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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3화 (3/200)

# 3

그러나 신유강은 별로 놀랍지도, 혹은 두렵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슬쩍 목함에 봉인지를 뜯어내더니 그것을 열었다.

안에는 작은 돌멩이 하나가 또르르 굴러다닐 뿐이었다.

신유강은 살짝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해했어, 왕윤. 그러니까 네가 또 맞고 싶어서 이런 같잖은 짓을 꾸몄다는 거지?”

“이번엔 지난번과는 다르다, 꼬맹이!”

그리 말을 한 왕윤이 씩 하고 웃음을 지으며 손을 들어 올리자, 폐하나 다름없는 대장간 곳곳에서, 뒷골목의 어린 파락호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는 못해도 스무 명은 되어 보였다.

“대장, 이 새끼 잡으면 무공 가르쳐 준다는 거 잊으면 안 돼.”

“물론이지. 이놈을 제대로 혼내 준다면, 우리 미산검문의 문하로 받아 주마.”

“히히히, 미안하다, 유강아. 우리도 앞일을 생각해야지. 대장의 눈에 찍힌 네가 잘못이야.”

신유강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 이들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설마 하니 미산검문의 후계자란 녀석이 이런 치졸한 수를 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 대부분이 낯이 익었던 탓이다.

“뭐야, 죄다 나한테 한 번씩 맞았던 놈들이잖아?”

“이, 이번엔 그때처럼 안 될 테니까 각오하시지! 여차하면 죽여도 대장이 해결을 해 준다고 했다고!”

그 말에 한 파락호가 품에서 비수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그것을 손을 빙글빙글 돌리는 폼이, 어디서 칼질하는 법을 배운 듯했기에 신유강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곳에 있는 아이들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불리하다고 여긴 신유강은 지니고 있던 목갑을 냅다 왕윤을 향해 던지더니, 발 빠르게 도주를 결심했다.

옛말에 삼십육계 주위상책이라 하지 않았던가?

왕윤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목갑을 일권에 부숴 버렸다.

콰직!

아직 약관도 되지 않은 기왕윤이 고작해야 주먹으로 목갑을 부수는 모습은, 다른 아이들로 하여금 미산검문에 위대함을 깨닫게 해 주었다.

“쫓아! 저 새끼 잡아 오는 놈한텐 오늘 황룡객잔에서 한 턱 거하게 쏘마!”

“알았어!”

신유강은 달렸다.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나가면, 이들이 더 이상 쫓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민가가 있는 곳을 향해 줄기차게 다리를 놀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민가가 있는 쪽에는 어느새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어린 왈패들이 서 있었고, 그들은 신유강을 보자마자 음험한 미소를 머금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놓치지 않는다!”

“놀고들 있네!”

신유강은 어리지만 영악하다.

또한 장난삼아 왈패 노릇을 하고 있는 아이들과 다르게, 그는 한때 하남에서도 흉악하기 그지없는 거지 패들 사이에서 몇 년 동안 살았을 정도였다.

단순히 구걸을 하는 거지들이 아니었고, 여차하면 사람을 찌르는 것 또한 마다하지 않은 살벌한 놈들이었다.

애초부터 이곳에 있는 아이들과 담이 다르다.

한 아이가 신유강에게 다가가 매섭게 주먹을 날리려는 순간, 어느새 재빠른 몸놀림으로 그것을 피해 내며 주먹을 휘둘렀다.

퍽!

“켁!

열다섯밖에 되지 않은 소년이라고는 하지만, 거지 패에 속해 있었을 당시, 강해지기 위해 맨주먹으로 하루에 백여 번씩 벽을 칠 정도로 신유강은 독했다.

그의 주먹은 다른 아이들보다 단단하면 단단했지 무르지 않다.

맞은 아이는 골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신유강은 머뭇거리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뒤에서는 왕윤이, 그리고 앞에서는 어린 왈패들이 점점 거리를 좁혀 오자, 잽싸게 왼쪽 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길은 하나가 아니니 어느 쪽으로 가도 민가가 있을 거란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사천 토박이인 왈패들과는 다르게 타지에서 흘러들어온 신유강이, 이곳의 지리를 빠삭하게 익히고 있을 턱이 없었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성도 인근과 객잔 인근, 그리고 이 대장간으로 가는 길 정도가 전부였다.

신유강은 여기저기에서 길을 막고 있는 이들을 보며, 자신이 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에서는 어린 왈패들이 따라오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으며, 사람이 사는 곳이 나올 것이라 생각을 하며 움직였던 길은, 민가는커녕 점점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자식, 잡았다.”

그때 수풀에 숨어 있었던 어린 왈패 하나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며 신유강의 허리를 덥석 부여잡고는 땅을 뒹굴었다.

신유강의 허리를 잡은 왈패는 이대로 잡고 있기만 한다면, 자기가 이 왈패들 중에서 영웅 취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순간 퍽! 하는 격한 소리가 울리며 골통이 흔들렸다.

땅을 뒹굴고 있었던 신유강이 이를 악물고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돌주먹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닌지, 머리가 띵하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이는 결국 손을 놓아 버렸고 신유강은 발로 머리를 한 번 더 걷어차더니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산세는 더욱 깊어지고, 걷는 것조차 힘이 들 정도로 길이 험하게 변하고 있었다.

도망을 치고 있는 신유강이나 뒤따라오는 왈패들이나, 입에서 헥헥 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여간 힘이든 것이 아닌 듯싶었다.

신유강은 약간 거리가 벌어지자 그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약을 올리듯 말했다.

“그래서 어디 나를 따라잡겠어?”

“이, 이 자식! 그 버릇 꼭 고쳐 주마!”

화가 난 왈패 중 하나가 더욱 힘을 내어 오르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에서 눈에 불을 켜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오늘이야말로 기필코 저 버르장머리 없는 놈의 성격을 고쳐 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신유강은 그런 그들을 보고 기겁하며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단순히 약을 올린 것뿐이었는데 왜 이렇게 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신유강은 속으로 쯧쯧 혀를 차고는 재차 수풀을 가르며 움직였는데, 순간 우뚝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의 앞에는 사람의 힘으로는 오를 수 없는 거대한 절벽이 있었다.

재빠르게 상황을 판단한 신유강이 좌우를 둘러보자, 우측과 뒤쪽에서 왈패들이 오르고 있었고, 좌측은 수풀이 심하게 우거져 있었는데, 그곳은 또 꽤 깊어 보이는 낭떠러지였다.

“제길!”

신유강은 이를 갈았다.

이대로 저곳으로 뛰어들어야 하나? 아니면 이곳에서 저들과 맞서야 하나? 그러나 어느 쪽을 골라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신유강은 두 주먹을 움켜쥐며 정면을 바라봤다.

“이 개자식! 드디어 잡았다.”

아직 다 올라오지는 못하였고 또한 중도 포기한 이들이 있어 그나마 수가 줄긴 했으나, 신유강의 앞에는 아직도 십여 명의 왈패들이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성가시다 할 수 있는 왕윤이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신유강의 행동은 민첩했다.

제일 가까이 있는 왈패 중 하나를 향하며, 무섭게 뛰어가더니, 그 탄력을 이용해 머리로 냅다 턱을 들이받은 것이다.

퍼억!

“컥!”

얼마나 세게 받았는지 얻어맞은 아이는 신음성과 함께 주저앉아 버렸고, 신유강은 다른 아이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무섭게 주먹을 휘둘렀다.

퍽!

맞은 이의 신형이 순간 휘청거리더니 쓰러졌다.

하나, 신유강이 무림인이 아니고서야 다수를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몰려 있던 왈패들이 이를 갈며 뛰어들자, 그중 몇몇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긴 했으나, 여기저기에서 날아오는 다른 왈패들의 주먹과 발길질을 견딜 수 없었다.

퍽퍽!

“이 개자식이!”

발길질을 하는 것은 비단 왈패들뿐 아니라, 어느새 다가온 왕윤 또한 마찬가지였다.

며칠 전 당한 것에 분풀이라도 하려는 것인지, 쓰러져 몸을 웅크리고 있는 신유강의 전신을 여지없이 짓밟아 버렸다.

미약하지만 내공이 깃들어져 있는 만큼, 다른 왈패들의 비해 몇 배나 큰 고통이 엄습하였고, 몸을 웅크리고 있는 신유강의 입에서는 고통의 신음이 터졌다.

“부모도 없는 비루먹을 자식이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대, 대장, 그러다 정말로 죽겠어!”

일각 정도 시간이 흘러 신유강을 때리던 왈패들조차 지친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헉헉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힘이 남아도는 것인지 왕윤은 발길질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신유강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본래 낡아서 헤졌던 옷은 구멍 난 걸레짝처럼 변해 있었으며, 입과 코에서는 울컥울컥 피가 터져 나왔다.

안색은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파리하였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던 신유강은 축 처진 개구리마냥 뻗어 왕윤의 발길질에 몸을 꿈틀거릴 뿐이었다.

이미 정신을 잃은 것이다.

“주…… 죽은 건 아니겠지?”

“시발, 칼질까지 하려던 놈이 그런 걱정을 왜 해?”

“이 미친놈아! 단순히 위협용이지 정말 찌를 생각은 없었다고!”

왈패들은 신음을 삼켰다.

사실 왕윤이 신유강을 손봐준다 할 때에는 당한 것을 갚아 줄 수 있다고 생각을 했기에 동참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정신조차 차리지 못할 정도로 피투성이가 되어 버린 신유강의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섬뜩한 느낌이 든 것이다.

왈패들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없는 어린 놈들이다.

그런 그들 앞에 축 처진 개구리처럼 늘어진 채, 왕윤의 주먹과 발길질에 대응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신유강의 모습은 두려움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때였다.

정신을 잃고 있었던 신유강의 눈이 번쩍 뜨이더니, 발을 움직이던 왕윤의 다리를 덥석 부여잡았다.

“히이익!”

놀란 왕윤과 기겁을 하는 왈패들의 시선이 교차했다.

그러나 피투성이의 신유강은 누구의 시선도 신경을 쓰지 않고 왕윤의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

쿵!

왕윤의 몸이 허공으로 붕 뜨더니 이윽고 머리를 땅에 찍으며 넘어졌다.

“아악!”

“개새끼!”

이윽고 신유강의 행동은 가관이었다.

신유강은 마치 광인이라도 되어 버린 것처럼, 이를 바득바득 갈며 왕윤의 몸 위로 올라타더니,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냅다 후려치기 시작한 것이다.

퍽퍽!

“아악!”

시뻘건 피를 흘리며 주먹질을 하고 있는 신유강의 모습은 흡사 나찰과도 같았다.

놀란 왈패들이 다급하게 왕윤을 구하기 위해 다가서려 했는데, 그때 신유강은 땅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를 한 쥐어 들고는, 한 치 망설임도 없이 왕윤의 머리를 찍어 버렸다.

퍽!

“아아악!”

피와 살점이 튀며 몸부림치는 왕윤의 모습에 아이들이 기겁을 했다. 가던 걸음을 우뚝 멈추고 바들바들 몸을 떨며 신유강의 얼굴을 바라보니, 전신이 피 범벅이 된 채 희미하게 웃고 있는 그 모습에 절로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야, 이 개새끼야!”

결국 보다 못한 왈패 중 하나가 신유강을 향해 세찬 발길질을 했다.

퍽!

얼굴을 맞은 신유강이 힘없이 날아가 땅을 굴렀고, 왈패들은 부랴부랴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버린 왕윤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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