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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98화 (98/200)

# 98

일행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청랑 또한 대수롭지 않은 모습이다.

슬쩍슬쩍 발을 이용하여 시체들을 확인하더니, 진소소와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도 있었네요. 불과 조금 전까지.”

진소소는 폐가 한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곳에는 모닥불을 편 흔적이 있었는데, 연기를 비롯해 빛이 새어나게 하지 않으려 했는지 주위를 깡그리 막아 놓은 모양새다.

아직까지 온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대단하군. 이런 시취 속에서 이틀을 보냈단 말인가?”

신유강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시취 속에서 어찌 지낼 수 있단 말인가.

“보면 볼수록 감탄이 다 나올 지경이네요. 이런 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하는 건지…….”

진소소는 질렸다는 표정이다.

반면 당소혜의 안색은 시퍼렇게 변해 있었다.

기연객잔에서 일을 했던 백호영준과 호야가 흡혈광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놀라고 배신감에 치를 떨었던가.

그런데 그들이 당가의 앞마당에서, 자신들이 죽인 시체들을 쌓아 놓고 숨어 있었다고 생각하니 울화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다.

“쫓도록 하죠. 얼마 가지 못했어요.”

“아아.”

“소혜는 청랑과 함께 여길 태워 버리는 게 좋겠어.”

“아, 알겠어요.”

“다른 사람들한테도 사실을 전하고…… 되도록이면 청랑 옆에서 떨어지지 말고.”

당소혜는 어정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보기에 오히려 자신이 청랑을 지켜 줘야 할 것 같은데, 진소소는 마치 청랑이 자신을 지켜 줄 것이라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슬쩍 의아한 마음이 들었으나 지금은 그러한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어느새 신유강과 진소소가 빠르게 몸을 날렸다.

이틀 동안 안심하고 지냈던 탓에 상당히 긴장이 풀린 것인지, 그들의 흔적은 정확히 산길 쪽을 향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발자국이 한둘이 아니다.

진소소가 당소혜와 청랑을 떼어 놓고 온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第九章. 권룡무적(拳龍無敵)

신유강과 진소소는 발빠르게 산길을 타고 움직였다.

곳곳에서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니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던 탓인지, 그녀는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누굴까요? 설마 흡혈광마가 여럿으로 늘었다는 건 아닐 테고…….”

쫓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흡혈광마라 불리고 있는 백호영준과 호야임이 분명한데, 그에 비해 상당히 많은 인원이 느껴지자 의아함부터 든 것이다.

흡혈광마를 잡기 위해 움직인 이들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주위를 보아하니 싸움의 흔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확실히 이상하긴 하군.”

“아니면 누군가 그들을 구해 내려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누군가라……. 흡혈광마가 그렇게 대단했던가?”

무림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신유강이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확실히 흡혈광마라는 이가 정도무림의 공적으로 선포되었다고는 하지만, 어딘가 다른 곳에선 그를 숭배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마교나 사파 쪽에서는 영웅이나 다름없었다고 해요. 정파의 많은 고수들을 죽였으니 말이죠.”

“마교…….”

마교라는 말에 신유강은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사천에서 마교를 생각하면 이가 갈릴 만큼 역겨운 자식이 하나 있지 않았던가.

바로 율초언 말이다.

“적호대일 수도 있겠군.”

“적호대요?”

“아, 흑영과 흑호를 잡아간 놈들이 바로 그놈들이거든.”

“아아…….”

진소소는 뭔가 알 것 같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또한 마교칠대무력 단체 중 한 곳인 적호대를 모를 리가 없다.

우는 아이도 뚝 그친다는 저승의 사자들.

만약 정말로 그들이 흡혈광마를 데리고 갔다고 한다면, 이 싸움은 조금 힘겨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뜩 들 정도다.

진소소는 한숨을 쉬었다.

어째 점점 일이 꼬여 가는 눈치다.

그렇게 약 반 시진에 가까운 추격이 계속되었다.

정체 모를 이들은 누군가에게 뒤를 쫓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인지, 어느 순간부터 최대한 조심스레 움직이고 있었다.

그 탓에 그들의 흔적으로 뒤를 쫓고 있었던 신유강과 진소소는 막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놓칠 것이 분명하다.

진소소와 신유강은 더욱 경공에 박차를 가했다.

삐이이익!

그때 어디선가 기이한 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사천당가의 영역이니만큼 당소혜의 말을 들은 당가의 인물들이 벌써부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추격에 능한 부대를 풀었던 것인지, 벌써 누군가를 발견한 모양이다.

삐이익!

캉, 카강!

매서운 호각 소리와 함께 검 부딪히는 소리가 맹렬하게 귓가를 자극했다. 사람들이 그곳을 향해 몰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기에 진소소는 눈을 반짝였다.

“저곳이에요.”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는 것과 동시에 둘의 신형이 쏜살과도 같이 나아갔다. 거칠기 짝이 없는 산길을 한 치 거리낌 없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절대고수가 따로 없는 모습이다.

카카캉!

“이놈들!”

사천당가의 인물들과 몇몇의 흑의인들이 격렬한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고작해야 두세 명 정도뿐이 되지 않은 흑의인들이었으나, 그들은 십여 명의 당가인물들을 압박하며 오히려 여유까지 부리고 있었다.

신유강은 두 눈을 반짝였다.

흑의인들이 입고 있는 옷이 적호대가 입던 것과 같다는 것을 상기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흡혈광마를 데리고 간 것이 마교란 말인가?

‘어째서?’

의문이 들었으나, 지금은 다른 것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닌 듯하다.

수세(守勢)에 몰리고 있는 당가의 인물들이 당장이라도 죽어 나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신유강은 망설임 없이 발에 힘을 주며 더욱 앞으로 나아갔다.

팡!

귀를 울리는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진소소의 옆에 있던 신유강의 신형이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곁에 있던 진소소마저 놀랄 만큼 대단한 속도다.

흑의인들과 당가의 인물들이 놀라 시선을 돌릴 정도.

신유강은 빠르게 거리를 좁히더니, 이내 그 무지막지한 주먹을 들어 올려 한 치 망설임 없이 흑의인들을 상대로 휘둘렀다.

쾅!

황금빛 기운이 맺혀 있는 주먹이 한 흑의인의 몸을 강타하자, 마치 폭음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당한 이의 몸이 한 줌 핏물로 화해 사라졌다.

모든 이들이 당황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신유강의 행동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놀란 듯 눈을 부릅뜨고 있는 다른 이들을 향해 또다시 주먹을 뻗은 것이다.

그것을 보며 기겁한 이들이 몸을 날렸으나, 신유강의 주먹에 서린 기세를 피할 수는 없었다.

콰쾅!

또다시 어마어마한 폭음.

단순히 주먹을 휘두르는 동작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도저히 사람의 힘이라 생각할 수 없는 기운을 머금고 남은 두 명을 집어삼켰다.

“크아악!”

“컥!”

뒤이어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참사다.

형태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한 이들이 싸늘하게 널브러졌으며, 신유강이 휘두른 주먹 탓에 주변은 그야말로 포격(砲擊)이라도 받은 듯했다.

그 참상 속에 서 있는 신유강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율을 일게 만든다. 오랫동안 무림에 몸을 담았던 당가의 인물들조차 이러한 일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진소소 또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작해야 수 개월 만에 돌아온 신유강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그녀가 알고 있는 신유강의 무위는 이렇게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찮습니까?”

신유강은 작게 한숨을 쉬며 뒤를 돌아봤다.

사천당가의 인물들은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지, 멍한 시선으로 얼떨결에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눈앞에서 보고도 믿지 못할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것이다.

“무, 물론이네. 도와주어서 고맙네…….”

“다행입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다른 분들과 후기지수들은 이미 다른 쪽으로 향했네. 지금쯤이면 아마도 그들을 몰아넣었을 것이네.”

그의 말에 신유강은 흥미로운 시선을 던졌다.

당소혜의 연락이 아무리 빠르다 한들 산속으로 들어온 것은 진소소와 신유강이 먼저다.

그러나 결국 흡혈광마의 뒤를 정확히 쫓고 있는 것은 뒤늦게 들어선 당가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신유강은 명문세가, 혹은 구파일방이라는 말이 결코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우리는 괜찮으니 어서 가 보도록 하게. 자네들의 손이 꼭 필요할 것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유강은 한껏 예를 차려 말하고는 등을 돌렸다.

그가 당가의 인물들이 가리킨 쪽을 향해 몸을 날리자, 어느새 진소소가 바짝 붙어 뒤를 쫓아왔다.

“대단한 대협 나셨어요.”

진소소가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철없는 공자 같던 신유강이, 어느새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대협으로 둔갑한 것이다.

더욱이 무공은 또 어떠한가.

회귀신공에 대해 모든 것을 듣긴 했지만 이건 뭐, 인간의 무공이라 생각하는 게 우스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이다.

진소소는 이미 한 차례 신유강이 변한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와 수개월 전 신유강은 명백히 다른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르다.

그리고 수개월 전과 지금의 신유강은 또 다르다.

‘뭐라 해야 할까…….’

진소소는 은근히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 * *

율초언은 인상을 찌푸리며 정면을 바라봤다.

생각했던 것보다 추격이 빠르다.

물론 흡혈광마를 끌고 나온 시점부터 이들에게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 시기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최소한 사천 성도를 벗어나고도 하루 정도 여유가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지금 그의 눈앞에는 당가, 청성, 아미 일가이문(一家二門)의 인물들이 있었다. 그 외에도 자잘한 것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애초에 거기까지 시선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율초언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후면에서 오는 적을 막기 위해 대원 셋을 보냈으나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 분명했다.

시체라도 회수하여 마교로 보내고 싶으나, 지금은 다른 것에 신경을 쓸 새가 없었다.

곳곳에서 살기를 내뿜는 이들.

마치 철천지 원수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율초언 네놈! 감히 이 당초운을 앞에 두고 살아갈 성싶으냐!”

쩌렁쩌렁 소리치는 당초운의 기세 또한 만만치 않다. 아무리 마교칠대무력 단체 중 한 곳인 적호대라고 하지만, 이 많은 이들을 상대로 살아서 생환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율초언은 당초운의 말을 무시하며 힐끗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흡혈광마라 불리는 두 명이 있다.

이들을 넘겨준다면 곱게 보내 줄까?

율초언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적호대는 정파무림에서 저승사자라 불릴 정도로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런 적호대를 깔끔하게 지울 수 있는 기회였으니, 저들은 결코 곱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이런, 당 가주. 곱게 보내 주시지 않으시겠소? 서로 피를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소만…….”

율초언이 슬쩍 손을 들어 올리자 적호대 전원이 강한 살기를 품으며 병장기를 뽑아 들었다.

수적으로 밀린다고는 하나 그들은 적호대다. 비록 이 자리에서 뼈를 묻게 될 것은 분명하나, 눈앞의 인원 중 절반 이상은 죽이고 갈 자신이 있는 이들이다.

적호대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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