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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49화 (49/200)

# 49

한 번 어둠 속에 몸을 숨기면 웬만한 고수들조차 그들을 발견해 낼 수 없었다.

살각에서도 가장 뛰어난 인재라 불리는 열 명인 십살자(十殺子)들은 무림백대고수라 불리는 이들마저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현재 그 십살자(十殺子) 중에서도 가장 최상위에 있는 세 명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눈앞에 있는 장원을 바라봤다.

그들이 노리는 목표가 장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객잔에서부터 이곳까지 쫓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눈치를 챈 기색이 아니다.

세 명의 살수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이는 살각의 각주이자 이들을 총괄하는 자였다.

중원무림에선 살영(殺影)이라 불리는 그는 웬만한 일이 아니면 결코 나서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가 움직였다는 것은 상대가 대단한 거물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살영의 뒤를 따라온 두 명에 살수들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목표는 그저 객잔의 주인들이었다.

그런 이들을 죽이는 것에 각주인 살영이 나섰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장원 안으로 들어가 객잔과 장원의 문서까지 찾아오라니.

자신들이 살수인지, 도둑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만약 오랫동안 거래를 하던 대운상단의 의뢰가 아니었다면 결코 받지 않았을 것이다.

-각주,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굳이 각주의 손을 더럽히실 필요는…….

들려오는 전음에 살영은 아미를 찌푸렸다.

그 역시 이런 우습지도 않은 일에 살각에서도 가장 뛰어난 인재 둘을 데리고, 심지어 자신까지 나서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일을 완벽하게 성공을 하고, 문서까지 찾아 준다면 들어올 금액은 어마어마했다.

그야말로 더 이상 살각 따위에 연연하지 않아도, 충분히 한평생 먹고살 만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육평초는 선금으로 은 오백 냥을 내면서 자신이 상단주가 된다면 살각에게 금 십오만 냥을 지불하겠다고 약조를 하였다.

그것이 살영이 직접 나선 이유였다.

-방심하지 마라. 상당히 뛰어난 고수들이 있다고 하였다.

-하오나…….

살영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는 듯 수하들에게 고개를 저었다.

사실 수하들만 보낸다 하더라도 충분히 성공을 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장원을 보고 있으니 뭔가 불안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에 꺼림칙하기 그지없었다.

살영은 재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활짝 펼친 기감엔 개미 한 마리가 지나가는 것 또한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이 있는 곳 주위에는 사람의 기척이 전혀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목표라 할 수 있는 두 남녀 또한 딱히 이상한 모습이 아니다.

밖에서 떠들고 있던 두 남녀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또한 운이 좋은 것인지 달빛이 구름에 가려 장원엔 완벽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살수들에게 있어 더없이 움직이기 좋은 상황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살영은 한 번 더 주위를 살피고는 조용하게 몸을 움직였다.

그 뒤를 따라 수하들이 따라붙었으며, 막 담을 넘어 장원 안으로 들어선 순간이었다.

저벅.

“헛?!”

확실히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던 신유강이 갑자기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신유강이 슬쩍 손을 움직이는 것을 본 순간, 주위에 풍경이 삽시간에 뒤바뀌었다.

“……!”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세 명의 살수들은 당황을 금치 못하였다.

틀림없이 그들은 장원에 담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목표 중 하나인 신유강을 발견하고 놀란 것까지는 뚜렷하게 머릿속에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처음 신유강과 진소소를 추격하기 시작했던 기연객잔이 눈앞에 보였으며, 그들은 그 근처 숨어 있었던 그 자리에 덩그러니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저 한 곳에서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목표 중 하나인 신유강이라는 자였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하더니, 쭉 기지개를 펴며 입을 열었다.

“끄응, 네놈들 찾느라 애 좀 먹었다. 기껏해야 낭인들이 올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 조금 놀랍군.”

신유강은 살수들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는 듯, 주위를 둘러보며 그리 말을 하며 여기저기 눈알을 굴렸다.

그는 살수들이 쫓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진소소나 흑영에게 무공을 배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기감을 느끼는 것이 많이 약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들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신유강은 육평초가 그리 쉽게 포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으며, 누군가 반드시 올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것이 살수라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살수들의 은신 능력은 가히 일품이라 웬만해서는 찾기 힘들다고 하던데 사실이군. 흑영이 아니었다면 깜빡 속을 뻔했어.”

살수들은 장원을 지켜보고 있던 그 순간부터 흑영과 흑호의 눈을 벗어날 수 없었다.

흑영이 마음만 먹었다면 그 자리에서 살수들을 죽이는 것 또한 가능하였다.

그러나 신유강이 직접 나서서 이리로 끌고 온 이유는 장원에 피를 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쯤 장원에선 흑영과 흑호가 꽤 놀라고 있을 것이다.

“모습을 드러내라는 소리는 하지 않으마. 살수들의 능력은 숨어서 암습하는 것에 특화되었다지? 어디 한 번 재주껏 날뛰어 봐.”

신유강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만약 흑영과 흑호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회귀신공 덕분에 그는 죽을 염려가 없다곤 하지만, 진소소는 다르다.

그녀마저 기척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으니, 자칫 잘못되었으면 그녀가 큰일을 당했을 것이다.

신유강은 서슬 퍼렇게 치켜뜬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한껏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각주! 뭔가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알고 있다.

살영은 신음을 삼켰다.

무언가 기이한 자다.

갑작스럽게 풍경이 뒤바뀐 것은 자신들이 진법에 빠졌다고 생각을 한다면 충분히 납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감촉, 이 풍경, 이 느낌.

‘이것이 정말로 진법이란 말인가?’

만약 진법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각이 넘는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시킬 수 있단 말인가.

그러한 것이 정녕 사람의 힘이고, 눈앞에 있는 이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결코 자신들이 이길 수 있는 이가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살영은 피식 웃었다.

말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중원 무림의 무공들 중에 사이한 것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공간을 움직이는 종류는 처음 들어 보았기 때문이었다.

-예정대로 일을 진행한다. 저자를 죽이고 진법을 탈출해 일을 마무리한다.

-명!

살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달빛이 구름에 가려 완벽한 어둠이 내려앉아 있는 곳들을 마치 제집 드나드는 것처럼 움직였다.

이들은 살각에서도 가장 실력이 뛰어난 세 명이었다.

아무리 몸을 움직인다 하더라도, 기감이 약한 신유강이 그것들을 느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들이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러한 낌새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신유강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언제쯤 나타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길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 같은 모습이다.

누군가에게 습격을 받고 있다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태연함마저 유지하고 있었다.

삼살(三殺)이라 불리는 자는 발이 가장 빨랐다.

그는 최대한 신유강의 기감을 건드리지 않고 가장 가까이 접근을 했다.

마음만 먹고 단검을 휘두른다면 틀림없이 신유강의 심장을 꿰뚫을 만큼 지척이다.

설령 피한다 해도 소용이 없다.

스치는 순간, 칠보도 걷지 못하고 죽을 테니.

스스슷.

그가 바로 등 뒤까지 접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유강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삼살(三殺)에 단검이 빠르게 신유강의 몸을 꿰뚫었다.

푸욱!

“컥!”

신유강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분명 고통에 찬 신음 소리였다.

삼살(三殺)의 완벽한 살행은 고수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죽음을 당할 만큼 뛰어났다.

삼살을 비롯해 근처에 몸을 숨기고 있던 살영과 일살이 희미하게 웃었다.

아무리 기이한 사술을 쓴다고 해도 결코 자신들의 상대는 아니다.

그러나 일은 그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확실하게 심장을 꿰뚫렸던 신유강은 죽어야 했다.

한데, 가슴에 꽂힌 단검을 뽑아드는 것과 동시에 등을 돌린 신유강이 덥썩 하고 삼살(三殺)의 손목을 부여잡았다.

“잡았다, 이 새끼!”

자신이 칼에 찔린 것 따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히죽 웃음을 머금은 신유강은 그대로 주먹을 뻗어 삼살의 얼굴을 가격했다.

퍽!

“컥!”

느려터진 주먹이지만 피할 수가 없다.

손목이 잡혀 있는 탓이다.

연이어 두 번의 주먹질이 더 날아왔다.

삼살의 코뼈가 주저앉았으며, 입술이 터져 나갔다. 마치 돌멩이로 얼굴을 내려치는 것만큼 극심한 고통이 엄습하였다.

퍽퍽!

“크억!”

삼살이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본 일살이 움직였다. 검은 운무를 뿜으며 다가선 그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신유강을 향해 검을 뻗었다.

날카롭기 그지없는 쾌검이다.

신유강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들으며 황급히 몸을 틀었고, 일살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놈!”

일살은 재빠르게 검을 틀었다.

일반적인 무인들이 쓰는 검보다 두 치 이상 작은 검인지라, 휘두르는 속도가 배는 빨랐다.

서걱!

“크으윽.”

순식간에 검이 신유강의 팔을 자르고 지나갔다. 일살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을 회수하고는 재빠르게 목을 가르려 하였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인가?

잘랐다 생각을 했던 팔은 멀쩡하기 그지없었으며, 그 팔이 쭉 뻗어져 일살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빠각!

“크악!”

신유강은 일살에 멱살을 부여잡고, 그대로 머리로 안면을 받아 버렸다.

이빨이 날아가는 소리와 더불어 쌍코피가 터졌고, 뒤이어 냅다 주먹을 뻗으니,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일살의 몸이 날아갔다.

“죽어!”

그 순간 지금까지 격한 고통을 참아 내고 있었던 삼살이 몸을 움직이며 단검을 움직였다.

이번엔 확실하게 끝장을 내기 위하여, 목을 찌를 기세가 확연했다.

그러나 순간 주위에 풍경이 뒤바뀌었다.

“뭐……?”

분명 신유강의 목을 향해 단검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어느덧 손목은 신유강에게 잡혀 있었고, 뒤이어 날아오는 것은 그의 주먹이었다.

퍽퍽퍽!

“크아악!”

삼살은 정신이 없었다.

도대체 이것이 어찌 된 일인가.

어떠한 사술을 쓰고 있는지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 움직이고 있었는데, 마치 조금 전 그 상황으로 되돌아간 듯한 이 엿 같은 기분은 뭐란 말인가.

그러나 삼살의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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