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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66화 (66/200)

# 66

아무것도 모르고 접근을 한 몇몇 남자들이 이곳에서 가장 어린 소녀인 청랑에게 맞아 나가떨어지는 꼴을 보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이지는 않지만 사천당가의 금지옥엽 당소혜를 지키기 위해 객잔 곳곳에 사천당가의 무사들이 숨어 있었다.

난동은 물론, 수작이라도 걸려고 한다면, 먹고 있는 음식에 무슨 독이 들어갈지 알게 뭔가?

하여 객잔은 오늘도 평안하기 그지없다.

“하하, 이곳이 사람이 많아 보이니 여기서 끼니를 챙기도록 합시다.”

그렇게 북적거리는 객잔 안으로 일련의 무리가 우르르 몰려들었다.

십여 명 정도 되는 이들이었는데, 척 보아도 무공을 익힌 듯 기도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또한 명문가의 자손이라는 것을 뽐내기라도 하려는 듯, 저마다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당소혜는 힐끔 들어오는 이들을 바라보더니 놀란 듯 눈을 치켜떴다.

“엑?!”

현재 객잔 안으로 들어오는 이들은 무림에서 내로라하는 후기지수들이었다.

모임이 있다는 소리도 듣지 못하였는데, 사천까지 어인 일로 왔단 말인가.

“아는 사이니?”

“언니, 나 잠깐 나갔다 올께요.”

“어, 어딜 가려고?”

“아, 글쎄. 나는 여기 없는 거예요. 저기 객방에 가 있을 게요.”

다급하게 객방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는 당소혜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군가를 잊어 보겠다고 좋아하지도 않는 이들에게 고백을 했다 차인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지금 들어온 후기지수들 사이에 그들 중 몇 명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남궁상마저 있었다.

“안 돼. 바빠 죽겠는데 너까지 없어지면 어떻게 해?”

진소소는 당장이라도 도망을 치려는 당소혜의 팔을 붙잡았다.

순산 당소혜는 울상을 지었고, 곧 후기지수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을 보며 질끈 눈을 감아 버렸다.

“어, 당 소저? 당 소저가 아니오?”

그녀를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다름 아닌 당소혜 일편단심(一片丹心)이라 할 수 있는 남궁상이었다.

과거 신유강에게 얻어터져 질질 짜던 남자였는데, 칠 년이란 세월이 지났기 때문인지 그는 준수한 미공자로 성장했다.

당소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이네요, 남궁 소협.”

“정말입니다. 이게 몇 년 만입니까. 모임도 제대로 나오시지 않아 무슨 병이라도 걸린 줄 알았습니다.”

남궁상은 한 걸음에 당소혜에게 다가왔다.

눈빛은 초롱초롱하기 그지없었으며, 어느새 두 손은 은근슬쩍 당소혜의 손을 붙잡으려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당소혜가 은근슬쩍 손을 빼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붙잡혔을 것이다.

“호호, 요…… 요즘은 그리 멀리 나가고 싶지 않아서 말이죠.”

그 말에 여기저기에서 피식거리는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 후기지수 중에서 당소혜가 이곳에 있는 팔대세가의 남자들에게 고백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창피하니 나오지 않았던 것이지.’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멍청한 남궁상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정말로 몸이 안 좋으신 겁니까? 제가 용한 의원을 알고 있습니다. 뭐, 사천에서 유명한 금의신 소동 보다는 못하겠지만, 제가 아는 분에게 몸에 좋은 보약이라도 한 채…….”

“돼, 됐으니 혼자 많이 드세요.”

당소혜는 남궁상이 거북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한때는 약간 호감이 가긴 했었지만, 고작해야 점소이라고 믿었던 신유강에게 얻어터진 것을 본 직후부터 관심이 싹 사라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들이대는 것이 마음에 들 리가 없다.

“오랜만이오, 당 소저.”

그때 은근슬쩍 남궁상을 밀치고 앞으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모용세가의 둘째 아들인 모용후라는 자였다.

아직까지 나이가 어린 후기지수들인지라 제대로 된 별호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훗날 상당한 기량으로 중원에 이름을 떨칠 것이라 모용세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인재라 할 수 있었다.

또한 한때 당소혜에게 고백을 받고 딱 잘라 거절을 한 자로, 당소혜가 얼굴조차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 중 하나였다.

“그, 그러네요.”

당소혜는 역시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말을 붙이지 말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긴 하지만, 모용후는 대수롭지 않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이쪽에 계신 분은?”

“아, 이 언니는…….”

“소소라고 합니다.”

성을 밝히지 않은 진소소는 딱 잘라 말을 하며 웃었다. 그 웃음 때문인지 모용후와 남궁상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넋을 잃었으나, 본인은 정작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쿡쿡 웃음을 짓고 있을 뿐이다.

“소혜를 보러 온 것은 아닌 듯한데, 자리에 앉으시지요. 보다시피 손님이 많아 크게 신경을 쓰고 있을 여유가 없답니다.”

진소소는 음식을 시키지 않을 거면 당장 나가라는 말을 빙글빙글 돌려 말을 했지만, 그것을 못 알아들을 만큼 어리석은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후기지수들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손님이 가장 많이 있었기 때문에 이곳으로 들어온 것이다. 척 보아도 이 객잔의 주인으로 보이는 여인이니, 괜히 방해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여긴 모양이었다.

“그럼 삼 층에 자리를 잡도록 하지.”

모용후의 말에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계단을 올랐다. 그러는 사이 후기지수들 중 여인들이 당소혜를 바라보며 비웃음을 날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천당가의 금지옥엽이라고는 하지만, 후기지수들 사이에서 음탕녀(淫蕩女)라 불릴 정도로 무시를 받고 있으니 당연했다.

“왜 저렇게 삐딱한 얼굴로 우리 소혜를 바라볼까?”

“어, 언니!”

진소소는 궁금하다는 듯 물었지만, 그 이유를 모를 리가 없었다.

이름 있는 후기지수들에게 그렇게 고백을 했으니, 다른 여인들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었던 것이다.

“왜 하필 여기에 있는 거야. 아…… 정말…….”

당소혜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토했다. 자신이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였지만, 후회를 해 봤자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진소소는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당소혜가 후기지수 모임 같은 것에 잘 나가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눈치채긴 했지만, 역시 실제로 보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삼 층에서 쏘아진 여인들의 시선이 매서웠다.

아마 진소소가 반대 입장이었다면 쥐구멍에 숨어도 진작에 숨었을 것이다.

“팔대세가 후기지수들이 전부 모인 것 같습니다.”

그때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청랑이 조심스레 다가와 말했다.

위층에 있는 십여 명의 인물들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은 그리 곱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오문은 구파일방이나 팔대세가 등에게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으니, 그녀가 후기지수들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

“당가 측에서 모임을 주선하신 겁니까?”

“아니, 그런 적은 없는데……. 으음…….”

당소혜는 아무리 생각해도 저리 많은 후기지수들이 한 꺼번에 사천에 나타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비무대회가 열리지도 않았고, 가문에서도 후기지수들을 모아 연회를 열고자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곳이 보이지 않는군요.”

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는 청랑의 말에 당소혜의 몸이 들썩였다. 그러고 보니 팔대세가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가문인 하북진가의 인물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당소혜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진소소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나 하북진가라는 말을 듣고도 이렇다 할 반응조차 보이지 않는 진소소는 여전히 웃으며 탁자 위에 놓인 식기를 치울 뿐이었다.

“진 공자, 여기에요.”

“자명, 자네가 제일 늦지 않았는가!”

“하하하, 미안하네. 잠시 볼일이 있어서 말일세.”

그때 삼 층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더불어 누군가 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준수한 외모는 물론이며 불끈 솟아오른 태양혈, 허리에 곱게 차여진 한 자루의 보검.

팔대세가의 중축 가문이라 불리며 현 후기지수들 중 가장 이름을 널리 알린 자.

후기지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별호가 있으며, 아마 이 객잔 안에서 그의 별호를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지, 진자명이라면?”

“기천검(氣天劍) 진자명?!”

“그 항산대전에서 마두 오십 인을 베었다는 그 후기지수 말인가?”

하북진가의 셋째 아들이자, 가장 뛰어난 후기지수.

기천명(氣天劍) 진자명(震自明)!

몇 년 전 항산에 침입한 마두 오십 인을 베어 넘긴 것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으며, 팔대세가와 구파일방의 후기지수들을 통틀어 가장 먼저 별호를 얻은 인물이기도 했다.

그의 이름이 들려오자 진소소는 저도 모르게 손을 움찔거리며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아주 어렸을 적이라고는 하지만 그 얼굴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진자명!

어렸을 적, 다른 오라버니들과 함께 모질게 그녀를 괴롭혔던 아이였으며, 웃는 낯으로 사람의 뒤통수를 치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사갈 같은 자였다.

진소소는 저도 모르게 까득 이를 갈았다.

과거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당시의 일이 수치스러워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다. 마음같아선 당장 손을 써 저 더러운 낯짝을 뭉개 버리고 싶은 생각이 가득 하였으나, 진소소는 신유강의 얼굴을 떠올리며 가까스로 살기를 억눌렀다.

“어, 언니? 왜 그래요?”

이미 신유강에게 들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소혜는 아무것도 모른 척 물었다.

아주 작았지만, 근처에 있던 그녀가 소소의 이 가는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어서 일하지 못해? 받은 만큼 일은 해야 할 거 아냐?”

“아, 알겠어요.”

당소혜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레 몸을 움직였다.

진소소의 얼굴을 보니 아무래도 사단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유강, 빨리 돌아와. 무서워 죽겠어…….’

그래도 당소혜는 속으로 신유강을 애타게 찾았다.

살벌하게 빛나던 진소소의 눈빛을 떠올리니 괜스레 온몸에 소름이 다 돋을 지경이었다.

제발 부탁이니 아무 일 없이 지나갔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였다.

‘하아…….’

第七章. 기천검(氣天劍) 선선운현무(扇仙雲現武)

“돌아가라고 몇 번을 말하지 않았소?”

신유강은 현재 사천 경계에 있던 그 마을에서 청해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말조차 타지 않고 가고 있었기에 상당히 늦은 행보라 할 수 있었는데, 거기에 꼬리까지 달고 있으니 더욱 늦어지는 기분이다.

“스승님! 어찌 그리 말씀하십니까. 스승님이 가시는 길이 곧 제가 가는 길입니다.”

“그러니까 난 당신의 스승이 아니라고!”

“하하하,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스승님께서도 곧 제 마음을 알아주시고, 제자로 인정을 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백호영준은 자신이 태어나 자란 마을을 떠나 신유강의 뒤를 따랐다.

더욱이 호야마저 힘겹게 쫓아오고 있었는데, 이 둘은 피죽도 못 먹고 자란 탓에 툭하면 땀을 뻘뻘 흘리며 쓰러지기 바빴다.

신유강은 질끈거리는 골을 어루만지며 한숨을 쉬었다.

목적지는 신강.

그는 이제 막 청해성에 들어섰고, 아직 가도 한참을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저들 때문에 느려도 너무 느렸다.

그렇다고 떼어 놓고 갈 수도 없는 것이 버려 두고 간다면 얼마 못 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될 확률이 상당히 컸기 때문이다.

“하아…….”

신유강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갈수록 일이 꼬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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