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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32화 (32/200)

# 32

주위에는 건장한 사내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었으며, 도박꾼들은 손님들의 상태를 살피며 강약 조절을 해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여기.”

이중에서도 가장 쉬운 도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잔에 들어 있는 주사위에 위치를 맞추는 간단한 놀이였다.

가장 빠르게 끝나면서도 큰돈을 걸 수 있으니, 빠른 시간 안에 목돈을 만지고자 하는 이들이 몰려드는 놀이였다.

주사위를 만지던 도박꾼은 헤실헤실 웃음을 지으며 눈앞에 있는 청년을 바라봤다.

몇 년 전부터 자주 이곳에 오는 놈이었는데, 도박에 도 자도 몰라 따는 건 고사하고 돈을 잃어 돌아가기 일쑤였다.

도박꾼은 세 개의 잔 중 한 곳에 자그마한 옥돌을 집어넣고, 재빠르게 손을 놀렸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 손은 무공을 익힌 사람들조차 혀를 내두룰 정도로 빨랐으며, 순식간에 옥돌이 있는 위치를 알 수 없게 했다.

벌써 열 판째였고, 청년이 이긴 횟수는 고작해야 네 번이었다.

열 번 중 네 번이면 적지 않은 수였지만, 그것은 도박꾼이 일부러 져 준 것인지라 따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 잃고 있다는 것이 정답이다.

청년은 가운데 잔에 전표를 올려놨다.

“여기!”

그러자 사람들은 너도 나도 그 청년의 반대편으로 돈을 걸기 시작하였는데, 도박꾼은 재빠르게 주위에 몰린 돈을 판단하여 가장 많이 걸린 쪽을 바라봤다.

청년은 백 냥이지만 가장 오른 쪽에 있는 것은 사백 냥이다.

또한 가장 왼쪽은 백 오십 냥이니 만큼, 이번엔 청년의 손을 들어 주어야 수지가 맞다.

“아이코, 대단하십니다. 공자! 공자님이 가져가십니다!”

“이런, 하필이면 저쪽이라니…… 저 녀석 오늘은 운빨이 되나?”

“아니, 이 사람아! 아까 못 봤어? 저 녀석 오늘 삼천 냥은 잃었을 걸?”

“돈 좀 만지던데 그렇게 잃었다고?”

“아이고, 이 답답한 놈들아. 보면 모르나 저 꾼이 유강이를 거지로 만들려고 하는 거지.”

“허허…… 소소가 알면 또 큰일 나겠군.”

청년 신유강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웃을 뿐이었다.

그는 도박꾼이 건네주는 전표를 받아들곤 다시금 판을 짜라며 재촉했다.

그러자 도박꾼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였는데, 전표를 만지작거리던 신유강은 가장 오른쪽에 돈을 걸었다.

‘조금 전에 백 냥을 걸었으니, 이번엔 이백 냥.’

따면 사백 냥이나 잃으면 오늘 도박장에 갖다 바친 돈만해도 삼천 냥이 넘어갈 것이다.

도박꾼은 잠시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

누군가 또 거는 이들은 없나 뜸을 들이는 것이었는데, 사람들은 신유강의 운빨이 섰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돈을 걸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박꾼은 씩 웃음을 지으며 잔을 열자, 이번에도 조금 전과 다르지 않게 가운데 잔에서 옥돌이 나왔다.

“아이고, 공자 이를 어째?”

“하하, 괜찮소, 괜찮아.”

신유강은 어색하게 웃고 있었으나 표정만은 시퍼렇게 질려 있었다.

그것을 본 도박꾼은 키득키득 속으로 웃음을 지었지만,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다.

오늘 계산한 것만 해도 신유강은 족히 삼천 냥을 넘게 잃었다.

어린 나이에 사천의 거부 중 하나라 불리게 된 그라고 할지라도, 가문이 휘청일 정도로 대단한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깊게 한숨을 내쉰 신유강이 품에서 전표를 꺼냈다. 아까와 같이 백 냥짜리 전표 두 장이었다.

“다, 다시 마지막 판이니…….”

“헤헤헤, 이번엔 꼭 따셔야지요?”

“그, 그렇지.”

신유강을 알고 있는 파락호들은 저마다 끌끌 혀를 찼다. 어린 동생 같은 놈이 도박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응당 말려야 함이 옳지만, 말려도 듣지 않고 때려도 듣지 않으니 속만 상할 뿐이다.

“에효…… 내 저놈의 손모가지를 끊어 버려야 되는데.”

“소소는 어쩌려고 저러지 저놈?”

“독사야, 오늘 저놈 얼마나 잃었냐?”

“삼천사백 냥입니다, 형님.”

“미친놈.”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박꾼이 이번 판은 져 줄 요량인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신유강이 건 곳에서 옥돌이 나오자, 신유강은 환호를 내지르며 전표 이백 냥을 챙겼다. 그래봐야 잃은 금액에 비하면 세 발의 피라 할 수 있겠지만 저게 어디인가?

적대웅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쟤, 내보내라.”

“예!”

신유강은 불곰파 왈패들에게 이끌려 쫓겨나듯 도박장을 빠져나왔다.

다들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지라, 신유강을 끌고 나가면서도 그를 향해 온갖 잔소리를 퍼부었지만, 정작 신유강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니, 형님. 잃은 건 따야지.”

“새끼야, 빨리 안 가?”

“너 이번에 들어갔다간 불곰 형님이 쫓아올 거다. 그래도 들어갈래?”

“에이씨, 알았어! 내 더러워서 다른 곳으로 가든지 해야지 원.”

“에라이, 새끼야. 백호 쪽 도박장에 갔다는 소리만 들려 봐라. 아주 쫓아가서 아작을 내버릴 테니까. 넌 소소가 불쌍하지도 않냐?”

“에이, 몰라. 나 가요!”

신유강은 거칠게 소리를 치며 분하다는 듯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불곰파 왈짜들은 쯧쯧 혀를 차며 도박장으로 돌아가며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저리되었는지 알다가다도 모를 일이었다.

약 칠 년 전, 노점을 시작으로 상당한 돈을 거머쥔 신유강은 그대로 천운객잔이 있던 땅을 사서 기연객잔이라는 곳을 지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승승장구(乘勝長驅)하기 시작하였으니, 사천에서 상당히 이름 있는 거부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홍등가 반 이상이 신유강의 것이었으며, 곳곳에 사 놓은 땅 또한 상당히 많다.

그밖에도 진소소 몰래 뭔가를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린놈이 돈맛을 일찍 알았어.”

그러나 문제는 너무 이른 시기에 돈맛을 봐 버린 탓에 신유강이 돈을 물 쓰듯이 쓴다는 것이다.

불곰파 왈패들이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반면 한껏 인상을 찌푸리고 걷던 신유강은 슬슬 도박장과 거리가 벌어지자 조금 전 더러웠던 기분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표정을 풀며 느긋하게 걸었다.

‘삼천사백 냥을 잃어? 내가?’

신유강은 어이없는 그들의 말이 웃음을 짓고는, 품 안에 한가득 모여 있는 전표를 바라봤다.

육천 냥이 넘는 거금이 보이자 만족스런 웃음이 그의 입가에 걸렸다.

그는 돈을 잃었지만 잃지 않았다.

자신의 돈은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 봤자 다시 돌아오니, 도박에서 져도 절대 돈을 잃을 수 없었다.

신유강은 홀로 피식거리다 한참을 움직여 사천 성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에 지은 장원으로 향했다.

땅값만 해도 족히 만 냥은 넘게 들었으며, 장원을 짓는 데만 그와 비슷한 돈을 쏟아부었다. 아마도 이 근방에서 사천당가를 제외하면 가장 커다랗고 화려한 장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장원은 마치 과거 기연고서점을 가져다 놓은 듯, 크고 웅장했으며 그것과 쏙 빼닮았다.

진소소의 부탁으로 기연고서점과 최대한 똑같게 지은 것이다.

어쨌든 사천 거리를 느긋하게 거닐며 히죽히죽 웃음을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은, 몇 년 전 신유강이라고는 생각하지 힘들 정도로 당당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는 사천에서도 상당히 이름 있는 거부 반열에 올라 있는 데다, 그간 무공을 꾸준히 연마한 탓에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거란 자신감마저 생겼다.

담은 있으나 매사에 자신이 없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시간에 따라 그도 성장한 것이다.

“유강!”

저 멀리서 뛰어 오는 소소다.

화려한 붉은 비단으로 만들어진 궁장을 입은 소소는, 앙칼지게 눈을 뜨며 신유강을 쏘아봤다.

어렸을 때도 비교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예쁜 아이었지만, 크면 클수록 가히 천하제일에 가까운 미모라 할 만큼 눈이 부셨다.

신유강은 그런 소소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어디 갔다 온 거죠?”

이미 불곰파에서 보낸 사람이 장원에 왔다 갔기 때문에 진소소는 신유강이 어디를 갔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물어보는 것은 신유강의 입으로 직접 진실을 말하라는 무언의 표시였다.

“하하, 그것이…….”

“또 도박장에 갔다면서요? 맨날 돈을 잃으면서 도대체 왜 거길 가요?”

회귀신공의 대한 것을 모르고 있는 진소소는 신유강이 항상 돈을 잃기만 하는 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원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객잔에서 벌어들이는 돈과 홍등가에서 들어오는 수입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야 한 달에 몇 백 냥씩 벌고 있으니 굶어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무공이 높은 사람 중 도박을 해서 돈을 잃는 건 유강뿐이 없을 거예요. 알아요?”

고수들의 눈은 도박꾼의 손놀림조차 읽어 낸다.

하여 도박꾼들은 무림인들 앞에서는 결코 장난질을 치지 못하는데, 기이하게 신유강은 그리 무공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같이 잃는다는 소식만 들려오니, 진소소 딴에는 미칠 지경이었다.

물론 신유강이 그것을 모를 리 없다.

애초에 돈을 잃는 척하는 것이니 당연하다.

무조건 따기만 한다면 어느 도박장에서 그를 받아주겠는가?

“소소, 그것이 아니라…… 뭐라 할까 기척을 감지하는 수행 중이라 할까……?”

말도 안 되는 변명에 진소소가 어이가 없어 웃었다.

그녀는 신유강이 도박장을 다니는 이유를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더욱이 신유강을 어려서부터 보아 왔던 사람들은 이제 혀를 차며 수군거리니 진소소는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진소소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유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는 잘 몰라요. 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살짝 말 끝을 흐린 진소소가 어색하게 웃고 있는 신유강을 한차례 쏘아보며 방긋 웃음을 지었다.

세상이 환하지는 듯한 미소에 신유강이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하였으나, 그보다 먼저 그를 덮친 것은 오한이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푸른 광망이 번뜩였기 때문이다.

“용서하지 않겠어요.”

“하…… 하하, 걱정하지 마. 더 이상 도박장에 발을 디디는 일은 없을 테니까.”

진소소는 새치름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인가요?”

“물론.”

그가 도박장을 가는 것엔 이유가 없었다.

단순히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고, 진소소가 보지 않는 곳에서 뒷주머니를 찰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뒷주머니를 찬다고 하여 그 돈을 나쁜 곳에 쓰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혹시 모를 미래를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많은 돈을 벌어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사람의 앞날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진소소는 신유강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앞으론 도박장을 가지 않겠다는 그의 말을 듣고,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손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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