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신공-41화 (41/200)

# 41

“본 소동이 의신인지 아닌지는 모르나, 본 소동이 손을 대어 고치지 못하는 병은 없다 단언할 수 있다.”

마문승과 마호운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소동이라는 말은 들었고, 열 살가량의 어린아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몇 년 전부터 들려오던 소문이었으니, 나이를 먹어야 했음에도 여전히 소동은 열 살가량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니 틀림없이 신선이라 생각을 한 것이다.

“내, 내 아들이 불구가 된 지 십 년이 넘었소.”

“십 년 전에는 멀쩡했다는 건가?”

“그, 그렇소이다.”

소동은 흠 하며 신음을 흘리더니 담장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우아하게 땅을 밟은 소동이 걸음을 움직여 마호운에게 다가서더니, 진맥은 하지 않고 가만히 그의 상세를 살펴보았다.

마문승은 혹여 고치지 못한다고 말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전전긍긍하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축복과도 같은 말이 들려왔다.

“조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본 소동이 고치지 못하는 병은 없다.”

“저, 정말이십니까?”

마호운이 아직까지도 믿기 힘들다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소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본 소동의 말이 허투루 들리는가? 그대는 일각도 되지 않아 두 다리로 걸을 것이고, 두 손으로 아비와 얼싸안고 춤을 출 것이다.”

단언을 하는 소동의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그런데 이 소동은 고칠 생각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은근슬쩍 몸을 움직여 술병 밑에 깔려 있던 전표를 쥐어 들고는 품에 갈무리했다.

그러곤 바닥에 주저앉아 술과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는데, 일각의 시간이 지나고, 술과 음식이 바닥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소동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문승은 그제야 병을 고칠 돈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했다.

“이, 이보시게 소동자, 어, 얼마면 내 아들을 고칠 수 있는가?”

“으음, 본 소동은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 하지만, 금력이 본 소동의 힘이 된다. 저 병을 고치려면 오십만 냥은…….”

소동은 슬쩍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마문승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현재 그가 가진 돈을 아무리 합한다 해도 오십만 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수중에 있는 돈은 이십만 냥뿐이었고, 땅을 팔아야 나머지 값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마문승의 표정이 굳은 것을 본 소동은 한차례 신음을 흘리더니, 이내 히죽 웃음을 지었다.

“혹시 땅 같은 건 없나?”

“따, 땅?”

“꼭 금전만 힘이 되는 건 아니다. 돈이 될 만한 것들은 모두 힘이 되니, 땅문서를 줘도 충분히 네 아들을 고칠 수 있다.”

마문승은 왠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들었으나, 어차피 땅을 팔아 아들을 고치는 데 쓸 돈을 마련하고자 하였으니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문서 한 장과 이십만 냥을 가지고 왔다.

“땅값만으론 은 오십만 냥은 될 테지만, 내 아들을 완벽히 고칠 수 있다면 이십만 냥을 더 내겠소.”

소동은 두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

이윽고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걱정 마라. 본 소동이 손을 대어 고치지 못하는 이는 없다고 했지 않았나.”

소동은 크게 웃음을 지으며 마문승이 가지고 있는 문서와 전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문승은 쉬이 건네주려 하지 않고, 그저 가늘게 눈을 뜨며 소동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나는 당신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동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소. 하지만 돈을 받고 싶다면 먼저 내 아들을 고쳐야 하는 것이 우선 아니오?”

소동은 날카로운 마문승의 말에 인상을 크게 찌푸렸으나, 딱히 틀린 말이라 할 수 없었기에 휘적휘적 마호운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혹여 무언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하며 노심초사하고 있는 마문승은 여차하면 당장 소동에 목이라도 벨 기세로 품 안에 고이 숨겨 놓았던 소검을 매만졌다.

그런데 그 순간.

환한 황금빛이 마호운의 전신이 일기 시작하더니, 찰나의 순간 사라졌다.

무언가 알 수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확실하며 마문승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 소동이 마호운의 몸에서 손을 떼며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일어나 봐.”

“다, 다 고치신 겁니까?”

“금력은 본 소동의 힘이라고 했다. 네 아비의 정성이 지극하여 많은 돈을 주었으니, 너는 걷고 뛰는 것에 더 이상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마호운은 뭔가 사기를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묘한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긴 했지만, 딱히 치료를 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언하는 소동의 말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움직여 보았다.

그러자 십 년 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그의 몸이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마문승은 눈을 부릅뜨며 그것을 바라봤다.

손가락을 차례차례 움직이던 마호운이 어느새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누워 있던 자리에 손을 짚고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기적이다!

마문승은 물론이며 당사자인 마호운마저 할 말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아, 아버님!”

“호, 호운아! 저, 정말로 몸이 다 나은 것이냐?!”

마호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양팔을 움직이고 그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기도 하였다.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 이리도 상쾌한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끼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 나았다! 나았어! 다 나았습니다, 아버지!”

“정말이로구나! 허허허! 네가 정말로 나았어!”

두 사람은 환호를 내지르며 얼싸안고 좋아했다.

소동은 그들을 바라보며 기분좋게 웃었다.

“다 확인했겠지?”

“그렇소! 그렇소! 정말로 고맙소! 소동, 내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소!”

아들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던 마문승은, 소동의 두 손을 붙잡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태어나 지금까지 황제 이외의 사람에겐 고개를 숙인 척 없는 그가 고개를 숙인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아들에 대한 깊은 부정 때문일 것이다.

소동은 마문승의 인사를 받으면서도, 챙길 건 잊지 않았다.

“자, 그럼 본 소동에게 줄 것은 주어야지.”

“그렇지! 암! 주어야지. 허허허! 내 지금 가진 것은 이것뿐이 없으나, 혹시 소동께서 북경으로 올 일이 있다면 꼭 한 번 찾아 주시오. 내 따로 돈을 더 준비해 줄 테니까. 허허허!”

“하하하! 아버님, 그러지 마시고 이 장원의 문서까지 드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사천에 들를 때만 쓰는 곳이고, 또 소동께서 북경으로 온다하여 저희 집에 오실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 않으니, 이 기회에 은혜를 갚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마문승은 아들의 말에 기분 좋게 웃음을 지었다.

그것이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네 말이 맞구나. 허허허! 잠시만, 잠시만 기다리시오. 내 곧 집문서를 가지고 오도록 하지.”

소동은 얼떨결에 땅문서와 집문서, 그리고 이십 만냥이 넘는 돈을 손에 쥐게 되었고, 어색하게 웃었다.

아들을 고쳐 주기는 했으나 조금 과하게 받은 것 같은 기분이 없지 않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는 것을 마다할 소동이 아니다.

* * *

“니미.”

신유강은 또다시 요동치는 기운을 느끼며 인상을 썼다. 과하게 힘을 끌어 쓴 탓에 전신이 늘어지며 머리가 띵했다.

마치 몸에 피가 돌고 있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신유강은 처음 회귀신공을 다스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를 하였는데, 그중 하나가 과하게 힘을 끌어 쓸 경우, 몸이 그것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앞으로 몇 시진 동안은 회귀신공의 기운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신유강은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어느새 시간은 묘시(卯時).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늦은 밤중에 뛰어다녔으니, 진소소의 걱정이 말이 아닐 것이다.

신유강은 신색을 가다듬고 장원으로 향했다.

몸에서 요동치는 기운 덕택에 심신(心身)이 피로한 그였지만, 최대한 내색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런 꼴을 진소소에게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유강아!”

장원으로 도착할 무렵,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장삼이 초조한 눈빛으로 정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꽤 걱정한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장삼이 알 수 있을 만큼 풍백은 고수였다.

객잔에 흔히 들어오는 그런 허접한 삼류 무인들과는 기세부터가 달랐다.

자연스레 신유강의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몇 시진 동안 신유강의 장원 근처에서 그를 기다렸다.

“괘, 괜찮냐?”

헐레벌떡 뛰어온 장삼은 신유강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러나 어디 한 곳 다친 데가 없는 모습을 보니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았다.

“내가 죽을까 봐 걱정이라도 한 거냐?”

신유강이 퉁명스레 묻자 장삼은 표정을 굳혔다. 그에게 있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해도, 장삼에게는 꽤 큰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이 새끼야! 나는 네가 죽은 줄 알고…….”

한껏 눈시울을 붉히며 말하는 장삼은 고개를 푹 떨궜다. 칠 년 동안 동고동락을 한 사이인 데다, 신유강은 장삼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존재였다.

싸움이라면 싸움, 무서운 사람들을 앞에 두고도 결코 굽히지 않는 강단, 또한 어린 나이로 사천에서도 이름있는 거부가 될 정도로 대단하다.

단순히 친구라는 사이를 뛰어넘어, 충성스런 신하가 황제를 바라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신유강은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장삼을 보며 혀를 내둘렀으나, 걱정을 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리 나쁜 기분이 아니었다.

“징그럽다. 그만해라.”

울먹이고 있는 장삼의 머리를 한차례 쥐어박은 신유강은 피곤하다는 듯 기지개를 피며 입을 열었다.

“오늘 있었던 일은 소소에게 비밀이다.”

“어, 응.”

진소소의 성격을 익히 알고 있는 장삼은 굳이 신유강이 당부를 하지 않아도 입을 열 생각이 없다.

더군다나 그는 지난 날 객잔이 불에 탔던 것이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신유강의 말을 들으면 불이 난 적이 없는 것 같지만, 정작 풍백은 객잔에 확실히 불을 질렀다 말을 했기 때문이다.

장삼은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아리송한 표정을 짓다가 무언가 번뜩 생각이 난 듯 신유강을 바라봤다.

“그런데 그 사람은 누구야?”

“누구?”

“그러니까 조금 전에…….”

풍백의 이름을 모르는 장삼이 말을 더듬었으나, 신유강은 이미 장삼이 어떤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신유강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상당히 의외다.

“누구를 말 하는 거냐? 아직도 술 취했냐?”

“어헝?”

장삼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무언가를 수긍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앞으로 이 일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꺼내지 말라는 의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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