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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40화 (40/200)

# 40

얼마 전 도박장에서 신유강을 쫓아낸 장본인이었는데, 늦은 시각 기루로 들어오는 신유강을 바라보며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험난한 흑도에서 삼십 년 가까이 살아남은 이라 그런지, 보기만 해도 절로 몸이 위축되는 기분이 드는 것은 착각이 아니다.

“놀러 온 게 아닙니다.”

“그럼?”

적대웅은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신유강을 바라보며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놈을 알기 시작한 지 꽤 오래 되었지만, 이렇게 진지한 얼굴을 보는 것은 상당히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적대웅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유강은 근처에 있는 자리를 잡고 앉아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점소이가 쪼르르 달려와 한 병의 술과 간단한 안주를 챙겨 왔다.

신유강은 점소이를 향해 은자 한 냥을 던져 주곤, 적대웅의 잔을 채우며 입을 열었다.

“하오문의 정보는 개방과 비견한다지요?”

“그런 헛소문은 또 어디서 듣고 왔냐.”

“하하, 제가 무림인은 아니지만 무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하오문도 당연히 알고 있죠. 형님은 제가 돈만 많은 버러지로 보입니까?”

적대웅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신유강의 미간이 찌푸려졌으나 이내 덤덤하게 술잔을 들이켰다.

“그래, 뭘 알고 싶은데?”

“함부로 말해도 됩니까?”

“그야 정보의 경중에 따라서 다르지.”

시큰둥한 적대웅의 말에 신유강은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시끄럽기 그지없는 객잔 안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와 눈이 마주친 객잔 이 층에 있는 여인이 부드럽게 웃었다.

신유강은 저 여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기루에서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는 기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층에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운상단의 모든 것, 그리고 무림맹 무관이 이곳에 들어선다면서요?”

“허 참…….”

적대웅은 기가막힌 표정을 지었다.

학관이 사천에 들어선다는 것은 이미 온 강호인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하필이면 대운상단이라니? 중원십대상단 중에서도 악질로 유명한 곳이니, 신유강이 그들과 관계되는 것이 꺼릴 수밖에 없었다.

“알아서 뭐하려고?”

“대운상단에서 우리 객잔을 원하더군요. 싫다고 하니 객잔의 불을 지르려 했어요.”

신유강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적대웅은 굳은 표정을 피지 못했다.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미수로 그쳐 다행이라 할 수 있었지만, 하필이면 신유강이 그들과 부딪치게 되었으니 자칫하다간 무너져 내릴지도 모를 일이다.

적대웅은 신음을 삼켰다.

“그 말을 하려고 나를 찾아온 건 아니겠지?”

“땅, 우리 객잔만큼 커다랗고, 싼값에 살 수 있는 것들 좀 알아봐 줘요.”

“미친놈, 땅도 많은 놈이 무슨 땅을 또 사려고?”

“하하, 그건 그렇지만 거길 팔았다간 맞아 죽을 겁니다. 아시면서.”

빙그레 웃는 신유강의 표정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근방에 그의 객잔보다 커다란 땅이 있긴 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곳을 가지고 있는 자가 정이품 병부상서를 지냈던 이라는 게 문제였다.

대운상단이나 무림맹에서 하오문과 개방을 통해 땅을 알아보았을 때, 그 땅은 알려 주지 않았다.

무림인이라면 치를 떠는 이였기에, 팔 리가 만무했기 때문이다.

적대웅은 어찌해야 할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다소 진지해 보이는 신유강의 눈빛 때문에 입맛을 다셨다.

“네 객잔에서 약 반각 거리에 장원이 하나 있다. 알고 있느냐?”

“본 적은 있지요.”

“그곳에서 약 일각 정도 더 서쪽으로 나가면, 네 객잔의 두 배 정도되는 땅이 하나 있다.”

신유강은 눈을 빛냈다.

“대운상단에서 그곳을 노리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까?”

“간단해. 그 땅 주인의 아들이 예전에 무림인들에게 맞아 전신불수가 됐거든. 무림맹 쪽에서도 몇 번이고 그 땅을 사기 위해 협상을 시도했는데, 콧방귀도 안 뀐다더라. 함부로 손을 쓰기에는 배경도 만만치 않아서 대운상단에서도 손을 놓고 있는 중이고.”

신유강은 술잔을 내려놓고 웃음을 지었다.

“배경이요?”

“전 정이품 병부상서거든. 덕분에 그가 관직에 있을 당시, 목이 날아간 무림인들이 꽤 많았지.”

적대웅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낄낄거리며 웃었다.

천하의 무림맹과 팔대세가 쪽에서 그 땅을 사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적박대당하고, 주인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린 것이다.

“네놈이라면 사천에서 이름도 있고, 무림인이 아니니 팔지도 모르겠다만, 그 땅을 사서 뭐하려고?”

“되팔죠.”

“되팔아?”

신유강은 의아한 눈빛에 적대웅을 바라보더니 웃음을 머금고 쪼르르 술잔을 따랐다.

“그걸 네가 사서 무림맹에 팔겠다는 소리냐?”

“돈 많이 주는 곳에 팔아야죠. 하하.”

술잔에 담긴 술을 거침없이 들이켠 신유강이 마치 볼일을 다 봤으니,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듯 자리를 떴다.

그 행동이 어찌나 당당한지 적대웅은 헛웃음을 지었으나, 이내 걱정스런 눈빛으로 기루를 빠져나가는 신유강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신유강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또 있었다. 이 층 난간에서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던 여인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신유강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을 뿐이었다.

第六章. 금의신(金醫神) 소동(小童)

이 사천 땅에는 한 가지 기이한 소문이 있다.

금의신(金醫神) 소동(小童).

못 고치는 병이 없으며, 죽지만 않는다면 일각도 되지 않아 멀쩡하게 고친다는 의술의 신이라 할 수 있는 이에 관한 소문이었다.

기이한 것은 그 의신을 만나기 위해선 늦은 밤, 상당한 양의 전표를 들고 애타게 그의 이름을 부르짖어야 한다는 것이다.

돈 많은 이들은 금의신을 부르는 것에 몇 백 냥에서 몇 천 냥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 한 가지 법칙이 더 있는데, 의신을 부르는 것에 드는 돈과 병을 고치는 데 들어가는 돈은 다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가격도 상당했다.

그 예로, 사천십대거부 중 하나였던 육십 대 늙은이가 고자가 된 적이 있었는데, 의신을 부르는 데만 은 십만 냥을 냈고, 병을 고치는 데 삼십만 냥을 냈다.

그는 현재 젊은이들보다 더 빳빳이 세우는 것으로 유명했고, 지금은 사천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삼처사첩을 거느리고 잘 먹고 잘 산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한때 권력의 최정점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한 권위를 자랑하던 마문승이 금의신의 소문을 듣고 사천으로 내려온 지도 벌써 삼 년이 지났다.

그의 극진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소동의 얼굴조차 확인하지 못했기에 혹여 거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처럼 병을 고치기 위해 사천을 찾아온 이들 중에서 몇몇이 멀쩡한 표정으로 사천을 걸어나가니, 틀림없이 거짓은 아닌 듯했다.

“후우…….”

그는 삼 년 동안 이 행동을 단 한 번도 빠트린 적이 없었다.

사람이 오지 않는 장원 뒤에서 비싼 화주와 안주들을 가져다 놓고, 술병 아래 은 십만 냥이 넘는 전표를 가져다 놨다.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 만 냥으로 시작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가 타격을 입을 만큼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허허, 정말로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

마문승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을 고쳐 주기만 한다면 관직에 있었을 당시 모아 두었던 모든 재물을 탈탈 털어서 줄 자신이 있는 그였지만, 삼 년 동안 코빼기도 비추지 않는 소동을 생각하며, 단순한 허상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그 어떤 의원들도 아들을 고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으니, 믿을 수 있는 것은 금의신 소동밖에 없었기에 북경으로 올라가는 것조차 마다하고 벌써 삼 년째 사천에 머물고 있었다.

십오만 냥으로는 소동이 오지 않은 것인가 하여, 땅까지 내놓았는데 팔릴 생각을 하지 않으니, 북경에 연통을 넣어 자금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마문승은 씁쓸히 웃음을 지었다.

주름진 그의 노안에는 근심이 가득 서렸다.

“아버님, 이제 그만하시고 북경으로 돌아가는 게 어떻습니까. 벌써 삼 년째 나타나지도 않는 소동을 찾는 것이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소자가 이리된 것도 다 소자가 잘못한 것이니 누굴 탓할 수 없는 노릇이고, 전부 소자의 팔자이니 아버님께선 이제 그만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십시오.”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마문승의 아들이 눈물을 흘리며 비단포 위에 누워 있었다.

벌써 삼 년 동안 빠지지 않고 이 짓을 하고 있는 아비의 극진한 마음에 눈물이 다 나왔다.

먼저 무림인들의 성질을 건든 것은 그였기에 이리된 것에는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

치기 어린 마음에 아비의 배경을 등에 업고 눈에 뵈는 것 없이 살아왔으니, 응당 그 벌을 받은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무려 십 년이었다.

그는 십 년 동안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었고, 중원에서 이름 있는 의원들과 황실의 어의마저 진맥을 해 보았으나 모두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눈빛이었다.

“무슨 말을 그리하느냐. 필시 다시 움직일 수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지금은 이 아비의 정성이 부족하여 그런 것이다. 소동은 반드시 나타날 게야.”

“아버님, 애초에 돈을 노리고 사람을 고치는 이가 정상일 리 없습니다. 틀림없이 돌팔이일 것이니, 이제 그만하십시오.”

마호운은 질끈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마문승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왔다.

말은 저리하나 아들 역시 기대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다. 아니야. 소동은 필시 올 것이다. 지금은 그저…… 그래, 땅을 팔아 돈을 더 마련하고, 북경에 연통을 넣어 돈을 더 만들면 틀림없이 나타날 것이다.”

마문승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대를 이을 장남이 저리 되었으니, 아비의 마음이 오죽할까?

불끈 쥐고 있는 그의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어두운 하늘을 보고 있는 마문승의 눈가에 한 줄기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본 소동을 찾았는가?”

그때,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마문승과 마호운이 눈을 부릅떴다.

시선을 돌리자 달빛을 받으며 담장에 서 있는 열 살가량의 작은 아이가 보였다.

긴 머리를 늘어트리고 웃고 있는 그 모습은 달빛 때문인지 아니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소동에 대한 믿음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치 신선처럼 보였다.

“그…… 금의신……?”

마문승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자 소동이 활짝 웃었다.

“본 소동은 그러한 이름 따위 알지 못한다. 그대들이 본 소동을 부르지 않았나?”

열 살가량의 아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그러자 마문승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의, 의신이 맞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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