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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85화 (85/200)

# 85

그렇게 생각하면 신유강이 진소소보다 기이한 느낌을 주었다는 것에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저들도 무관에 입관할 것이라 보는가?”

모용후가 묻자 제갈연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겠죠. 제가 보기에 신유강이란 남자는 무림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 보여요.”

제갈연은 조금 전 신유강을 떠올리며 말했다.

권룡이라는 별호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러한 면모를 보자면 무인이라 볼 수 없지만, 반면 서슴없이 진자명에게 시비를 거는 것을 본다면 천생 무인이다.

제갈연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거리를 돌아다니다 대운상단주를 보았네.”

남궁상이 상당히 뜻밖의 인물을 봤다는 듯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운상단주는 웬만한 일이 아니라면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이가 사천 바닥에 와 있으니만큼, 뭔가 큰 거래 건수를 잡았다 함이 옳을 것이다.

그것은 제갈가후 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뜻밖에도 그들의 생각을 부정하는 이야기가 제갈연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조사를 좀 해 봤어요. 대운상단의 장남이 이곳을 사려다 큰 낭패를 봤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그 일 때문에 온 것이겠죠. 더욱이 그 장남은 지금 행방불명…….”

“설마 권룡이나 진 소저가 손을 썼다는 건가?”

“모르죠. 하지만 곧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 같네요.”

제갈연이 쿡 하며 웃음을 지었다.

* * *

“도대체 언제 돌아온 거예요?”

모든 일을 장삼에게 떠맡기고 장원으로 돌아가던 진소소는, 여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신유강에게 말을 건넸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전이지. 하하, 놀라긴 했나 보네.”

“다, 당연하잖아요. 하다못해 서찰이라도 보냈으면 좋았을 것을…….”

진소소가 씁쓸하게 말했다.

하기야 몇 달 동안 연락 한 번이 없었으니, 괜스레 신유강에게 투정을 부리는 듯한 모습이다.

그것이 어찌나 귀여운지 신유강은 얼굴을 붉히며 슬쩍 시선을 돌렸다.

붉어진 얼굴을 그녀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은 듯했다.

“그럼 흑영과 흑호는요?”

“장원에서 쉬고 있을 거다. 상당히 피곤해 보였으니…….”

“으흠…….”

진소소의 표정이 순간 불만스레 변했다.

왔으면 일단 얼굴부터 보러 와야 하지 않은가!

어찌 식객들 주제에 감히 집주인의 얼굴조차 안 보고 쉴 수 있단 말인가!

진소소는 속으로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애초에 신유강이 사천을 떠나 몇 달 동안 신강 여행을 한 이유가 그 두 사람 때문이었기에 그리 좋은 감정이 있을 리가 없었다.

진소소의 표정이 시시각각 바뀌는 것을 본 신유강은, 두 사람에게 왠지 모를 애도를 표하며 슬쩍 눈알을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지금까지 곁에 있었지만 존재감이 없었던 소녀가 있었다. 치렁치렁한 경장을 입고 있는 모습이 과거 흑의를 입고 있었을 때보다 더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신유강의 관심은 거기까지다.

지금도 머뭇거리고 있는 것을 보자니 신유강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했으나, 계속되는 진소소의 질문과 투덜거리는 당소혜 탓에 쉬이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홍화에 대한 이야기겠지.’

신유강은 대강 그리 넘겨짚으며 신경을 끄듯 시선을 돌렸다.

객잔에서 장원까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돌아온 터라 어쩐지 전혀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분명 조금 전 장원에서 객잔으로 올 때와도 다른 기분이 드는 것은, 역시 곁에 진소소가 있고 없고의 차이일 것이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어느새 장원으로 도착한 그들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는 대문을 열어젖히며 안으로 들어섰다.

다시 봐도 화려하기 그지없는 풍경에, 신유강은 적응이 되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주위를 바라봤다.

“유강은 잠깐 제 방으로 가죠.”

여행 중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진소소가 방긋 웃음을 지으며 신유강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당소혜는 어느새 멀어져 가는 두 남녀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여전히 무표정한 청랑을 힐끗 바라봤다.

“오늘은 얌전히 있어. 괜히 유강한테 접근했다가는 그날로 그냥!”

당소혜가 작은 손으로 목을 쭉 그어 보이며 살벌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리 기분 좋아 보이는 진소소의 기분을 망쳤다가는 정말로 목이 잘려 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청랑은 땀을 흘리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소소의 거처로 들어선 신유강은 신기한 듯 주위를 둘러봤다.

몇 번이고 들어온 적 있어 이상하지 않을 곳이긴 하지만, 이렇듯 그녀의 방에 들어올 때마다 괜스레 긴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진소소의 방은 천생 여인의 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 고유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기 때문일까?

코를 자극하는 향기가, 마치 진소소를 끌어안고 있는 듯 훅 하고 퍼져 올 정도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탁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어느새 가져온 차를 따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전혀 알지 못하는 바깥 세상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는 공주처럼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는 진소소의 모습은, 귀엽다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다.

신유강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지로 다스렸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흐트러진다면, 틀림없이 진소소에게 무슨 짓을 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유강은 그간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처음 흑영과 흑호가 납치되어 마교로 끌려간 일부터 사천에서 신강까지, 겪었던 대부분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이다.

마치 부모에게 말하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한편 진소소 또한 꽤나 흥미롭게 듣고 있어, 신유강의 이야기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이야기는 끝날 줄 모른다.

한 시진 정도면 될 줄 알았던 것들이 쉼 없이 풀려나와 어느덧 늦은 심야가 되었다.

그제야 이야기를 마친 신유강은 텁텁한 목을 적시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차를 들이켰다.

“대단하네요. 그 마존이라는 사람.”

모든 이야기를 들은 진소소가 처음으로 꺼낸 말은 그것이다.

그녀가 알기로 석무자가 있었을 당시, 기연고서점 삼 층에 올라간 이는 아무도 없다고 했다.

이는 전 주인이 있었을 당시에 마존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동시에 전 주인이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호기심이 일었다.

물론 그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의문이 든 것은 사실이다.

약 삼십 년 전.

마존이 그곳에 들어갔을 당시의 주인은 석무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다. 그리고 그 뒤에 석무자가 그것을 이어받았다 함이 옳을 것이다.

그럼 석무자가 사라진 현재 기연고서점의 주인은?

고서점을 빠져나올 당시, 정신을 잃은 탓에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신유강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등불이 꺼지고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듯, 어둠에 잠긴 채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했다.

진소소에게 있어 기연고서점은 석무자와 신유강을 이어 준 곳이며, 또 다른 집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니 괜스레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진소소는 더 이상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기연고서점과 완벽히 인연이 끊긴 상황이다. 더 생각해 봐야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교의 추격자들이 유강을 쫓았다고 했죠?”

사실 진소소가 가장 궁금한 것은 그 부분이다.

마존의 영향력이 가장 강한 마교임이 분명한데, 그런 마존의 손님이라 할 수 있는 신유강을 죽이기 위해 고수가 파견되었다.

이것은 엄연히 마존의 권위를 뛰어넘으려는 증거다.

“아아, 그리 강한 이들은 아니었다만…….”

“그렇다면 사실상 마존이라는 사람은 마교의 상징과도 같은 이라 할 수 있고, 실제 실권을 쥔 이는 부교주란 소리군요.”

“그게 그렇게 되나?”

“물론이에요. 그리고 이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에요, 유강. 마존은 분명 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묵인해 주었을 것이니, 부교주는 아마도 더욱 깊게 손을 뻗쳐 올지도 몰라요.”

총기 어린 답이다.

현재 마교의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은 마중천이다.

그가 흑룡의를 입고 있었던 신유강에 대해 들었으니만큼, 위협이라 판단했다면 반드시 그 목을 취하려 들 것이다.

지금까지 고수가 등장하지 않았던 것은 신유강이 과연 방해가 되는 인물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는 심산이었을 터.

만약 정말로 위험하다 판단된다면, 십만마도를 상대로 칼을 들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마존이 마교를 쥐고 있는 한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테지만, 어쨌든 그의 눈에 찍히는 것만으로 상당히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후우, 난 그런 것 따위 전혀 관심 없는데……. 더욱이 마존 또한 천마도해를 찾아 없애기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였고.”

“……유강. 잘 들어요. 마존이 이야기했던 천외신공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들은 적이 있어요.”

천외신공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진소소의 안색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것을 떠올린 신유강이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신유강이 삼 층에 올랐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진소소가 먼저 정곡을 찔러 왔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유강, 나에게 할 말이 있지 않나요?”

“그…… 건…….”

신유강은 틀림없이 진소소가 무언가를 눈치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물론 그것은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를 확실히 듣고자 하는 듯했다.

“천외신공이라는 것은 단 두 권의 책을 뜻해요. 하나는 아시다시피 마교의 절대자인 천마가 창안한 천마신공,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저 또한 누구인지는 모르나 회천공이라는 소리를 들었죠.”

회천공이라는 말에 신유강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것은 마존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고, 조금 전 진소소에게 설명할 때에도 결코 입에 담지 않았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무공들은, 고서점 삼 층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얻을 수 있어요. 그리고 신유강은 제가 보는 앞에서 일 층에 있던 서적을 집어 들었죠.”

마지막 회귀 당시 얻었던 책을 말하는 것이다.

분명 그 전 회귀에서는 이름조차 없는 백지 한 권을 얻었고, 어딘가에 던져 놓았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소소의 입에서 나온 한 권의 책은, 기연고서점에서 석무자가 사라질 당시 멋모르고 소소를 감싸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신유강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그토록 많은 회귀를 하면서, 책을 읽어 보지 못한 것은 그 두 권이 전부다.

“설명해 보세요.”

진소소가 진지하기 짝이 없는 말투로 쏘아보자, 신유강은 끄응 신음을 삼켰다.

회귀신공에 대한 것은 되도록이면 비밀로 하고 싶었다.

귀중한 체험이며 지난 날 수많은 진소소를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만, 그 당시의 진소소와, 지금 현재 이곳에 있는 진소소는 엄연히 ‘다르다’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유강은 매서운 진소소의 눈빛을 이기지 못하고, 모든 것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처음 기연고서점에 간 날을 기점으로, 만 몇 천 번의 회귀, 그리고 그때마다 진소소를 만났던 그 이야기를 풀어놓는 데에는,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시간은 인시(寅時)다.

상당히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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