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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50화 (50/200)

# 50

그를 붙잡고 있었던 신유강의 손에서 기이한 기운이 흐르기 시작하더니, 곧 온몸의 뼈와 근육이 뒤틀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으드득!

“커, 커컥!”

제대로 신음조차 흘리지 못한 삼살이 처참한 몰골로 나뒹굴자, 신유강은 재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어느새 나타난 것인지 모를 일살의 검이 스쳤다.

살수들의 무기엔 초절정에 오른 무인이라 하더라도 칠보를 걷기 전에 죽는다는 극독이 발라져 있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몇 번을 베도 신유강은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일살은 상식을 벗어난 신유강의 모습에 이를 갈았다.

그리고 그 순간, 뭔가 기이한 위화감이 그를 덥쳤다.

어느새 그는 신유강에게 멱살이 잡혀 있었다.

“대, 대체.”

“알아서 뭐하게, 이 새끼야!”

퍽!

빠각!

신유강은 주먹을 뻗어 시원스럽게 안면을 후려치고, 다시 한 번 머리로 들이받았다.

뒤로 크게 젖혀진 일살의 신형은 마치 실 끊어진 인형처럼 축 늘어졌다.

일살의 눈은 이미 맛이 가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뒤이어 쏟아지는 공격은 어김없이 일살의 전신을 두들겼다.

몸속에 있는 장기들이 뒤틀렸다.

입과 코는 물론이며, 눈과 귀에서까지 피를 토해 내며 쓰러지는 그 모습은 차마 두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

“퉤.”

두 명의 살수를 정리한 신유강은 눈을 흘겼다.

분명 세 명을 본 것 같았는데, 아직도 한 놈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도망을 친 것인가?’

신유강은 슬그머니 아미를 좁히며 주위를 살폈다.

* * *

살영은 있는 힘껏 경공을 전개해 나아갔다.

수하들이 죽어 가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초절정에 오른 고수들조차 죽일 수 있는 독에 몇 번이고 당했음에도 태연했던 신유강의 모습은 그야말로 만독불침(萬毒不侵)!

독이 묻은 검에 수차례 찔리고, 베였음에도 태연하게 서 있으니, 그야말로 불사(不死)의 존재가 아닌가!

‘그런 괴물을 죽이라고?’

어떻게 말인가!

검에 베여도 죽지 않고, 독을 써도 먹히지 않는다.

살수가 할 수 있는 방법들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무슨 수로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살영은 전신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달렸다.

‘도망쳐야 한다.’

그의 머릿속엔 저 괴물 같은 녀석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돈? 명예?

그러한 것들도 살아 있어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살영은 무슨 수를 써도 그를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무작정 도망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무언가 이상했다.

조금 전부터 계속해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분명히 달리고 있었는데, 기연객잔이 아직까지도 보이고 있었고, 주위에는 널브러져 있는 수하들의 시신이 보였다.

“이런 곳에 숨어 있었군.”

이윽고 들려오는 것은 등줄기가 싸늘해질 만큼 한기가 서려 있는 목소리였다.

살영이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힘겹게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자, 신유강의 얼굴이 보였다.

텁!

“큭!”

신유강은 지친 듯한 표정으로 살영을 바라보며, 한 손으로 살영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만큼 느린 속도였음에도 살영은 겁에 질렸기 때문인지 신유강의 손이 닿을 때까지 그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하였다.

“육평초가 시켰겠지?”

“우웁!”

대답을 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

점점 더 머리를 강하게 옥죄이는 그의 악력 탓이다.

숨이 턱턱 막혀 오는 것은 물론이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답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일 것이다.

“하긴 대답을 들을 필요는 없지.”

신유강은 툭 하고 말을 내뱉으며 손을 놓았다. 그의 손에 붙잡혀 발버둥을 치고 있던 살영은 어느새 움직임을 멈췄다.

이미 절명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이제 이걸 어떻게 한다?”

신유강은 살짝 찝찝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세 구의 시신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것을 치우지 않는다면 아침부터 난리가 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신유강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제길.”

* * *

육평초는 기다리고 있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초조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방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벌써 하루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연객잔의 문서는 그의 손에 들어오지 않은 데다, 신유강과 진소소는 태연하게 살아 있었다.

살각에서도 가장 뛰어난 세 명이 나선 일이다.

‘설마 아직까지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육평초는 그러한 생각을 해 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환한 대낮에 사람 많은 곳에서 둘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들이다.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젠장, 어떻게 된 것이냐!”

그는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소리를 지르며 홀로 분을 삭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점점 더 궁지에 몰려 가는 느낌이 역력했다.

소동에게 주어야 할 돈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으며, 섬서에 있는 그의 동생은 더욱 단단한 기반을 만들고 있었다.

“빌어먹을.”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거칠게 침상에 앉았다. 혹여 실패라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절대 그럴 리는 없다고 여겼다.

그때 객잔 밖에 한차례 소란이 일었다.

“소상주! 소상주!”

“무슨 일이냐?”

들려오는 목소리는 틀림없이 그를 호위하는 이였고, 다급한 소리로 보아 무언가 일이 터진 것이 분명했다.

굳었던 육평초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지금 이 상황에서 급한 일이라고 한다면, 틀림없이 신유강과 진소소가 죽었다는 것이 분명하다.

벌컥!

그가 재빠르게 문을 열어 주자, 얼마나 거칠게 뛰어온 것인지 호위무사는 어깨를 들썩이며 헉헉 가쁜 숨을 내뱉었다.

“그래 무슨 일이냐? 그 객잔의 주인들이 죽었다고 하더냐?”

“그, 그것이 아니오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말이 들려오자, 육평초는 얼굴을 찌푸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것만큼 중요한 일이 무에 있다고 저리 호들갑을 떠는지 이해가 안 된 것이다.

“그럼 무슨 일인데 그리 난리를 치는 것이냐.”

“크, 큰일이 났습니다.”

어찌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호위무사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이리 호들갑을 떠는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던 육평초는 미간를 찌푸리며 호통을 쳤다.

“허어! 이놈이! 빨리 말해라!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네놈이 그리 호들갑을 떤단 말이냐! 아버님이 돌아가시기라도 했느냐?”

“그것이 아니라…… 무림맹에서 사천에 무관으로 지을 땅을 이미 구했다고 합니다!”

“뭐, 뭣이?!”

육평초는 자신이 잘못들은 것이 아닌가 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이 사천 바닥에서 그만한 땅을 가진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운상단 측에서도 상당한 정보력을 발휘하여 이곳저곳을 찾아 접촉을 시도해 보았지만, 마땅한 땅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어찌 무림맹에서 땅을 구했다는 말인가!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것은 아니겠지?”

“무, 물론입니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이냐! 없던 땅이 솟아난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무림맹에서 땅을 구해!”

“사, 사천당가의 여식이 전 병부상서 소유의 땅을 무림맹에 매각했다고 합니다. 그, 그것도 금 사십오만 냥에 말입니다.”

“사, 사십오만 냥?”

더듬거리며 말을 하는 그를 보며 호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육평초를 유일하게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은 신유강의 땅을 손에 넣고, 그것을 무림맹에 파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마, 말도 안 돼. 그 늙은이는 무인들에겐 결코 땅을 팔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자, 자세히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전 병부상서는 이미 사천을 떠났고, 그전에 누군가에게 판 것 같습니다.”

“어, 어떤 놈이!”

“당가 쪽에서도 입을 다물고 있어서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육평초는 할 말을 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무림맹에서 땅을 구했다면 객잔을 손에 넣는다 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한마디로 망한 것이다.

“이건 꿈이야……. 말도 안 돼…….”

육평초는 허망한 눈빛으로 힘없이 주저앉았다.

* * *

“저곳이냐?”

“예, 저곳에 무관이 들어선다고 하더군요.”

신유강은 오랜만에 객잔에 나가지 않고, 흑영과 함께 마을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전 병부상서의 땅이자, 지금은 무림맹에서 무관을 지을 땅이 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엔 이미 수많은 인부들이 몰려들었다.

무림맹에서 짓는 무관이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한 것은 당연했고, 인부들 또한 수백여 명에 달했다.

무림맹에선 일 년 안에 다 짓겠다고 호언장담을 한 만큼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여 엄청난 수의 인부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대단하군. 정말로 일 년 안에 만들 수도 있겠어.”

흑영은 돈지랄이라고 생각되는 그것을 바라보며 어이없이 웃었다.

마교는 사천 땅 따위에 관심도 없는데, 무림맹에서 사천을 지키기 위해 쏟아부은 돈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그래, 얼마에 팔았다고?”

“금 사십오만 냥입니다.”

신유강이 당소혜에게 받은 전표를 아무도 모르게 흑영에게 건네주었다.

흑영은 당연하게 돈을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은도 아니고, 금 사십오만 냥이다.

객잔이나 다른 곳에서 몇 년 동안 나올 수입보다 훨씬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흑영은 어떠한 수법을 썼는지는 알 수 없으나,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금액을 벌어 온 신유강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장원을 조금 더 넓히도록 하죠. 새로 건물도 좀 짓고…… 객잔을 증축도 하고 말이죠. 손님이 꽤 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런데 대운상단 일은 어찌 되었느냐.”

장원에서 신유강이 살수들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 본 흑영은 그 말도 안 되는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어떠한 무공을 익히고 있는지는 모르나, 신유강의 능력은 그가 생각하는 중원의 무공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았다.

어쨌든 살수들에 습격을 받았으니 되갚아 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었는데, 신유강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품에서 한 장의 각서를 꺼내 들었다.

“각서? 이…… 이건?”

“이십만 냥, 그리고 하루 이자가 백오십 냥입니다.”

“그, 그렇군……. 그런데 말이다.”

흑영은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적힌 각서를 쭉 훑어보며 물었다.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나 정말 이것을 쓴 육평초의 머리가 참으로 유감이라는 듯한 표정이다.

이십만 냥이란 단어 앞에 단위가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단위가 금이냐, 아니면 은이냐?”

신유강은 슬쩍 흑영을 바라보며 웃었다.

“당연히 금이지요.”

흑영은 혀를 내둘렀다.

“영악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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