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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6화 (6/200)

# 6

그 순간 돌풍과 함께 신유강의 몸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돌풍에 휩쓸려 삼 층 난간 밖으로 튀어 나간 그의 몸은 그대로 일 층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꺄아악! 할아버지!”

소녀는 그 광경에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떨어져 내리고 있는 신유강의 몸은 당장이라도 바닥과 부딪힐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단순한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새 몸을 날린 노인이 떨어져 내리는 신유강의 몸을 낚아채 조심스레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후우…….”

소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과 동시에, 신유강은 조금 전 느꼈던 아찔함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그 기분, 신유강은 틀림없이 자신이 죽었다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급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신 차렸으면 일어서라.”

노인의 말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신유강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모습에 노인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껄껄껄! 그래그래,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놀란 모양이로구나.”

그리 웃음을 지으며 말을 한 노인은, 슬그머니 신유강의 맥문을 짚고 부드럽게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하얗게 질렸던 신유강의 안색이 서서히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노인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괜찮은 것이냐?”

“괘, 괜찮습니다.”

무엇을 혼자 납득을 한 것인지 노인은 더욱 호쾌한 웃음소리를 냈다.

이윽고 책상에 털썩 자리를 잡고 앉더니, 붓과 한 장의 종이, 그리고 장부를 꺼내었고, 곧 붓과 종이를 신유강에게 내밀었다.

“방 안에서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나느냐?”

“전 글을 읽을 줄 모릅니다.”

“내용을 말 하는 것이 아니다. 표지에 적힌 제목을 말하는 것이지.”

글을 읽을 줄은 몰라도 표지에 적힌 글의 모양은 또렷하게 기억했기에 신유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유강은 노인이 건넨 붓을 들고 어색한 표정으로 그것을 써 내려갔다.

소녀는 그것을 빤히 바라보며 쿡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워낙 글씨가 괴발개발이라 무어라 썼는지 감조차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은 신유강의 글자를 보며 한 차례 신음을 삼키다, 그를 빤히 보며 되물었다.

“정말로 이리 적혀 있었단 말이냐?”

“확실히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을 그대로 썼으니 이 글자가 맞을 겁니다.”

신유강의 확언 때문에 노인은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이곳을 대신 맡고 난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삼 층 손님이 가져온 책 제목이 이러한 것이라니.

노인은 잠시 놀랐으나 이내 태연한 표정으로 장부를 넘기기 시작했다.

빽빽하게 적힌 무수히 많은 책들의 제목과 그것을 사 간 이들의 이름.

두터운 책장은 이미 가득 차 더 이상 쓸 곳조차 없어 보였다.

그러나 가장 마지막 장을 넘기자 단 한 곳, 단 한 사람의 이름과 책 제목을 쓸 수 있는 곳이 남아 있었고, 노인은 망설임 없이 그곳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회귀신공(回歸神功) 신유강(新流强)

그것을 본 소녀는 눈을 크게 떴다.

책 제목은 그 책에 담긴 내용을 대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유강이 가진 그 책은 대체 무엇을 뜻한단 말인가?

‘회귀신공이라니…….’

소녀의 놀란 표정에도 아랑곳없이 노인은 붓을 내려놓고 장부를 서랍에 집어넣었다.

이윽고 천천히 신유강을 바라보더니 나지막한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책의 대금을 치러야겠지?”

“그, 그것은…… 제가 지금은 돈이 없습니다. 대신 일을 해서 갚겠습니다.”

신유강은 자신 때문에 책을 팔지도 못하고 사라지게 했다는 생각에 고개를 숙였다.

다른 서점이었다면 책 자체가 낡아 어쩔 수 없다며 잡아뗐을 것이나, 노인이나 소녀나 대단한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경험을 통해 알기에, 최대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꼭 돈으로 값을 치를 필요는 없지. 우리는 책을 팔아 돈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한 가지 들어주는 것으로 값을 대신하니까.”

“뭐, 뭐든 들어 드리겠습니다!”

비록 기이한 곳이기는 하지만 이곳은 신유강에게 있어 목숨을 빚진 곳이었다.

만약 소녀가 영약이라 불린 만큼 대단한 금창약을 이용해 치료를 해 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죽었을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것보다는 상대가 무림인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이 아이의 이름은 진소소이고, 내 손녀이지. 나는 네가 이 아이를 데리고 갔으면 한다.”

“네?”

“하, 할아버지?”

신유강은 멍한 표정을 지었고, 진소소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노인은 두 아이들의 놀란 반응에도 손사래를 치더니,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소소야,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구나. 사실 오늘이 너와 내 인연이 끝나는 날이란다.”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고서점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그의 손을 타지 않은 곳이 없기에 노인의 눈빛은 아련하기 그지없었다.

“하나 걸리는 것은 손녀의 앞날이기에, 차마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네.”

노인은 그리 말을 하며 조금 전 자신의 손으로 마지막 빈칸을 채웠던 장부를 떠올렸다.

그것은 노인이 아주 오래 전 주인과 약속했던 것이었고, 이승에서 그가 할 일이 오늘로써 모두 끝났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었다.

그것을 깨닫자, 노인의 몸이 점점 흐릿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할아버지!”

진소소가 소리를 쳤다.

그러나 노인은 그저 인자하게 웃음을 지을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한 차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손녀를 바라보다, 다시금 신유강을 향해 눈을 돌렸다.

“이 아이의 본가는 하북의 진가. 만약 네가 감당하기 버겁다면 그곳으로 데려다 주었으면 한다.”

“싫어요, 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랑 함께 있을 거예요! 가지 마세요!”

달려와 옷깃에 매달린 진소소를 보며 노인은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불쌍한 것…… 평생을 함께 있어 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

“할아버지!”

노인은 그리 말을 하며 질끈 눈을 감았다.

사실 진소소는 그의 혈육이 아니었다. 처음엔 그저 기연고서점에 찾아온 손님에 지나지 않았다.

고작 다섯 살밖에 안 되는 소녀가 피투성이가 되어 숨이 꺼질 듯한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에는 얼마나 놀랐던가? 그것이 다름 아닌 학대의 의한 것임을 모를 리가 없었던 노인이다.

그날부터 그는 그 소녀의 할아버지가 되어 주었다.

노인은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통곡을 하며 옷깃을 부여잡은 진소소의 손을 부여잡고는 따스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바람에 흩날리듯 노인의 신형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또한 기연고서점 전체의 등불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하더니 벌컥 하며 정문이 열리고, 내부에 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으아악!”

신유강은 소리를 질렀다.

사람의 몸을 날려 버릴 만큼 거대한 바람이 몰아치니 견디는 것조차 힘이 들 지경이었다.

그의 작은 몸이 허공에서 휘날리며 마치 날아가기 시작하였는데, 신유강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에 입술을 깨물며 정신을 부여잡았다.

그의 시야에 노인이 사라짐과 동시에 정신을 잃은 진소소가 들어왔다.

신유강은 바람에 몸을 맡기며 그녀에게 다가가 몸을 꽉 부여잡았고, 곧 두 사람의 몸은 고서점 밖으로 쏘아져 날아갔다.

쾅!

정문은 마치 그들을 내보내려는 것처럼 굳게 닫혔다.

누군가 닫을 것도 아닌데 그 소리는 어마어마하게 크게 들려왔다.

밝게 주위를 비추던 고서점 내에 모든 등불이 꺼지고 침묵 속에 잠들자, 곧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만큼 짙은 안개가 고서점을 감쌌다.

第三章. 인생무상(人生無常)

신유강은 극심한 통증에 눈을 떴다.

그러나 곧 그의 몸속에서 청량한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통증은 서서히 가라앉고 몸은 곧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돌풍에 날린 탓에 감겨 있던 붕대가 찢겨져 나갔는데, 그사이로 보이던 상처들도 순식간에 아물었다.

그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건만, 정작 당사자인 신유강은 그러한 사실에는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는 신음을 삼키며 품에 안겨 있는 진소소를 바라보았다.

꿈이 아니다.

여전히 정신을 잃은 채 품에 안겨 있는 진소소를 보자, 제일 먼저 떠올린 사실은 기연고서점에서 생긴 일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는 것이다.

“이봐요! 이봐요!”

신유강은 거칠게 진소소의 몸을 흔들었다.

이대로 두 번 다시 눈을 뜨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으음.”

다행히 진소소가 신음을 흘렸고, 신유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봤다.

수풀이 웅장한 것이 산이 분명하나, 처음 고서점을 발견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돌풍에 휘말려 상당히 멀리 날아온 것 같았다.

다시금 그곳을 찾으려 해 보아도 쓸데없는 일이라 판단을 하였고, 신유강은 제일 먼저 근처에 물이 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목이 탔던 것이다.

언뜻 보아 시간은 인시(寅時) 말 정도.

신유강은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려 하다 급하게 숙였다.

곳곳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어린애다. 멀리는 못 갔을 테니 발견하는 즉시 호각을 불어라! 놈을 죽이는 것은 문주께서 직접 하신다 하니 결코 죽여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저항이 심하다면 팔다리 하나는 잘라도 좋다.”

“예!”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신유강은 숨을 죽이며 몸을 낮췄다.

근처에 있는 수풀을 이용해 주변을 가리고, 숨소리조차 나지 않게 작게 숨을 쉬었다.

신유강은 본능적으로 저들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으며, 틀림없이 미산검문의 이들이라는 것에 확신을 가졌다.

그렇다면 이곳은 왕윤과 싸운 곳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일 터였다.

‘하필이면…….’

신유강은 속으로 탄식을 하며 더욱 숨을 죽였다.

저 멀리서 들려오던 발자국 소리가 어느덧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질 때마다 심장이 크게 뛰었고, 숨이 거칠어졌다.

어느새 몸에는 식은땀이 맺혔으며 절로 침이 넘어갔다.

목이 타고 입안이 텁텁하다.

사박사박.

걷는 소리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은 더 커졌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할 정도로 경직이 되어 있었고,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 있는 것인지 그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저들은 하나하나 전부 무인일 터이니, 작은 소리라도 낸다면 틀림없이 위치가 들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신유강은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다른 손으로 곤히 누워 있는 진소소의 입을 막았다.

그녀가 괴로운 듯 눈살을 찌푸렸다.

“나 참, 이미 몇 시진 전에 도망을 친 놈을 어디서 찾으라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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