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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42화 (42/200)

# 42

둘은 수월장에 불을 질렀다.

천하십대 상단 중 한 곳인 대운상단의 소가주가 머물고 있는 곳에 말이다.

또한 그곳의 주인은 사천의 유지인 미산검문이다. 자칫 이 일이 기왕윤에게 알려진다면 크나큰 곤혹을 치를지도 모른다.

아무리 기왕윤과 신유강이 화해를 했다고는 하지만, 왕윤은 아직까지 신유강에게 자격지심 같은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 들어가 봐라. 몸 괜찮으면 객잔에 나오고.”

“으, 응, 알았어.”

슬며시 고개를 끄덕인 장삼은 등을 돌렸다.

잠을 자지 못해 피곤하기는 하지만, 워낙 충격적인 일을 저지른 탓에 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결국 장삼은 집이 아닌 객잔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이라도 해야 이번 일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장삼이 돌아가는 것을 본 신유강은 만족스런 웃음을 머금고 장원 안으로 들어갔다.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안에서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가득했다.

“늦었구나.”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흑영이다.

오랜 마교 생활로 인해 기감이 좋은 그는 장원에서 서성이고 있는 장삼의 기척을 진즉에 알고 있었고, 한동안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우연찮게 신유강과 장삼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 때문에 상당히 걱정스런 눈빛이다.

“일이 좀 있었습니다.”

“대강은 안다. 일단 들어와라.”

다행히 진소소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흑영이 신유강을 데리고 들어간 곳은 그의 처소였다.

방 안으로 들어가니 미리 준비를 해 놓은 듯, 두 잔의 차가 놓여 있었고, 신유강은 자리에 앉아 차를 홀짝였다.

흑영은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이 장원에 사는 사람들 중 칠 년이라는 세월 동안 가장 많이 변화를 겪은 것은 다름 아닌 신유강일 것이다. 사람이 환경에 따라 성격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신유강은 좀 많이 당당해진 경향이 있다.

물론 대부분이 흑영의 탓이긴 했지만 말이다.

“이야기는 대충 들어 알고 있다. 그래 대운상단이 객잔을 노린다고?”

“네, 손을 좀 봐주긴 했는데,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네요.”

흑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운상단은 악질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상도덕을 전혀 모르는 집단이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힘을 써서라도 손에 넣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들 손에 무너진 상단만 해도 두 손으로도 세지 못할 만큼 많았지만, 지금까지 잘 운영되고 있는 이유는 무림맹에 기부하는 막대한 금액 때문이었다.

무인들로 보자면 흑도로 분류가 되어야 하는 곳이지만, 애초 이득을 가장 큰 미덕으로 삼는 상단에 정사마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다.

“꽤 골치가 아프군.”

흑영은 인상을 찌푸렸다.

판을 단박에 뒤집어엎어 버리는 것은 최후에 써야 할 한 수였다.

이 장원에 살고 있는 이들은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

그러나 흑영과 흑호는 마도의 몸 담은 자들이니 만큼, 전면에 나설 수 없었고, 신유강이나 진소소가 일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진소소가 움직이는 것을 가장 꺼려하는 것이 신유강이다.

흑영은 이미 진소소가 하북진가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또한 좋지 않은 일로 세가를 나왔다는 것 또한 알았다.

대운상단은 섬서를 주 무대로 활동을 하지만, 하북진가와도 연이 깊은 곳이었다.

그 이유는 대운상단의 안주인이 하북진가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육평초와 진소소는 남이 아닌 셈이었다.

“그렇습니까?”

신유강은 육평초가 진소소와 인척 관계란 말을 듣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하북진가에 대한 그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최대한 마주치려 하지 않으려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이었으니, 이번 일에 대해서는 더더욱 진소소에게 입을 다물어야 할 판국이다.

“어쨌거나 곤란하게 됐구나. 대운상단이 객잔을 사든 사지 않든 사천에 무림맹의 학관이 세워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럼 지금보다 더욱 무림들인과 엮이는 일이 많아지겠지.”

현재 마교의 진격을 최전선에서 막고 있는 곳은 곤륜이었다.

하지만, 그들만으로는 그 많은 마교인들이 은밀히 흘러드는 것을 막아 낼 수 없었다.

또 마교 측에서 마음먹고 진격을 한다면, 곤륜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였으니, 무림맹에서 사천을 요충지로 만들려는 이유를 납득한 흑영이었다.

평생을 마도에 몸담았던 흑영에겐 그리 좋지 않은 현상이다.

그러나 정파인들에겐 마교를 압박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니, 결코 생각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일은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흑영은 신경 쓸 것이 많으니…….”

“하하, 네가 내 걱정을 해 주는 것이냐?”

흑영은 웃음을 지으며 차를 들이켰다.

신유강이 하는 말은 다름 아닌 꾸준히 마교에서 파견되어 오는 살수들을 말하는 것이다.

흑영과 흑호는 처음엔 잠시 같이 지내다가 교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소소와 신유강의 착한 마음씨에 감화되었고, 둘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회의감까지 느꼈다.

결국 둘은 칠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도 마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칠 년 동안 돌아가지 않은 흑영과 흑호는 배신자로 낙인이 찍혔다.

그 때문에 흑영과 흑호는 시도 때도 없이 살수들에게 목숨을 위협 받았다.

지금까지 그들이 살아 있는 것은 신유강과 진소소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진소소는 이미 흑영과 비슷할 정도로 대단한 고수였으며, 신유강이 가지고 있는 정체 모를 무공은 설령 십무제가 온다고 하여도 두렵지 않을 만큼 대단했다.

흑영은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

아직 사십도 되지 않은 나이로 어린아이들에게 보호를 받고 있으니, 무인의 자존심이 구겨지는 것이다.

흑영은 짐짓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그렇게 말을 한다면 나는 이번 일에 손을 떼겠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대운상단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야.”

신유강은 익히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한 줄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기를 치는 것에는 이 세상에 신유강만큼 뛰어난 인재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第七章. 십무제(十武帝) 천마(天魔)

금의신 소동에 대한 이야기로 사천 전체가 떠들썩했다. 사천에 있는 전 병부상서의 집에 나타난 그가 십 년 동안 전신불수였던 그의 아들을 고쳤다고 하니, 의신이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사건이었다.

그 소문은 객잔 안까지 파다했다.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진소소는, 객잔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콧방귀를 뀌었다.

‘의신은 개뿔.’

돈을 받고 사람을 고쳐 주고, 돈 없는 사람은 쳐다도 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금의신의 심성이 고약하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진소소는 그러한 것보다 다른 것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또르르 눈알을 굴려 객잔 한편에 앉아 있는 신유강을 바라봤다.

그는 어젯 밤 어디를 갔다왔는지 도무지 말을 해 주지 않았다.

장삼과 술을 마시러 갔다고는 했는데, 아픈 사람을 끌어내 술을 마실 정도로 신유강의 성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다.

그러나 파고들 허점이 없었다.

장삼마저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곳에서 그녀의 심기를 더욱 거슬리게 하는 이들이 있었다.

객잔을 팔라고 말을 했던 육평초와 그의 수하들이 시꺼먼 얼굴로 찾아와 후원의 별채에 방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내쫓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왕윤이 거듭 부탁을 하니, 차마 내칠 수 없었던 그녀는 그저 고운 아미를 찌푸리고 있을 뿐이다.

“왜 저 사람들이 이곳에 있을까요? 돈도 많은 것 같은데.”

퉁명스런 그녀의 말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신유강이다. 외박을 했다는 것 때문에 지금까지 그녀에게 제대로 말을 건네지 못했던 신유강은 드디어 화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왕윤이네 장원에 머물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이 났다고 하던데? 멀쩡했던 장원이 갑자기 불이 나다니, 별일이 다 있다니까.”

수월장에 불이 났다는 사실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미산검문이 관리하는 곳이었으니, 미산검문에 원한이 있는 이가 보복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소문마저 돌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랬기에 신유강이 이렇게 대놓고 말을 하는 것 또한 전혀 이상할 것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소소는 여전히 뾰로통한 시선으로 신유강을 흘겨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쩜 그렇게 잘 알아요? 하루 종일 술을 마셨다고 했던 사람이?”

“사,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잖아. 다른 사람들이 술 마시면서 호들갑 떠는 소리를 들었지.”

진소소는 뭔가 석연치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여전히 파고들 틈이 보이지 않아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신유강을 만났을 때에는 남자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이제는 남자가 너무 능력이 좋아도 피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작 신유강을 이리 만들어 놓은 것은 다름 아닌 본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하아,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진소소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탁자에 축 몸을 늘어트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절로 시선이 갈 정도로 아름다웠다. 더욱이 무언가를 고민하는 표정은 한 번 쳐다보면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제길! 제길! 제길!”

그때 이 층에서 연 거품 술을 마시고 있던 육평초가 고함을 내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수월장이 모조리 타 버리는 바람에 세가에서 가지고 온 전표들 또한 허망하게 사라졌기 때문이다.

진소소는 시끄럽다는 듯 아미를 찌푸렸다.

현재 육평초와 그를 따르는 이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 불길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기름의 도움을 받은 화마를 고작 몇 명이서 잡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더욱이 수월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불길에 뛰어들었으니, 그들의 모습은 흡사 거지라 해도 믿을 만큼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풍백은 도대체 어디를 간 것이냐!”

육평초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인지, 시뻘겋게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쳤다. 불길이 치솟고 있던 당시, 돌연 범인을 잡겠다면 기세등등 수월장을 벗어났는데, 벌써 반나절이 지났음에도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그놈이……?”

육평초는 이 모든 일이 풍백이 저지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원에 불을 지르고, 전표를 빼돌린 채 달아났다면 지금 육평초가 찾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무려 십만 냥이 넘는 거금이다.

한평생 떵떵거리며 살 만큼 큰 금액이니, 눈이 돌아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꺼림칙한 것이 없지 않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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