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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75화 (75/200)

# 75

그러고 있는 사이, 드디어 신유강을 마존의 앞으로 데리고 갈 사람이 온 듯 화사한 차림을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의 얼굴은 마치 시체처럼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마치 곰을 연상시킬 정도로 인상이 험악한데, 계집애들처럼 분이라도 발랐는지, 묘한 냄새가 신유강의 신경을 자극하였다.

“호호, 당신이 소동이라 자칭한 자이옵니까?”

“컥!”

이어 들려오는 목소리 또한 여인과도 같다. 신유강은 마치 괴물을 보는 듯 그 남자의 위아래를 훑어보기 시작하였는데, 꽤 적나라한 시선인지라 남자는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호호호, 그렇게 쳐다보시면 부끄럽사옵니다.”

“콜록콜록!”

신유강은 저도 모르게 기침을 내뱉으며 뒤로 훌쩍 물러섰다.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아 내느라 상당히 진땀을 빼야 했다.

“다, 당신은 누구시오?”

당황한 나머지 소동이 가지고 있던 그 특유의 말투가 사라졌다. 그러나 문지기들은 물론이며 그곳에 있는 그 누구도 거기에 대해 신경을 쓰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남자를 처음 보는 이라면 누구나 놀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천하백대고수의 일인 괴면마수(怪面魔手) 황염(黃焰).

이 남자를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여 비웃는 이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지법과 조법으로 온 정사를 뒤집어엎은 이로, 항산대전에서도 상당한 전과를 올리기도 하였다.

“호호, 본인의 이름은 황염이라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소동.”

“소, 소동이오.”

“호호호, 정말로 소동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일단 대접을 해 드리도록 하죠. 따라오세요. 마존께서 당신과 만나는 것을 굉장히 기다리고 계십니다.”

황염은 만약 소동을 사칭하는 것이라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것을 알게 모르게 알아들은 신유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황염의 뒤를 따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는 탑을 향해 걸었다.

* * *

마교는 떠들썩하기 그지없다.

금의신 소동이 입성을 했다는 소식 때문인지, 사람들은 하나같이 들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의신에 버금가는 그 능력만 있다면, 마교가 천하를 제패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라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전쟁은 물론, 몸이 아픈 이들이 금의신을 만나기 위해 탑으로 몰리기 시작하니, 그야말로 인산인해(人山人海).

탑 주변에는 꽤 많은 마교의 무인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환자들 때문에 상당한 진을 빼고 있었다.

그런 우습지도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을 모르는 신유강은 끝없는 탑을 올라가며 인상을 찌푸렸다. 벌써 이각은 더 계단을 오른 것 같은데, 마존이라는 자가 있다는 아직까지 곳에 도착도 하지 못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오르는 것이냐?”

“호호, 금방입니다. 마존께선 가장 높은 곳에 있사와요. 하지만 소동이라는 이름이 대단하긴 한 것 같습니다. 보이십니까? 저 아래 마교의 교인들이 그대를 만나고 이곳까지 찾아온 것을 말입니다.”

“하하, 본 소동은 돈이 안 되는 짓은 하지 않는다.”

“호호호, 그럼 마존을 만나는 것은 돈이 될 것이라 판단하셨습니까?”

“천하의 마존, 십만마도를 다스리는 인물이니, 잘하면 꽤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할 뿐이다.”

험악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다소곳하게 얼굴을 가리며 웃는 그 모습은 괴기하기 짝이 없다. 신유강은 토악질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으로 꾸역꾸역 발을 놀렸다.

‘대단하군.’

앞서 가고 있는 황염은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그리 생각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사천에 나타나 돈을 받고 사람을 치유하기 시작하는 소동, 몇 년이 지나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타났기에 사람들은 선인이 아니냐는 소문을 퍼트릴 정도였다.

그러나 황염이 놀란 것은 그 때문이 아니다.

이 탑은 상당히 높다.

본디 마존을 알현하는 곳이긴 하지만 그곳은 이미 지나도 한참 지난 곳이다. 지금 향하는 곳은 마존의 거처이며, 웬만한 고수들조차 진땀을 뺄 만큼 높고 높은 곳이다.

그러나 소동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투덜거리면서도 체력이 전혀 줄어든 느낌이 들지 않았다.

‘무공을 익힌 것인가?’

그러나 태양혈은 물론이고 내공을 익혔다는 낌새는 그 어디에도 없다. 황염은 은연중 상대의 내력을 파악하는 것이 주특기였으며, 그 때문에 소동의 안내역을 맡은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상대가 어떠한 무공을 익혔는지 말이다.

‘소동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은데…….’

사칭을 하진 않았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어린아이. 그러나 황염은 눈앞에 있는 이가 진짜 소동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황염은 비릿하게 웃음을 지으며 더욱 발을 놀렸다.

“마존이라는 자는 정말 높은 곳에서 사는 것 같군.”

“십만마도의 정점이십니다. 당연히 그의 걸맞은 곳에 기거하시는 것이지요.”

십만마도의 정점이라는 말은 사뭇 와 닿지 않는다.

사천 성도가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십만의 인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 천산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단 말인가.’

신유강은 질렸다는 듯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보니 문지기에게 묻기론 이 탑 지하에는 반역도들이 잡혀 있다 하던데.”

“호호, 그러한 것도 아십니까?”

“안다기보단 문지기들이 하는 말을 들었을 뿐이지.”

반역도가 잡혔다는 것은 마교 내에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이야기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서슴없이 내뱉어 소동의 귀에 들어가게 만들었으니, 황염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그는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개자식들, 가만두지 않을 테다.”

여태까지 나왔던 여인의 교성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확연하게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것도 상당히 걸쭉하고 마치 산적이 소리를 치는 듯한 목소리.

신유강은 우뚝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자네 방금 목소리가 완전히 바뀌지 않았나?”

“호호호, 그럴 리가요. 잘못 들으셨겠지요.”

“흐흠, 하지만 본 소동의 입장에선 조금 전 그 목소리가 훨씬 듣기 좋군. 지금 자네의 목소리는 뭐랄까…… 듣기 거북해.”

듣기 거북하다는 말에 황염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도 좋아서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그가 익히고 있는 무공이 동자공의 일종인지라, 대성을 하기 전까지는 내시와도 같은 꼴이 되어 버린다. 발기는 물론이고, 남자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욕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아드득!

황염은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스승에게 속아 어쩔 수 없이 익혔다고는 하지만, 참으로 엿 같은 상황이 아닐 수가 없다. 황염은 기본적으로 여자를 좋아하는 데다, 그 무공을 익히기 전까지는 색마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 꼴이 뭔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이상한 놈이라 불리고, 기피하는 이들까지 생긴다. 이 마교에서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는 그였지만, 곁에 친한 이 하나 없는 것은 다 그러한 이유다.

유일하게 흑영과 막역한 사이이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반역도로 붙잡혀 갇혀 있으니, 황염으로선 상당히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호호호호! 그런 말씀하지 마시와요. 본 공자가 섭섭하지 않습니까.”

“말하면서 이 좀 갈지 말게. 그리고 호호호, 웃지 말고 하하하! 하고 웃게. 자네의 얼굴을 좀 생각해 보게나. 누가 보면 미친놈이라 여길 듯하이.”

“…….”

앞서 가던 황염이 우뚝 걸음을 멈췄다.

이윽고 슬쩍 신유강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분위기가 꽤 차가워진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인데, 신유강은 여전히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한 듯, 그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혹시 자네 고자인가? 아니면 내시 같은 건가?”

“내, 내시…… 고, 고자?”

“내시들이 거기를 자르면 보통 그렇게 목소리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듣기는 하였는데, 설마 진짜일 줄이야. 쯧쯧.”

신유강은 정녕 안쓰럽다는 듯 혀를 찼다.

황염는 나이는 많이 봐줘야 마흔 초중반, 그런 나이로 그 부분을 잃었으니, 뭐라 애도를 해 줘야 할지 막막한 것이다.

“혹여 그것을 고치고 싶다면 본 소동에게 말을 하게. 물론 될지 안 될지는 잘 모르겠네만…… 자네도 사내라면 쪽팔려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는가?”

“이…… 빌어먹을 새끼! 그 주둥이를 안 닥치면, 배때기를 갈라 내장을 쭉쭉 뽑아 버리겠다!”

버럭버럭 고함을 내지르는 소리에 신유강은 두 귀를 막았다. 내공을 끌어 올려 한껏 소리를 친 탓에 탑 전체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오우…… 알겠네. 닥치고 있겠네.”

“헉헉…… 헉…….”

상당히 열이 받아 소리를 친 탓인지, 황염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이다.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서슴없이 내시니 고자니 운운한 이는 말이다.

황염의 위치는 상당히 높은 데다, 천하백대고수에 들어간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은 지극히 적다.

아니,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꼬마 놈은 대체!’

황염은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더욱이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른 데다 내공까지 사용했는데, 조금도 동요를 하지 않는 듯한 그 모습에 울화까지 치밀어 오를 정도다.

“아직 멀었나? 고자?”

“이 새끼가…….”

“하하하, 어서 가세. 더 말을 했다간 마존인지 뭔지를 만나기도 전에 자네의 손에 죽을 것 같으니.”

껄껄 웃음을 머금은 신유강이 열이 뻗쳐 죽으려는 황염을 다독였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행동이었지만, 황염은 차마 소동에게 손을 쓸 수가 없었고, 그저 주먹을 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이다.

결국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런 말없이 묵묵히 탑을 올랐다.

“자, 여기입니다.”

“후우, 높구나.”

탑의 가장 꼭대기에 도착하자 자그마한 문이 보였다. 웅장하기 짝이 없는 용이 새겨져 있는 철문은, 함부로 여는 것조차 불경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신유강은 그것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 안에 현 천하제일인이라 불리는 자가 있다.

자칫 그의 기분이라도 상하는 날에는 틀림없이 악몽 같은 나날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도망가는 것은 일도 아니겠지만, 율초언조차 이기지 못한 신유강이 마존의 손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웃기지도 않은 일이었다.

“흐읍, 후.”

신유강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윽고 차츰 마음이 가라앉자 슬쩍 황염을 바라봤다.

그 험악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여인들처럼 웃음을 지은 그가 자신의 손을 대는 것조차 황송한 그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끼이이익!

오싹!

기괴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그와 동시에 신유강은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거대한 침상, 그곳에 삐딱하게 누워 있는 중년인, 흑갈색의 눈동자를 매섭게 빛내며 재미있다는 듯 신유강을 바라보고 있는 그가 바로 마존이었다.

신유강은 그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전신이 얼어붙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온몸에서 회귀신공의 기운들이 매섭게 날뛰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마존이 위험하다고 경고를 해 주는 것만 같았다.

“드시지요.”

황염은 조심스레 손짓으로 소동을 마존의 거처로 밀어 넣고는 문을 닫았다.

단 둘밖에 없는 방 안.

비릿한 조소와 무시무시한 압박감.

말없이 신유강을 응시하며 흥미로운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듯한 마존의 표정,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면서도 전신을 떨고 있는 신유강.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그것을 먼저 깨트린 것은 다름 아닌 마존이었다.

“재미있군. 현선자의 무공을 익힌 놈이었을 줄이야.”

“……!”

신유강은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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