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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20화 (20/200)

# 20

만약 조금만 더 적응이 된다면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이놈! 이놈! 이놈!”

그러나 신유강은 소리를 치는 광마도를 무시하며 가만히 자신의 손을 올려다봤다. 살기 짙은 광마도의 공격에 몸이 먼저 반응을 했다.

아주 예전에 당소혜 때문에 겪어 본 적이 있는 느낌이었지만, 그때와 느낌이 사뭇 달랐다.

그때는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생긴 일이었지만, 지금은 몸 안에서 공능이 움직이는 것을 신유강이 확연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귀를 하며 죽음을 앞두었을 때 몇 번 이런 적이 있었지만, 이처럼 확연하게 다가온 것은 처음이었다.

신유강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다스려라.

그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회귀에서 벗어나려면 회귀신공, 그 자체를 다스리라는 소리였다.

진소소도 그리 말을 했으며, 석무자 또한 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다스리지 못한다.

‘어째서?’

신유강이 의문을 머릿속에 떠올린 순간, 어느새 다가온 광마도가 거칠게 도기를 뿌렸다.

쇄에에엑!

십여 줄기가 넘는 날카로운 도기는 무엇이든 벨 기세로 바람을 가르며 신유강의 전신을 노렸다.

신유강은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도기에 반응한 그의 손이 움직였다.

아주 자연스럽게.

신유강은 그것에 거부를 하지 않고 손을 뻗었고, 이윽고 단전에서부터 회귀신공의 힘이 움직였다.

몸 안에 잠든 힘을 자연스레 움직인다.

지금까지는 살기에 반사적으로 반응을 했었지만, 이번엔 신유강이 자신의 의지대로 그것을 끌어다 쓴 것이다.

쾅쾅쾅!

“커억!”

몸을 흐르는 기운에 맡기자 자연스럽게 손으로 움직인 기운이 쏟아져 오는 도기를 막아 냈고, 그것들을 본래 있던 곳을 향해 되돌렸다.

광마도는 미처 기운을 회수하지 못하고 날아갔으며, 신유강은 그것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대체…….”

신유강은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확실하게 자신의 의지로 힘을 쓴 것은 처음인지라, 이것이 정녕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린 신유강은 바닥을 뒹굴고 있던 광마도가, 더욱 시뻘게진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런 개 같은 일이! 어디서 이런 사술을 배웠느냐!”

“엄연한 무공입니다.”

신유강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며 자세를 잡았다. 마치 광마도와 한판 어울려 보려는 듯했기에, 광마도는 더욱 이를 갈았다.

이런 애송이가 이제 초절정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농락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었다.

그는 사천을 지배하고 있는 청성이나 아미, 그리고 당가의 가주들과 부딪혀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한데!

이 무슨 개 같은 일인가!

긴장한 듯 몸을 떨고 있는 신유강을 보고 있자니 더욱 울화가 치밀었다.

“개자식! 감히 이 광마도를 농락하다니! 결코 곱게 죽이지 않겠다.”

신유강은 다시 한 번 마른침을 삼키며 숨을 가다듬었다. 눈앞에 있는 상대는 무림에서도 그 이름이 자자한 인물.

회귀신공 덕분에 죽을 위험은 없지만, 그래도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신유강은 말아 쥔 주먹에 힘을 풀지 않았다.

단 몇 분 차이이지만, 광마도와 싸우기 전의 그와 광마도와 싸우는 그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쾅!

또다시 거칠게 땅을 박찬 광마도가 거리를 좁혀 왔다. 신유강의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빠른 움직임이었지만, 신유강은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손을 뻗었다.

펑!

손과 도가 부딪치며 귀를 울리는 어마어마한 소리를 냈다.

주화입마 초기 증상을 겪고 있는 광마도이긴 하지만, 신유강의 손과 부딪치면 내공이 되돌아 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기에 부딪히기 직전 본능적으로 기운을 회수하고 있다.

신유강은 한 보, 광마도는 두 보 물러섰다.

고수들에 싸움에서 이 차이는 굉장히 크다.

그렇기에 광마도는 더욱 이를 갈며 도를 휘둘렀다.

‘있을 수 없다.’

캉캉캉!

세차게 휘두르는 도는 마치 섬전과도 같아, 절정에 오른 고수들조차 쉬이 막아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신유강의 손은 어김없이 그것들을 막아 내고 있었다.

고작해야 열다섯짜리 소년.

‘어떻게 이런 괴물이!’

태어날 때부터 재능을 지닌 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고작 열다섯 나이로 초절정을 엿보고 있는 이를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광마도의 도가 더욱 거칠어졌다.

이 지옥과도 같은 환상을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유강은 쏟아져 오는 도기의 파도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아무리 죽지 않는 몸이라고는 하지만, 날붙이가 날아오는데 긴장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광마도의 외침이 들렸다.

“제 힘도 믿지 못하고, 긴장해서 몸을 벌벌 떠는 애송이 따위가 감히 이 광마도 앞을 막아서려 하느냐!”

사술이라고는 하지만, 초절정에 오른 자신마저 속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유강은 두려움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것이 광마도의 심기를 더욱 거슬리게 하였다. 그러나 그의 한마디가 신유강에게 기연을 안겨 주는 행동이라는 것을 광마도는 결코 인지하지 못했다.

광마도의 말을 들은 신유강이 눈을 부릅떴다.

신(信)!

그의 머리를 강타한 것은 회귀신공의 마지막 글자였다.

믿어라.

신유강은 여태 이 단어를 회귀신공을 만든 현선자가 이 비급이 거짓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으라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그는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회귀신공, 그 자체를 믿어야 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신유강의 머릿속에 봇물이 터지듯 글귀가 떠올랐다.

회귀신공을 미친 듯이 떠올렸던 신유강도 생전 처음 본 것들이었다.

회귀신자심(回歸身自心)

신체가 돌고 도니,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다.

회귀공자심회회(回歸功自心回回)

공능이 마음대로 도니, 모든 것이 돌아가고 돌아온다.

회회시자심회회(回回時自心回回)

어찌 돌고 도는 시간 또한 마음대로 못할까.

신유강의 전신이 황금빛에 휩싸였다. 마치 반딧불처럼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는데, 그 장면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었다.

도(道)이되 도(道)가 아니고, 무(武)이되 무(武)가 아닌 신공(神功).

현선자가 신인(神人)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것이 완벽하게 신유강과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광마도는 그것을 바라보며 눈을 부릅떴다.

현세에 존재한 그 무엇보다 상서로운 기운,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신기한 광경을 바라보며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이윽고 눈을 감고 있었던 신유강이 천천히 눈을 떴다.

황금빛 광안을 번뜩인 그에겐 평소의 신유강답지 않은 패기가 있었다.

광마도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전신이 바들바들 떨려 왔다.

태어나 지금까지 이토록 두려웠던 적이 있었던가?

그는 속으로 고개를 저으며 도를 굳게 움켜쥐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는 신유강의 모습에서 자신의 죽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죽어, 이 괴물 자식아!”

극성의 내공, 심지어 선천지기까지 끌어올린 그의 일격은 현 강호에서도 받아 낼 수 있는 이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척.

하나 신유강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그것을 막아 내자, 기운들이 역행하며 되돌아왔다.

광마도는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 괴물을 죽여야 했다.

그것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기혈이 파열되는 것을 느끼면서도 힘을 줄이지 않았다.

“죽어 버려!”

하지만, 그것은 헛된 발악이었다.

끼리리릭!

광마도는 자신의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넋을 잃었다.

중원 내에서도 찾기 힘들다는 묵철로 만들어진 그의 도가 엿가락이 휘듯 뒤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다.

곧 도날 전체가 뒤틀리기 시작하더니, 도신(刀身)마저 돌아갔고, 어느새 그것을 잡고 있던 손의 근육과 뼈가 돌며 부러졌다.

그 튀틀림은 곧 광마도의 전신으로 퍼졌다.

우드득!

“커커커컥!”

마치 몸속에서 회오리가 인 것처럼 광마도의 몸이 처참하게 뭉개졌다.

한때 광마도라 불린 시체는 그 형태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헉, 헉.”

어느새 황금빛이 사라진 신유강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광마도의 시체를 바라봤다.

희미하게 광마도를 공격했던 기억이 남아 있었지만, 이 처참한 광경을 자신이 만들어 냈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머릿속에서 구결이 떠올라 그것을 생각하고 있는 찰나에 벌어진 기이한 일.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직도 광마도를 죽일 때 그 감각과 느낌이 생생하다는 것이다.

신유강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충격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휘청거리며 움직이고 있는 그는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빨리 저 시신에 곁에서 떨어지고 싶은 생각 때문에 두 다리에 힘을 주며 신유강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무작정 달리고 있는 그는 현재 자기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 목적지는 기연고서점이었지만, 어느새 산을 벗어나 민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사람을 죽였다는 것에 자괴감 때문이 아니다.

너무나도 기이한 현상을 겪고, 정신적으로 충격을 심하게 받은 탓이다.

신유강은 어딘지 모르는 민가 근처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였다.

옷은 전부 찢겨져 나가 맨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이다.

광마도가 얼마나 그를 베고, 또 베었는지 충분히 알게 해 줄 만큼 처참한 모습이었다.

신유강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안정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약 일각의 시간이 흘렀을 때, 상처 하나 없는 몸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은 신유강은 포옥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어쩌지?”

이런 꼴로 기연고서점에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석무자는 또 몰라도 진소소의 앞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그는 무언가를 발견하였는지 두 눈을 반짝였다.

신유강은 덜덜 떨리는 몸을 억지로 추스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시선 끝에는 빨랫줄에 걸린 옷 한 벌이 있었다.

第六章. 화마객잔(火魔客棧)

기연고서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신유강은 기이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절정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무인인 광마도를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의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자신의 안위뿐이었다.

평소 결코 움직이지 않았던 회귀신공의 기운들이 마치 혈맥(血脈)을 타고 움직이는 피처럼 기맥(氣脈)을 타고 움직이고 있었다.

단 한 순간의 멈춤도 없이 그것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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