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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91화 (91/200)

# 91

흡혈마공은 그 힘을 끌어 올리지 않는 이상 특이점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흡혈광마를 추격할 당시, 눈앞에서 놓친 수만 세어 봐도 수십 번이 넘는다 하지 않던가.

남궁상과 일행들은 길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들 또한 알 것이다.

기실 후기지수들을 따로 보낸 것은, 의협심에 나서다 괜한 죽임을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권룡 신유강이 후기지수들 측에 끼어 있는 것은 혹시나 일어날 사태를 대비하여,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 고수를 심어 둔 것일 터다.

한마디로 신유강은 후기지수들의 호위인 셈이다.

그것을 모르는 이는 아마도 신유강 혼자뿐일 것이다.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우리도 잘 아네. 하지만 찾을 생각조차 없는 건 조금 문제가 있지 않은가?”

진자명이 인상을 찌푸리며 신유강을 노려봤다.

오전 내내 함께 돌아다니면서도, 신유강이 진중하게 일을 하려는 낌새를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자명은 그 점을 꼭 집어 말한 것이었는데, 신유강은 대수롭지 않게 손을 휘저으며 그 말을 무시했다.

“늦은 밤에나 나온다고 하니, 차라리 술시(戌時)부터 돌아다니는 것이 어떻소? 낮에 돌아다녀 봐야 소용도 없을 것 같은데.”

툭 내뱉은 말에 남궁상을 비롯한 모든 이들의 눈동자가 진자명을 향해 돌아갔다. 명백하게 그의 말을 무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뻘겋게 얼굴을 붉힌 진자명이 아드득 이를 갈며 노려보았으나, 여전히 신유강은 그를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있었다.

“아니면 이쯤에서 포기하는 것 또한 방법이오. 다들 아시다시피 당신들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은 없지 않소.”

당신들이라는 말을 할 때, 신유강의 시선은 처음으로 진자명을 향해 있었다.

진자명에게 그 어떤 기대조차 하고 있지 않다는 말을 대놓고 한 것이었다.

“그, 그럼 다들 조금 쉬고 술시에 만나는 것이 어떨까 하네. 나는 일단 당가로 돌아가 일을 보고하고 와야겠으니 먼저들 쉬시게. 뭣하면…… 그, 거처를 당가로…….”

“……괜한 신세를 질 수 없으니 이곳에 있겠네. 시간이 되면 찾아와 주게.”

“아, 알았네.”

진자명은 게슴츠레 눈을 뜨며 신유강을 쏘아보며 말했다.

당백문은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었으나 결국 진자명과 신유강의 기세를 이기지 못하겠는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황급히 객잔을 나섰다.

다만 객잔에 남아 있는 이들은 곤혹스런 모습이다.

제갈연은 두 사람의 관계를 꽤나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반면, 제갈가후와 모용후는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는 듯 한숨을 쉬었다.

“이보게들 두 사람, 앞으로 흡혈광마가 잡힐 때까지 함께해야 하는데 어찌 서로 얼굴을 붉히고 그러는가.”

“얼굴을 붉히다니? 내가 언제 얼굴을 붉혔소?”

신유강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제갈가후를 바라봤다.

애초에 진자명이라는 존재를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있으니, 얼굴을 붉힐 필요도 없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것은 진자명 또한 마찬가지다.

“하,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입가에 조소를 머금은 진자명이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가 자신의 거처로 향했다. 끼니를 챙겨야 하는 것조차 잊어버릴 만큼 화가 나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상황이다.

제갈가후는 절래절래 고개를 저었다.

왠지 모르게 신유강과 진자명의 성격이 비슷하다 여긴 것이다.

“호호, 천하의 진자명을 저렇게 대하는 건 유강뿐일 거야.”

객잔 한편에서 이 모든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던 당소혜는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거리며 다가와 신유강의 옆에 섰다.

그것은 마침 연인 사이처럼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신유강 또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탓에, 일행들은 또다시 놀라워하는 눈치다.

이 객잔에 다니는 사람 대부분 진소소와 신유강의 사이를 모르는 이가 없었으니, 지금 당소혜의 저러한 행동은 절로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다.

그러나 객잔에 있는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고 있었다.

“험험, 그…… 당 소저, 조금 가깝지 않소?”

일편단심(一片丹心) 당소혜를 속으로 외치고 있던 남궁상이 보다 못해 입을 열었다.

그러자 다른 이들 또한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는데, 당소혜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남궁상을 바라봤다.

“그런가요?”

“무, 물론이오. 지, 진 소저도 있으니 조금 조심하는 편이…….”

언미연과 다른 여자 후기지수들이 이곳에 없는 것이 다행일 것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을 보았다면 또다시 꼬리를 친다며 한바탕 욕을 했을 터다.

남궁상은 진소소나 신유강이 나서서 당소혜를 떨어트려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두 사람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객잔에서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진소소는 전혀 알지 못하는 모습이고, 신유강은 마치 귀여운 강아지라도 보는 듯한 시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되오. 그보다 어찌하겠소. 저녁에 움직이겠소? 아니면 계속 이대로 별다른 성과 없이 돌아다녀 보겠소?”

신유강의 말에 제갈가후는 신음을 흘렸다.

확실히 늦은 밤에나 움직이는 흡혈광마다.

당초운이나 윤환 장문은 수상한 이들을 찾으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막상 나가 본다면 수상하지 않은 이들이 없을 정도다.

그런 이들을 모두 잡아들여 조사했다가는 하루이틀 가지고는 턱없이 모자를 것이 분명하니, 차라리 신유강이 말한 대로 저녁에 움직이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좋아요, 신 대협의 말에 따르도록 하죠.”

“에…… 그쪽은?”

“제갈연이라 해요.”

이미 제갈가후가 제갈연의 소개를 끝냈으니만큼,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상당히 무례한 일이라 쏘아붙인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갈연은 연일 싱글싱글 웃음을 짓고 있었기에. 그녀의 성격을 익히 알고 있던 제갈가후가 묘한 눈빛으로 제갈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군, 이제야 생각이 났소. 신유강이라 하오.”

애초에 제갈연에게 관심이 없었던 신유강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다시금 소개했다.

제갈연은 조금도 불쾌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부탁해요. 한동안 서로 얼굴을 봐야 하는 사이 같으니, 되도록이면 친하게 말이죠.”

친하게 라는 말에 당소혜의 아미가 찌푸려졌다.

신유강과 거리를 좁히려 하는 것이 눈에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찌푸린 표정을 펴며 슬쩍 눈알을 돌렸다.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미동조차 없는 진소소 때문이었다.

그 모습에 당소혜는 한 차례 마음을 다잡았다.

설령 명문세가의 인물이던 아니던 간에, 진소소는 그들에게 신유강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신유강의 입에서 단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친하게라……. 흡혈광마를 잡을 때까지는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소만…… 사실, 당신들이나 나나 처음부터 그리 좋은 만남은 아니지 않았소?”

그렇다.

신유강과 이 후기지수들의 만남은 그리 좋다 할 수 없었다.

물론 그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은 진자명과 언미연이긴 했지만, 어쨌든 신유강의 눈으로 보기에는 다 같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제갈연은 하등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눈치다.

“물론이에요.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건 아무도 모르잖아요.”

제갈연은 싱긋 웃고 신유강은 두 눈을 껌뻑였다.

결국 당소혜가 아미를 찌푸렸으며, 한쪽에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진소소마저 북풍한설보다 차가운 눈빛을 빛냈다.

* * *

“하아…….”

당소혜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토해 내며 객잔을 나섰다.

신유강이 돌아온 덕분에 더 이상 장원에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이제부터는 매일같이 본가로 돌아가야 할 판국이다.

기실 기연객잔에서 사천당가까지 거리는 상당하다.

무공을 익히고는 있지만 진소소나 신유강처럼 대단한 수준이 아닌 데다,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제일 떨어지는 그녀였으니 매일 이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것은 노동에 지친 몸을 더욱 괴롭히는 일이다.

당소혜는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거칠어…….”

거칠기 짝이 없다.

지금은 가끔가다 한다고는 하지만, 진소소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요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거친 손이 아니다.

오히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무공조차 익히지 않은 고관대작가의 여식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그러나 당소혜는 다르다.

가뜩이나 무공을 익히면서 거칠어진 피부가,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안 좋게 변해 가는 기분이다. 물론 실제로 그런 것이 아닌 단순히 기분 탓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리 내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객잔 일을 돕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예전처럼 세가에 틀어박혀 언니들에게 들들 볶이느니, 차라리 객잔에 나가 일을 하는 것이 더 마음 편하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언니들과는 달리 당소혜의 자질은 뒤떨어져도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외모만 보자면 압승이었지만 그런 것으로 좋아할 만큼 그녀의 자긍심은 낮지 않았다.

“끄응…….”

당소혜는 쭈욱 기지개를 폈다.

최근 들어 사천 바닥이 흉흉하기 짝이 없다.

무관이 세워진다면 당가의 입장에서 좋기는 하지만, 그만큼 수많은 무인들이 몰린 탓에 마교, 혹은 사파의 간자들 또한 수두룩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 상황인데 하필이면 흡혈광마라 불리는 희대의 마인마저 나타났으니 뒤숭숭할 법도 하다.

당소혜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걸었다.

어두운 밤거리를 홀로 돌아간다는 건 어찌 보면 꺼림칙한 일이다.

특히 이런 흉흉한 시기라면 말할 것도 없다.

바로 하루 전만 해도 육단호라는 거물이 흡혈광마에게 살해당했으니만큼, 당소혜 또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본래 그녀를 호위하던 이들도 현재 다른 일에 치여 있었고, 진소소는 신유강이 돌아온 덕분에 당소혜까지 신경 써 줄 여력이 없다.

신유강은 말할 것도 없고.

“빌어먹을 자식!”

당소혜는 신유강을 떠올리며 아미를 찌푸렸다.

벌써 몇 년이나 얼굴을 마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소혜를 대하는 태도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실실 웃음을 지으며 사람을 약올리니 열불이 다 치밀 지경이다.

그런데 그게 싫지만은 않다.

바로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으으으…….”

신유강을 떠올린 덕분인지 당소혜는 화를 내다,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신음을 흘렸다.

처음 신유강을 만난 것은 아마도 남궁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후 진소소와 친분을 쌓으면서 간간히 말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신유강은 그녀에게 아가씨라 호칭하며 제대로 얼굴조차 들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배경만큼은 신유강에게 꿀릴 것이 없었던 당소혜는 그것을 당연한 듯 받아들였다.

“그때가 귀여웠지…….”

칠흑 같은 어둠에 둘러싸인 거리를 걸으며 혼잣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심되지 않는 것인지, 그녀는 홀로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당시 신유강은 정말이지 남동생 같은 아이였다.

어느 순간부터 말을 트기 시작해서 성격이 확 돌변하지만 않았더라면, 아직까지도 당소혜는 신유강에게 아가씨라는 소리를 들으며 우월감에 젖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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