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신공-26화 (26/200)

# 26

第一章. 노점 객잔(露店客棧)

“으윽, 죽겠구먼.”

허름하기 짝이 없는 의방에 누워 있는 흑호는 며칠 동안 몸을 움직이지 못한 탓에 전신이 찌뿌둥해 견딜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자리를 털고 일어나 검을 휘두르고 싶지만, 벌써 열흘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그 어린놈의 손속이 어찌나 잔인한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쯧쯧, 흑영의 부대주라는 놈이 어찌 그리 엄살을 피우느냐.”

작은 의방 한편을 차지한 채, 흑호를 향해 못마땅한 듯 혀를 끌끌 차는 흑영이었다.

덤덤하기 짝이 없는 음성이지만, 기실 그도 흑호보다 심하면 심했지 못하지 않다.

그나마 어느 정도 운신을 할 수 있는 흑호와는 다르게, 흑영은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이, 씨부럴. 이게 다 대주 때문이오. 그리고 천하의 흑영대 대주와 부대주가 나란히 누워 있다는 걸 교에서 알면, 우린 다 뒈진 목숨이란 거 모르오?”

흑호는 괜스레 광마도를 찾는다며 신유강의 뒤를 쫓은 흑영이 밉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다른 대원들처럼 마교로 돌아갔다면, 지금쯤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며 놀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이건 뭔가.

처음 마교에 입문을 하여 무공을 배울 때도,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의방에 누워 본 적이 없는데, 그런 치욕을 어린놈한테 받게 되었다.

자연스레 입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흑영은 겁 없이 덤벼드는 부대주를 향해 살심이 솟구쳤으나,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차마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저 인상을 쓰며 흑호를 노려볼 뿐이다.

“뭐요? 한판 해볼텨? 시벌, 눈 안 깔아?”

“이 새끼가.”

조직에서 대주와 부대주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힘을 상징하는 마교이니 더더욱 그러했다.

치고 올라오는 것들을 눌러 버리기 위해서는 마땅히 힘이 필요하기에 흑영의 능력은 가히 광마도에 필적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호가 흑영을 향해 덤벼드는 것은 그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흑호는 마치 평소 쌓였던 불만을 터트리듯 대들었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욕설을 들을 때마다 흑영의 인상을 더더욱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상대를 보고 덤벼야지. 내가 말했잖소. 반로환동한 고수일지도 모른다고. 겁도 없이 덤비니 그 꼴이 된 거지. 쯧쯧쯧.”

제일 먼저 손을 쓴 것은 다름 아닌 흑호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흑영에게 넘기는 그의 행태에 흑영은 기가 찼다.

흑영의 얼굴이 시뻘겋게 붉어졌으며, 당장이라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흑호를 향해 일장을 퍼부을 것 같은 기세를 넘실넘실 풍겼다.

방 전체에 흑영의 살기가 짙게 흐르니, 이죽거리던 흑호 또한 잠시 입을 닫고 다른 곳을 쳐다봤다.

“너 이 새끼, 내가 움직이기만 해 봐라. 아주 아작 내 버릴 테니까.”

고개를 힘겹게 돌려 흑호를 바라본 흑영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평소에도 겁 없는 놈이란 걸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성질을 건드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면 반드시 흑호의 목을 꺾어 버릴 것이라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흑호는 그 말투와 기세 때문에 기가 죽었는지 자라처럼 목을 움츠린 채 말을 돌렸다.

“그런데 이 새끼들은 어디를 간거야? 밥 줘 밥! 돈 가져갔으면 줘야 할 거 아냐?!”

그들을 구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신유강이었다.

게다가 진소소라 불리는 이쁘장한 계집은 흑호와 흑영이 가지고 있는 돈을 전부 빼앗았다.

계집이 웃는 얼굴로 어찌나 살벌하게 말을 하던지, 흑호는 당시에 일을 떠올리자 절로 몸이 떨려왔다.

“하아…….”

흑영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 * *

신유강은 하늘을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회귀를 했어야 할 시간이 십여 일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돌아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석무자의 말대로 자신이 어느 정도 회귀신공을 다스리 게 되자, 무한히 반복되었던 회귀가 끝난 것이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신유강의 소매깃을 누군가 꾹꾹 잡아끌었다.

은근슬쩍 시선을 돌려보니 진소소가 방긋 웃음을 지으며 무언가를 건네주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그녀가 만든 소면이었다.

“유강, 하늘을 올려다보면 재미있는 일이라도 생기나요?”

소면을 건네주며 웃는 진소소의 말은 간단히 말하자면 농땡이 치지 말고 일을 하라는 소리였다.

신유강은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소면을 받아 들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그마한 노점.

긴 의자라 해 봐야 고작 열댓 명이 앉을 수 있는 그곳에 무수히 많은 줄이 늘어선 것이 보였다.

줄을 선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진소소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황룡객잔의 숙수조차 만들지 못하는 맛을 내는 진소소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찾아왔다.

동전 열 문.

소면 치고는 상당히 비싼 가격임에도 노점을 연 직후부터 둘이 지금까지 벌어들이는 수익만 벌써 은자 오십 냥이 훌쩍 넘어갔다.

“여기 소면이요.”

“으하하! 이 자식아, 표정이 왜 그래? 얼굴 좀 펴라, 이놈아.”

진소소가 만들어 준 소면을 시킨 것은 참으로 험상궂은 인상의 남자였다.

주먹을 꽤 쓰는 인간인지 다부진 체격에 단단해 보이는 주먹, 얼굴에는 기나긴 검상이 나 있었다.

신유강은 그가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사천을 주름잡는 하오문 밑에는 두 곳의 파락호 집단이 존재했다.

바로 백호파와 불곰파라는 곳인데,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는 바로 그 불곰파의 우두머리인 불곰 적대웅이라는 자였다.

이십 년이 넘게 불곰파를 이끈 사람이자, 무림인이 아니라면 뒷골목에선 상대할 자가 없다고 할 정도로 주먹을 잘 쓴다.

그런 이를 상대로 신유강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언제 인상을 썼습니까?”

“지금 쓰고 있잖냐, 이놈아.”

소면의 맛이 기막혔기 때문에 적대웅은 입안으로 소면을 빨아들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는 노점에 사람들이 몰릴 때부터 신유강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하루에 한 번씩 소면을 먹으러 왔으니 대강 상황을 파악하게 된 것이다.

“누가 네놈 색시를 빼앗아 갈까 봐 그러냐?”

“형님이? 재주 있으면 한번 해 보십쇼.”

“푸하하, 나 말고 이놈아. 저기 저놈들 말이다.”

적대웅이 가리킨 곳에는 진소소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군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미공자들이 가득했다.

손약란과 손금운이 하남으로 떠난 직후, 사천제일미라 불리는 당소혜보다 더 아름다운 소녀가 나타났으니 응당 남자들에 눈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저들은 평범한 이들이 아니다.

사천에서 이름있는 부호의 아들들, 혹은 상당한 명문세가에 인물들인지라, 이유가 없으면 이런 노점에 찾아올 리가 없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안 봐도 뻔했다.

그들은 진소소의 얼굴을 보기 위해, 하루 은자 한 냥이 넘는 돈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다.

물론 진소소가 그들에게만 바가지를 씌우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정도로 돈이 남아도는 이들이란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으하하, 네 색시는 정말 재주도 좋아. 아주 피를 쪽쪽 빨아먹네.”

불여우라 불리는 존재가 있다면 틀림없이 진소소를 일컫는 말이 아닐까 싶은 적대웅이다.

손 한 번 잡아 주지 않지만, 말투와 행동으로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며 대수롭지 않게 은자를 뜯어내는 것은 홍등가에서 닳고 닳은 기녀들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기루에 네 색시 같은 여자만 있으면 돈이 몇 배로 들어왔을 텐데…….”

“형님, 다 드셨으면 객쩍은 소리 마시고 그만 가시죠?”

“안 그래도 일어날 거다. 하하하!”

어느새 그릇에 한가득 담아 놓았던 소면을 들이켠 적대웅이 껄껄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신유강의 어깨를 두들겼다.

“어서 빨리 도장 찍어라. 저러다 딴 놈이 채 가면 어쩌려고 그러냐? 하하!”

“형님!”

“하하하!”

순식간에 소면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난 적대웅이 그곳을 벗어나려 하자, 우르르 몰려 있던 사람들이 좌우로 길을 터주는 우습지도 않은 일이 벌어졌다.

과연 사천에서 이름 높은 불곰파의 우두머리다운 모습이다.

“에휴.”

신유강은 적대웅의 자리를 치우며 바쁘게 움직였다. 이미 오시(午時)가 지난 시간이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부분 젊은 청년들이다.

신유강은 불안한 듯 진소소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전혀 거리낄 것 없이 음식을 만들고, 그들에게 가져다 줄 뿐이었다.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필요 이상의 대화를 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젊은 청년들에 심장에 더욱 불을 지른 것인지, 그들은 끈질기게 말을 걸었고, 진소소는 형식적으로 웃었다.

참으로 웃지 못할 상황이다.

“후우…… 사람 상대하는 일이 쉬운 게 아니네요.”

은근슬쩍 곁으로 다가온 진소소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돈을 가져다주는 봉들이 있어 수입이 좋았지만, 수작을 걸려는 것이 훤히 보였기에 그녀는 참으로 곤혹스러웠다.

그나마 깽판을 치는 이들이 없는 이유는 불곰파 우두머리인 적대웅이 수시로 이곳에 사람들을 보내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니였다면, 파리가 꼬여도 단단히 꼬였을 것이다.

신유강은 흐르는 땀을 닦아내는 진소소를 가만히 바라봤다.

자신보다 나이가 두 살 많은 그녀는 하는 행동과 말투에 기품이 넘치다 못해, 과연 명문세가의 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또한 무공도 상당하여 이미 절정에 올라 있는 데다, 석무자라는 거물에게 무공을 배웠으니, 앞으로 십 년 안에 천하를 오시하는 고수가 될지도 모른다.

미모는 또 어떠한가?

사천제일미라 불리는 당소혜도 그녀 앞에선 빛을 잃는 데다, 박학다식하고 총명하기 그지없다.

오랜시간 동안 알고 지낸 신유강도 이렇게 얼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가슴이 떨려 올 정도였다.

“끄응…….”

신유강은 반대로 자신의 입장을 떠올렸다.

고아인 데다 많이 먹지 못해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좀 작았다.

담이 좀 크다는 것을 제외하곤 특출난 것이 하나도 없으니, 그는 자신이 진소소와 어울린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면 주먹을 좀 쓴다는 것과 회귀신공을 익히고 있는 정도다.

신유강은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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