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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19화 (19/200)

# 19

분명 이 아이에게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고,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니 꺼림칙하기 그지없다.

스릉!

광마도는 거대한 도를 뽑아 들며 짙은 살기를 품었다.

보통 소년이라면 견디지 못할 정도로 농도가 짙은 것이었지만, 기이하게도 신유강은 태연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마치 광마도의 살기 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그것이 광마도의 신경을 더욱 건드렸다.

“바른대로 말을 하지 않는다면 네놈의 목이 날아갈 것이다. 누가 내 이야기를 네놈에게 했느냐?”

“그러니까 오해라니까요?”

신유강은 당당하기 짝이 없었다.

절정에 오른 무인이자 마교인인 광마도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눈빛과 행동인지라, 정말로 뒤에 대단한 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광마도는 천천히 도를 들며 가늘게 눈을 떴다.

“그렇다면 네놈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이냐? 네놈에게 나에 대해 알려 준 놈을 찾으러 가는 것이겠지?”

기연고서점에 가는 길이었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광마도에게 말을 할 수 없으니, 신유강은 굳게 입을 다물었고, 그 행동은 광마도에게 확신을 하게 해 주었다.

“사실대로 말해라! 나는 어린애라고 해도 절대 봐주지 않는다.”

사실을 말해도 듣지 않으니, 난감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상대는 결코 허언을 하지 않을 사람처럼 보였다.

“손금운!”

“뭐라?”

“그 천운객잔 주인이 시켰습니다.”

당돌하기 짝이 없는 신유강의 말에 광마도는 눈썹을 치켜떴다.

그는 신유강의 뒤를 따르기 전에 가장 먼저 객잔의 주인을 의심했고, 하여 여러 방면으로 조사를 해 보았다.

그러나 무엇 하나 나오는 것 없이 깔끔했다.

허영심이 많고, 돈을 밝힌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결코 무림과 엮일 만한 자가 아니라 확신했다.

광마도는 자신을 속이려 하는 이 겁을 상실한 소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단칼에 베어 버리고 싶었지만,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아직까지 살려 둘 수밖에 없었다.

“나를 놀리려거든 조금 더 머리를 키우는 것이 좋을 거다, 꼬맹이. 자, 마지막으로 묻도록 하지. 네놈은 지금 어디를 가는 것이고, 누가 내 정보를 알려 주었느냐.”

신유강은 광마도를 빤히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통하지 않을 거짓말이었나?’

그런 생각을 하던 신유강은 문득 뭔가가 떠올랐는지, 웃으며 기연고서점이 있는 곳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이곳으로 쭉 가면 커다란 전각이 나옵니다. 그곳 주인에게 들었습니다.”

“……사실이렸다?”

재차 묻는 질문에 신유강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광마도가 기연고서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광마도는 꺼림칙한 표정으로 당돌한 신유강의 얼굴을 바라봤다.

고작해야 소년임이 분명한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신유강이 가리킨 곳은 확실히 그가 방금까지 향하고 있었던 곳이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가 생각을 마친 순간, 그의 도가 빛살과도 같이 움직이며 서걱! 하는 소리가 울렸다.

일도양단(一刀兩斷).

그야말로 순식간에 움직인 광마도의 도가 신유강의 몸을 반쪽으로 갈라 버렸다.

“흥, 역시 별것도 아닌 녀석이었군…….”

광마도는 도를 회수하며 속 시원하게 웃었다.

아직 어린 녀석이긴 하지만 베는 맛이 있다.

이래서 그가 사람을 죽이는 걸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다. 광마도는 히죽거리며 조금 전 신유강이 가리켰던 곳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진득한 피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말이다.

“후……. 정말 죽을 뻔했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광마도는 너무 놀라 화들짝 시선을 돌렸다.

분명 몸이 반으로 쪼개져 죽었을 녀석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칼이 닿지 않았나?’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신유강의 얼굴과 몸은 피범벅이 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확실히 칼이 닿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더욱이 그가 베었던 곳은 확실히 옷가지가 잘려 나가 있었다.

“크윽! 이놈!”

광마도는 곧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며 다시금 도를 뻗었다.

그는 조금 전에는 놈의 운이 좋아 날이 스치고 지나간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지금은 확실히 목을 자를 심산이었다.

매섭게 휘둘러진 도날이 거침없이 신유강의 목을 가르며 빠져나왔다.

서걱!

이번에는 확실하게 반응이 왔다.

틀림없이 신유강의 목이 날아갔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일격이었기에, 광마도는 분을 삭히며 고개를 둘렸다.

그리고 그 순간 광마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날아갔어야 할 신유강의 목이 멀쩡하게 붙어 있었고, 신유강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다.

“나 정말 죽기는 하는 건가…….”

그러나 광마도 보다 신유강은 지금 이 상황에 더욱 어이가 없을 뿐이다.

물론 무수히 많은 회귀를 거치며 수 차례 죽을 뻔한 적이 있었기에 자신이 가진 치유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광마도 같은 이에게 베여 본 적은 없다.

광마도의 도에 베이기 전까지만 해도 회귀의 공능이 일어나기 전에 당하면 틀림없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그것도 아니다.

신유강은 자신의 몸이 괴물보다 더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군.’

“네, 네놈! 뭐…… 뭐하는 놈이냐. 분명 베어 버렸는데…….”

목이 잘려도 죽지 않자 광마도는 너무 어이가 없어 말을 더듬었다.

그 모습에 신유강은 멋쩍은 웃음과 함께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건 제가 더 궁금합니다.”

“이…… 괴물 같은 녀석이!”

신유강의 웃음이 자신을 비웃는 거라고 생각하고 더욱 울화가 치민 광마도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다시금 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서걱서걱!

그는 신유강의 몸을 수십 조각으로 토막낼 생각이었다. 게다가 손에선 틀림없이 괴물 녀석의 몸을 베는 감각이 느껴졌다.

“으아아악!”

한데 기이한 것은 고통에 소리를 지르면서도 신유강은 멀쩡하기 그지 없다는 것이다.

광마도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곤 더욱 도를 강하게 쥐고 휘둘렀다.

피가 튀고 괴성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광마도의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결코 죽지 않았다.

광마도의 인내심이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대체 뭐냐 네 녀석은!”

“으아악!”

평범한 인간이라면 견딜 수 없는 극심한 통증에 신유강은 괴성을 지르며 땅을 뒹굴어야 했다.

하나 그것도 잠시.

회귀신공의 공능은 통증마저 씻은 듯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광마도가 계속해서 얼굴을 붉히며 도를 휘두르니, 통증이 사라짐과 동시에 또 다른 통증이 몰려들었다.

신유강은 극심한 고통 속에 엉금엉금 기어 광마도의 공격 범위를 벗어나려 했다.

“이 괴물! 어딜 도망가느냐!”

광마도는 결코 신유강이 도망을 치게 놔둘 성격이 아니었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그를 향해 다가가더니, 이내 도를 휘둘러 전신을 난자하려 했다.

부웅!

도강마저 맺혀 있는 광마도의 도는 바람을 갈랐고, 곧 신유강의 머리를 쪼갤 듯 나아갔다.

“으아악!”

신유강은 소리를 내지르며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펑!

신유강의 손과 도날이 부딪힘과 동시에 커다란 소리가 울렸고, 광마도의 신형이 멀찌감치 날아갔다.

“크악!”

거대한 나무에 몸을 부딪친 광마도는 거칠게 신음을 터트리며 각혈을 토해 냈다.

조금 전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가?

도강이 맺혀 있던 도에 신유강의 손이 닿는 것과 동시에 그의 기운들이 역류하며 그의 몸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광마도는 자신의 힘에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신이 부들부들 떨린다.

‘설마 반로환동한 전대 고수?’

혹시나 해서 생각을 해 보았지만, 바들바들 몸을 떨고 있는 신유강의 얼굴을 보자, 그러한 생각이 모조리 날아갔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사술!’

그런 것이 아니라면 이런 상황이 발생할 리가 없다.

광마도는 바득바득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죽여 버리겠다, 놈!”

그는 방금 자신이 당한 것은 그저 저 괴물의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결코 있을 리가 없는 일이다.

광마도는 분명 이 공간 어딘가에 신유강이 숨어 사술을 쓰고 있을 것이라 판단을 하며, 사방팔방으로 도기를 날리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이놈! 죽어라! 죽어! 죽으란 말이다!”

반면 신유강은 미친놈처럼 발광을 하는 광마도를 가만히 바라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죽지 않는 몸이라는 게 상당히 편리해 보이기도 하지만, 상처만 없을 뿐 고통은 어김없이 느낀다는 것은 가히 절망적인 일이다.

“하아, 하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은근슬쩍 그 자리를 떠나려 하는 그 순간, 날카로운 무언가가 날아오는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쇄에에엑!

“으힉!”

이미 반쯤 미쳐 버린 광마도가 시뻘겋게 눈을 붉히며 신유강을 향해 도를 휘두른 것이다.

어찌나 빠르고 매서운지 도무지 신유강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을 정도였으나, 기이하게도 몸이 먼저 반응을 했다.

펑!

“커억!”

또다시 커다란 소리와 함께 광마도의 신형이 날아갔다. 삼 장이나 날아간 광마도는 땅을 뒹굴었으나, 곧 자세를 바로잡고 일어섰다.

그의 상태는 이미 말이 아니었다.

부리부리한 눈은 시뻘겋게 변해 있었고, 줄기줄기 피어오르는 농도 짙은 살기는 웬만한 고수들조차 꼼짝을 못할 정도였다.

“이 자식! 이 자식! 죽어! 죽어 버려라!”

자신이 고작해야 소년의 사술에 속았다는 것 때문에 자존심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광마도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고, 결국 그것은 주화입마를 부르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베고 부수려는 듯, 극성의 내공을 끌어올린 광마도는 공포 그 자체였다.

신유강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장난이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회귀 시간 때까지 광마도의 칼에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쾅!

이성을 잃은 광마도가 땅을 박차고 움직이자 거대한 폭음과 함께 자욱한 먼지가 튀었다.

어찌나 빠른지 인간의 눈으로는 그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몸은 확실하게 반응을 한다.

신유강의 우수가 움직이며 도를 가격했다.

펑!

“크악!”

뒤이어 들려오는 것은 광마도의 거친 신음 소리였으나, 조금 전과는 다르게 고작 두 걸음 물러설 뿐이다.

고작 두 차례 격돌로 신유강의 공격이 가진 힘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부딪치는 것과 동시에 기운을 회수하는 방법을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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