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신공-38화 (38/200)

# 38

신유강은 머리를 벅벅 긁적이며 한숨을 쉬었다.

“그놈들은 어디에 있는 줄 알아?”

신유강의 질문에 당소혜는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한참이나 끙끙거리며 머리를 쥐어짜던 그녀가 떠올랐다는 듯 밝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수월장!”

“그래?”

수월장이라는 말에 신유강은 살짝 웃음을 지었다. 곁에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당소혜는 왠지 모를 한기를 느꼈다.

하지만 대운상단은 고작 신유강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다.

그녀는 그가 분명 자신에게 도움을 청해 올 것이라 생각을 하며, 속으로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러나 일은 그녀의 뜻과는 전혀 다르게 이어졌다.

第五章. 화마장(火魔莊)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장삼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었다. 왠지 마음이 심란했기 때문이다.

칼에 베인 느낌은 여전히 생생하였고, 타오르던 객잔의 모습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유강이나 왕윤, 그리고 다른 친구들까지도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을 한다.

단순한 착각이었겠거니 하고 넘어가도 될 일이긴 하지만, 꿈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생생하였기에 혹여 자신이 죽어 다른 세상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일게 하였다.

그만큼 충격이 심했다는 것이다.

장삼은 포옥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 정원으로 향했다.

신유강이 살고 있는 곳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인 곳이지만, 꽤 좋은 집이다.

진소소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이런 곳을 산다는 건 죽을 때까지 불가능했을 것이다.

장삼은 그것을 가장 고마워했다.

물론 진소소에게 요리를 배우는 동안 꽤 얻어터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사천에서 이름있는 요리 실력을 손에 넣었지 않은가.

장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객잔을 지키고 싶었다.

“야, 야!”

정원을 산책하는 와중 들려오는 소리에 장삼은 화들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시간은 이미 자정이 넘은지라 누군가 찾아올 리가 없었던 탓이다.

장삼은 이번에야말로 저승사자가 자신을 잡으러 왔다고 생각했다.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슬그머니 눈알을 굴렸다.

“너, 너?”

그러나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상대는 저승사자가 아니었다.

어둠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새까만 흑의를 입은 신유강이 달빛 아래에 모습을 드러내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기겁을 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장삼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하는 짓이냐? 이 야밤에 남의 집 담장까지 넘고…… 네가 무슨 도둑이냐?”

“도둑은 무슨, 어서 갈아입기나 해.”

의미를 전혀 알 수 없는 질문에 장삼이 고개를 갸웃했는데, 그 순간 신유강이 한 벌의 흑의를 장삼에게 건네주었다.

신유강이 입고 있는 것과 같은 옷을 받아 든 장삼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재촉하는 신유강의 날카로운 눈빛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훌렁훌렁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다, 다 입었어.”

“좋아 가자!”

“어딜 가는 거야?”

아직까지도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장삼이지만, 신유강이 손을 부여잡고 억지로 이끌자, 어느새 훌쩍 담을 넘어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신유강이 그를 잡고 무림인들이 사용한다는 경공을 발휘한 것이다.

“으아!”

“입 다물고 있어.”

소리를 지르는 장삼의 입을 막기 위하여 장삼의 입에 헝겊 한 뭉치를 쑤셔 넣은 신유강은 더욱 빠르게 경공을 펼치며 움직였다.

이미 회귀신공을 익혀 내공을 익힐 수 없는 몸이지만, 신유강의 몸 안을 돌고 있는 회귀신공의 힘은 그 어떠한 무공과도 상성이 잘 맞아떨어졌다.

신유강은 이 회귀신공을 만들어 낸 현선자가, 신인 중 신인이라 생각했다.

애초에 모든 무공에는 그 상성이라는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귀신공은 그러한 틀마저 깨어 버렸으니 말이다.

장삼의 집이 있는 곳에서부터 약 이각 정도 내달린 신유강이 걸음을 멈춘 곳은 거대한 장원 앞이었다.

사천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 이 장원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미산검문이 소유하고 있는 장원이며, 화사하고 웅장한 풍경 탓에, 비싼 값을 치르고 며칠 동안 머무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즉 이곳은 미산검문의 돈줄 중 하나인 셈이다.

“여긴?”

“보면 모르냐. 수월장이지.”

“나도 그건 알아, 인마. 여기 왜 왔냐고.”

장삼이 질문을 했으나 여전히 신유강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이윽고 그들이 있는 곳에서 약 오 장 정도 떨어진 풀숲에서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장삼은 그것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통 안에 들어 있는 것은 틀림없는 기름이었다.

진득하게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는 그것이 기름이라는 것을 확연하게 느끼게 해 주었고, 그 순간 저도 모르게 파르르 몸을 떨었다.

“너 설마?”

“편하게 생각해. 니가 개꿈을 꾼 것은 맞지만, 꿈이라고 해도 당했으면 갚아 줘야지. 안 그래?”

“여, 여긴 왕윤이네 장원이라고!”

“쉿, 소리 낮춰. 왕윤이 놈도 안에 있기는 한데, 지금은 대운상단 놈들이 빌려서 쓰고 있어.”

“대…… 대운상단?! 그럼 더 큰일이잖아.”

“그러니까 조용히 하라고, 인마. 그냥 불만 지르고 튀면 되는 거야. 그리고 집에가서 씻고 자면 누가 우리가 한 줄 알겠냐?”

신유강은 실실 웃으며 말을 하더니, 어느새 담벼락에 기름을 뿌리기 시작했다.

벽으로 되어 있는 그곳에 뿌려 불을 지른다 한들, 크게 번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사람이 상할 리가 없는 것이다.

장삼은 신유강이 어이없는 일 때문에 하루 반나절 동안 눈을 뜨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풀어 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삼은 피식 웃음을 짓더니, 한 바가지 기름을 퍼 담벼락에 뿌렸다.

“저기, 정말 괜찮은 거야? 안에 있는 사람들이 죽는 건 아니겠지?”

“괜찮아, 괜찮아.”

신유강은 마치 장삼을 안심시키려는 듯 말을 하며 웃었다.

기름을 담벼락에 모두 뿌리니, 기름 냄새가 역겹게 코를 찔러 왔다.

“저, 정말로 하게?”

칙!칙!

어느새 불을 붙이기 위해 화섭자를 들고 있는 신유강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어린 시절 칼을 들고 설친적은 있지만, 단순히 위협용이었으며 사람을 찌른 적은 없는 그였다.

천성이 착한 것이다.

신유강은 한차례 더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불이 붙은 화섭자를 움직였다. 어느새 담벼락에 불이 번졌고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서서히 담벼락을 태우며 기름을 뿌린 장소를 따라 불이 옮겨 가기 시작했다.

이후 그것이 더욱 세찬 불을 만들어 내고 있었는데, 기이한 것은 타지 말아야 할 곳에 불이 붙고 있다는 점이다.

전각이었다.

담벼락 바로 건너편에 있는 전각을 향해 마치 누가 기름을 뿌려 놓은 듯 불이 옮겨 가기 시작하더니, 곧 어마어마한 화마가 전각을 집어삼켰다.

“부…… 불이야!”

“무, 물 가져 와! 물!”

“으아악! 사, 살려 줘!”

안쪽에서 순시를 돌고 있던 이가 소리를 쳤다. 불이 정문 쪽을 제외한 인근에 있는 담벼락을 태우고, 본전까지 집어삼켰으니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신유강은 씩 웃음을 지으며 멍하니 서 있는 장삼의 팔을 이끌었다.

“가자.”

“자, 잠깐! 저, 전각이…… 다, 담벼락만 태우는 거 아니였어?”

“불이 붙은 걸 내가 어째?”

시큰둥하게 대답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장삼은 확연하게 느꼈다.

어쩐지 통의 크기에 비해 들어 있는 기름의 양이 적다고 생각했다.

신유강이 이미 안쪽에 기름을 부어 놨던 것이다.

“이 미친놈아!”

“하하, 괜찮아.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 돼. 이건 절대 비밀이다. 알았지?”

장삼은 어이없는 신유강의 말에 사색이 되었다. 안에서는 기왕윤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 또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다.

전각을 태우고 있었던 불길은 더욱 거세게 주위를 향해 뻗어 나가기 시작하였고, 그것은 어느새 수월장 전체를 집어삼켰다.

장삼은 할 말을 잃은 채 신유강의 손에 이끌려 그곳을 벗어나야 했다.

“어디를 그렇게 가느냐?”

장삼의 집으로 빠르게 경공을 펼치고 있었던 신유강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힐끔 시선을 돌렸다.

언제부터 따라오고 있었던 것인지, 생전 처음 보는 남자 한 명이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장삼은 그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밤, 자신을 향하여 검을 휘둘렀던 그자였기 때문이다.

신유강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빠르게 뒤를 따라오고 있었던 자 또한, 어느새 신유강의 앞을 가로막으며 히죽 비소를 머금었다.

“놀랍군. 살아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쾌검낭 풍백은 돈에 움직이는 낭인이었으나, 이름 있는 무림인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절정 고수로 유명했다.

주색잡기를 일삼고, 돈만 많이 준다면 안 하는 일이 없다 하여 사도로 분류가 되는 인간이었으나, 돈에 움직이는 낭인들에게 정사의 개념이 있을 리가 없다.

그는 지금 지난 밤 확실히 죽였다고 여겼던 장삼을 바라봤다.

그때 손에 느껴진 감촉은 확실하였고, 죽어 가는 모습까지 확인을 하였다.

그런데 이처럼 멀쩡하게 자신의 앞에 서 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유, 유강아.”

장삼은 바들바들 떨며 풍백을 바라봤다.

꿈이라고 생각했던 이가 눈앞에 멀쩡하게 나타난 데다, 그 당시 일어난 일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을 해 주고 있으니 그의 두려움이 오죽할까.

“그렇지 않아도 네놈에게 찾아가려 했다. 무슨 짓을 한 거지? 분명 객잔에 불을 질렀는데…….”

뒷말은 굳이 듣지 않아도 된다.

객잔에 불을 지른 것이 확실한데, 어째서 멀쩡하냐는 물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애초에 장삼이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그저 눈을 뜨니 집이었고, 친구들은 대부분 그날 일이 꿈이라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장삼은 떨리는 눈빛으로 신유강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눈앞에 있는 이는 자신들과는 다르게 진짜 무인(武人)이다.

무공을 익혀 중원을 질타하는, 평범한 이들은 쳐다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그러한 자란 소리다.

장삼은 죽음을 예견했다.

그러나 신유강은 의외로 덤덤하다.

“너는 누구지?”

살짝 삐딱한 그의 말투가 풍백의 심기를 건드렸던 것인지, 장삼을 바라보고 있었던 풍백의 시선이 신유강을 향해 돌아갔다.

조금 전 장원에 불길이 치솟아 오를 때부터 그가 느낀 것은 한 사람의 기척이었다.

그런데 뒤를 쫓으며 한 명이 아닌 두 명이란 것을 보았을 때, 새삼 놀라고 말았다.

풍백은 뭔가 기묘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이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웃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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