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신공-95화 (95/200)

# 95

그것은 말 그대로 초식조차 없으며, 파락호들이 흔히 뒷골목에서 하는 짓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무공이 고강하다 하는 진자명은 신유강의 주먹을 피할 수가 없었다.

무심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내려치는 주먹은 빨랐고, 매서웠으며, 아팠다.

현 후기지수들 중 과연 누가 있어 진자명을 저리 쉽게 제압할 수 있는가?

쌍검룡이라 불리는 도우겸?

그곳에 있는 제갈가후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도우겸조차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신유강의 연인인 진소소조차 비록 몇 수이긴 하지만 비무다운 비무를 했던 것과 달리, 지금 신유강과 진자명의 모습은 말 그대로 일방적인 구타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새 주위에는 당가와 아미, 그리고 청성의 문도들은 물론, 공을 세우기 위해 나섰던 낭인들마저 모여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긴 시끄럽게 그 소리가 울려 대니 무공을 익힌 이들이 모를 리가 만무하다.

“저, 저자는 권룡이 아닌가?”

“저기 맞고 있는 이는…… 분명 진자명인 것 같은데…….”

“마, 말도 안 돼…….”

여기저기에서 탄성과 믿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만큼 그들의 눈에도 기이한 상황인 탓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자명이라 한다면 모든 후기지수들이 우러러보는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야말로 안쓰럽기 그지없는 인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신유강은 무덤덤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손을 풀었다.

무릎을 후들거리며 얼굴에 피 칠갑을 한 진자명이 바들바들 몸을 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소변이라도 지린 것인가?

하의가 흥건히 젖어 있었다.

“진자명, 두 번 다시 내 앞에서 그따위로 입을 놀렸다가는 네놈은 물론, 네놈의 가문까지 통째로 박살을 내 주겠다.”

신유강의 한마디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지금 전쟁을 하자는 것인가?

천하제일세가를 상대로?

고작해야 객잔 주인에 지나지 않으며, 그 이름을 알렸다고는 하나 천하백대고수에조차 들어서지 않은 이가!?

설령 천하백대고수라 해도 하북진가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인다면 필패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곳에는 과거 칠제라 불린 거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유강은 당당한 표정이다.

말하는 투와 행동.

그리고 천하제일가문을 상대로 서슴없이 선포하는 박력.

그야말로 무인(武人)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그 장면을 보고 있던 모든 이들이 같은 생각을 했다.

지금 눈앞에 진정한 무인이 서 있는 것이다.

신유강은 잡고 있던 진자명의 멱살을 풀어 주고는, 주르르 무너지는 그를 향해 한 차례 비웃음을 날렸다.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 진자명은 그것을 확실히 보았다.

신유강은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그를 한 차례 바라보곤, 무덤덤한 표정으로 주위에 모인 이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럼, 또 이놈 같은 생각을 지닌 놈이 있으면 얼마든지 나와 보시오.”

애초에 진자명의 일과 전혀 상관이 없는 이들이지만, 은연중 공을 세우기 위해 나섰던 이들은 저마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내 지인이 당했소. 그리고 나는 그것을 좌시할 생각이 없소. 하지만, 공을 세우고자 생각없이 이번 일에 나서서 내 발목을 붙잡을 생각이라면 응당 각오를 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오.”

지금까지 권룡이라는 별호를 단 한 번도 입에 담지 않았던 신유강이 그것을 입에 담았다.

즉,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이번 일을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은 신유강을 바라보며 한 차례 몸을 떨었다.

그와 눈을 마주친 자들은 절로 시선을 내리깔았으며, 무인이 되고자 했던 자들은 저도 모르게 치솟는 호연지기(浩然之氣)에 마음이 들떴다.

그동안 이 사천 바닥에 잠들어 있던 용이 비로소 눈을 뜬 것이다.

“이 당백문, 자네의 옆에서 최선을 다하지.”

당백문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신유강의 앞에 섰다.

당소혜가 당한 시점에서 이번 일은 반드시 사천당가가 처리해야 하는 사안이었기에, 기실 지금 다른 문파나 사람들이 나서는 것을 그리 좋게 보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신유강이 사천당가를 내세워 전면적으로 나선다고 선포했으니, 고맙다는 말로는 이 감정을 전부 표현할 수 없었다.

“이 남궁상도 대협의 힘이 되겠소.”

남궁상마저 신유강의 기세에 감동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나서자, 제갈가후와 모용후는 서로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자명의 행동이 명백히 잘못된 이 상황에서, 명문세가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는 신유강에게 힘을 빌려 줘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의견입니다.”

제갈가후는 웃었고, 모용후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나저러나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때 당백문이 쓰러진 진자명 앞에 당당하게 서 있는 신유강을 향해 물었다.

“신 아우, 흡혈광마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 했지?”

“흡혈광마는 한 사람이 아닌 둘이오.”

정확히 누구인지 파악한 듯한 말에 당백문이 휘둥그레 눈을 떴다.

아무리 신유강이라 한들, 그 정도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감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개를 갸웃하며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눈빛으로 신유강을 쳐다보고 있을 무렵, 그의 입에서 경악할 만한 말이 들려왔다.

“이름은 백호영준, 나이는 약관이 조금 넘었소. 다른 하나는 이제 열 살이 넘은 아이오. 둘은 촌에서 내가 만난 이들이고, 바로 오늘까지 우리 객잔에서 일했던 놈들이오.”

빠드득!

이 가는 소리와 함께 신유강의 눈빛이 강렬한 빛을 토해 냈다.

第八章. 등하불명(燈下不明)

권룡이 기천검 진자명을 꺾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사천 거리로 퍼지기 시작했다.

진자명은 천하제일세가, 그리고 후기지수들 중 제일이라 불리던 이였으니만큼, 이 일은 모든 무인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는 일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현 상황에서 그러한 말을 입에 담는 이들은 없었다.

백호영준과 호야의 용모파기를 돌리며 이틀 동안 그 뒤를 추적해 보았지만, 당최 꼬리가 드러나지 않았던 탓이다.

신유강은 기분이 좋지 않은 듯 인상을 썼다.

백호영준과 호야가 당소혜는 물론, 힘없는 무인들을 상대로 그 내공과 생명을 갈취했다. 그것만으로 능지처참에 해당되는 일이었으나, 결국 이 모든 일은 신유강이 벌인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백호영준과 호야를 사천성으로 부르지 않았다면 흡혈광마 사태가 일어날 리가 없었다.

신유강은 이에 책임을 느끼고 있어, 제대로 몸을 쉬지도 못한 채 연일 흡혈광마의 뒤를 쫓고 있었다.

“마치 땅속으로 꺼져 버린 기분이로군.”

신유강과 함께 흡혈광마를 추격하고 있던 제갈가후가 한숨을 쉬었다. 용모파기는 물론 사천성 거리에는 무수히 많은 무인들이 있기에 함부로 드나드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이곳을 벌써 빠져나갔을 리가 없으니 틀림없이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것인데, 도무지 그 꼬리가 드러나지 않으니 답답할 지경이다.

“아니면 하늘로 솟았던가.”

당백문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누군가에게 죽었다 해도 믿을 만큼 거리는 조용하다.

이틀 동안 습격받은 일조차 없었다.

신유강의 공격이 심각한 내외상을 주었으니 응당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체를 보지 않는 한 믿을 수가 없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신유강은 물론, 사천당가의 인물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인근에 있는 폐가는 물론 거지 소굴, 뒷골목까지 모조리 뒤져 보았으나 전혀 흔적이 없습니다. 하아…… 정말로 이미 달아나거나 어디서 죽은 것 아닙니까?”

남궁상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현 사천 성도는 그야말로 천라지망이라도 펼쳐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당가는 물론이며 아미와 청성까지 합세했고, 권룡의 의기(意氣)에 감동받은 낭인들마저 나섰다.

죽지 않았다면 어디라도 소란이 일어야 함이 옳다.

“아니, 그 정도로는 죽지 않았을 것이오. 확실히 심한 중상을 입었을지는 모르나…….”

신유강은 신음을 삼켰다.

누가 보더라도 결코 무사할 수 없을 정도의 대단한 힘이었다.

두터운 벽에 처박힌 데다 그것마저 무너질 정도였으니, 웬만한 무인이라 하여도 견딜 수 없을 일격이다.

그러나 신유강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기연고서점에서 나온 무공이다.

그간 죽은 무사들의 수가 적지 않으니 상당한 내공을 얻었을 테고, 신유강의 손에서 벗어난 직후라면 치유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신유강은 착잡함을 금치 못하며 한숨을 쉬었다.

“개방이나 하오문 쪽은 어떻소?”

중원 제일이라 불리는 정보통들이니만큼, 설령 사천 성도를 벗어났다 하더라도 그들의 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당백문은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땅으로 꺼졌거나 하늘로 솟은 느낌이로군.”

신유강은 어이없이 웃었다.

이 정도 많은 인원들이 나서서 그들을 쫓고 있었는데 흔적도 없다는 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 생각해 보자면, 어쩌면 백호영준보다 더 두려운 상대는 호야일지도 몰랐다.

백호영준의 머리였다면 이미 들켜도 진즉에 들켰을 것이니 말이다.

“하하, 이 제갈가후가 고작해야 그런 놈들 하나 잡지 못한다니…….”

제갈가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명문세가에서 자라며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뒤져 본 적이 없었던 그가, 사천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자신이 한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신유강과 진소소 덕분이다.

모용후나 남궁상 또한 마찬가지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급 무사들을 상대로 내공을 빼앗는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얕봤던가?

그러나 실상은?

부딪혀 보지 않았으니 무공의 대해서는 이렇다 말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숨는 것에 있어서는 천하제일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이들이다.

그리고 그들을 얕본 자신들의 오만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오늘은 이쯤에서 돌아가도록 하지. 더 찾아봐야 시간 낭비 같군.”

모용후가 한숨을 쉬었다.

잠도 자지 않고 벌써 하루 반나절 동안 찾아다닌 탓이다.

그동안 두 눈을 시뻘겋게 뜨고 있었음에도 무엇 하나 건진 것이 없으니 피로만 한가득 몰려왔다.

“그러는 게 좋겠소. 오늘은 푹 쉬고, 내일 객잔에서 보도록 합시다.”

은연중 후기지수들을 이끌고 있는 신유강이 허락하자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졌다. 하나같이 말은 안 했으나 모두 지치고 피곤했던 것이다.

다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황룡객잔을 향해 돌아갔다.

기연객잔은 흡혈광마 둘이 일했던 객잔이라는 소문 때문인지, 이번 일이 해결되기 전까지 객잔을 열지 않는다 선언했기 때문이다.

홀로 남은 신유강은 머리를 벅벅 긁적이며 장원으로 향했다.

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권룡을 알아본 이들이 그를 향해 포권을 취해 보이기도 했고, 다른 이들은 소곤거리며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권룡이라는 존재가 현 무림에서 떠오르는 신진 고수이긴 했지만, 백호영준과 호야의 일 때문에 그리 좋은 소리만 돌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친 듯 장원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진소소를 비롯한 당소혜와 청랑이 보였다. 툇마루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 당소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마치 습격을 당한 일 따위 이미 잊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신유강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아주 무서워서 소변이라도 지릴 기세더니, 이제는 좀 괜찮은가 보군.”

“뭐야!? 내가 언제 소, 소변을 지렸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