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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55화 (55/200)

# 55

그런 신유강의 입에서 상당한 실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소녀의 출신 내력이 평범하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진소소는 한 걸음에 청랑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살수들은 보통 자신의 신분이 들통 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신분이 노출될 만한 것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진소소 눈에 뜨인 것은 다름이 아닌 찢겨진 옷 사이로 보인 하나의 문신이었다.

“이 아이, 하오문 소속이네요.”

하오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진소소는 그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고,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오문에서 신유강을 죽이려 하는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오문……?”

그것은 신유강 또한 마찬가지인 듯, 상당히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진소소를 돌아봤다.

“어깨에 문신이 보이죠? 저건 하오문 산하의 인물이라는 표식이에요. 그것도 상당히 고위급인.”

어깨에 문신이라는 말에 시선을 돌린 신유강은, 진소소의 말대로 어깨에 새겨져 있는 화사한 꽃 모양 문신을 발견하였다.

“도대체 뭘 하고 다니기에 하오문에서 유강을 쫓는 거죠?”

포옥 하고 한숨을 내쉰 진소소는 진저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오문은 뒷골목 최고의 방파이자 구파일방이나 마교와도 같은 곳이며, 적으로 돌린다면 상당히 골치가 아파지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럴 리가? 나는 하오문과 척을 진 적이 없는데.”

찔리는 것이 없진 않았지만, 하오문에서 그것을 파악한다는 것은 하늘이 뒤집혀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사람들이 신유강이 돈을 잃는 것을 보았으니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신유강은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진소소의 얼굴은 변하지 않는다.

신유강은 무언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눈썹을 꿈틀거리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아, 정말 당신이란 사람은…….”

“그, 그러니까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니까?”

진소소는 절대 믿지 않겠다는 듯 새치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신유강은 절로 얼굴을 붉혔으나, 다시 한 번 변명을 하기도 전에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으음…….”

청랑은 조금 전부터 들려오는 시끄러운 목소리에 서서히 의식을 차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굉장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것들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살포시 눈을 뜨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번뜩 정신을 차렸는지 침상에서 일어나더니, 곧 품에서 비수 한 자루를 꺼내 매섭게 신유강을 향해 휘둘렀다.

꽤 반사적인 행동이었고, 신유강은 갑작스런 상황에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보다 빠르게 움직인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진소소였다.

언제 움직였는지 신유강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던 비수가 그녀의 왼손에 잡혀 있었으며, 오른손은 청랑의 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살려 주었더니 은혜도 모르고…….”

진소소의 눈빛은 매섭기 그지없다.

지금까지 그 어떤 고수를 보아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던 청랑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진소소의 눈빛을 마주하니 심신이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청랑은 진소소의 눈빛을 감히 마주하지 못하겠는지,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무섭네.’

신유강은 그 모든 과정을 바라보며 어이없이 웃었다.

고작해야 한 수, 그리고 한마디에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진소소는 정말이지 무섭고도 매혹적인 매력을 지닌 여인이었다.

그사이 진소소는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청랑의 품을 뒤적거리며, 그녀가 감춰 두었던 비수와 암기들을 모조리 꺼냈다.

까랑까랑!

바닥에 떨어지는 암기와 비수들에 양은 장난이 아니었다. 사람이 어찌 이리도 많은 물건들을 품에 지니고 돌아다닐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엄청난 양의 무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꺼내고 있는 진소소는 물론, 쳐다보고 있는 신유강 또한 꽤 기겁을 한 눈치가 역력하다.

반면 청랑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때,

끼이익!

음식을 가져다 놓기 위해 안으로 들어오던 장삼은 그 광경을 바라보더니, 이내 시퍼레진 안색으로 그릇을 내려놓고는 조용히 뒷걸음질을 쳤다.

“장난이 아니네.”

신유강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저 정도 무기들을 몸에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러업었을 때 느껴졌던 그 가벼움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전쟁이라도 치를 만한 양이네요.”

쏟아져 나온 암기만 해도 사십여 개가 넘었으며, 연막탄도 보였다.

청랑은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으나, 진소소는 신경도 쓰지 않고 암기들을 하나하나 구석으로 치워 버렸다.

“앉아 봐요.”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진소소였지만, 단호함이 서려 있던 탓인지 청랑은 저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마치 충견이 주인을 따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신유강은 그것을 바라보며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왜 유강을 노린 거죠?”

청랑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대로 말을 해야 하는가? 하지만 어디까지나 홍화의 명령은 신유강을 데리고 오라는 것이었고, 그녀는 자신의 화를 못 이겨 저도 모르게 손을 썼던 것이다.

딱히 신유강을 죽이는 게 목표가 아니었던 것이다.

청랑은 뭐라 말을 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자, 진소소가 포옥 한숨을 내쉬며 슬쩍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퍽!

그녀의 손을 떠난 무언가가 그야말로 빛살과도 같은 속도로 날아가 벽에 박혔다.

무엇인지 보이지도 않았으며 스치는 순간까지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보여 준 한 수가 대단한 것임은 틀림없다.

벽에는 바늘구멍이 나 있었으며,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벽을 뚫고 나간 것이 확연히 보일 정도다.

마음만 먹는다면 머리를 뚫어 버리는 것 또한 쉬운 일일 터.

청랑의 안색이 시퍼렇게 변했다.

“다시 한 번 물어보죠.”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며 싱긋 웃음을 지은 진소소의 모습은, 그야말로 악귀나찰이 따로 없을 정도로 두려움이 들 정도다.

사천제일미라 불리는 진소소의 미모는 말로는 설명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더욱이 다소곳한 그 성격으로 말할 것 같으면, 뭇 남자들의 애간장을 녹일 정도였는데, 가끔 보이는 무시무시한 성격은, 신유강에게 두려움을 심어 주었다.

두려움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과거 끝없는 회귀를 할 당시, 진소소가 기왕윤의 낭심을 박살 냈던 일 때문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신유강은 당시의 일이 떠오르자 저도 모르게 파르르 몸을 떨었다.

박살 난 낭심을 부여잡고, 게거품을 물고 있던 왕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유강은 저도 모르게 다리를 오므리며 말을 더듬었다.

“크…… 큼, 소소. 일단 진정하고.”

“…….”

진소소는 돌연 만류를 하는 신유강을 기묘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러나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힐끗 청랑을 바라보더니, 다시금 신유강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게슴츠레 눈을 떴다.

“혹시 유강…….”

“절대 그런 거 아냐. 말을 하고 싶어도 소소가 위협을 하니 무서워서 다물고 있잖아.”

위협이라는 말에 진소소는 아미를 찌푸렸으나, 이내 납득을 했다는 듯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신유강의 옆에 앉았다.

악귀나찰이었던 그녀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천상의 여인이라 할 만큼 우아하고 다소곳한 모습과 표정이었다.

진소소는 싱긋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자, 말해 봐요. 유강을 노린 이유가 뭔가요?”

웃고는 있으나 왠지 모르게 말투에서 가시가 느껴졌다. 그것을 느끼고 있는 것은 청랑 또한 마찬가지인 듯싶다.

“그게…….”

청랑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말을 하지 않고는 결코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음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암영공을 펼쳐 도망을 칠 수도 있겠으나, 왠지 모르게 진소소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러한 마음이 깡그리 사라져 버렸다.

“홍 루주께서 고, 공자를 데리고 오라고…….”

“홍 루주?”

홍 루주라는 말에 신유강은 고개를 갸웃했다.

홍등가에 기루를 가지고 있는 그가 그 이름을 모를 리가 없다.

단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사천의 하오문을 관리하고 있는 여인인 데다, 적대웅이 모시고 있는 상관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어째서?’

거기까지 생각을 하던 신유강과 진소소가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데리고 오라고 했다면 찾아와 정중히 요청을 했으면 그만일 텐데, 왜 다짜고짜 공격을 했습니까? 더욱이 죽이려고 한 것 같은데…….”

살기를 실은 공격과 그렇지 않은 것을 신유강이 구분해 내지 못할 리가 없다. 또한 진정 목이 잘리고 그 고통마저 느꼈으니, 청랑의 말에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 마혈을 짚고 납치를 하려고 했는데…… 그게 안 돼서…… 화가 나서…… 그만…….”

진소소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으나, 신유강은 어느 정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죽이려고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괘씸하다는 말로는 설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지만, 무인으로서 그 정도 공격을 맞고도 멀쩡한 것을 본다면, 응당 울화가 치밀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그래도 괘씸하기는 하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총명하기 짝이 없는 진소소가 그 말을 못 알아들을 리가 없다.

또한 신유강이 마혈은 물론이며, 그 어떤 혈을 짚어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심지어 타인의 기운마저 되돌린다는 것 또한 안다.

고작해야 일 층에서(신유강이 몇 번이나 회귀를 했기 때문에 그녀는 그가 삼 층에 올랐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얻은 무공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힘을 갖춘 것이, 바로 신유강이 익히고 있는 회귀신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점은 그게 아니다.

“그러니까 왜 납치를 하려고 했나요?”

단호하기 짝이 없는 말에 청랑은 당황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청랑은 하오문에서도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 이가 버젓이 장원이나, 객잔으로 찾아가 신유강을 만날 수는 없지 않은가.

은밀히 그의 뒤를 따라 납치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 생각을 한 것이다.

물론 홍화가 어떻게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지 않았다는 것 또한 상당히 큰 이유다.

청랑은 더듬거리면서도 끝까지 말을 끊지 않고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는 것은 물론이며, 마혈을 짚으려 하는데 그것이 되지 않아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

물론 죽이려 했다는 것은 그녀가 변명할 여지가 없는 잘못이지만, 어쨌든 신유강은 아주 멀쩡한 상태로 살아 있었다.

청랑은 이야기를 하며 힐끗 신유강을 바라봤다.

홍화가 가지고 있는 신유강에 대한 정보는 잘못된 것이었다.

일류조차 되지 않은 수준이라더니, 중원 백대고수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었다.

“대강 사정은 알겠어요.”

진소소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치기 어린 마음에 덤벼들었다가 신유강에게 호되게 얻어맞은 것이다.

물론 홍화가 어째서 신유강을 찾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니, 결국 신유강이 루주를 찾아가 봐야 한다는 소리가 된다.

그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진소소는 아미를 찌푸렸다.

“가 볼 거죠?”

“물론, 무엇 때문에 나를 찾는지도 궁금하고…… 그리고 사천에 살면서 홍화의 눈밖에 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신유강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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