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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44화 (44/200)

# 44

무림맹은 반드시 사천을 정파의 요충지로 만들려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땅이 없어 무관을 짓지 못한다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더욱이 무림맹을 지원하는 팔대세가나 구파일방은 백만 냥 정도는 우습지도 않게 낼 여력이 있는 자들이다.

신유강이 이죽이며 말을하자 육평초는 심기가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신유강이었다. 그래서 대놓고 불만을 터트리지는 못했다.

결국 두 손을 든 것은 육평초였다.

“좋네. 은 이십만 냥에 사도록 하지.”

육평초는 그리 말을 하며 문서들을 품에 갈무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신유강이 그보다 먼저 잽싸게 손을 뻗어 그것들을 낚아챘다.

그것은 굉장히 빠른 손놀림인지라, 육평초는 차마 막을 수 없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아니, 돈도 안 줬으면서 문서를 가져가려는 심보는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육평초는 할 말을 잃은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나타난 기회에 가진 돈이 전혀 없다는 것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 그것들을 무림맹에 팔면 내 바로 돈을 내주겠네.”

“세상에 그런 말을 믿을 사람이 어디있습니까? 지금 당장 돈을 주신다면 팔 것이고, 아니라면 저도 더 이상 일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육평초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을 해 보았지만, 신유강은 언성을 높이지 말라는 듯 자신의 입에 검지를 가져다 대었다.

“쉿, 언성을 높이지 마십시오. 나도 기회를 봐서 가지고 온 겁니다. 만약 이 일을 소소가 알기라도 한다면…… 그날로 죽습니다. 그러니 기회는 오늘밖엔 없고, 이것을 가지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이십만 냥을 내게 가지고 오십시오.”

“그, 그게.”

“설마 돈도 없는데 사려고 한 건 아니겠지요?”

신유강은 게슴츠레 눈을 뜨며 물었다.

마치 심장에 비수를 꽂는 듯한 눈빛이었기에 육평초는 몸을 움찔 떨었다.

그러나 어렵게 찾은 기회를 날려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보게, 내가 있던 장원이 불에 타 버려서 가지고 있던 돈이 모조리 타 버렸네. 내가 무림맹에 이 객잔을 팔고나면 바로 돈을 줄 테니…….”

“아까도 말했습니다. 지금 당장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면 저도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육평초는 답답함을 금치 못하였다.

없는 돈이 바로 솟아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신유강이 한 걸음만 양보를 한다면 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준다는 사람의 말은 믿을 게 되지 못한다는 것 정도는 그도 알고 있다.

‘각서라도 쓰겠다고 말을 할까?’

다른 방도를 떠올려 봤으나 육평초는 고개를 저었다.

통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이 근방에 염왕채를 놓는 곳이 있는가?”

“염왕채라…… 대운상단의 소상단주라는 분이 그런 곳의 돈도 씁니까?”

신유강이 살짝 비웃음을 머금었으나, 육평초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른 무엇보다 이 객잔 문서를 구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염왕채를 쓴다 해도 이곳을 무림맹에 넘기자마자 갚아버린다면 딱히 손해를 볼 것 같지도 않았다.

“염왕채라……. 그런 걸 놓는 곳은 잘 모르겠고, 대인이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은 알지요.”

“누, 누구인가?”

신유강은 비릿하게 웃음을 지었다.

“혹시, 소동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第八章. 일장춘몽(一場春夢)

어두운 밤 신유강이 육평초와 둘이서 향하고 있는 곳은 과거 기연고서점이 있던 곳이며, 그들이 있던 기연객잔에서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산속이었다.

그곳은 짙은 운무(雲霧)가 깔려 있는 기이한 영산(靈山)인데, 근방에는 인가조차 없기 때문에 참으로 으스스하기 그지없다.

사천에 도는 소동의 소문을 알고 있던 육평초는 어떻게 해서든 소동이 살고 있다는 곳으로 가는 길을 기억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워낙 복잡하게 나 있는 길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의 머리로는 도무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유강 또한 이곳을 확실히 찾기 위해 수백 번은 넘게 오갔기에 정확히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 언제까지 가야 하는가?”

헉헉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육평초는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었다. 평생 몸을 움직이는 것과는 담을 쌓고 지낸 탓이다.

“다 왔습니다. 저기 보이십니까?”

신유강이 가리킨 곳은 지금까지보다 더욱 짙은 운무가 깔려 있는 곳이었다.

“안개밖에 보이지 않는데?”

“하하, 아닙니다. 저 안쪽에는 집이 한 채 있고, 그곳에 소동이 살고 계십니다.”

“자네는 그러한 것을 어찌 알았는가?”

“예전에 산에서 약초를 캐다가 다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우연찮게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저밖에 모르는 곳이지요.”

육평초가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했지만, 신유강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으며,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 뒤로 돌릴 수는 없으니, 육평초는 의심을 지우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어찌해야 하는가?”

“이 길을 따라 계속 안쪽으로 들어가십시오. 저는 들어갈 수 없으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니, 지금 나보고 저 수상한 곳으로 들어가라는 소리인가? 그것도 혼자?”

육평초는 영 달갑지 않다는 듯 말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너무 음습했다.

자칫 길이라도 잃었다간 평생 산속을 헤매다 죽을 것 같은 불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러나 신유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소동은 천기를 읽는 분입니다. 용무가 없는 사람은 만나지도 않습니다. 제가 같이 들어가 봐야 진속에 갇혀 평생 나오지 못하게 될 텐데……. 괜찮으십니까?”

평소라면 콧방귀도 뀌지 않을 소리를 하고 있지만, 워낙 기이한 분위기 때문에 육평초는 곧이곧대로 신유강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육평초는 한차례 신음을 삼켰다.

“절대로 나를 두고 혼자 돌아가서는 안 될 것이네. 알겠는가?”

“물론입니다. 하하, 돈을 받아야 하는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돈이 아니라면 나를 두고 간다는 소린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신유강을 다그쳤으나, 신유강을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웃을 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그 말이 사실이라는 듯했기에 육평초는 더욱 험악하게 인상을 구겼다.

“만약 그런 일을 벌인다면 내 이곳을 벗어나자마자 자네와 자네의 부인은 좋지 않은 꼴을 겪게 될 것이네.”

육평초가 말한 사람은 틀림없이 진소소를 가리켜 한 말일 것이다.

그 말에 웃고 있는 신유강이 표정을 굳혔는데, 그것이 어찌나 살벌한지 육평초는 찔끔 몸을 움츠렸다.

“마, 말이 그렇다는 것이네 말이.”

“알겠으니 어서 들어가 보십시오. 저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신유강이 단언을 하자 육평초는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며, 진법 안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진은 생각했던 것보다 깊었다.

안쪽으로 걸어가자마자 주위 풍경이 삽시간 뒤바뀐다. 감각이 뒤틀리는 기분마저 들었기에 걷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육평초는 마음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신유강이 말을 했던 대로 길을 따라 걸었다.

그저 눈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고 했으니 그리 어려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얼마나 걸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전신에는 어느새 흥건하게 땀이 흘렀다.

한 걸음을 내딛는 게 이리도 힘든 일이었던가? 온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운 느낌이 들었고, 숨을 내쉬는 것조차 힘든 것 같았다.

“하아, 하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평초는 걸었다.

오로지 한 가지 목적, 대운상단의 상단주가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평소라면 뒤로 돌아 도망을 쳤을지도 모르는 이런 기이한 곳에서 그는 계속해서 걸었다.

그렇게 약 일각 정도 더 걸었을 때였다.

어느새 짙게 깔린 운무가 걷히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집 한 채가 보였다.

곳곳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 비바람에 취약해 보이는 것은 물론, 당장 무너질 것만 같은 곳이었는데, 돌연 그곳의 문이 열리며 열 살가량의 자그마한 어린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아이는 나이답지 않은 말투를 사용하며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라면 반말을 내뱉는 아이를 바라보며 호통을 쳤을 테지만 육평초는 알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아이가 지금 중원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금의신 소동이라는 것을 말이다.

잘 타일러 상단으로 데리고 갈수만 있다면 백만 냥, 아니 천만 냥의 가치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금의신 소동이시오?”

“본 소동을 그리 부르는 이들도 있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그리 말을 하는 소동을 바라보고 있던 육평초는 돌연 기겁을 하며 눈을 번뜩 떴다.

분명 그와 소동 사이엔 오 장 정도의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소동은 어느새 그의 앞에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발을 움직이는 것조차 보지 못했는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온 그 모습은 그야말로 선인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저, 저는 대운상단의 육평초라 합니다.”

“다 알고 있다. 용건만 말해라.”

소동은 한껏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러곤 바닥에 주저앉아 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었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백지와 지필묵이었는데, 마치 처음부터 육평초가 이곳에 온 이유를 알고 있는 듯하였다.

“그래, 본 소동에게 얼마를 빌리고자 하는가?”

육평초는 또다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신유강이 천기를 읽는다고 말하했을 때, 그는 그것이 그저 농담이라 여기며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소동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 알고 있다는 식이지 않은가.

육평초는 점점 이 눈앞에 있는 소동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로 보였다.

“그게 돈이 좀 많이 필요합니다.”

“안다, 알아. 네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원하는지 다 안다하지 않았더냐. 걱정하지 말고 이 소동에게 뭐든 다 말해 봐라.”

“은 이십만 냥이 필요 합니다.”

“이십만 냥이라……. 그리 큰 금액은 아니로군.”

한차례 껄껄 웃은 소동은 휙 하고 붓 한 자루를 육평초에게 던졌다.

그것을 받아 든 육평초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으나,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백지에 글을 쓰기 위해 준비를 하였다.

“이십만 냥을 빌려 주지. 대신 하루 이자는 백오십 냥이다.”

“이, 이자를 받으신다는 겁니까?”

뜻밖에 말을 들었기 때문인지 육평초는 기겁을 했다. 이십만 냥에 하루 이자가 백오십 냥.

자칫하다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뭘 그리 망설이느냐. 네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린다면 그깟 돈이 대수더냐? 하루 이틀 안에 갚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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