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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구음진경(究陰眞經)-3 (65/111)

 65. 구음진경(究陰眞經)-3

 "뭐라고? 대체 그것이 무슨 말이냐?"

 "그 여자의 일행들이 찾아와서는 이곳에서 함께 유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참으로 끈질긴 계집이군. 대체 속셈이 뭐야? 이곳에 빈방이 있느냐?"

 "빈방은 없습니다. 심지어 하인들이 쓰던 방마저 꽉 들어차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얘기하고 돌려보내면 되지 않느냐?"

 "그것이...... 민박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어서 이리 왔다는겁니다. 제발선처를 바란다고  극구 부탁하는 지라...... 그리고 대령사만이라도 뵙게 해 달라고떼를 쓰고 있습니다."

 "어이가 없군. 꽤나 자존심이 센 계집같았는데...... 남궁혁련"

 "네, 대령사"

 "그들 일행들에게 가서, 곳간이나 창고도 괜찮은지를 물어보고 그래도 그들이원한다면 안으 로 들이거라."

 "존명"

 파천의 그 말은 여자의 자존심을 건드려 스스로 물러나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제방에는 그 와 독고무만 있었다.

 "야, 독고무."

 "......"

 "너 왜 대답을 안하지?"

 "내 이름은 독고무가 아니다."

 천마가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그는 뭐가 그리 불만인지 볼이 부어 있었다.

 "너, 설마 그녀들과 떼어 놓았다고 그것이 불만인 것은 아니겠지?"

 "집어 치워라. 자식이 속좁게...... 남 잘되는꼴을 못보는구나. 너 안그런줄알았는데...... 무지 하게 실망스럽다."

 '결국 그것이었군.'

 "너도 양심이 좀 있어라. 그녀들이 그런 일을 당해놓고 지금 네 얼굴을 보고 싶어하겠느냐? 

 그나마 그녀들이 무림인들이니 스스로 자제하는 것 뿐이지, 안그랬다면은아마도 울고불고  난리는 났을거다. 더군다나 지금 이렇게 많은 인원들이 함께움직이는데 그따위짓을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말하고 싶지 않다. 정말 살맛 안 나는군. 난 또 중원에 나오게 되면 재미있는일이많을 줄  알았건만 차라리 맹에 남아 있는 것이 나을 뻔 했군."

 "한가지 물어보자. 너 혹시 구음마장이라는 것 알고 있냐?"

 "구음마장? 글쎄 구음진경의 구음마장을 말하는거냐?"

 "구음진경? 그것은 모르겠고. 구음마장이라고 알아?"

 "알기는 하지. 대단한 장법이다. 극음의 무공중에는 최고라 할만하지."

 "그것을 대성하면 어느정도냐?"

 "대성? 대성하기가 힘이 들지. 구음진경이라는 것 자체가 인체를 무시하고 창안된것이다. 인 간은 누구나 순수극음, 순수극양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들도 양의기운을 가지고 있고 남 자들도 음의 기운을 가진다. 구음진경의 무공은 그것을무시하고 양의 기운이 강성한 남자가  익히는 무공이다.

 양의 기운을 억누르고 그 증폭된 힘과 수십년간 쌓아온 음기를 한꺼번에역전시키는...... 한 마디로 상상속의 무공이지. 그러다보니 역전의 순간에 심마에들면 이지를 상실하거나, 그도  아니면 폐인이 되거나 심한 경우에는 얼어 죽겠지.물론 천고의 기재가 천운이 따라서 대성 한다면 그 위력은 엄청나겠지. 무엇이든얼려 버릴테니......"

 "그것이 나타난 것 같다."

 "그러냐?"

 별로 신통치 않은 기색이었다.

 "파천,"

 "왜?"

 "한가지 말해 둘것이 있다. 지금의 너 수준이라면 구음진경상의 무공을대성한자라도 겁낼  필요가 없다. 아니, 너는 아직 무한정의 발전 가능성이 있다.내가 볼 때 난 네 나이때, 아니  백살때까지도 너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지금의너라면 혈마교의 삼대마공을 극성으로 익힌 자나, 천축의 묵룡탈혼수, 구음진경을대성한자 정도나 상대가 될거다.

 그리고 내 후대의 무공들 중에도 그 정도의 고절한 절예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의너라면 상 대할 수 있다. 넌 지금 초마의 정경에 들어서 있고 조금 있으면 진경까지바라볼 수 있다. 

 무형검의 단계에 들어섰으니 그야말로 세상을 휘돌던 물줄기가대하를 거쳐 바다에 이름과  같다.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다른 지역을 거쳤던 물이지만 바다에 이르니 그 모양이구분됨도  없고, 그 성질이 나누어짐도 없다. 너의 지금 경지는 바로 그런 것이다.무형검의 단계에 들 어섰으니 더 이상 초식이나 무공의 성질에 얽매임이 없는것이다. 오히려 그런것들로부터 자 유롭지 못하다면 진경에 들어갈 수는 없게된다."

 '확실히 다르단 말이야. 어쩌면 저렇게 사람이 달라질 수 있을까? 평상시의 모습은차마 보 아주지 못할 정도로 가벼워 보이다가도 무공에 대해서 얘기가 나오면 사람이달라지니...... 

 저것이 천마를 있게한 근원의 힘이겠지.'

 "내공과 무공의 경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설명해봐라."

 "내공과 경지라...... 참으로 쉽고도 어려운 얘기군. 내공의 성질부터 생각해볼까?전에도 말했 다시피 내공이란 우주의 기운을 소우주인 인간의 몸에 조화롭게 머물게한것에 지나지 않는 다. 기는 경맥을 통하여 유통되고 그것은 단전에 머물게 되지.우주의 기운은 무한정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양과 몸에 채워 놓을 수 있는양에는 한계가 있다.

 경지가 높아진다는 것은 많은 양의 내공을 채워 놓았다는 의미보다는 오랜 시간을통해 경맥 의 체질이 변화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과 좀더 익숙하게 내공을 갈무리하고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아 물론 그렇게 되면 당연히 내공도 높아지지.각 혈도를 유통하는 순서 와 그 방법의 차이에 따라 경맥의 성질이 달라지고 그것은고착화되어 버린다. 이것이 일반 적인 첫 번째 단계이다.

 그 다음 고착화된 경맥은 기의 운행에 의해 점점 그 양의 다소가 변화를 맞게 되고때로는  영약의 힘으로 때로는 운기행공의 익숙함의 정도에 영향을 받기도 하며 점차숙성된다. 대략  3갑자 전후까지가 이에 해당된다. 그 이후에는 내공의 성질을이용하여 선천진기를 끌어내고  그 두가지 힘의 상충과 상합에 의해 경맥의 새로운개선을 보게된다. 이때에야 비로소 백맥 과 세맥의 유통까지 자유롭게 될 수 있는터전을 마련하는 셈이지. 3갑자부터 10갑자까지는  모두 이 단계로 설명될 수 있다.

 그 다음은 우주의 기운을 호흡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모공을 통해서 각 혈도로 직접공급받는  단계가 열린다. 초마의 진경의 단계가 여기서부터 열린다. 내 몸은 더이상 내공을 쌓아두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텅텅비어 있는 것과 다름없다. 단지우주의 기운을 유통시키는 경락이  일체화되어 어느곳에서도 자유롭게 힘이 일어나고소멸된다. 모든 것이 의지로 조화되는 단 계이다.

 내공의 증진은 이때부터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오로지 깨달음이 일어나면 뜻이일어나고  우주의 기운이 일천세맥을 통해 자유롭게 유통되며 발휘된다. 진정한의미의 천인합일인셈이 지. 아무것에도 묶인바 없으니 초식이 필요없고 진정한무도의 대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내 가 내공이 36갑자가 된다고 했던 말은 여기서기인한다.

 그러나 어쨌든 인간은 육체라는 약점을 지닌 존재. 인간의 육체가 받아 들일 수있는 내공의  한계가 36갑자이다. 그것마저 넘어서려면 영적인 교감이 있어야만한다. 우주와 혼연일체를  이루고 시공을 넘나드는 교감이 이루어질 때 우리몸을통해 우주대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 는 것이다. 이것은 나 또한 알지 못하는경지이다.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대충은 알 것 같군. 그렇다면 너는 지금 어떤 단계에 있나?"

 "참으로 기이한 것이 내 몸이 가진 내공은 너보다도 적다. 그렇지만 내공을받아들이고 사용 하는데 더 익숙하지. 그러니 10갑자가 넘어서는 순간 순식간에증폭이 일어나고 곧 바로 초 마의 진경까지 치고 올라간다. 내가 그 모든 것을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아직 내  몸이 그 터전을 마련해 놓지 못하기때문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나?"

 "그런데, 참으로 기묘한 것은 무공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지식으로 그 다음에는익숙한 경험 으로 그 다음에는 지혜로 나가는 듯 하다. 내가 정경에서 진경으로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내 몸이 이미 익숙해져버린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인듯 하구나."

 "그렇지 바로 그거다. 네 의지가 일어나기전에 네 몸은 벌써 반응을 한다. 그것이초마이전까 지는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으나 그 이후단계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는것이다. 몸을 죽여야  한다. 오로지 정심한 일심만을 지녀야만 진경을 맛볼 수있다."

 "진경이란것도......"

 "대령사"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남궁혁련이었다.

 "들어와라."

 그의 뒤로는 여전히 삿갓을 눌러쓴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으응? 뭐냐? 아직도 가지 않았나?"

 파천의 그 말은 상대로 하여금 수치심을 지니게 하는 말이었다.

 "공자. 괜찮으시다면 우리에게 처소를 주시지요. 그러면 후사하겠습니다."

 "으음......"

 파천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대체 우리를 따라 오는 이유가 무엇이냐? 그리고 돈이 있다면 민가를 하루쯤세내는 것은  어렵지 않지 않은가?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군."

 "무슨 말인지는 알아요. 굳이 공자일행을 따르는 것은 아니에요. 우연히 행로가일치한 것 뿐 이고, 그 쪽에서 이곳의 빈방을 모두 잡아 버렸기에 어쩔 수 없어서일뿐이죠. 별다른 뜻은  없어요."

 "혁련, 이들에게 방을 주어라. 단, 사령들이 머무는 방에 함께 거처를 주도록.당신들에게 따 로 방을 배정할 수는 없다. 그리 알고 가도록."

 귀찮다는 듯이 한마디 뱉어내고는 격공섭물로 문을 닫아 버린다.

 "가시지요. 소저."

 여인은 남궁혁련의 뒤를 따랐다. 그의 수하들 이십인도 장원안에 이미 들어와있었다. 사령 들은 방문밖으로 나와서 그들을 쳐다보고 있다. 남궁혁련은 그들스무명을 여러개의 방으로  분산배치했고, 여자는 여사령들의 방으로 인도했다.

 "어서 오세요. 불편하더라도 하룻밤 유숙하기엔 부족하지 않을거에요."

 남궁혜미의 말에 백의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안에는 그 외에도 다섯명의여인들이 더 있 었고 그녀들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는 표정들이었다. 방안으로들어서자 그녀는 한쪽 구석에 가서 조용히 앉았다. 어차피 침상이 자기에게까지돌아오기를 바랄 수는 없기에 바닥에 앉은  것이다. 그녀는 실내임에도 아직 삿갓을벗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을 이상히 여긴 남궁혜미 가 그녀에게 물었다.

 "왜, 그 방갓을 벗지 않으시죠? 편하게 있으세요. 이렇게 함께 있게 된것도 인연인듯 하니, 

 우리 인사나 나누죠. 전 남궁혜미라고 해요."

 그녀의 밝은 음성은 백의여인에게 호감을 띄고 있음을 나타내 준다. 그제야 백의여인이 삿 갓을 벗었고 바닥에 내려 놓았다. 그녀의 얼굴이 드러나자 내실에 있던5인의 얼굴에는 동시 에 놀라움이 떠오른다. 그녀는 색목인이었다. 푸른눈의색목인을 보기란 그다지 쉽지 않았기 에 그녀들의 얼굴에 호기심이 일었다. 그녀는중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절세미인이었다. 그 렇지만 너무나 다른 분위기인지라나이를 짐작키는 어려웠다.

 "제 이름은 사라, 고향은 파사국입니다."

 "그래요? 일행들은 중원인같았는데......"

 "네. 그렇지만 중원출신이기는 해도 중원인은 아니에요. 제가 있는 곳의 대부분은중원이 고 향인 사람들이죠. 저와 같은 파사국출신은 몇 안 되지요."

 "네에......"

 "그 잘생긴 공자님은 무림맹에서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죠?"

 사라의 말에 한쪽에 앉아 있던 남궁아연이 반응한다.

 "그 분은 무림맹의 대령사에요. 무림맹 서열 제2위의 지고한 분이시죠."

 "아...... 대단하신 분이셨군요. 그 나이에 그정도의 위치를 가지기란 쉽지 않은일일텐데...... 

 사문이 대단하신가 보군요."

 "뭐, 그렇다고 볼수도 있겠죠. 그런데 사라님은 무슨 일로 중원에 들어오신거죠?"

 "한 사람을 데려가기 위해서에요. 제게는 아주 소중한 사람이랍니다. 그러나 제힘으로는 그  분을 데려가기가 쉽지 않아요. 옥면신룡이나 천마서생 같은 분의도움이 있다면 모를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천마서생을 만나기란 쉽지 않을거예요. 그 자는 무림에딱 한번  출현했을 뿐이니 어떤 사람이고, 어디에 살고, 어디 출신인지, 그에 관한것이 드러난 것은  하나도 없죠."

 "그 말씀은 옥면신룡은 만날 수 있다는 말인가요?"

 사라의 말에 방안에 있던 여사령들의 눈길이 서로 마주친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한단 말 인가? 대령사께서 감추신 것을 자신들이 말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둘러대자니 왠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남궁아연이 그녀를 쳐다보며 하는 말,

 "그 분은 말 그대로 신룡과 같은 분이라 쉽게 만날 수는 없지만 찾기로 작정하면어려울 것 도 없지요. 소림사와 관계가 있는 분이시니 그 쪽을 수소문해보는 것이빠를거예요."

 남궁혜미와 당소윤등은 그녀의 그 말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너무 지나치다생각했기 때 문이다.

 "고맙군요. 후우......"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중원에 들어오긴 했어도 너무나 낯설고 또한 넓었기에그녀가  찾아야 하는 자의 흔적은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최초의 흔적을발견하게 되었 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정작 만난다해도 그녀로서는 그를 데 려갈 자신이 없었다.

 그녀가 눈을 감고 혼자만의 생각에 몰입해가자 다른 여사령들도 제각기 편한자세로휴식을  취했다. 그녀들은 모두 명문의 후예들이다. 그런 그녀들이 이런 고생을자초하는 것은 일반 의 여자들과 무림의 여협들과는 근본적으로 사고방식이 틀리기때문이었다.

 그들 또한 무림에 적을 두고 있고 문파의 계승을 이었다. 그럼으로 그 구성원으로서문파를  중흥시키고 이름을 드날릴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무림맹의정도사령대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영예라 할만했다. 그들은 적어도후기지수들에게는 선망 의 대상인 선택된 자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가끔씩 밀려오는외로움만은 그녀들이 여자들이 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무림은 여자들이 헤쳐나가기에는 순탄하지만은 않은 곳이었다. 물론 여자들중에서도 일문의  수장이 될 정도의 초극고수가 나오긴 했으나 상당히 드물었다.대부분의 무림의 여인들은 적 당한 시기가 오면 괜찮은 명문의 후예와 결혼을 하여후세를 낳고 키우는데 주력한다. 그럼 으로서 문파간의 화합과 번영을 이루는 역할을하는 것이다.

 지금의 정도사령대 내에서도 이런 움직임들은 엿보였다. 대부분의 여사령들이대사령이나 부 사령들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지만 그것은 꿈으로만 그치고, 같은사령들 중에 자기 짝을 선 택하게 될 것이다. 그들 또한 무림의 명망있는 기재들이니이십년 정도가 흐르면 일파의 종 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종악, 이게 무슨 일이냐?"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종악사령"

 우당탕탕

 한밤의 적막을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소란이 벌어졌다. 그녀들도 그 소리에 놀라몸을 벌떡  일으켰고 방문을 박차고 나갔다. 밖으로 나와보니 백여명의 사령들이모두 나와 있다. 그리 고 그 중앙에는 대령사와 독고무의 모습도 보인다.

 "무슨 일이냐?"

 파천이 종악이라 불리는 자의 몸을 안아들고 다급하게 물었다.

 "큰일...... 괴인...... 모두 위험...... 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고개가 꺾였다. 죽은 것이다. 파천은 그가 죽은 것을 보고는 더이상 머뭇거 리지 않고 몸을 솟구쳐갔다. 그의 몸은 순식간에 어둠가운데로 치솟아올랐다. 어기충소의  신법이 펼쳐지자 장내의 인물들은 그 장면을 멍하니 쳐다보았고그 뒤를 독고무가 뒤따랐다. 

 그 역시 어기충소로 몸을 솟구쳐간다. 사람들의놀라움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었다. 대령 사야 그렇다쳐도 어찌 독고무 공자가 저정도의 무공을? 사라를 비롯한 일단의 무리들도 동 요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파천의천리전성이 들려왔다.

 "모두 대기하고 있어라. 혁련의 지휘로 장원밖으로 나가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그 말이 끝이었다. 사라가 어느새 삿갓을 쓰고는 그녀 또한 밖으로 뛰어갔다.그녀의 뒤를  세명의 노인이 뒤따르고 그 뒤를 17인의 괴인들이 뒤따른다.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장내의 인물들은 초조해져 왔다. 대체 무슨 일이벌어진건 가? 그들의 시야에는 죽어있는 종악이 크게 부각되었다. 이것은 현실인것이다.

 파천이 진하의 객점을 찾았을때는 이미 온통 폐허가 되어 있었다. 제일 먼저 온곳은 진가장 에서 가까운 도원객점이었다. 이미 이곳 저곳이 무너져 있고 혈향만이천지를 장악하고 있었 다. 파천은 안으로 신속하게 접어 들었다. 멀쩡한 사람은하나도 없었다. 거의 백여명에 이르 는 시체들이 즐비하게 늘려있고 대부분이사령들이었다.

 몇사람은 살아 있기는 했으나 부상이 극심해 소생하기는 틀린 것 같았다. 그는빠르게 객점  내부를 살펴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그는 곧바로 진송객점으로 갔다.그곳도 매 한가지였다. 

 다행인 것은 부상이 경미한 자들이 몇 명 있고 치료하면소생할 사람도 보였다.

 "어떻게 된것인가? 부사령들과 나머지 사령들은 어디 갔지?"

 "괴인을...... 추적해 갔습니다. 워낙에 창졸지간에 일어난 일이라 속수무책으로당했습니다."

 "어디로 갔나?"

 [저쪽인 것 같다.]

 어느새 다가온 천마가 파천에게 보낸 전음이었다. 그는 이미 사람이 움직인 흔적을찾아내고  있었다. 파천의 고개가 무섭게 돌아가더니 천마와 함께 시선을 맞추었다.천마는 담담해 보 였으나 파천의 눈은 무섭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천마가 파천에게 전음으로 말했 다.

 [파천 마음을 가라 앉혀라. 흥분하면 안 된다.]

 또 다시 파천의 살성이 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의 것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게강해져버 린 파천의 성격이, 자신의 것이 훼손당하거나 침해를 입게 되면 나타나는현상이었다.

 슈앙

 쾅

 파천의 몸은 어기비행술로 객점의 지붕을 뚫고는 한곳으로 쏘아져갔다. 마치 한줄기혜성의  빠름을 방불케한다. 그 모습을 보고는 천마가 고개를 젓는다. 그도 파천의뒤를 따른다. 한참 이 지나서야 사라의 일행이 도착했다.

 "벌써 떠난 것 같군."

 "공주님! 이 흔적은 바로......"

 "그렇다. 빨리 따라가야 하는데...... 이것 봐요. 대령사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요?"

 부상자를 흔들었다. 그는 힘겹게 눈을 뜨더니 한곳을 가리켰다. 지붕이었다.그곳에는 한사람 이 뚫고 지나갔을 만한 구멍이 보였다.

 "저곳으로 사라졌다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군요. 어떡하죠?"

 "찾아봐야지. 어쩌면 대령사라는 사람이라면......"

 "중원에 이런 고수들이 얼마나 되는지 두렵기만 합니다. 조금전 대령사를 뒤쫓던자도 상상 할 수 없는 고수였습니다. 괜히 중원을 건드렸다가는 천추의 한을남길지도......"

 "어쨌든 흩어져서 찾아봐라. 그리고 흔적을 발견하는 사람은 폭죽을 터뜨려 신호를하도 록......"

 "존명"

 그들은 그 말을 하고는 객점 밖으로 뛰어나가더니 그들이 온 방향을 제외하고세군데로 나누 어 달렸다. 사라는 그런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을은 쥐죽은 듯이고요했다. 두 개의 객 점과 몇채의 민가가 파괴되었을뿐 다른 집들은 멀쩡했다.아마도 집안에서 공포에 잠겨 부들 거리며 떨고 있으리라. 오로지 해가떠올라주기만을 간절히 빌고 있을지도 몰랐다.

 파천은 땅에서 일장정도를 떠 오른채 공중을 날고 있었다. 그의 시선에는 간간이보이는 시 체들이 잡혔다. 때로는 십여명씩 무더기로 죽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모두정도사령대의 사 령들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지 않은가? 그들정도의 고수들이 한명에게 이처럼 어이없는  떼죽음을 당하다니...... 파천은 부령사들의 성급함에분노가 치밀었다. 자신들로서는 도저히  당해내지 못할 것 같으면 추격은 포기하는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 놈의 정도놈들의 쓸데없는 오기라니......'

 그랬다. 그들은 동료들의 죽음에 분노했고 설사 모두가 죽는한이 있어도 물러서지않는 것이 다. 파천은 속도를 배가했다. 파천의 뒤로 바짝 따라오던 천마와 순식간에거리가 벌어져버 린다. 그것을 보고 천마가 입맛을 다셨다.

 '괴물같은놈, 이 놈의 내공을 빨리 올려놓든가 해야지 원...... 천마의 체면이 말이아니네.'

 그도 온 힘을 짜내어 파천의 뒤를 쫓았다.

 "물러서지 마라. 놈은 한명이다."

 그 외침이 공허하게 들려오기 시작한지는 오래이다. 400명의 정도사령대 중 이제살아 남은  자들은 고작 백명도 되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비교적 상처가 적은 청 운학과 곽운성도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고 그곳은 새하얗게서리가 맺혀 있는 듯 했다. 어떤 이는 한팔이 얼음조각처럼 터져나가더니 우수수떨어지기도 했고 머리통이 통째로 얼어터지 기도 했다. 이제는 누구도 섣불리 먼저덤벼들지 않았다. 단지 괴인을 포위하고 있을 뿐이었 다.

 "빌어먹을...... 저 놈은 사람도 아니다. 어찌 인간이 이리도 강할 수 있단말이냐?"

 "역시 남영지부를 괴멸한 것은 이놈이 분명하오."

 곽운성과 청운학은 서로를 쳐다보며 이를 갈아 붙였다. 포위망의 가운데에는 한명의괴인이  서 있었다. 그는 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검은색 동자가 보이지않는다. 마치 달 빛으로 가득차 있는 듯 했다. 붉은 적포는 여기저기가 찢어져있었고 그것이 상처로 인함이  아님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오랜 노숙 생활로저절로 옷이 낡아 찢어졌음을 알 수 있 다. 사령들이 덤비지 않자 그도 달만을쳐다보고 있을 뿐,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였다. 저곳 하늘 어딘가에서괴이한 파공성이 울리기 시작했고, 괴인의 몸은 눈에 띄게 긴 장하더니 그 하늘을쳐다본다.

 고오오오

 "대, 대령사시다."

 "독고공자도 오셨구나."

 "대령사를 뵙습니다."

 살아남은 정도사령대의 음성은 울분과 서러움에 젖어 있었다. 다른 동네에놀러갔다가 이유 없이 몰매를 맞은 꼬마아이가, 자신의 동네 사람을 만나자 토해내는듯한 칭얼댐 같았다.

 허공중을 걸어내려오는 파천의 신위는 달빛에 어울려 더욱 신비롭게 빛나고 그런그를 바라 보는 괴인의 얼굴에는 분명히 긴장이라 할 만한 경계심이 떠 올라 있었다.파천의 시선이 땅 에 내려서자마자 괴인에게 못박힌 듯 움직일줄 모른다. 뒤에 선천마도 그 녀석을 쳐다보았 다. 천마의 전음이 이어졌다.

 [구음진경을 익힌 놈이군. 광인이다. 꽤나 대단한 놈인 줄 알았더니 애송이였군]

 과연 천마다운 말이었다. 세상에 눈 앞의 괴인을 애송이라 부를 만한 사람이 과연몇이나 되 겠는가?

 [애송이지만 무시무시한 흉기를 지니고 있다면 얘기는 틀려지지. 저 녀석 처참한죽음을 내 린다. 감히 한참을 써 먹을 수 있는 수하들을 이리도 무참하게죽여버리다니......]

 "곽운성, 청운학"

 "네, 대령사"

 "명을 받드옵니다."

 "너희들은 대체 뭐하는 자들인가?"

 "네?"

 "누구의 명으로 정도사령대의 목숨을 이리도 값없이 소모시키라 했나? 그리고상대가 아니다  싶으면 물러 설 줄도 알아야지, 자네들의 고집으로 모두를 죽음으로몰아넣으려 했는가?"

 파천의 호통소리에 둘의 고개는 점점 바닥으로 내려갔고 다시는 올라올 줄 모른다.사룡중  이룡, 더군다나 둘 다 소림과 무당의 지고한 배분의 소유자들이지 않은가?그런 그들을 어린 애 나무라듯이 다루는 그의 말은 조금 지나치다 할 수도 있었으나전혀 그렇게 생각되지 않 는다. 본인들조차 그렇게 느끼지 않았음이니......

 "정도사령대는 뒤로 물러서라. 부상자가 있거든 응급치료를 하고, 그리고 잘 봐라.무공이라 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이후에 정도사령대의 이런 나약한 모습을 또본다면 스스로 해체 할  것이다."

 파천은 괴인을 향해 걸음을 내 딛었다. 그러자 그 괴인도 똑같이 뒤로 물러선다. 그모습을  본 사령대의 사령들은 놀라 입을 쩍 벌렸다. 한번도 뒤로 물러서는 것을본적이 없기 때문이 었다. 저 놈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상대가 엄청난강자임을.

 "너를 어떻게 죽여주랴? 감히 내 수하들을 이렇게 많이 죽여 놨으니 네한목숨으로는 양이  차지 않는데 어떡하지?"

 그는 계속 다가갔고 괴인은 계속 물러선다. 참으로 기이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것이다.

 "죽어간 사람만큼 너를 잘게 부수어주마. 몇백번을 고쳐죽으며 네 잘못을 곱씹어보아라."

 푸확

 파천의 몸이 순식간에 흐릿해지는가 했더니 어느새 괴인앞에 당도해 있었고 오른쪽손바닥이  상대의 기문혈을 때리고 연이어 왼손이 거궐, 오른손이 다시 옥당을순식간에 쳐낸다. 마치  빛이 번쩍하는 듯 느껴졌을 뿐이었으나 한치도 틀림없이상대의 혈도를 때린다.

 "캬악"

 괴이한 소리를 내지르며 괴인은 뒤로 삼장여나 날아가더니 땅바닥을 뒹굴었다.그러나 여전 히 멀쩡한 모습으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크르르르"

 마치 늑대의 낮은 울음소리를 연상시키는 괴음을 토해내며 상대는 검은 동자가 없는눈을 치 켜뜬다. 그 모습에 파천이 고개를 갸웃했다.

 [파천, 육장으로는 어림없다. 놈의 육체는 금강불괴에 가까워져 있다. 웬만한강기로는 상처 조차 생기지 않는다.]

 천마의 말에 그제서야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떠냐?"

 파천의 몸이 언뜻 움직인다 느껴지자.

 "캬아"

 울부짖으며 손을 떨쳐냈다. 하얀 구름기둥이 쏟아져나오는 듯 했다. 멀찍이 떨어져있는 사 령들까지 한기에 몸을 떨어댔다.그러나 어느새 파천은 괴인의 등뒤에 돌아가 있었고 그의  발이 괴인의위중혈(무릎의 뒤쪽)을 밟자 괴인의 몸이 주저앉고 그 순간 오른손이 대저혈(승 모근아래쪽, 어깨부분)에 대어졌다.

 푸확

 파천의 손바닥에서 수강이 치솟으며 상대의 단단한 피부를 찢어 놓았다. 어김없이터져나간 다. 괴인의 몸이 설사 금강불괴라해도 파천의 지금 공격에는 멀쩡할 수없으리라. 신경과 근 육마저 파괴하며 돌진한 강기는 어깨뼈를 허옇게 드러내 놓고있었다.

 "캬악"

 괴로움의 비명을 지르며 무너진다. 그러나 괴인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틀며 뒤로팔을 휘저어  파천을 후려쳐 갔으나 어느새 천마의 앞에 서 있는 파천이었다.

 "내가 말했지. 수백조각으로 나누어 준다고. 이제 시작이다. 고통이 지겨워질 때너를 죽여주 지."

 관전하고 있던 사령들은 연신 몸을 떨어 대었다. 자신들이 대적해보니 괴인은 이미인간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괴물이라 여겨졌는데, 지금 파천은 마치 어린애를농락하듯 하지 않 는가? 대체 대령사의 무공의 경지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그리고 저패도적인 기도와 잔인함 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괴인은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주물렀다.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는 그것을바라보더니 계 속 주물렀다. 그의 손이 새하얗게 변한다. 그리고 역시 새하얀 안개가피어오르고 이내 상처 가 아물어가지 않는가?

 "응?"

 "아니, 저럴수가?"

 모두의 놀람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었다.

 "저놈, 대단한 재주를 지녔는데?"

 [구음진경의 효능이지. 한번에 치유하지 못할정도의 상처를 입지 못하는 한, 놈을죽이지는  못한다. 목을 자르고 심장을 파괴하고 오체분시를 하여 따로 땅에다 묻어놓아야 안심이 될  놈이야. 크크크크]

 천마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연신 웃어댔다.

 [빌어먹을 놈! 뭐, 저런 괴물이 다 있담. 할 수 없지. 밑천을 꺼내 놓을 수 밖에]

 "캬캬캬캬"

 아마도 괴인이 웃는 것이리라. 참으로 기분 나쁜 웃음이군. 파천의 얼굴이꿈틀거리며 구겨 졌다.

 "아예 그 웃음을 울음으로 바꾸어주마"

 파천은 손을 내밀었다. 새하얀 검이 치솟아 오른다. 빛나는 검의 형상이 나타나자장내는 술 렁이고 있었다.

 "전......전설의 무형검이다."

 "무형검"

 "오오"

 그들의 경악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검을 익힌 검사라면 한번쯤 꿈꾸어 보는무형검, 그러 나 한번도 무림에 그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물론 그 경지에 이른사람은 있었겠지만  그들조차 굳이 무형검을 시전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일지도몰랐다. 파천의 무형검을 보고, 

 괴인은 두려운 듯 뒷걸음쳤다.

 "후후 상처를 스스로 치유한단 말이지? 좋아 얼마든지 해봐라."

 슈웅

 파천의 무형검이 손을 떠났다. 손을 떠났다 느낀 순간 이미 괴인의 몸을 꿰뚫고있었다. 허 벅지를 관통해 버린 것이다.

 "캬악"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허공을 선회한 무형검은 또 다시 괴인에게 쏘아졌고 괴인은마주 대 항했다. 그의 손바닥에서는 예의 하얀 구름기둥이 쏘아져나오며 무형검에맞서갔다.

 퓩

 너무나 간단히 뚫어버리는 무형검이었다. 애초에 아무런 저항감도 느끼지 못하는 듯허공을  가르듯 지나쳐버리고 이번엔 괴인의 왼쪽 허벅지를 관통한다.

 "캬악"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는 괴인은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나 누구하나 동정하지않는다. 

 어느새 무형검은 사라져 버렸다. 파천은 고통의 비명을 질러대는 괴인을찬찬히 살펴갔다. 

 워낙에 상처가 커서인지 쉽사리 아물지는 않았으나 역시 점차로치유가 되고 있었다.

 "후후 대단하군. 천하에 이런 비결이 있을 줄이야."

 천천히 손을 괴인에게로 향했다. 그의 손끝에서 휘황한 빛이 쏘아지고 그것은꿈틀대는 괴인 의 허벅지를 재차 뚫어버린다.

 퍽

 퍽

 퍽

 마치 장난이라도 치는 듯이 파천의 금강신지가 연이어 쏘아졌다. 괴인은 고통으로땅을 데굴 데굴 굴렀으나 파천의 금강신지는 멈춤이 없었다. 어디 치유할려면해보라는 식이었다. 그  모습에 장내의 인물들은 얼굴을 찌푸리고 만다.

 "대협!"

 휘리리릭

 사라였다. 그녀가 괴인의 앞을 막아서고는 파천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뭔가? 네가 왜 내 앞을 막는거지?"

 싸늘한 파천의 말에 사라는 온몸이 떨려옴을 느껴야만 했다. 마치 딴 사람을 대하는듯 했 다.

 "이 사람을 제게 넘겨주시면...... 안 될런지요."

 "안된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끊어버리는 말이었다.

 "제가 찾고자 하는 사람이 바로 이 사람입니다. 어떤 요구도 수용하겠으니......"

 "비켜라. 그러지 않으면 너희들도 함께 죽인다."

 "대......협"

 피슉

 파천의 금강신지가 사라의 삿갓을 날려버렸다. 그녀의 용모가 달빛아래 완전히드러나는 순 간이었다. 그녀의 용모에 파천이 언뜻 놀라는 듯 했으나 이내 태연한모습을 보이고 오히려  더 냉랭해지고 만다.

 "그 자를 살리고 싶다면 나를 죽이면은 된다. 그 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석은 내 손 에 죽는다. 다시 한번 말하지. 비켜라."

 "대협 제발 선처를......"

 한명의 노인이 앞으로 나서며 하는 말이었다.

 파앙

 "으악"

 피떡이 되어 날아가는 노인의 모습은 처참한 것이었다. 파천의 장력은 조금의사정도 보아주 지 않았다. 사라는 처연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어찌 할수 없는 상황앞에 절망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놈은 정도사령대 300명을 죽였다. 뿐만 아니라 무림맹 남영지부를 괴멸했다.그것을 알 고 있는 네가 감히 내게 그자를 살려달라 말한단 말인가? 비켜라. 네가그자를 찾으러 왔던, 

 네게 소중한 사람이건,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내가 네사정을 봐 줘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사라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눈물이 가득한 얼굴을 쳐들고는 애처로운 목소리를흘려내었 다.

 "백번죽어도 마땅하지요. 그렇지만 제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은 보지 못하겠군요.저도 함께  죽여 주세요."

 사라의 수하들도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고 죽음을 청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놈들이군. 죽여달라면 못 죽일까봐 그러느냐?'

 [파천, 진정해라. 너 뒤에는 정도의 애송이들이 널 지켜보고 있다. 저놈들을 모두죽인다 면...... 과연 누가 너를 정도인으로 보아 주겠느냐?]

 '제길......'

 "대체 너하고 저놈하고는 무슨 관계냐?"

 "제...... 하나밖에 없는 오빠입니다."

 "오빠? 흐음...... 저 놈이 구음진경의 무공을 익힌것도 알겠구나."

 "네......"

 "그리고 무림맹지부가 괴멸된것도 네 오빠가 한짓임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우리를따라 붙

 은것도 이유가 있어서였군.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저놈이 우리를공격하리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현재...... 오빠의 상태는 정상이 아닙니다. 오로지 본능적으로 피를 그리워하고사람이 많은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나서 살수를 펼치죠. 오빠의 행로를 짚어 보았을때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을 맴돌고 있었고 당연히 당신들의 일행이 관심을 끌리라여겼죠."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모든 것을 예상하고, 일언반구도 없이 천연덕스럽게 일행중에 포함 시켜줄 것을 간청하고 그리고 자기 목적을 이룬다. 그리고는 자신의오빠라는 이유만으로 살 려줄 것을 간청하니, 참으로 뻔뻔스런 계집이었다. 만약뒤에 사령들만 없었다면 당장 눈앞 의 일행들을 쳐죽였을 것이다.

 "내가 저놈을 살려주리라 여기는가?"

 "살려줄 리가 없겠지요. 대신...... 제 말을 다 듣고 난 뒤에도 제 오빠를죽이시겠다면 어쩔  수 없겠죠."

 "듣기 싫다. 빨리 사라져라. 내가 그렇게 자비로운 사람이 아님을 드러내기전에......"

 사라는 파천의 모습을 올려다보며 새파란 눈을 치켜뜨고 전음을 보내고 있었다.

 [전 북해빙궁의 소궁주예요.]

 [뭐라고? 세외삼세중의......]

 [네, 제 오빠를 살려주시면 한가지 청을 들어드리죠. 궁주이신 북해검왕, 제아버지에게는 하 나밖에 없는 유일한 아들입니다. 만약 이유야 어떻든 대협께서 제오빠를 죽인다면 바로 북 해빙궁은 중원무림을 향해 칼을 뽑을 겁니다. 지금과 같은복잡한 때에 북해빙궁을 적으로  삼는다면 대협이나 무림맹으로서도 좋을 것은 없지않겠어요?]

 [어차피 적이지 않은가?]

 [천만에요. 만약 대협이 제 오빠를 살려주신다면 앞으로 삼년간은 무슨 부탁이든북해빙궁이  대협을 돕도록하죠. 이정도면은 사령300명의 목숨 값은 되지 않을까요?]

 참으로 당돌한 계집이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파천이 그녀의 말에 구미가당긴다는  것이다. 어차피 죽은 놈들은 다시 되살릴 수 없으니, 저 미친놈 하나죽여보았자 현실적으로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그렇지만 북해빙궁을 삼년 간 이용할수 있다면...... 엄청난 유혹이었 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 해보나마나 였다.그렇다고 좋다고 날름 받아 삼키는 작태를 보일  수는 없는 노릇.

 [으음...... 네 오빠는 죽어 마땅한 악행을 저질렀다. 그러나...... 인간에게는누구나 실수는 있 는 법. 또한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니 용서 받을 수도 있겠지.그렇지만 내 입장에서는 사령 들의 억울한 죽음을 보상해 주어야 한다. 그렇기에이후 북해빙궁의 모든 전권을 삼년간 나 에게 양도할 것을 약속하고, 그 증표를남겨야 한다. 그리고 이후 삼년 간 네 오빠는 내가  데리고 있겠다. 어떤가?]

 [좋아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생긋 웃으며 대답한다.

 '북해빙궁이라...... 생각지도 못한 소득이군......'

 파천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삼키느라 힘겨워 했다. 문제는 이 순간을 어떻게 무마하느냐다. 

 조금 전 까지 죽일 놈, 살릴 놈 해대다가 멀쩡히 살려주겠다고 하면의심을 사기마련이다. 

 더군다나 사령들의 죽음의 원흉이니 사령들이 공감할 수 있는이유를 대어야 하는 것이다.

 "모두 말해보라. 사령들은 내가 어찌 했으면 좋겠는가?"

 파천의 그 말은 의외였는지 사령대에 묘한 동요감이 물결쳤다.

 "소저의 처지는 동정이 가지만...... 어디까지나 이 모든 일에는 분명한 인과를따져야 할 것 입니다. 괴인의 이유 없는 살행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없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맹으로 압송을 하시든지, 아니면 대령사의 권한으로 이자리에서 즉참해야 합니다."

 곽운성의 말이었다. 그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고 몇몇은 살기 찬 시선으로괴인을 쳐 다본다.

 '역시 힘들겠군.'

 [야, 천마. 이 놈을 살려야겠는데 무슨 좋은 수가 없냐?]

 천마는 이미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채고 있었다. 저 미친놈을 살려주는 댓가로파천이  거절하기 곤란한 댓가를 저쪽에서 제시했을 것이다. 머리 좋은 천마가 그쯤짐작 못할 사람 은 아니었다.

 "제가 한 말씀드리겠소."

 독고무가 점잖게 나서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린다.

 "저자의 행동은 분명 용서받을 수 없는 짓임엔 분명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그의이지가 상실 된 지금에 스스로의 잘못도 모른 채 죽임은 너무 부당할 수도 있습니다.그래서 제 생각에는  저 사람을 치료해서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한 뒤에 그잘못을 묻는 것이 옳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명실공히 무림맹은 무림의 정기를수호하는 유일한 세력이오. 언제나 공평무사 한 행위를 해야하고 이에 정도사령대가앞장서야 함은 당연할 것이오. 그래서 지금 즉참 함 은 옳지 못하고, 저자의 치료가끝난 뒤에 다시 죄를 묻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에 또다시 술렁이는 사령대, 그리고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청운학은그 말에  깊이 공감하는 바가 있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저자를 죽임은 사령들의 죽음을 값없이 헛되게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차라리 치료 후에 정상인이 되었을 때 스스로의 잘못을인정하고 죄를 받 게 한다면 그들의 넋을 위로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파천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으음...... 좋다. 내 생각도 그렇다. 우리가 감정적으로야 이 놈을 찢어 죽여도양에 차지 않 겠지만, 어디까지나 우리는 정도의 맥을 지켜가는 마지막 보루이지않은가? 그러니 응당 그 에 걸맞는 판단을 해야 옳을 것이다. 독고공자와 청운학부사령의 뜻에 따르도록 하겠다."

 곽운성은 막 뭐라고 반발하려 했으나 이미 대령사의 최후 결론이 내려진 이상에는어찌 할  수 없음을 느꼈는지 주저하다가 입을 굳게 다물어 버린다.

 [자, 이제 네가 약속을 지킬 차례다. 일단 처소로 돌아가자.]

 "독고공자. 저 광인의 혈도를 짚어서 데려 오라."

 "네, 알겠습니다."

 "부령사들은 사령들을 수습해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시신들을 수습하라. 그리고 즉각맹에 이  소식을 전하라."

 "존명."

 그들은 바로 진가장으로 돌아왔다. 진가장에 머물고 있던 100여명의 사령들은 일의전말을  듣고는 분노로 몸을 떨었고 고락을 함께 했던 사령들의 죽음에 침통한분위기였다. 그러나  그러고 있을 새가 없었다. 파천의 명에 따라 시신들을 수습하고부상자들을 치료하기에 분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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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잘보내셨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며칠 쉬었더니 몸이 가뿐하네요.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매일 연재의 약속은 62편으로 깨어졌군요.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하네요.

 앞으로도 매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께요.(못 올릴 수도 있습니다.)

 제게 질책이나 질문, 또는 제안을 하실분들은 요 근래 새로생긴 홈피가 있거든요. 제 글을  퍼가시는분들이 여덟분 계시는데, 그 중에 한곳입니다.

 그곳에 채팅방에 오시면 성심성의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시간은 주로 자정전후가되겠네 요. 감사합니다.

 www.megapass.co.kr/∼cjsdidwl백군아 잘했지? 무적검객 어제 빨리 사라져서 미안했다. 

 글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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