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신공-61화 (61/200)

# 61

한 살 먹은 어린아이로 돌아가 버린 것처럼, 울고 불며 난리를 피우고 있었으며, 여기저기에서 대소변을 싸지르고 있는 탓에 하오문은 현재 한바탕 뒤집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청랑은 대변을 치우고, 또 치우다가 견디지 못하고 신유강을 찾기 시작했다.

장원으로 갔던 것까지는 좋았는데, 흑의인들이 축 늘어진 신유강을 업고 빠져나가는 것을 보며 은밀히 뒤를 따랐던 것이다.

구해 주려면 진즉에 구할 수도 있었지만, 신유강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지금까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루주는 당신을 만나고 난 뒤에 이상하게 변했어요. 그리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소. 그리고 그들이 이상하게 변했다면 그들의 머릿속을 의심해 봐야 하는 것 아니오?”

“……그럼 다른 것을 묻도록 하죠. 당신이 루주와 만나고 있었을 때, 그 옆에 제가 있었죠?”

신유강은 뜨끔한 표정으로 청랑을 바라봤다.

청랑을 객잔으로 되돌려 보낸 것을 지금에서야 떠올린 것이다. 기억을 되돌려 놓을까? 하는 생각으로 손을 쓰려던 신유강은 고개를 저었다.

“루주가 이상하게 변했다고 하더니 당신 또한 그런 것 같군. 당신은 객잔에 있었고 나 혼자 루주를 만나러 가지 않았소?”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청랑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물론 신유강을 데리고 홍화가 있는 곳으로 간 것이 꿈이라 생각을 한다면 모든 것이 이치에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객잔에서 다시 만났던 진소소의 말투와 현실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일들이, 꿈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장난치지 마세요.”

“장난이라니? 나는 허튼 소리를 하지 않소. 그보다 좀 비켜 주시겠소? 갈 곳이 있어서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소이다.”

“갈 곳이라뇨?”

신유강은 흑의인들이 가지고 있던 단검을 하나 빼앗아 근처에 있는 자그마한 나무판자에 무언가를 새겼다.

청랑은 신유강의 행동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탓에 무엇을 쓰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눈치였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죠?”

“신경 쓰지 말고 길이나 좀 비키시오. 이래 봬도 은근히 바쁜 남자이니까.”

나무판자에 글을 전부 새긴 신유강은, 그것을 율초언의 품에 넣어 놓고 조심스레 몸을 움직여 폐가를 빠져나왔다.

“어디 가려는 거죠?”

청랑은 당혹스런 시선으로 신유강의 뒤를 따랐다.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산더미 같은데, 정작 본인은 대답을 해 주지 않으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참, 그런 거 알아서 뭘 하려 그러시오?”

“루주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전에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어요.”

청랑은 홍화를 그렇게 만든 이가 신유강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확신을 하고 있었다. 어느새 그의 정면을 틀어막은 그녀는 당장 손을 쓸 것 같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신유강을 쏘아보고 있었다.

신유강은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 내가 그런 게 아니라니까.”

“당신 말고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이 되네요. 더욱이…….”

청랑은 뚫어지게 신유강의 전신을 살폈다.

여기저기 찢긴 옷과 피투성이가 된 모습이 처량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태연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서 있는 신유강은, 도무지 다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을 자극하고 있는 것은, 그녀가 그의 목을 베었을 때 순식간에 치유되었던 그 무시무시한 장면이었다.

청랑은 눈앞에 있는 신유강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였고, 자연스레 홍화의 일 또한 신유강의 짓이라 판단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내가 일을 끝내고 돌아오면 그때 홍 루주의 상태를 봐주도록 하겠소. 어떻소?”

“……좋아요.”

청랑은 뭔가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으나, 이내 순순히 수긍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돌아올 때까지 소소를 부탁하오.”

“에?”

돌연 들려오는 소리에 청랑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인 즉, 돌아올 때까지 진소소를 지키고 있으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럼 사람을 고치는 데 날로 먹겠다는 것이오?”

“다, 당신이 그렇게 만들었는데, 제가 값을 치러야 한다는 건가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내가 그런 것이 아니오. 그리고 미친 사람을 고치는 데 돈을 안내고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그…… 그건.”

“쯧쯧, 하오문이 왜 시정잡배라는 소리를 듣는지 알 것 같군.”

“무, 무슨.”

“돈으로 따지자면 능히 금자로 백 냥은 받아야 할 만한 일 아니오? 그걸 돈 안들이고 고쳐 준다는데 당연히 그 정도 일은 해야지.”

툭 하고 내뱉은 신유강의 말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기 때문인지, 청랑은 할 말을 잃은 듯 멍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은 마치 막대한 돈을 지불해야만 치료를 해 준다는 금의신 소동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금의신 소동?’

무언가를 생각해 낸 청랑은 더욱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신유강의 행동과 홍화에게 들은 소동에 대한 것을 떠올린 것이다.

그러나 소동은 고작해야 열 살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녀는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쨌든 당분간 소소를 잘 부탁하오. 금방 돌아올 테니까.”

“……조, 좋아요.”

신유강이 그 유명한 금의신 소동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자신이 겪은 모든 일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의신의 버금가는 의술을 지닌 소동.

세간에서 말하길 그는 선인지경에 오른 이라 하였다.

일반적인 사람의 상식으로는 그를 잴 수가 없다고 하니, 청랑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이 모든 상황을 납득해 버린 것이다.

더욱이 적호대조차 감지를 하지 못하는 은신 능력을 지니고 있는 그녀가 신유강에게 왜 졌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뭐하는 것이오? 당장 가지 않고! 만약 내가 돌아왔는데 소소의 몸에 이상이라도 있다면, 루주는커녕 하오문 또한 무사하지 못할 것이오.”

“며, 명심하겠어요.”

청랑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모습을 감추었다.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진 그녀를 보며, 신유강을 혀를 내둘렀다. 흑영과 흑호 또한 은신 쪽으로는 상당하다 여기고 있었는데, 지금 청랑이 보여 준 것과는 비교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어느새 혼자 남은 신유강은 심호흡을 했다.

뒤에는 적호대원들이 잠들어 있는 폐가가 있다.

그러나 신유강의 목적은 그곳이 아니었다.

지금 저들을 죽여도 마교에선 금의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더욱 강한 자들을 보낼 것이다.

아예 원인을 제거해야 했다.

“금방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군. 신강은 더럽게 멀다고 하던데. 퉤…….”

흑영과 흑호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들의 목적지는 마교가 있는 신강의 천산이 분명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구해 내기 위해 천산을 향해야 했기에 신유강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빌어먹을 인생 같으니.”

* * *

신유강이 신강을 향해 출발한지 어언 하루가 지났을 무렵, 아직까지도 약 기운 탓에 정신을 잃고 있었던 율초언은 그제야 힘겹게 눈을 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죽지 않았던가?”

상당히 강렬한 독이라 생각되었기에 필시 죽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걱정과는 다르게 멀쩡하게 눈을 떴으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내공을 움직일 수 없군.”

운기를 하여 내상을 살펴보려 했던 율초언은 단전에서 한 줌에 내력조차 느껴지지 않자, 그저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내공이 있든 없든 그들은 적호대였다.

결코 임무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슬그머니 시선을 돌려 신유강이 묶여 있었던 곳을 바라봤다.

독무를 만든 이가 그를 구하기 위해 온 자가 맞는 듯, 신유강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율초언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렇게 모진 고문을 하였는데, 자신들의 목도 취하지 않고 돌아간 신유강과 정체 모를 이에게 수치심을 느낀 것이다.

율초언은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까지 그의 수하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응?”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수하들을 깨우려 하던 그는, 품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에 고개를 갸웃하며 감각의 원인을 꺼내 들었다.

조잡하기 그지없는 나무판자였다.

단검을 이용해 글을 써 놓았는지 흐트러진 글자들이 보였다.

금의신 소동은 신강으로 향했소이다.

진정 그와 만나는 게 목적이라면 신강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이오.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장원으로 돌아가 봤자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오.

명심하시오. 그는 신강으로 향했소.

“허…….”

율초언은 신유강이 쓴 것 같은 글을 보며 기가 찬 듯 웃었다.

‘소동이 신강으로 향했다고? 무슨 연유로?’

그러한 의문들이 머릿속에 가득했으나, 지금은 그러한 것들을 정리하고 있을 시간이 아니다. 소동이 정말로 신강으로 향했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교로 전서를 날려 그를 붙잡아야 했다.

“일어나라!”

물론 나무판자에 새겨진 내용이 사실인지 혹은 거짓인지 판단을 하기 위해 그들은 이 사천 땅에서 움직이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第五章. 수련삼매경(修練三昧境)

본래 흑호가 맡아서 하던 일인 장원 청소를 하며, 진소소는 조심스럽게 눈알을 굴렸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지난 번 보았던 하오문의 청랑이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진소소의 뒤를 지키고 있었다.

한시도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 그녀 때문에 진소소는 꽤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심지어 뒷간 갈 때도 따라왔다.

“하아…….”

마당을 쓸고 있던 진소소는 머리가 아픈지 골을 매만졌다.

신유강이 사천을 떠난 지 벌써 칠 일이 흘렀다. 청랑에게 곧 돌아온다는 말을 전해들었지만,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란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칠 일 전, 장원으로 돌아왔을 때 보았던 그 흔적들과 사라진 흑영과 흑호를 떠올린다면 신유강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대강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천산마교.

바로 그곳인 것이다.

내심 자신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사라진 신유강에 대한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역시 남자라면 자기의 길 정도는 자기 스스로 정해야 하는 것이니, 딱히 불만스럽다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언니, 언니. 저 사람은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

신유강이 사라진 직후부터 함께 장원에 머물고 있는 것은 청랑뿐이 아니다. 진소소 혼자 있는 것이 영 내키지 않는 듯, 당소혜 또한 바리바리 짐을 싸 장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당소혜는 요 며칠 동안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신유강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것 같아 보이는 소녀, 얼굴엔 흉측한 상처가 있지만, 자세히 보면 당소혜 못지않은 미모를 자랑했다.

“나도 몰라.”

진소소는 힘없이 대답을 했다.

신유강에게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인지 몰라도, 하루 종일 곁에 붙어 있으려 하니, 짜증이 이만저만 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무슨 말이라도 꺼냈으면 좋을 텐데, 지난 칠 일 동안 신유강의 전언 외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에 더욱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당소혜는 힐끗 청랑을 바라보더니, 이내 작은 목소리로 진소소에게 속삭였다.

“설마 유강의 새로운 여자예요?”

“그, 글쎄?”

예전부터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것으로 유명한 당소혜였지만, 진소소에게 대놓고 물을 말한 내용은 결코 아니었다.

진소소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에이, 아니겠죠. 설마 언니를 놔두고? 호호호.”

“하아…….”

진소소는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당소혜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