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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68화 (68/200)

# 68

같은 비단옷이라 해도 들여오는 옷과 질감에 가격에 차이가 난다.

황족들이 입는 비단옷 정도는 되어야 금 열 냥을 호가하는 비싼 것들이니, 선뜻 믿기 힘들다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무, 무슨 말을…….”

언미연은 당소혜의 말을 듣고 당혹스런 표정으로 뚫어지게 진소소의 옷을 살폈다. 겉보기엔 단순한 경장에 지나지 않지만, 좋은 비단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대변하듯 질감이 좋아 보였다.

그러나 궁장도 아니고 경장 따위가 금 열 냥이라니?

“자, 장난하는 건가요, 당 동생?”

“장난 아닌데…… 저랑 직접 가서 산 거니까 거짓말이 아니에요.”

당소혜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물론 그녀와 진소소가 산 것은 아니고, 그녀가 신유강과 함께 나가 진소소의 옷을 산 것이었다.

진소소의 것이라면 금이 얼마나 들어도 사고 보는 애처가(愛妻家)인 신유강의 눈에, 고작해야 금 열 냥이 아까울 리가 없었다.

더욱이 이곳에 있는 팔대세가 인물들은 당소혜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진소소가 입고 있는 옷이 금 열 냥이라는 말을 믿는 눈치였다.

“그러고 보니 비단이 좋아 보이는군.”

한 사람이 말을 하면 다른 이들도 휩쓸리기 마련이다.

“어머, 확실히 그래요. 언 언니가 입은 것과는 조금 달라 보이기도 하고…… 정말로 금 열 냥 값어치는 하는 것 같네요. 우와…….”

제갈세가의 제갈연이 신기한 듯 그것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일행들에게 저 옷이 금 열 냥의 값어치가 된다는 걸 확인시켜 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제갈세가의 여식 입에서 나온 소리였으니 말이다.

“마, 말도 안 돼.”

언미연은 고작해야 객잔 주인 따위가 금 열 냥이나 하는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반면 진소소는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녀가 자신이 입고 있는 경장이 신유강이 사 온 것이란 걸 모를 리가 없었다.

옷을 받았을 당시 질감이 특이하여 어느 정도 비쌀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신유강은 대수롭지 않게 은 열 냥이라고 말했기에 그렇게 비쌀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은 열 냥짜리치고는 옷이 무척 좋아 보이긴 했지만, 객잔에서 일을 할 때나 편한 복장으로 돌아다닐 때 자주 입던 옷이다.

그런데 금 열 냥이라니?

처음부터 그러한 사실을 알았다면 아끼고 아껴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진소소는 지금 그런 것을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가다듬고는 언미연을 바라봤다.

“옷 자랑은 다하셨나요? 이제 우리 가게에서 행패를 부린 값을 받아야 할 것 같네요.”

“가, 값?”

“물론이에요. 보다시피 우리 객잔은 일손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는 곳이에요. 그런데 그쪽 소저께서 점소이를 때려눕히셨으니, 그만한 보상을 해 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하, 보상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네요. 고작 점소이 하나 다쳤을 뿐인데.”

“그 점소이가 하루라도 없으면 우리 객잔은 돌아가지 않는답니다.”

“호호호, 그럼 새로운 점소이를 뽑으면 되겠네요. 아니면 그쪽 분께서 직접하시든가.”

잠시 기가 죽었던 언미연은 전혀 반성의 기미도 없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것이 어찌나 귀에 거슬리는지 진소소는 고운 아미를 찌푸리며 말했다.

“천박하기 짝이 없는 분이시군요. 과연 명문 정파라는 곳의 사람들이 어떤 심성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 것 같네요. 좋아요. 보상 따위는 필요 없으니, 이만 객잔에서 나가 주세요.”

“뭐…… 뭐라고요?!”

언미연의 인상이 험악하게 변했다.

진주언가의 직솔로 태어나 지금까지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도 누구 하나 고개를 숙이지 않은 이가 없었다. 그것이 명문이 가지고 있는 힘이었고, 현 진주언가라는 곳이 중원에 떨치는 이름값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장사가 잘된다 해도 고작해야 객잔의 주인 따위가 감히 자신에게 축객령을 내리니 그녀 딴에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미연은 분한 듯 입술을 질끈 깨물며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다른 후기지수들 또한 기분이 그리 좋지 않은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언미연의 행동 하나 때문에 함께 매도당하는 것은 물론, 끼니를 챙겨 먹지도 못하고 쫓겨나게 생겼으니, 응당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좋을 리가 없는 것이다.

“죽고 싶은 것이냐? 이 내가 진주언가의 인물이란 걸 알고도 그런 헛소리를 내뱉는 것이냐?!”

언미연은 결국 소리를 치며 진주언가의 이름을 내뱉었다. 그것은 명문 세가의 이름으로 진소소를 압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었기에,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후기지수들은 콧방귀를 뀌며 그녀를 비웃었다.

“언 언니, 이곳은 우리 아버지가 돌봐주는 객잔이에요. 진주언가의 이름이 통할 곳이 아니라는 걸 명심해 주셨으면 하네요.”

그때 지금까지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던 당소혜가 싸늘한 시선으로 언미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천당가의 가주인 당초운이 기연객잔을 돌봐주고 있다는 사실은 물론 거짓말이었다.

단순히 당소혜가 자주 찾아오는 곳이니, 당가 쪽 인물들 또한 간간이 찾아오는 정도였다. 그러나 어찌 본다면 당소혜의 말 또한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사천당가의 금지옥엽(金枝玉葉)이 매일같이 오는 곳, 자연스레 그녀를 수행하는 은밀한 호위들이 있으니, 당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 탓에, 기연객잔 안에서 난동을 피우는 이들이 없었다.

“흥, 고작해야 독수(毒手)나 쓰는 당가 따위가 무에 대수라고?”

“뭐, 뭐라고요?!”

진주언가와 사천당가, 서로 비교를 하자면 지금의 팔대세가가 오대세가라는 이름으로 불렸을 때부터 명문가로 이름을 떨쳤던 사천당가를 진주언가가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화가 머릿 끝까지 나 있는 언미연은 생각없이 입을 열었고, 그 파장은 상당히 크다 할 수 있었다.

스스슥!

당소혜를 호위하고 있던 이들이 그 말에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고작 후기지수들의 자존심 싸움이라 생각을 하던 방금 전과는 다르게, 언미연의 말은 사천당가를 모욕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십여 명의 인물들이 나타남에 따라, 진주언가, 즉 언미연을 호위하고 있던 이들 또한 모습을 드러냈다.

서로를 마주 보며 살기를 뿜고 있는 것을 보니, 그야말로 일촉즉발.

당장 사천당가와 진주언가의 싸움이 시작되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상황이다.

“진정들 하시오. 이러다 당가와 언가 사이에 전쟁이라도 나겠소.”

지금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모용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나 당소혜와 언미연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공기는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진소소는 거기에 기름을 부었다.

“권의 언가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대의 경솔한 언사를 보아하니, 언가도 그리 잘난 가문은 아니듯 보이네요. 동네 파락호가 더 나을 지경이에요.”

툭 하고 내뱉은 말에 곳곳에서 피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고, 언미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결국 참다못한 언미연의 호위가 호통을 치며 진소소를 향해 달려들려 했다.

“이년, 말이면 다 인 줄 아느냐!”

“감히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언미연의 호위가 움직이려는 순간, 그보다 빠르게 몸을 날린 것은 다름 아닌 언미연이었다.

지금까지 이러한 수모를 겪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시뻘겋게 얼굴을 붉힌 그녀는 삼 층에서 단박에 뛰어내리며 매섭게 권을 뻗었다.

“언니?!”

펑!

권의 언가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듯 그 공격은, 평범한 이들이라면 초주검이 될 정도로 대단한 힘이 실려 있었다.

그녀가 손을 쓰는 순간 후기지수들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아무리 명문세가의 자손이라고는 하지만, 사천당가가 주목하고 있는 곳에서 무공조차 모르는 이를 상대로 극성의 내력을 쏟았으니, 언미연은 물론이고 그녀를 말리지 못한 후기지수에게 엄한 벌이 내려질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명문의 규율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뜻밖의 기이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말도 안 돼!”

제일 먼저 경악한 것은 그 상황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모용후였다.

방금 전 언미연의 권은 그조차 쉬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내공이 실려 있었는데, 진소소는 고작 한 손으로 그것을 막아 냈기 때문이다.

“훗, 권의 언가라는 곳의 무공이 고작 이 정도입니까. 실망이군요.”

진소소는 웃으며 슬쩍 몸을 움직였다.

잡고 있던 언미연의 손을 놓으며 일보를 내딛고, 어깨를 이용해 그녀를 슬쩍 미는 듯한 행동이다. 그러나 그 파괴력은 장난이 아니다.

언미연은 돌연 엄청난 기세가 몰아치는 것을 느끼며 기겁을 하였다.

내공을 이용해 막아 내어 보려 했지만 이미 늦은 듯, 어마어마한 기세가 그녀의 전신을 뒤덮었고, 어느새 몸은 허공을 날고 있었다.

우당탕!

“아, 아가씨!”

단순히 미는 행동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정수는 두말할 것도 없이, 삼백 년 전 천하제일인인 석무자의 것이었다.

그것을 오랫동안 갈고닦은 진소소였으니, 언미연 따위가 버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으, 으윽! 너, 너!”

다가와 부축을 하려는 호위의 손을 뿌리친 언미연은 쌍심지를 켜며 진소소를 쏘아봤다. 무공을 전혀 모르는 여인이라 생각을 했던 것과는 다르게 상당한 고수임을 알아챈 것이다.

“가만두지 않겠어!”

“말로만 하지 말고 언제든지 오세요.”

진소소는 여유롭게 백옥과도 같은 손가락을 까닥이며 웃었다.

그 모습이 묘하게 아름다운 것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자신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진소소에게 빠져들었다.

역시나 선공(先攻)을 취한 것은 언미연이었다. 진주언가 직계들만 익힌다는 칠무연공(七武聯功)을 중심으로 펼쳐진 권각술은 바위마저 때려 부술 만한 기세를 머금고 진소소를 노렸다.

그러나 진소소의 얼굴은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오히려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 한층 더 언미연의 심기를 자극하였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이들의 눈에는 여유를 부리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진소소의 움직임은 마치 신선의 것처럼 우아하고, 고고하였으며, 언미연의 공격들을 유유히 피해 나갔다. 이어 빈틈이 생기는 곳에 어김없이 장력과 지법을 퍼부으니, 언미연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퍽퍽퍽!

연이어 들려오는 소리에 사람들은 눈을 부릅떴다.

고작해야 손가락, 즉 지법을 이용하여 언미연의 빈틈 세 군대를 찌른 뒤, 장(掌)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타격했다.

퍽!

“꺄악!”

언미연은 이렇다 할 공격조차 하지 못한 채 날아가 널브러졌다.

탁자 위로 떨어진 그녀는 그것을 부수었는데,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정신을 잃은 듯 보였다.

“이, 이년이!”

언미연의 호위들은 시뻘게진 얼굴로 부들부들 몸을 떨며 소리를 쳤다.

자신들이 모시고 있는 주인이 처참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널브러졌으니, 그 화가 오죽할까?

기절한 언미연을 돌봐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듯, 진소소를 향해 일보(一步)를 내디디려는 순간, 묘한 감각이 우뚝 걸음을 멈추게 했다.

어느새 당소혜의 호위들이 그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어린아이들 싸움에 나서는 것이 아니오.”

게슴츠레 눈을 뜬 남자는 험악하게 호위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나 당소혜의 호위나, 언미연의 호위나 그 수는 비슷하였고, 수준 또한 비슷했다.

결코 막아선다 하여 멈출 인간이 아니란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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