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신공-101화 (101/200)

# 101

第一章. 울분(鬱憤)

“진소소!”

불길이 치솟고 있는 곳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간 신유강은, 폭발에 휘말린 것으로 보이는 진소소를 바라보며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설마……!’

불안한 마음에 심장이 터질 것 만 같다.

주위를 태우는 거대한 불길도, 이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작은 인영이 수풀을 가로지르며 사라지는 것조차 신유강에겐 보이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쓰러진 진소소만 들어왔다.

다급하게 달려가 축 늘어진 진소소를 부축하자, 신유강은 저도 모르게 파르르 몸을 떨었다. 전신이 화마에 휩싸인 듯 뜨겁기 그지없다.

화염을 온몸에 뒤집어쓴 탓으로 보였다.

“소소! 소소!”

몇 번이고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맥을 짚어 아직까지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확인했으나, 그래도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진소소를 만나 지금까지 신유강은 이러한 상황은 꿈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천하의 진소소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이가 있으리라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총명하기 짝이 없다고는 하나, 그녀는 가녀린 여인이고, 다치면 죽는 사람이다.

신유강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왜, 어째서 대비를 하지 못했는지 자책했다.

온갖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진소소의 몸은 여기저기 그을리고 폭발에 휘말린 탓인지, 맨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곳 또한 보였다. 신유강은 얼른 상의를 벗어 그곳을 가렸고, 조심스레 그녀를 안았다.

“으음…….”

진소소는 괴로운 듯 신음을 흘렸다.

아름다운 얼굴이 화마에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신유강은 그것을 바라보며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회귀신공의 힘을 이용한다면, 지금 그녀의 얼굴에 있는 상처는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신유강은 바득바득 이를 갈며 그 치미는 울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당장 눈앞에 이 짓을 저지른 이가 있다면, 갈가리 찢어발길 수 있을 것 같은 살기가 치솟았다.

흉수가 호야인지, 혹은 백호영준인지는 알 수 없으나,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신유강은 회귀신공의 힘을 이용해 진소소를 치료하며 날카롭게 주위를 둘러봤다.

조금 전 언뜻 보았던 그림자는 체구가 작았으니 틀림없이 호야였으리라.

마음먹고 쫓는다면 당장 잡아 낼 자신이 있는 그였으나, 진소소를 이런 곳에 내버려 두고 갈 수는 없는지라, 신유강은 그저 치솟는 울화를 가라앉히며 이를 갈아야 했다.

“……유, 유강?”

“괜찮나?”

“그럭저럭요…….”

눈을 뜬 진소소는 거대한 폭발에 휘말린 당사자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어떠한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전 그것이 혹여 꿈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으나 그런 것은 결코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벽력탄이 터진 흔적이 역력했다.

진소소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았다.

아마도 폭발에 휘말릴 당시, 내공으로 몸을 보호한 덕분에 피해가 경미한 모양이라고 여긴 것이다. 그녀는 오히려 자신이 신유강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이 더 신경 쓰였는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어디 아픈 데라도 있나?”

“아, 아니, 그런 건 아니에요.”

진소소는 귓가를 간질이는 질문에 팩 하고 시선을 돌렸다. 내려놓으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쉽게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때 후기지수들 중 가장 빨리 신유강의 뒤를 쫓아 온 모용후가 주위에 보이는 참상을 넋을 잃은 채 바라봤다.

“벼, 벽력탄?!”

모용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대체 누가 그 물건을 가지고 있었단 말인가.’

모용후는 잽싸게 고개를 돌리며 진소소를 바라봤다. 신유강에게 안겨 있는 모습에 짐짓 놀란 모습이었으나 이내 침착하게 물음을 던졌다.

“괜찮으십니까!?”

“예, 뭐.”

진소소는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신유강의 품에서 벗어났다.

어느새 사람들이 하나둘씩 몰려오는 것이 상당히 부끄러운 것인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건.”

“으…….”

반면 뒤늦게 신유강의 뒤를 쫓아온 이들이 눈앞에 펼쳐진 참상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중원 천지에 이러한 광경을 만들 수 있는 물건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벽력탄이라니?! 흡혈광마가 그것을 어디서 구했단 말인가.”

당초운의 한마디에 여기저기에서 신음이 터졌다.

벽력탄은 벽력문의 신물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과거 내공이나 혹은 외공을 연마하지 않고, 오로지 벽력탄과 화기들을 이용해, 무림에 진출했던 그들은, 정사마를 막론하고 모든 이들의 적이 되었다.

그들이 가진 힘이 워낙 위험했기에 내린 조치였다.

무림에 피바람이 부는 것은 당연했고, 결국 벽력문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으나, 아직까지도 벽력탄을 지니고 있는 이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림의 공적이 된다.

때문에 지금까지 이백여 년간 무림에 등장하지 않았던 그것이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심각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했던것 보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흡혈광마라는 이름만으로도 이미 무림의 공적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벽력탄이라니?

당초운은 신음을 삼켰다.

하필이면 무관이 완성되어 가는 이 시점에 어이없는 일이 두 건이나 터진 것이다. 아마도 무림맹주에게 한 소리 크게 들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당초운은 잡념을 접으며 소소를 바라봤다.

“소소야, 아직 마음이 추슬러지지 않았을 테지만, 설명을 부탁해도 되겠느냐?”

진소소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 때문인지, 그리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두 눈으로 보았던 있는 모든 것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든 이들이 경악에 물들었다.

고작해야 십대 어린 소년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를 것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던 탓이다.

흡혈광마가 둘이기는 하나, 백호영준에게 억지로 무공을 배우고 어쩔 수 없이 따라다니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사실 그 어린 녀석의 잔악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여기저기에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욕을 하며 이를 가는 이들 또한 있었다.

그만큼 충격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당초운은 마음을 추슬러야 했다.

어리다고는 하나, 그렇게 잔학한 녀석을 중원에 놔둘 수 없었다.

“아직 이 산을 빠져나가진 못했을 것이오. 추격대를 선발하여 녀석의 뒤를 쫓고, 남은 이들은 백호영준이라는 자의 시신을 확보하도록.”

“알겠습니다.”

당초운을 비롯한 무림계 인사들이 호야의 뒤를 쫓기 위해 움직였고, 다른 이들은 죽은 백호영준의 시신을 찾기 위해 나섰다.

계곡은 생각했던 것보다 깊었고, 물살이 센 탓에 백호영준의 시체는 상당히 떠내려가 버린 듯하다.

사람들이 제각각 사라지자, 신유강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진소소를 바라봤다. 아직까지도 벽력탄이 터졌을 당시의 충격을 잊지 못하였는지, 진소소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우린 돌아가자.”

“괜찮겠어요?”

“그런 놈 따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어.”

“꺅.”

신유강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며 진소소를 안아 들었다.

갑작스런 그 행동에 진소소는 너무 놀란 나머지 비명을 내지르며 발버둥을 쳐 봤지만, 신유강은 놓아줄 생각 따위 없는 모양이다.

“자, 잠깐만요. 나 혼자 걸을 수 있어요.”

“그냥 가만히 있어. 괜히 걷다가 몸 망가질라.”

“나 괜찮거든요?”

“알고 있으니 가만히 있어.”

회귀신공의 힘으로 치료를 했으니 괜찮지 않을 리가 없다. 다만 몸이 아무리 괜찮다 한들, 정신적인 충격은 쉽게 떨쳐 내지 못한다.

특히 진소소는 총명하기 짝이 없는 여인이다.

그런데 어린 소년에게 속아 벽력탄에 휘말렸으니 그 심정이 오죽할까?

“그놈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마. 내 손에 잡히든 다른 이들 손에 잡히든,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뿐일 테니까.”

신유강의 눈빛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당소혜에게 손을 대었을 당시보다, 더욱 무서운 기세가 줄줄이 흘러, 진소소마저 함부로 말을 걸기 어려울 정도였다.

진소소는 또 다른 신유강을 보는 것 같아 몸서리가 쳐졌다.

지금까지 그가 이런 식으로 화를 내는 것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무섭고도 두려웠다.

자신이 알고 있는 신유강이 머나먼 곳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기에.

그녀는 두려운 마음에 신유강의 품에 파고들었다.

정인의 가슴 깊숙한 곳에 고개를 파묻은 진소소는 늘 아홉 꼬리 구미호 같았던 모습과는 다르게, 참으로 귀엽고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 * *

“허어…… 놓쳤다니.”

흡혈광마의 소동 탓에 무림맹에서 지원을 나왔던 모든 이들이 모여 한탄을 하며 허망한 눈빛을 빛냈다. 죽은 백호영준의 시신은 이미 회수를 하였지만, 어린 흡혈광마는 도무지 그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흔적을 만들어 추적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더니, 가장 약한 무림인이 있는 곳을 뚫고, 사천 성도 밖으로 나가 버린 것이다.

지략으로 이름 높은 제갈세가의 제갈가후조차 호야의 꾀에 감탄을 했을 정도이니, 세상에 둘도 없는 마인이 탄생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었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소림의 정신적 지주이자, 현 무림의 맹주 소림의 무현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며 혀를 찼다.

고작해야 어린아이 하나 잡지 못한 것을 보며, 사천 무림이 얼마나 약해 빠진 곳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것이다.

“우선 중원 전체에 녀석의 용모파기를 뿌려야 하지 않겠는가?”

부맹주인 무당의 청허 진인 또한 마뜩찮은 표정으로 당연한 말을 내뱉었다.

그러한 수 이외에는 별달리 뾰족한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녀석은 사천 성도에서 드넓은 중원으로 나갔다. 아무리 용모파기를 뿌린다 하더라도, 관(官)의 도움이 없다면 잡는 것은 여의치 않을 것이다.

“쯧, 그건 당연한 것이네. 개방 쪽은 어떠한가?”

무현 선사가 아미를 찌푸리며 말했고,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당초운과 윤환이었다.

무현 선사는 그 옆의 옥진을 쳐다보며 혀를 차더니 시선을 개방 쪽으로 돌렸다.

중원의 거지들을 관리하는 곳이고, 중원 최고의 정보단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니, 은근히 개방에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방의 방주 막소춘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내 이곳으로 오기 전부터, 방도들에게 놈을 찾아보라 명령을 내리긴 했으나, 어디에서도 발견이 되었다는 정보는 없었네. 그렇다고 사천에서처럼 사람을 습격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니…….”

호야가 당가의 사천 성도를 무사히 빠져나간 지 벌써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지금까지 하루에 한 번씩 무인들을 습격하던 흡혈광마는 마치 자신의 종적을 지울 심산인 것처럼, 누구도 습격을 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그 때문에 호야를 찾는 것에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 개방은 전력으로 놈에 종적을 쫓아 주게나. 발견하는 즉시 추살대를 꾸리도록 할 테니.”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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