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돌아온 파천.
개봉에 온 파천 일행은 곧 바로 개방의 총단으로 찾아갔다. 그는 혈마천의 제갈초 홍에게서 건네 받은 무상지독을 의노에게 주며 성분을 조사하여 해약을 만들 것을 명했고 곧 이어 환노와 개왕과 마주 앉았다. 실내에는 파천과 천마, 환노, 개왕만 이 보였다. 파천은 그 간의 사정을 간략히 설명하며 이후의 일을 그들과 함께 의논 했다. 그들은 그에게 있어 수하라는 의미보다는 잃어버린 과거와의 유일한 연결점 이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존재들이었다.
"천마교의 마황검위대 1600명이 중원에 들어와 있습니다. 지존의 특별한 명이 있기 전이라 낙양근교의 장원에 거처를 주었습니다."
파천과 천마는 서로 의미심장한 시선을 나누었다.
"단장화가 그들을 무사히 중원까지 끌어내었군. 이동하면서 별다른 충돌은 없었겠 지?"
개왕은 파천을 쳐다보며,
"그렇습니다. 그들은 십 여명 씩 소수단위로 움직여 왔습니다. 주로 야산이나 인적 이 뜸한 곳을 택해 이동해 왔기에 흔적을 남길만한 요소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본 방의 낙양분타주의 보고에 의하면 그들이 중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강한 마기 를 풍긴다는데, 이 점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립니다. 전면전이 아닌 시점에 그들을 불러들이신 데는 지존의 다른 복안이 있으시겠지만 아무래도 그 활용에 있어서 난 감한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개왕의 지적은 정확한 것이었다. 파천도 이를 알기에 고개를 끄덕여 수긍함을 나타 내었다.
"풍노."
"네. 지존."
"중원에 살수조직이나 용병조직은 어떤 곳이 있소? 그리고 표국에 대해서도 알고 싶은데."
환노와 개왕 풍천호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풍천호는 파천을 마주보며 그가 아는 한 도 내에서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살수조직이라면...... 마도에는 살막이 있지만 그들은 마도련에 합병되며 살수조 직 특유의 특성을 잃어버린 것과 진배없습니다. 이 외에 몇 개의 군소조직들이 있 으나 대부분이 그 전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못합니다. 결국 이렇다할 살수조직이란 무림에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오로지 야림이 있기는 합니다만......"
"야림?"
"그렇습니다. 그들은 무림에 속해있지는 않고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는 특이한 집 단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낭인들의 세계라고나 할까요? 그들은 무림의 일에 관여하 지 않고 무림 또한 그들을 동류로 여기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서로 왕래가 없는 실정입니다."
파천은 개왕의 말에 강한 호기심을 드러내었다.
"그들의 전력은 어느 정도요?"
"글쎄요...... 자세히는 알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 낭인무사들이나 살수, 용병, 무 림의 공적으로 도피중인 자들이 대부분인지라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못 합니다. 십여 년 전인가 북검회와 충돌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700에 달하는 북검회 고수들이 하룻밤 새에 전멸을 당했었습니다. 이후 야림주가 사과의 표시로 황금 세 수레를 보내오고 일단락 되었지만 따지고 보면 북검회가 물러섰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들과의 분쟁은 무림의 그 어떤 문파도 기피할 정도이고 보면 그 전 력을 대충이나마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호, 그 정도란 말이지?"
"그런데 살수조직은 왜 물어보시는지?"
"그럴 일이 있소. 그럼 표국의 상황은 어떻소?"
"표국이라면 무림맹에서 4할을 관장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북검회가 주력하던 것 이 표물운송이었습니다. 그들은 기존의 표국들을 흡수하여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곳이라고 해봐야 대상벌 산하의 대하표 국 정도입니다. 이외에도 일개성을 벗어나지 않는 작은 표국들이 산재해 있지만 그 규모는 매우 작다 할 수 있죠."
"그래?"
파천은 두 눈을 지그시 내리 감으며 홀로 깊은 생각에 잠겨 들었다. 일 다경 쯤 지 났을까 그의 눈이 열리며 빛을 발했다. 심중의 생각을 정리한 뒤에 나타나는 파천 의 버릇 중에 하나였다.
"좋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시오."
파천의 입에서 한마디씩의 말이 토해질 때마다 천마를 비롯한 삼인의 얼굴은 급변 을 하며 시시각각 달라졌다.
★ 옥면신룡이 돌아왔다는 소식은 가뭄 뒤에 찾아온 단비와도 같이, 가라앉아 있던 무 림맹을 촉촉이 적시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그는 무림맹에 홀로 들어섰으며 특별히 부상을 당하거나 이상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곧바로 신검각에 위치하는 맹주전 에 들어가고 그가 돌아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람들은 신검각 8층의 의사청 인 태의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지존을 뵙습니다."
무림맹주 잠룡대제 독고정이 파천에게 머리를 숙이며 절을 했다. 파천은 그를 일으 켜 세우며 두 손을 마주잡았다.
"그 동안 노고가 크셨소. 자, 저기 앉읍시다."
파천이 그의 손을 이끌어 자리로 인도했다. 둘은 마주앉아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잠룡대제의 얼굴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동안 몰라보게 수척해져 있었다. 그 동안 의 그의 심정이 어떠했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 잠룡대제는 자신의 손자인 독고무가 지존과 함께 동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에도 그것을 묻지 않았다. 그러나 파천은 알 고 있었다. 그가 무엇보다 손자의 안위를 궁금해하고 있지만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스스로를 자제하고 있다는 것을......
"맹주. 그 동안 수고했소이다. 그대가 있었기에 내가 마음놓고 자리를 비울 수가 있었소."
"저야 하는 일이 있어야지요. 그저 지존의 명만을 따를 뿐입니다."
파천은 잠룡대제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분명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사실은 그대에게 좋지 못한 소식을 전해야 겠소이다."
잠룡대제는 별반 놀라지 않았다. 그저 담담한 얼굴로 일관하며 파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대의 손자 독고무가...... 유명을 달리했소."
파천은 힘겹게 말을 끝내놓고는 그의 표정을 살폈다. 잠시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는 가 싶더니 평상시의 모습으로 빠르게 돌아갔다.
"그......렇습니까? 이미 벌써 죽었어야 할 생명이니 안타까울 것도 없지요. 모두 제 놈이 타고난 운명인 것을......"
파천은 그 간의 사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가 어떻게 죽었으며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를...... 그의 설명이 끝나고 나서도 잠룡대제는 침착하게 파천을 쳐 다보았다.
"그럼 난 이만 나가보겠소. 당분간 설란에게는 비밀로 하겠소. 맹주는 이곳에 있으 시오. 맹내의 일은 당분간 내가 알아서 하리다."
파천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도 따라 일어선다. 배웅하며 파천을 향해 환하게 웃어 주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파천은 되려 마음이 무거워져 왔다. 그를 마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너무나 힘겹고 어려웠다. 파천이 실내에서 사라지고 나자 잠룡대제는 몸을 돌려세웠다. 좀 전까지 앉아 있었던 의자를 향해 걸어가는데 발 을 떼어 가는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는가 했더니 힘없이 꺾어지고 만다. 그는 바 닥에 털 푸덕 앉아서 멍하니 전면을 응시했다. 그의 노안에 뿌연 습막이 차 올라왔 다. 참았던 눈물이 이제야 터져 나온 것이다.
"네가...... 네가 그렇게 갔더란 말이냐? 아들도 보내고 하나밖에 없는 손자녀석마 저 비명에 갔으니...... 이제 내게 무슨 희망이 있단 말인가?"
금방이라도 환하게 웃으며 품에 안겨올 것 만 같은 환영은 손자 독고무의 어린 시 절 모습이었다. 유난히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기를 좋아했던 손자를 그 또한 지극히 아끼고 사랑을 주었었다. 지난 세월에 묻어 있는 추억이라고는 손자가 장성하는 모습을 대견해 하며 바라본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건만, 그런 그가 늙은 할애비를 두고 먼저 간 것이다.
"허허허허...... 차라리 내가 평범한 촌부였다면 너에게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을.
..... 모든 것이 내 불찰이다. 날 원망하거라. 부디 모든 은원을 저 세상까지 지고 가지 말기를."
★ 간만에 무림맹 고수들의 얼굴에 활기가 넘쳐 났다. 옥면신룡이란 이름이 가져다 주 는 변화였다. 그들에게 있어 이제 대령사는 무림맹의 2인자라는 위치 이상의 의미 를 지니게 되었다. 그가 있는 한 그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 을 것이다.
"그 동안 수고들 하셨소. 그대들의 얼굴을 보니 이제야 안심이 되는구려. 그 간의 무림사정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생략하기로 하고...... 신안전주 !"
"네, 대령사."
신안전주이자 무림맹의 군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안천뇌 소천악이 파천의 부름에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는 대령사의 질문이 무엇일지 짐작하고 있었다.
"사천성의 현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해 보라."
"존명."
역시나 그의 물음은 사황성의 중원 침입에 대한 것이었다.
"사황성은 현재 사천성 성도의 오련회 총단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꼼짝 하지 않고 있으며 총단을 버리고 퇴각한 본맹의 세력은 중경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황성의 전력은 5000기마대와 500제혼혈강시인 것으로 알 려져 있습니다. 본맹의 부맹주이신 오련회주께서 보내신 전갈에 의하면 제혼혈강시 를 막아낼 방도가 서지 않아 필요 없는 희생을 줄이고자 퇴각한다는 내용이었습니 다."
"으음...... 그들이 성도에서 더 이상 전진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소천악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제가 판단하기에 그들의 현 전력은 사황성 전체전력의 전위부대 정도일 것입니다.
아마도 본단으로부터의 병력 증원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그들의 의도가 사천성에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출정의 목적이 아니었나 하는 분석 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진격을 한다면 중경에 진치고 있는 본맹의 세력이 워낙에 월등한 수적인 우위를 보이니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감수해야 할터이고 그렇게 되면 청해와의 거리상 전멸을 각오해야 한다는 이유로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는 것 으로 사료됩니다."
"내 생각도 전주와 동일하다. 그렇다면 그들의 이후 움직임과 우리의 대처방법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청해에서부터 병력이 증원되는 것이 그들의 움직임이 예상되는 시점일것입니다.
우리는 그 전에 제혼혈강시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오히려 성도의 배후인 송번을 장악함으로 그들의 보급로를 끊어버리고 고립시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상책입니 다."
"그럼 우회해서 송번에 진을 치고 양쪽에서 협공하잔 말인가?"
"그렇습니다. 문제는 제혼혈강시에 대한 대책인데...... 지금으로서는 뚜렷한 방법 이 없습니다. 폭발물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정확한 이동경로를 예측하지 못 할 경우엔 무용지물이고 그들 또한 여기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 놓았을 것이므로 그 다지 기대할 것은 못됩니다. 그렇다고 맹에서 더 이상의 병력지원도 할 수 없기에 지금으로서는 난감한 실정입니다."
파천의 입이 다시 열렸다.
"그들도 우리의 이런 사정을 미루어 짐작하고 있을 텐데 사황성의 본대가 우리 예 상보다 빠르게 증원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 것 같나?"
소천악은 망설이다가 결국은 이런 말을 한다.
"그때는 피할 수 없는 일이므로 맹에서의 병력 지원이 불가피 할 것입니다. 사천을 그들에게 내 준다 하여도 그들은 여전히 진격을 멈추지 않을 테니 피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
"그런가? 내 생각은 조금 다르네. 그들의 본대는 그리 쉽게 들어오지는 않을 거야.
그 이유는 자네 말대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 이번 출정의 목표니 당연한 거고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다른 세력들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지. 본대가 증원되고 진격을 하게 되면 우리가 전력을 강화하여 대항할 것이라 여기기에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른 세력들에게 어부지리를 주지는 않을거란 말이지. 만 약 그들이 그런 결정을 한다면 우리는 지체하지 않고 중경에 있는 세력을 퇴각시켜 야 하네. 그럴 경우 그들은 사천성에서 더 이상의 진격은 포기하고 사태를 관망하 겠지. 어떤가 내 생각이 그럴 듯 하지 않은가?"
삼안천뇌 소천악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는 기색이었다.
"대령사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역시 자네는 북검회 군사 이상은 힘든 인물이야. 그 정도 생각도 하지 못하니 이 큰 세력을 어떻게 그대의 두뇌에만 맡겨두겠는가?'
"그래서 말인데 섬서성 서안에 있는 세력들을 한중으로 밀집시켜 놓도록 지시하게.
아무래도 지리상 언제든 그들의 도발이 있을 시에 급히 증원시키겠다는 우리 쪽의 의사를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니 말이야. 그리고 섬서성의 서쪽 세력들은 될 수 있으면 청해에서 사천으로 이르는 지점을 압박하지 말도록 지시하고, 자칫하 면 그들이 포위된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도박을 하게끔 해서는 안 되지."
"존명."
"그럼, 사천성 문제는 그것으로 일단락 짓고, 제혼혈강시에 관한 대책은 이후 수립 하여 보고하도록."
"존명."
지금까지 그들이 그렇게 대책을 수립하느라 고심한 문제를 옥면신룡이 너무나 쉽게 정리를 해가자 좌중은 다소 놀라는 눈치들이었다.
"지금 오당중 천무당이 사천에 나가 있는가?"
"그렇습니다."
부맹주인 소림방장 지우대사의 대답이었다. 같은 부맹주의 직위를 함께 하고 있는 남도맹주는 마도련의 침입에 생명을 잃었고 또 한명인 오련회주는 사천에 나가 있 어 그 홀로 맹을 지키고 있는 셈이었다.
"대상벌의 움직임에 대해서 말해보라."
역시 정보를 책임지고 있는 신안전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일어서더니 대령 사에게로 다가와서 두툼한 서류뭉치를 건넸다. 그리고는 몇 걸음 물러서서 보고를 했다.
"그것을 보시면 근래의 대상벌의 움직임에 대한 것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낙양에 본거지를 두고 우리와 첨예하게 대립 하고 있고 최근에는 대하표국에 전력을 강화하여 표물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또한 농산물을 산지에서 무차별 매입하고 있으며 숙박업 소와 주루와 기루등을 대거 매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절강성과 하남성에서 그들과 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감히 우리에게 대항할 엄두도 내지 않던 지역의 중, 소 상인들마저 힘을 합치고 대항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 습니다. 아마도 배후가 있는 듯 합니다."
'후후 쌍노가 잘하고 있군.'
"그래. 자네 생각은 배후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여러가지를 고려할 때 대상벌이 유력하지만 제 삼의 세력일지도 모릅니다. 이를테 면 세외삼세나 사패중의 다른 세력일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이것은 신중하게 대 처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당할 중요 사안이라 생각됩니다."
"그건 그렇고...... 자네는 우리나 대상벌의 상권의 주축을 이루는 근간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그야 자금과 인력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그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물자유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표물운송 이겠지. 그들과의 승부는 거기서 결정될 것일세. 그들도 그것을 알기에 대하표국에 힘을 싣는 것일 거고. 이것을 달리 해석하면 표물운송에 차질을 빚으면 막대한 손 실을 입힐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 우리나 그네들이나 자체 물자뿐만 아니라 중 원에서 유통되는 모든 물류를 표국에 의지하고 있네. 앞으로는 대등한 조건에서 서 로의 손실을 좌우하는 것은 속도가 될 것이네. 물자를 빠른 시간에 정확하게 유통 시키는 세력만이 상권을 장악할 수 있겠지. 그래서 말인데...... 때로는 편법이 동 원되어야 할 때도 있는 게야. 천무당을 제외한 4당과 5단에서 인원을 차출하여 백 호전의 지시 하에 이 일을 담당시키게. 상세한 명령은 내리지 않아도 되겠지?"
삼안신뇌 소천악은 대령사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고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백호전은 당분간 표국 일에만 전념하도록 하고 필요한 인원을 4당과 5단에서 차출 해 가도록 하라."
백호전주 진천벽검 주자기의 우렁찬 대답이 이어졌다.
"존명."
"이후 다른 사안들은 각 조직별로 따로이 결제를 맡도록 하고 이만 해산하라. 한가 지 첨가할 부분은 정도사령대는 이후 다른 모든 공무에서 제외하고 별도의 명을 기 다리도록 하고 신안전과 숭의전은 다른 새외 세력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예의 주시하라. 또한 각 지부를 순찰하여 기강을 세우는 일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 이후 무기한 비상을 선포하고 당분간 맹의 모든 대소사는 맹주님을 대신해 내가 결정하겠다. 다른 의견이 있는가?"
부맹주인 소림사 지우방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령사께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청? 무엇이오?"
"제가 잠시 본사에 다녀와야 할 듯 합니다. 허락을 해 주시길 바랍니다."
"왜, 소림사에 무슨 일이 있소?"
"자세히 아뢰지 못하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따지고보면 옥면신룡 문윤은 소림사 쪽에서 보더라도 외인이 아니었다. 육조 혜능 의 진전을 이어받았으므로 그들에게는 사숙조가 되는 셈이었다. 그런 그에게조차 말하기를 꺼려하는 것은 아마도 공개된 자리에서 발설하기 곤란한 문파의 중요사안 으로 보였다. 파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도록 하시오. 정도사령대 청운학 부령사와 10여명의 사령들을 동행케 할 테니 다녀오도록 하시오."
"사숙조님의 배려에 감사합니다."
그는 일부러 대령사라는 공식적인 호칭을 쓰지 않고 사숙조라고 하였다. 파천은 대 체 무슨 일인지 호기심이 일었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자, 모두 자신들이 맡은 일에 충실하도록 하시오. 이만 회의를 마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