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신공-90화 (90/200)

# 90

“저도 아버님께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수의 손가락 끝이 붉게 변한다고도 합니다. 흡수한 내공이 서로 반발하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과연 제갈가의 후손답군. 그러나 대부분 내공을 끌어 올릴 때만 그리 변하니만큼,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걸세.”

당초운의 말에 옥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데리고 온 제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이 사천에 스며든 이들 중, 수상쩍은 이들이 있다면 바로 우리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실력에 자신이 있다고 섣불리 덤벼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여라.”

“알겠습니다, 장문인.”

까랑까랑한 여인들의 목소리가 울렸다.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 후반까지 다양한 여인들인 데다 미모도 상당했으니, 그야말로 천상 낙원을 보는 듯한 광경이다.

물론 대부분 진소소나 당소혜보다 못한 미모지만, 그런 대로 봐줄 만은 해서 신유강도 힐끗 그녀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러나 곧 다시금 눈알을 돌렸다.

본디 여자를 좋아하는 남궁상과 당문백의 표정이 헤벌쭉하게 변하는 것을 봤기에, 그들과 같은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第六章. 당소혜(唐小慧)

오전 내내 사천 거리를 돌아다니며 흡혈광마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던 신유강은, 상당히 지쳐 보이는 표정으로 터덜터덜 객잔으로 돌아왔다.

다른 후기지수들은 육단호가 머물렀던 황룡객잔으로 향했으나, 신유강은 황룡객잔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먼저 발길을 돌렸던 것이다.

“자, 차예요. 지쳐 보이는데 괜찮아요?”

객잔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진소소가 걱정스런 투로 물었다.

여행을 갔다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어려운 일을 맡았으니, 응당 신유강에게 탈이 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나 진소소의 걱정과는 달리 신유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들이켰다.

상당히 좋은 찻잎을 사용한 것인지,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좋은 차로군.”

“용정차에요. 꽤 비싸다고 하던데, 오늘 아침에 장삼이 사 가지고 왔어요. 아무래도 유강이 걱정되기는 했나 봐요.”

진소소는 쿡쿡 웃음을 지었다.

한동안 신유강이 없었던 탓에 장삼은 꽤나 쓸쓸한 듯 보였다.

물론 다른 친구들 또한 함께 일을 하고 있었기는 하지만, 장삼의 정신적 지주는 역시 신유강이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는군.”

“그런 말 하지 말아요. 그래도 친구라고 사 온 건데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죠.”

톡 쏘는 말투와 달리 진소소는 방실방실 웃음을 짓고 있었다.

퉁명스런 투로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신유강이 은근히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소혜의 말로는 다른 후기지수들과 함께 있다던데,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가고 혼자 돌아왔어요?”

“황룡객잔. 육단호라는 놈이 그곳에서 묵고 있었다더군. 그래서 거길 조사하러 갔지.”

“헤에…….”

황룡객잔이라는 말에 진소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신유강이 따라가지 않은 이유를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

사천에 있는 황룡객잔과 기연객잔은 그야말로 앙숙이 따로 없을 정도다.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 함이 옳았으며, 사천에서 그것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가격도 대부분 비슷한 데다 맛 또한 비슷하니, 어쩔 수 없이 서로를 견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이유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애초에 신유강과 진소소는 딱히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는데 몇 해 전, 황룡객잔의 점주가 장삼을 빼 가려 했던 일이 발생했다.

이에 화가 난 신유강이 황룡객잔으로 쳐들어가 모조리 뒤집어엎어 버리는 바람에, 지금은 서로 얼굴을 붉히는 사이가 된 것이다.

신유강은 당시의 일이 떠올랐는지 인상을 썼다.

아무리 배경이 좋은 황룡객잔이라 하지만, 상도덕이라는 것을 모르는 점주란 생각이 든 것이다.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유강, 우리가 그 쪽을 갈 일도 없고, 사실 얼굴 볼 일도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렇긴 하지.”

“지금은 그런 것보다 맡은 일에 집중해요.”

“하하, 별걱정을 다하네.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신유강을 바라보며 진소소는 포옥 한숨을 내쉬었다.

회귀신공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힘인지, 이야기만 들어도 충분히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게 조심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다.

진소소는 백옥 같은 손으로 신유강의 볼을 꾹꾹 잡아당기며 싱긋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조심하라구요.”

“어…… 아, 알았어.”

“후후, 좋아요.”

“그보다, 소소는 괜찮은 건가? 그…….”

신유강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알 것 같다는 듯 진소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올 말은 아마도 하북진가, 즉 진자명과의 관계 때문일 터.

“걱정하지 말아요. 유강이 생각하는 것만큼, 복수심 따위 없으니까요.”

웃음을 머금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신유강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마에서 식은땀이 나고 있다는 사실은, 아마 신유강 본인을 제외하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미 청랑을 통해 진자명과 진소소의 승부에 대해 들었기 때문이다.

‘단칼에 죽이려 했다면서?’

그것도 깔끔하게.

“그럼 일하러 가 볼게요.”

“으…… 응.”

슬그머니 손을 흔들며 발길을 돌리는 진소소의 뒷모습을 일별한 신유강이 머리를 긁적이며 눈을 돌렸다.

고작해야 그녀의 손가락이 닿았을 뿐인데, 심장이 크게 뛰어 주체를 하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흐흐……. 좋겠습니다, 스승님. 저런 사모님을 둬서.”

진소소가 떠나고 어느새 신유강의 옆으로 다가선 것은 다름 아닌 백호영준이다.

그는 헤픈 웃음을 흘리며 한편으로 사라지고 있는 진소소의 뒷모습을 가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과 입가로 탐욕이 젖어 들어 있었다.

신유강은 인상을 찌푸렸다.

과연, 진소소가 느낌이 좋지 않다고 했던 게 무엇인지 감이 오는 순간이다.

“앉으시오.”

“흐흐, 스승님, 말씀 낮추셔도 됩니다.”

“나는 당신의 스승이 아니니 낮추지 않겠소. 그보다 할 이야기가 있으니 앉으시오,.”

단호한 신유강의 말에 백호영준은 의아한 눈빛을 빛내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신유강이 사천으로 돌아온 직후, 간단한 인사를 할 때를 제외하고 이리 대화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 객잔 일은 어떻소?”

“흐흐흐, 움막에 있을 때보다 백배 천배 낫습니다.”

그 말에 신유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다른 객잔 점소이들보다 녹봉을 많이 챙겨 주는 데다, 딱히 돈 나갈 곳도 없으니 벌겠다 마음만 먹으면 일 년에 은자 수십 냥 이상은 벌 것이다.

제대로 몇 년 틀어박혀 있다면 적어도 오 년 안에 자신의 가게를 하나 낼 정도의 금액이 모이는 곳은 사천에 기연객잔과 황룡객잔, 두 곳뿐이 없었다.

“그거 다행이로군.”

“다 스승님의 은덕이 아닙니까.”

백호영준은 기이한 눈빛으로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그것은 참으로 기묘한 느낌을 주는 행동이었으나, 백호영준 자체가 워낙 이상한 사람이라 신유강은 딱히 걸고 넘어지지는 않는 눈치다.

“그리 생각해 주니 고맙기는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이곳에 둘 수가 없소.”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청천벽력(靑天霹靂)이라는 말은 지금 백호영준의 마음과도 같을 것이다. 시선을 신유강에게 고정시킨 그는, 둔기에 얻어맞은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이곳에서 쫓겨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유강은 담담하게 품에서 은자를 꺼냈다.

“이십 냥이오. 움막을 부순 돈 열 냥에 배를 드린 것이오. 애초에 이런 약속 아니었소?”

“그, 그거야 그렇지만……. 스, 스승님! 이 제자를 정말로 내쫓으려 하십니까?”

백호영준은 그제야 처음부터 이러한 약속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순히 신유강이 올 때까지만 신세를 지는 것이었지만, 구배를 올리고 스승이라 칭했으니 응당 그 밑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이것은 뭔가.

“나는 당신의 스승이 아니라 하지 않았소. 그간 객잔에서 번 돈과 이 돈이라면, 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오.”

신유강은 백호영준의 녹봉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적은 돈을 받았다 해도 지금 주는 이십 냥이라면, 헤프게 쓰지만 않는다면 몇 달은 너끈히 버틸 것이다.

“저, 정말이십니까?”

“나는 허언을 하지 않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내쫓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거처가 정해지고 일자리가 정해질 때까지 후원에 있는 방은 사용해도 좋소.”

말을 마친 신유강은 슬쩍 자리에서 일어섰다.

백호영준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지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그에게 동정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쫓는다는 말에 놀라 더듬거리고는 있지만, 필사적으로 매달리려는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그를 만나고 헤어지려 했을 때 보여 주었던 그러한 것이 없다. 그 때문인지 신유강은 더욱더 꺼림칙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알아들었을 것이라 믿소.”

단호하게 쇄기를 박은 신유강이 등을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 호야의 모습이 보였다. 호야 또한 상당히 놀라고 있는 눈치였으나, 이내 말없이 객잔을 빠져나갔다.

진소소는 호야를 객잔에서 쓰려는 눈치였으나, 신유강은 이 둘을 모두 내쫓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딱히 어떠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나 둘은 그야말로 일심동체(一心同體).

형제와도 같은 이들을 떼어 놓는 건 못할 짓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괜찮겠소이까?”

백호영준에게 등을 돌렸던 신유강은 돌연 들려오는 말에 힐끗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던 백호영준이, 차분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던 것이다.

더욱이 스승이라 칭하며 존대를 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말투다.

“무엇이 말이오?”

“나와 호야를 내쫓고도 괜찮을 것이냐 묻는 것이오.”

“의미를 모르겠군.”

“하하, 아무것도 아니오.”

알 수 없는 한마디에 신유강이 미간을 찌푸리자, 백호영준은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원으로 향하려는 것인지,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 그의 뒤를 따라 호야가 쪼르르 쫓아갔다.

“분위기가 이상해요.”

어느새 다시 다가온 진소소가 묘한 눈빛으로 백호영준과 호야가 사라진 쪽을 바라봤다.

그녀의 말 대로 마치 다른 사람처럼 그 분위기가 완벽하게 바뀌어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저랬는데 뭘. 너무 신경 쓰지 마.”

“으음……. 유강이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안도를 시키려는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진소소는 뭔가 불안한 듯 힐끗힐끗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백호영준이 후원으로 돌아간 뒤 약 반 시진 정도 시간을 흘렀을 무렵.

황룡객잔에서 볼일을 마친 것인지 후기지수들이 하나둘씩 기연객잔으로 돌아왔다.

늦은 점심을 챙겨 먹고 이래저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신유강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서며 가장 만만해 보이는 남궁상을 향해 입을 열었다.

“찾은 것이라도 있소?”

“아……. 하하.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신 대협께서는 무언가 알아내셨습니까?”

“이쪽도 별것 없소. 애초에 숨으려 마음을 먹고 있는 놈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소.”

“그…… 그렇기는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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