야명주의 빛 이 눈부시게 흘러나왔다. 그 안에는 양피지로 된 한권의 서책이 보였고주위로는 피진주와 야명주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사자도왕은 떨리는 손길로 책을잡아갔다. 그다지 두꺼워보이 지도 않는책이었으나 사자도왕은 무거운 듯 힘겹게받쳐든다. 천향옥봉은 호김심이 가득한 눈으로 책의 표지를 바라보았다.
혈영뇌전도법(血影雷電刀法)!
"이것이에요?"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도객들이라면 꿈에서도 보기를 바라마지않는 고금최고의도법이다."
혈영뇌전도법, 사자도왕의 말대로 그것은 무림사 최고의 도법임은 틀림없었다.그러나 그것 을 익히게 되면 악마가 된다. 8성을 넘어서면 반드시 심마가 오고그단계를 극복해야만 진전 이 있다. 이후 삼일을 주기로 심마는 찾아오고 완전히극복하지 않고는 진전이 없다.
지금껏 무림사에 이도법을 익힌사람이 등장한적은 단 세 번이었다. 그러나 그때마다혈영뇌 전도법을 익힌 사람은 심마에 굴복당한, 그래서 인성을 상실한 악마들이었다.그들은 오로지 파괴와 살육만을 즐기는 마인들이었으나 그럼에도 그들의 무공은고금최고를 다툴만했다.
첫 번째 등장한 시대는 천마의 시대였다. 이미 천마가 중원을 비롯해 세외무림까지일통하다 시피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혈영뇌전도법의 주인이 나타났고 그에 의해중원십팔만리가 몸 살을 앓았다. 그에 의한 피의 저주는 끊어질 줄 몰랐다. 결국보다못한 천마교 고수들이 나 서보았으나 그들또한 광인의 제물이 된다. 그때부터사람들은 그를 혈마라고 부르기 시작했 다.
결국은 끝까지 숨기려고 했던 천마교 고수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천마가 이를 알게된다.
그리고 그는 한점 망설임도 없이 혈마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무산에서벌어진 삼 주야 동안 의 혈전! 천마는 혈마를 제압하는데 무려 삼 주야, 만초의생사대전을 펼쳐야만 했다.
그자는 죽기전에 회광반조의 현상으로 잠시 정신이 돌아왔고 천마에게 이렇게말했다고 한 다. "고맙소. 나를 죽여주어서...... 악마의 도법이오. 그것을 찾아없애주시오." 그리고 그자는 죽었다. 혈마가 가리킨 곳에는 비급이 사라지고없었다. 천마는 이후 혈영뇌전도법을 찾기위 해 10만명을 동원하여 중원을 뒤졌지만결국 찾지 못했다. 이후 그것은 전설이 되었다.
"이것은 악마의 도법이다. 그래서 우리가문에서도 대대로 보관만 해왔지 결코익히지 않았다.
한번 익히게 되면 심마를 극복하고 대성하거나, 악마의 노예가 되어혈마가 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익히려 하지 않았다.
이것이 내게 있는 것은 그 누구도 몰랐던 사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것은 너희혈마천은 알고 있었지. 물론 확신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것을 확인하려 했고내 아들이 그 희생 물이 되었던 것이다. 후후 그러나 그애도 이것이 내게 있다는것은 알지 못한다."
사자도왕은 양피지 책자를 품속에 갈무리했다. 그리고 벽을 원래대로복구시켜놓고는 횃불을 꺼버렸다. 그리고 다시 복도를 되짚어 나온다.
사자도왕의 침전에는 두사람이 마주앉아 있다. 천향옥봉과 사자도왕이다.
"아버님, 이총사가 잠시 맹을 떠났으니 지금이야 말로 기회가 온것입니다. 차라리맹을 버리 시고 지존을 찾아가시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면 어디로 가겠느냐? 내 피땀이 서려 있는 이곳을 버림은 곧 내가죽음을 의미하는 것, 수치를 당하느니 그냥 죽음을 맞이하겠다. 차라리 너라도도망을 가거라. 어차 피 이곳에 있다가는 대총사와 맞닥뜨리게 될것이고, 그자의눈은 피할 수 없을거다. 그러니 이 비급을 가지고 너만이라도......"
사자도왕의 얼굴에는 회한의 빛이 가득했다. 제대로 된 후계조차 세우지 못함이못내 아쉬웠 다. 자신의 삶에야 무슨 여한이 있겠는가만은 부족하나 자신의 유일한아들에 대한 애정만은 철혈을 지닌 그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다. 둘은 한참을그렇게 마주보고 있었다.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제가 알기로, 천마교를 세운 천마의 무공에 비견될만한 것은 무림역사에서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사온데......"
사자도왕이 한말에 의문이 들었나 보다.
"그것은 일반적인 얘기이고, 적어도 내가 알기로도 능가하지는 못하지만 필적될만한무공이 세 종은 된다. 그 이외에도 있을수 있겠지만...... 드러나거나 알려진것중에는 그 정도이겠지.
그 하나는 혈영뇌전도법이다. 혈마의 성취가 9성정도였던 걸로 봐서는 대성하면천마삼검에 결코뒤지지 않을거다. 두 번째는 천축의 무공으로묵룡탈혼수(墨龍奪魂手)라는 것이다. 그 위 력은 나도 알지 못한다. 전설적으로전해져 오는 이야기중에 하나가 달마가 말년에 불영륜 (佛影輪)을 창안한 것이순전히 물룡탈혼수를 막기 위함이라 했다.
마지막이 구음진경(究陰眞經)상의 구음마장이라는 것이지. 사실 세가지 모두전해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땅 어딘가에는 존재할 가능성들이 있다. 이외에도 소림의 달마대사 가 창안은 하였으되 그 조차 시전하지 못했다는 불영륜이있고, 혈마천의 삼대마공또한 대단 하리라 짐작만 할뿐 그 위력은 모르겠구나.
세외삼세중의 한곳인 신수궁의 백옥신수(白玉神手), 사황성의 구룡검법(九龍劍法),북해빙궁 의 빙검류(氷劍流) 또한 대단하지. 그러나 역시 최고는 천마의 무공들이다.그는 수백종의 무 공을 창안했고 그 중에 대부분은 초극에 이를 수 있는 무공들이다.물론 그 무공들을 익힌 사람의 자질이나 성취도가 문제겠지만...... 내가 말한것들은 모두 고금무림의 대표적인 무적 절기라 불릴만하다."
사자도왕이 열거한 것 중에 천향옥봉이 들어본것이라고는 천마삼검정도였다.나머지는 지금 처음듣는 것들 뿐이었다. 천마삼검이야 무림인이라면 누구나들어본것이기에 그녀 또한 아는 것이다.
"중원무림의 것은 불영륜하나 밖에는 없는건가요?"
"그렇지는 않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중원의 대문파의 절기들은 하나같이초절한 절기임 에는 분명하나, 그것은 오랜 시간의 고련이 없이는 그 진수를맛보기란 대단히 힘이 든다.
그런 이유로 언급하지 않은것이지 무공자체가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천마삼검 정도에는 많이 뒤떨어지는 것 또한사실이다."
"후우...... 무공이란것이 이렇게 거대하게 느껴질지는 몰랐군요. 세상에 두려운것이 없다 여 겼건만...... 저는 우물안 개구리였는지도 모르겠군요."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그것을 느꼈다는 것만도 대단한 발견이지. 평생을 가도 넓은세계를 보 지 못하는 자들도 많으니......"
"아버님, 전...... 이제 대체 어떻게 해야 하죠?"
"지존을 찾아가거라. 개봉부에 가서 개왕을 찾으면은 지존을 뵐 수 있을거다. 네남편도 지존 을 만나야만 찾을 수 있으니, 한시가 급하다. 어쩌면 지금쯤 대총사가이리로 오고 있을지도 모르지 않느냐? 어서 떠나거라. 아무것도 염려하지말고...... 나중에 마음의 여유가 있거든 네 오래비나 돌봐주거라."
"아......버님"
천향옥봉의 눈에 이슬이 맺혀갔다.
"소녀, 그럼 떠나겠습니다. 부디 몸 조심하십시오."
천향옥봉은 몸을 일으키더니 사자도왕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그런 그녀를바라보는 사 자도왕의 눈에도 어느덧 눈물이 고여갔다.
'내 너를 낳아주지는 않았으나 너를 친딸로 생각했다. 너의 해맑은 웃음을 대하며행복을 느 꼈고, 네가 배신의 비수를 내 심장에 꽂았을 때도 그리 노엽지 않았다.지금 네가 다시 나를 아비라 불러주니 내가 더 무엇을 바라겠느냐? 제발,행복하거라. 그리고 다시는 불행의 늪에 발을 담그지 마라. 내가 죽더라도 너만은행복하기를 천지신명께 빌어보마.'
아버지의 마음이리라. 한때는 희대의 마녀이자 색녀로 아비인 자신의 마음마저갈가리 찢어 놓았지만 이제는 예전의 착하고 귀여운 아이로 돌아왔으니 마음이흐뭇해져왔다. 자신은 죽 지만 딸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혈영뇌전도법을 받아 쥔, 천향옥봉은 가슴속에 그것을 갈무리했다. 그리고는 밖으로사라져 갔다. 이 밤이 가기전에 그녀는 남도맹을 벗어 날 것이다.
★ 참으로 기이한 계집이었다. 갈길로 가라고 자유를 주었더니 오히려 자신의 뒤를따라 붙지 않는가?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해도 신경이 쓰였다. 정도사령대의 뒤를바짝 뒤따르는 그녀 일 행은 한 대의 가마에 그녀를 태우고는 뛰어오고 있었다.남영지부의 괴멸로 정도사령대는 일 정을 바꾸어 계속 남진했다. 그들이 온 세상이어둠에 잠기기 시작했을 때 도착한곳은 남영 에서도 200리 아래인 진하라는마을이었다.
관도상에 자리하는 마을인지라 그 규모에 비해서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곳이었고그런 이 유로 비교적 크다 할 수 있는 객점이 두곳이나 있었다. 정도사령대는 그두곳을 모두 빌려야 만 했다. 그래도 객실이 모자랐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나머지 약100여명은 진하의 외곽지역 에 있는 장원을 빌려서 머물렀다. 그곳은 이곳의최고거부인 진대인이라는 사람의 별장이었 는데 장원의 규모에 비해 거주하는 사람은얼마되지 않았다.
이들이 무림맹의 사람임을 알아 본 진대인이 장원을 거저 빌려주겠다 했으나 그것은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므로 금열냥이나 쳐 주고 빌린 것이다. 도원객점에 이백명,진송객점에 이백명,
진가장에 백명이 거처를 잡았다. 파천은 진가장에 청운학은도원객점에, 진송객점에는 곽운 성이 있어야 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그들이 이곳의 모든 빈방을 빌려버리자 그들 뒤를따라왔던 삿 갓 여인의 일행들이나 이곳 진하에서 하룻밤을 유숙하기로 작정한나그네들이 쉴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위한 배려까지 신경 쓸 파천이아니었는지라 노숙하거나 민박을 할 수 밖에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