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탈 출 - 2
마치 숲 전체가 하나로 꿈틀대는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횃불이 밝혀지고 그것은 한점을 따 라 숲 전체를 관통했다. 무수히 많은 불빛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본 독고한천은 드디 어 굳어 있던 얼굴을 펴며 웃음을 짓는다.
"하하 드디어 걸려들었구나. 아직은 좀더 발악을 해 보거라. 내가 널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해 뒀으니 말이다. 그러고 나서 지쳐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때, 영원토록 잊을 수 없는 수치 를 안겨주마. 후하하하하하"
독고한천의 내공을 실은 웃음은 밤하늘을 가로질러 숲 전체를 뒤흔들었다. 천향옥봉도 달리 면서 그 웃음소리를 들었다. 그 웃음이 누구의 것인지를 알게 된 천향옥봉!
"빌어먹을 놈! 좋다. 지금은 네가 웃지만 내가 여기만 빠져나간다면......"
과연 빠져나갈 수 있을까? 그나마 남아 있던 탈출의 성공률마저 땅으로 곤두박질쳤고 사실 상 가능성은 전무했다. 그녀는 요행을 바라는 성격이 아니었다. 결국 그녀는 독고한천을 위 해 마지막 한 수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후후 네 놈이 좋아하는 꼴은 보아 줄 수 없지. 차라리......"
그녀는 더 이상 독백을 흘려낼 수 없었다. 첫 번째 장애물이 나타난 것이다. 그녀의 앞을 막아선 자는 다른 하수들처럼 넘어 갈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검은 장포를 바람에 날리 며 서 있는 삼인은 그녀도 잘 아는 인물들이었다.
"너희들도...... 이 일에 동원되었나?"
그 자들은 말이 없었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가 달빛을 받아 번들거린다 여겨졌다. 눈을 살 짝 아래로 깔고 있는 자들은 있는 듯 없는 듯 느낌이 없었다. 그 중에 한 명이 입을 떼며 말했다.
"영주...... 그만 갈 때가 된 것 같소."
"호호 좋다. 그렇지 않아도 너희들의 실력이 궁금했었다. 시작할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눈앞의 삼 인이 얼마나 강한지를...... 혈마천의 세 마리 핏빛 늑대인 삼혈랑(三血狼)을 처음부터 만났다는 것은 그녀로서는 불운이었다.
세 명은 일정한 간격을 벌리고 서 있었고 아무런 예비동작도 없이 손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천향옥봉의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삼혈랑의 손으로 갔다. 그들의 장기는 조법이다. 혈랑조 라 불리는 그 조법이야말로 그들을 대총사 직계의 마혼대(魔魂隊)의 일원이 되게끔 한......
아! 그러고 보니 저들이 나타났다는 것은? 천향옥봉의 음성이 떨려 나왔다.
"대......대총사도 왔느냐?"
대혈랑이 씨익 미소지었다. 그 모습을 본 천향옥봉은 몸에서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듯 했 다. 일은 틀어졌다. 하늘을 나는 새가 되지 않는 한은 도저히,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 다.
"좋아. 속전속결이다."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앞으로 돌진해갔다. 삼혈랑이 장악하고 있는 전면을 무작정 치고 들 어간 것이다. 이미 사방에서 혈마천의 인물들이 모여들고 있었기에 더 이상 머뭇거린다는 것은 위험을 자처하는 것이라 판단되었다.
천향옥봉은 앞으로 쏘아지는 탄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두 장심을 가슴으로 모아들이며 쫘악 펼쳤다. 그녀의 손에서는 유백색 강기가 어둠을 걷어내며 뻗어나갔다. 삼혈랑은 각기 몸을 흔들어가며 그녀에게 마주쳐오는데 두 손을 교차하며 양쪽으로 벌렸다가 새의 날개처럼 쫘 악 펼친다. 그러자 허공으로 몸이 솟구치고 두발이 자연스레 몸을 뒤따라오며 오므려졌다.
그리고는 앞으로 이동해가며 펼쳤던 손을 일조혈월(一爪血月)의 수법으로 찍어왔다.
손끝은 묵청색으로 물들어 있어 보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했다. 순간에 세 방향으로 찢어지 는 신속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고 조법의 악독함 역시 일절을 다툴 만 했다. 그러나 그들 정도에 쓰러질 천향옥봉은 아니었다. 그녀의 몸은 한바퀴 휘돌아가며 몸을 재차 튕겼고 그 들의 공격은 헛되이 허공을 할퀴었을 뿐이었다. 어느새 그녀의 위치는 삼혈랑의 위에 떠 있 는 형국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밑으로 한 채 대혈랑의 대머리를 향해 손을 뻗쳤다.
"호호 잘가라"
펑
그녀의 독문수법이라 할만한 암투명조(暗投明調)의 면장(眠掌)이 쏘아진다. 아무런 기척도 없었지만 그 속에는 살을 가르고 뼈를 부수는 위력이 숨어 있었다. 대혈랑은 그것을 알기에 함부로 대적하지 않고 피하려 했다. 그 순간 이혈랑과 삼혈랑이 각기 천향옥봉에게 조법을 휘둘렀다. 그들의 손끝에서는 한자 가량의 기운이 흘러나와 허공을 시퍼렇게 물들인다.
휘잉
그들은 천향옥봉이 당연히 공격을 멈추고 수비세로 돌아서거나 피하리라 여겼다. 그러나 그 들의 이런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천향옥봉은 단지 몸을 팽이처럼 회전시키며 더욱 가 속했고 그녀의 면장은 그대로 머리를 뒤틀어 피해가는 대혈랑의 어깨를 때려버린다. 그 순 간 두명의 혈조가 그녀의 왼쪽 옆구리와 등에 충격을 준다.
"컥"
"으음"
두 마디의 각기 다른 신음성이 터져나오고 그들은 제각기 다른 방향을 점유한 채 몸을 세웠 다. 대혈랑의 상체는 박살이 나 있었다. 어깨가 부서지며 뼈 조각이 심장을 갈라버린 대혈 랑은 즉사했다. 앞으로 고꾸라져 있는 그의 몸에서는 연신 피가 흘러나온다. 두명의 혈랑은 천향옥봉을 돌아보았다. 그녀 또한 무사하지는 못했다. 옆구리와 등에서는 피가 스며나와 옷을 적시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다지 심한 부상은 아닌 듯 재차 몸을 솟구치며 그 둘을 공격해 온다. 둘은 빠르 게 시선을 마주치며 양쪽으로 갈라졌고 발을 구르며 천향옥봉을 공격한다. 한 명은 상체를,
또 한명은 하체를 휩쓸어 왔다. 천향옥봉은 몸을 허공에서 비틀며 양다리를 휘둘렀으며 그 녀의 두발은 너무나 교묘하게 둘의 혈조를 옆으로 흘려버린다. 그리고 드러난 그들의 허점 에 천향옥봉의 면장이 깊숙이 박혀 들었다.
펑펑
"으악"
"컥"
잘 마른 장작이 터져 나가는 듯, 튕겨져 가는 둘의 몸은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상세임을 알 게 해 준다. 천향옥봉은 그런 그들에게 더 이상 공격을 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목표는 이곳 을 벗어나는 것이지 그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리하게 그들의 공격을 몸으로 받은것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함이었다.
팍
그녀의 몸은 다시 솟구쳐갔다.
"잡아라. 저기다."
"호르르륵"
순식간에 삼혈랑을 물리친 천향옥봉은 빠르게 장내를 벗어난다.
★ 파천은 어이가 없었다. 녀석의 혈도를 풀어놓고 나자 또 다시 발작을 일으킨 것이다. 녀석 은 제 동생도 못 알아보고 자신을 제지하려 하는 사라를 공격하기까지 했다. 파천은 어쩔 수 없이 녀석을 때려 눕혀야만했다. 몇 번의 발길질과 주먹질에도 거뜬히 버텨내는 놈의 신 체를 보고는 기가 질릴 정도였다. 그래서 결국은 동생인 사라가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녀 석에게서 '악'소리가 날 때까지 두들겨 팼다. 매에는 장사가 없다고 결국 그 녀석도 물에 빠 져 허우적대는 놈처럼 몸을 비틀어댔고 한참을 더 두들겨 팬 후에 상태를 살폈다.
그제야 놈의 눈에 두려움의 기색이 스쳐간다. 몸이 아무리 철골동피(鐵骨銅皮)의 상대라 해 도 타격으로 인한 아픔은 느끼는 것이고 그것이 중첩되다 보니 허물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지를 상실한 광인에게도 본능적인 두려움을 가지게 했다. 파천을 바라보는 시선에 는 사자를 만난 늑대의 움츠림이 담겨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라나 천마를 바라볼 때는 살 기를 드러내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참으로 기가 막힌 놈이야. 구음진경상의 무공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군. 그 정도 얻어맞았 으면 동인이라도 노골노골해 졌을텐데...... 야, 근데 이런 놈을 데리고 다닌다는 것이 말이 되냐?"
여전히 그 녀석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누구에게 인지 모를 말을 했다. 녀석이 언제 발작 을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잖습니까? 저 녀석은 정상인이 아니니 말입니다. 위험부담은 상당하겠는데요. 언 제 저 녀석이 덤벼들지도 모르고......"
[파천, 차라리 정신을 제압 해 버려라.]
[정신을 제압하라고?]
[그래, 천마섭혼술이면 저 광인이라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그렇긴 하지만...... 의노가 있으면 치료가 가능할지도 모르는 녀석인데......]
[괜히 치료해 주는 것보다는 너의 충실한 수하로 부려먹는 편이 훨씬 낫지 않겠느냐? 북해 검궁을 상대함에도 그것이 나을 것 같고......]
[그것은 그렇긴 하다. 그럼 그렇게 할까?]
파천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사라. 이 녀석은 우리에게 맡겨두고 그만 가서 자거라."
"네?...... 네, 알았어요."
그녀는 다시 한번 광인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 속에는 애틋함이 가득했으나 광인은 그것 을 전혀 모르는 듯 했다. 그녀가 밖으로 사라지자 파천과 천마는 서로를 쳐다보며 의미심장 한 미소를 짓는다.
"네가 할래? 내가 할까?"
파천이 천마에게 하는 말이었다. 천마는 고개를 설래 설래 흔들었다.
"나는 이미 얘기했다시피 그런 것 따위 흥미 없다. 수하를 두는 것도 불편하고, 그리고 지금 시대는 어쨌든 너의 시대잖아? 나는 남의 밥상에는 관심 없다."
그 말에 파천은 광인에게 다가간다. 광인은 몸을 움찔하더니 낮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크르르"
그 모습을 보고는 파천이 어이없는 웃음을 흘린다.
"이 녀석, 자기가 늑대 새끼라고 착각하는 것 아냐?"
그 말에 천마가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으르릉 대기 만 했군."
천마의 웃음소리에 광인의 시선이 천마를 향하더니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허참, 정말 세상에는 별일이 다 있군. 저 녀석 눈빛 봐라. 널 잡아먹고 싶어하는 것 같은 데...... 어이구 침까지 흘린다."
입을 벌리고 으르릉 대는 바람에 고인 침이 입가를 흐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의 이름을 물어보지 못했네. 야, 너 이리로 와 봐라."
파천이 손가락을 까닥하자 광인은 의아한 듯 잠시 멈칫하고 주춤거리며 고개를 슬며시 옆으 로 돌린다. 아주 순한 양 같았다.
파천이 다가서자 놈은 뒷걸음질을 한다. 결국 벽에 등이 닿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자 온 몸을 부르르 떨어댔고 파천과 놈과의 거리가 팔을 펼치면 닿을 거리가 되자 놈의 표정이 포 악해지기 시작했다.
"캬아"
제 딴에는 위협을 하는 것이리라.
"미쳐도 지저분하게 미친놈이야. 자, 너를 얌전하게 만들어 주마. 너는 늑대가 아니라 사람 이란다."
팍
광인의 손이 파천에게 뿌려진다. 그러나 그것은 헛된 몸짓에 불과했다. 그자의 손은 이미 파천의 손에 막혀 있었고 어느새 파천의 주먹이 광인의 복부에 깊이 박혔다.
"캑"
고개를 숙이는 놈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머리를 치켜세우며 얼굴을 갖다대었다.
순간 파천의 눈은 변화를 보인다. 붉은 빛이 섬뜩했고 얼굴이 일그러지기까지 했으며 공포 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지저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너는 누구냐?"
"크...... 크......"
파천이 내공을 끌어 올렸다.
"너는 누구냐?"
"나......나는...... 율극...... 율극"
"나는 누구지?"
듣기 거북한 소리는 율극의 마음 밑바닥의 모든 무의식까지 침범해 들어갔다.
"당......신은?"
"나는 너의 주인이다. 너의 생명을 관장하는 유일한 너의 주인이다."
"당신은 나의 주인"
"너의 이름은 율극, 나는 너의 주인이다. 내 명령만 따라야 한다. 알겠느냐?"
"당신은 나의 주인...... 나는 율극...... 주인의 명령만 따라야......"
"그래 잘했다. 이제 편히 잠들어라."
율극의 눈꺼풀이 아래로 내려온다. 그리고 쓰러져갔다. 그의 몸을 안아 들은 파천은 원래의 용모를 되찾고 있었다.
"후후 된 것인가?...... 천마!"
"왜?"
"하여간 네가 만들어 놓은 무공은 쓸만한 것이 많구나."
"쳇 내 무공을 쓸만하다는 정도로 표현하는 녀석은 아마 너 밖에는 없을 것이다."
천마섭혼술은 천마안과는 달랐다. 천마안은 오로지 이성(異性)에게만 사용할 수 있고 소녀 천묘환락경과 짝으로 펼쳐진다. 그것의 효능은 천향옥봉처럼 그 사람의 심성만을 바꾸고 복 종시키는 힘이 있다면, 천마섭혼술은 아예 그 사람의 심지를 파괴해 버리고 무조건적인 복 종만을 요구한다. 정상적인 사람에게 사용하면 백치처럼 변하는 것이었다. 파천은 율극을 침상에 눕혔다. 그는 깊이 곯아 떨어져 있었다.
"대령사"
밖에서 들려온 소리에 파천이 고개를 돌린다.
"누구냐?"
"속하, 곽운성입니다."
"들어오라."
곽운성은 한 통의 서찰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것은?"
"맹에서 온 전통입니다."
"그러냐? 이리 줘 보라."
곽운성은 조심스레 서찰들을 내 밀었다. 파천은 그것을 펼쳐들고 읽어 내려갔다.
( 대령사 전.
사천성에 파견된 천무당에서 올라온 보고에 의하면 아직 사천성의 괴사는 계속 되고 있는 실정이며 이를 위해 일개 단을 증파 할 계획입니다.
......중략......
남도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개방의 안륙분타에서 올라온 보고에 의하면 남도맹의 고수들이 화룡림 일대에 천라지망을 펼치고 있다 합니다. 아무래도 남도맹에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한 듯 사료됩니다. 한가지 특이 한 점은 남도맹의 고수들 이외에도 일단의 무리들 이 섞여 있는 듯 하다는 개방 안륙 분타주의 소견이었습니다.
......중략......
상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중소 상인들이 연합하여 중원 전역에 지점을 설치하고 지역 상인들을 지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전대 마도인들이 출몰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는 바, 지금 한창 조사중에 있습니다. 아마도 마도련이 움직임을 시작하면서 전대의 마도인들을 포섭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중략......
사황성과 북해빙궁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은 중원에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으 나 조만간 중원으로 들어 올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 외에도 대상들이 천황부의 고수들과 연 계하고 있다는 정보가 포착되었으나 아직은 확인 중에 있습니다.
......후략
무림맹 신안전주 삼안천뇌 소천악 배상)
무림맹의 군사나 다름 없는 신안전주에게서 온 전서였다. 중원의 동정을 살피는 무림맹의 눈과 귀는 전 대륙에 넓게 퍼져 있고 그곳에서 들어오는 소식들은 모두 신안전에 집계되어 분석된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맹주와 대령사에게 보고가 되는 것이다.
"알았다. 부령사는 그만 나가 보도록......"
"존명. 편히 쉬십시오."
곽운성은 자신의 실수로 인한 자책감 때문인지 파천에게 더욱 공손히 대했다. 그가 밖으로 사라지자,
"후후 이제야 그런 사실들을 알아내다니? 참으로 정보가 느리군."
파천은 서찰을 천마에게 넘겨주었다. 천마는 그것을 한참동안 쳐다본다.
"그나저나 남도맹에 천라지망이 펼쳐졌다니? 이것은 전혀 의외의 보고인데?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것인가?"
천마가 서찰을 다 읽고나서 파천을 쳐다보았다.
"사천의 괴사라? 여자들이 죽어나간다는 그 얘기 말이냐?"
"그래. 아무래도 변황의 세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말일 테고...... 사천이라면 사황성이 가장 유력하긴 하지. 아니면 사사혈교가 들어 왔을지도 모르고, 그도 아니면 어떤 미친놈들 의 소행이던가?"
"남도맹의 일은 조금 의외다."
천마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나도 그것이 마음에 걸린단 말야. 표면적으로는 천향옥봉이 모든 것을 관리하지만 그녀 또 한 총사들의 지시를 따르거든, 더군다나 지금은 독고한천 그 놈도 그곳에 들어가 있는 실정 이고...... 그런데 천라지망이 펼쳐졌다? 이것은 두 가지 중에 하나겠군. 하나는 모든 것이 밝혀져서 사자도왕과 천향옥봉이 도망을 나온것일테고, 또 하나는 총사들간의 알력으로 부 딪힘이 있었거나 그래서 한 명이 도주했다던가?"
"그것은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데......"
"그렇지? 그럼 결국엔 천향옥봉과 사자도왕이 도망 나왔고 천라지망 속에 있다는 얘기잖아?
남도맹의 무사들이 아닌 놈들이야 당연히 혈마천의 중원 세력일테고...... 이것, 도와 주러 가야 하는 것 아냐?"
"여기서 그다지 멀지는 않지만 그럴 필요까지 있겠느냐? 더군다나 잘못하면 그들 주력부대 와 부딪힐지도 모르고, 지금은 그럴 만한 병력도 없잖아?"
"단순히 그들만을 구해내는 거라면, 우리 둘만이라도 가능하지."
"네가 알아서 해라."
파천은 한참을 고민했다. 그들을 구하러 갈 것인가? 모른 척 할 것인가? 사실 따지고 보면 남도맹이 혈마천에게 모두 넘어간 상황에서 그들은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다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아직은 그들과 부딪힐 때가 아니다. 아무런 득이 없는 무리한 수를 두어야 할 이 유가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내버려두는 것이 낫겠군."
이 한마디가 장차 어떤 변수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 오련회는 철옹성 그 자체였다. 지금의 병력 정도라면은 명 제국의 군대 20만과도 족히 자웅 을 겨룰 만 했다. 자시가 가까워오자 무사들의 경비태세는 점점 강화되고 긴장감마저 흐르 기 시작했다. 각 향주급 이상의 무사들이 그들을 독려하고 경비망을 살피기도 했다. 이런 오련회에 급작스럽게 몰아닥친 소리는 모두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삘리리리 삘리리리리
퉁소 소리였다. 나지막하게 울려퍼지는 소음(簫音)은 끊어질 듯 이어지며 사람의 심금을 울 리고 있었고 곧 이어 시커먼 안개가 오련회 전체를 휩싸기 시작했다. 소음은 너무나 아련하 게 젖어 들고 있었으나 그들은 결코 그것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모두 경계를 철저히 하라."
여기 저기서 고함소리가 들려오고 무사들은 모두 병장기를 빼어들고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 다.
"이것은?"
모두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남궁휘와 남궁환을 비롯한 오련회의 고수들은 여자들의 거처인 화화전으로 뛰어갔다. 그 앞 에는 물샐틈없는 경비망이 쳐져 있었고 아직은 아무일도 없는지 별다른 변화는 없는 것 같 았다. 고수들은 화화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안에도 경비무사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그들 의 경계 태세는 엄밀해 보였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은 남궁휘가 소리쳤다.
"모든 화화전의 여자들을 대전으로 모이게 해라."
남궁휘의 말에 남궁환이 뛰어가고 그 뒤를 청룡장주등이 함께 동행했다.
화화전에 따로 두는 것이 불안했던 남궁휘의 명에 여자들은 모두 오련회의 대전인 비룡전으 로 옮겨졌으며 그들 곁에는 남궁휘를 비롯한 고수들이 지키고 섰다. 이정도면은 제 아무리 귀신이라도 이들의 허락을 얻지 않고는 살인을 할 수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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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만의 연재군요.
제가 농땡이를 부린다고 나무라시지는 말기를......
오늘이 1월 30일이군요.
당분간은 별다른 일이 없을 듯 하니, 연재에만 신경을 쓰겠습니다.
앞으로 50-60회 정도가 더 흐르면 1부가 끝날지도 모르지만, 더 길어질지도......
어쨌든 2월 중에는 끝낼 생각이니, 열심히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있다가 한번의 설정이 더 필요한데, 그때 이틀 정도 쉬는 것을 제외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