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신공-105화 (105/200)

# 105

더욱이 그녀의 무공은 진자명과 같지 않았고, 한때 그에게 살기마저 보인 탓에, 두 사람이 연관이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는 표정들이다.

흑영이나 흑호는 이미 진소소에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고, 당소혜는 신유강이 어렴풋이 짐작되는 말을 꺼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알고 있었다는 표정이네요.”

나이가 가장 어린 청랑은, 표정은 없지만 눈빛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나름 몇 달 동안 함께 있으면서, 친해졌다고 생각을 했는데, 설마 그런 비밀을 자신 혼자 몰랐다니.

그러나 곧 담담하게 웃었다.

그녀가 이렇듯 음지가 아닌 양지에 나와 있는 것은, 모두 이들 덕분이기 때문이다. 만약 신유강과 만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홍화의 그림자로써 평생을 살다 죽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만족했다.

진소소는 가만히 서 있는 청랑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힐끗 시선을 돌려 신유강을 바라봤다. 하북진가의 일도 중요하긴 하지만, 또 다른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보다, 유강?”

“응?”

“입관패라는 걸 받았는데 그건 어쩔 셈이죠?”

무림맹주가 직접 하사한 입관패이니, 반드시 무림맹에 회수가 되어야 한다. 그 말은 즉, 신유강이 반드시 무관에 입관을 해야 한다는 것이기에, 진소소는 불안한 시선을 보냈다.

하북진가와 무림맹, 더욱이 마교까지 난리였다.

거대한 세력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기 시작하니, 조용하기 그지없었던 예전이 그리웠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진소소가 걱정이 되는 것은, 지난번 호야 때문에 분노를 했을 때 보았던 낯선 신유강의 모습이 다시 한 번 드러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유강은 웃었다.

“기왕 받았으니 써먹어야지.”

그 말에 사람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들어 신유강이 무공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늘기는 했지만, 무관에 입관을 할 정도라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가 결정한 일이니 참견은 하지 않으마. 그런데 괜찮겠느냐? 무관에 입관을 한다는 것은, 무림맹 소속이 된다는 뜻이다.”

흑영의 걱정은 다른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신유강은 흑백논리(黑白論理)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다.

정파든 사파든, 혹은 마교든 세외든 간에 자신에게 맞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주먹을 뻗고 보는 성격이다.

더욱이 무림맹이라는 곳에 대한 생각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 상태에서 들어가게 된다면, 필시 사고를 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진자명도 같은 패로 입관을 하지 않던가?

기천검 진자명과 권룡 신유강을 따르는 이들이 저절로 파벌을 만들어 낼 테니, 아마도 지금보다 더욱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신유강은 딱히 상관이 없다는 듯 웃었다.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로 기이한 모습이다.

흑영은 영 찝찝하다는 눈치이며, 총명하기 짝이 없는 진소소마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그렇고 객잔은 언제 열 생각이지?”

제갈백헌의 일과 무관에 대한 것이 아무런 결정조차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유강은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돌렸다.

그건 더 이상 걱정하지 말라는 그러한 뜻과도 같았기에 진소소는 한숨을 포옥 하고 내쉬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저 혼자 해결을 하려는 저 성격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믿음직스럽기 그지없었다.

진소소는 말을 돌리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으나, 싱글싱글 웃고 있는 신유강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괜한 걱정을 하고 있는 듯하여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 달 정도 더 닫아 놓을 생각이에요. 흡혈광마 일 때문에, 사실 은근히 객작에 찾아오길 꺼리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무림공적이라 불리는 흡혈광마가 머물고 있었던 곳 이라는 소문이 사천 바닥에 파다하게 퍼진 탓인지, 객잔은 문을 닫기 직전까지도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기다시피 했다.

단골들이나 간간이 찾아와 음식을 먹기는 했지만, 그들만으로 객잔을 운영하기는 턱 없이 힘들다.

그러나 흡혈광마를 놓치기는 했어도 권룡이라는 이름이 있으니, 어느 정도 여유 두고 다시 문을 연다면,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 분명했다.

그 순간을 위한 잠깐에 휴식이라 함이 옳다.

“객잔의 일은 소소에게 맡겨 놓았으니, 알아서 잘하겠지.”

신유강의 대책 없는 말에 진소소가 아미를 찌푸렸다.

애초에 객잔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신유강인데, 도무지 일을 할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객잔에서 일을 하지 않지만, 큰일이 터지면 누구보다 믿음직스럽게 일을 해결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진소소는 표정을 풀며 웃었다.

이래나 저래나 정말이지 그녀를 웃게 하는 남자는 신유강 하나였다.

* * *

천무관(天武館).

하늘의 무를 가르치는 관이라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이름을 내세운 곳의 앞은 시끌벅적했다.

정문에는 명문세가의 후기지수들을 비롯하여, 각 지방에서 이름을 떨치는 중소 문파의 자식들이 줄을 섰고, 돈을 주고 입관패를 산 이들 또한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림맹에서 만든 학관인 데다, 가르치는 교관들 또한 중원 무림에서 하나같이 쟁쟁한 강호인들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큰 꿈을 품고, 웅장한 필체로 쓰여 있는 학관의 현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명문세가의 자식들은 앞으로 무림을 이끌어 갈 인재가 되기 위함이고, 중소 문파의 자식들은 자신들의 문파, 혹은 세가에서 배우지 못하는 높은 수준의 지식을 배우기 위함이다.

나이는 대략 십 대 중후반부터 이십 대 중후반까지, 참으로 다양한 연령대가 섞여 있었으나, 명백하게 파벌이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구파일방의 제자들이 오만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으며, 그것은 팔대세가의 자제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이다.

중소 문파 사람들은 그들에게 기가 죽어 한쪽 구석에 몰려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꿀리지 않는 집안의 아이들 주위는 시끌벅적하기 짝이 없었다.

낭인들, 혹은 돈을 주고 입관패를 산 이들은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많이들 모였군.”

구파의 중심, 소림의 제자이자 차기 소림을 이끌어 갈 인재인 백승은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무당과 화산의 제자들이 있었으며,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기세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하지. 그런데 정말 놀랍네. 설마 자네가 소림을 나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거든.”

차후 무당을 이끌어 갈 인재인 운검은 부드럽게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승이 소림을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실 진자명이 후기지수 중 제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구파의 후기지수들이 무림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백승이나 운검은, 진자명 이상 가는 기량을 지닌 무인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는 자네들 또한 이곳에 오지 않았는가? 왜 나만 걸고넘어지는 것이지?”

“하하하, 그야…… 권룡이라는 자가 궁금해서 아니겠는가.”

“나도 마찬가지네.”

준수하기 짝이 없는 얼굴을 가지고 있는 화산의 인재, 현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했다. 구파일방 중 최고라 손꼽히는 세 집단이 몰려 있으니, 그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팔대세가의 후기지수들조차, 그들의 기백 때문인지 가까이 다가오려 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들의 곁에는 청성이나 아미, 개방과 수많은 구파의 인재들이 모여 있었으나, 역시 차세대 무림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이들만큼은 못한 기색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네. 진자명은 그저 몇 번 봤을 뿐이지만, 그의 기량을 똑똑히 알고 있네. 그런데 그를 고작 몇 수에 꺾었다고 하니 참으로 궁금하지 않은가.”

백승은 그리 말을 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나 아무리 쳐다보아도 권룡이라 불릴 만한 기세를 지닌 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무림맹주 이름으로 무관패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나타날 것이라 생각을 했으나, 아직 오지 않은 모양이다.

그때 운검이 싱글싱글 웃음을 지으며 진자명을 향해 턱짓을 했다.

“기천검께서는 아주 기세등등하군. 여전히 주제 파악을 못하는 듯하네. 팔대세가 후기지수들이 기를 살려 주니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이야.”

“단 두 개만 존재하는 무림맹주의 입관패를 가지고 입관을 하게 되었으니, 그 기세가 어디 가겠나?”

화산의 현운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림맹주가 직접 내린 입관패를 받은 것은 상당히 명예로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자명 못지않은 이들은 그러한 입관패를 받지 않았고, 당연하다는 듯 구파가 전해 준 입관패를 손에 쥐고 있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이들의 기량이 진자명보다 못하다?

결코 아니다.

무림맹주의 입관패를 가진 이는 현재 무림에서 최고로 우수한 인재라는 말이 되기도 하겠지만, 무관 내에서 열리는 비무대회에서 그 밑천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최고의 입관패를 지닌 진자명이 구파의 제자에게 패하는 것.

무림명주 무현은 그것을 원하는 거다.

구파일방과 팔대세가의 차이를 확연하게 보여 주기 위함이고, 진자명이 졌을 때 그 충격과 세간의 평은 구파에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 분명했다.

아마 구파의 인물들 중에서 그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때 한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싸, 쌍검룡이다!”

“쌍검룡 도우겸!”

지난번 객잔에서 신유강에게 당한 뒤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던 도우겸이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나타나 크게 하품을 했다.

주위 사람들의 소란스런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는데, 정말이지 도우겸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호오…… 저자가 쌍검룡?”

“확실히 대단한 기량이로군. 진자명과 비교해서 결코 떨어지지 않아.”

“자네가 보기에는 그러한가? 내 보기에는 도우겸이 두 수 정도 우위라 생각되네만.”

“하하하, 맞는 소리네. 내가 보기에도 그러하네. 현운 자네의 감이 많이 떨어졌나 보군.”

“보기에만 그렇다는 것일세.”

구파일방이 서로 친목을 다지고 있으나, 서로 경쟁을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때문에 의견이 같았던 운검과 백승은 놀리 듯 현운을 바라보았고, 그는 얼굴을 붉히며 인상을 썼다.

구구궁!

그때, 거대하기 짝이 없는 천무관의 정문이 웅장한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꿈이라 할 수 있는 천무관이 개관된 것이다.

“입관하라!”

쩌렁쩌렁!

보이지도 않을 만큼 먼 곳에서 한 사람의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그 기세가 어찌나 대단한지 팔대세가의 후기지수들은 물론, 대부분이 기세에 억눌려 몸을 움찔 떨었다.

하나 구파일방의 제자들은 피식피식 비웃음을 날리며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아득!

그 모습을 본 진자명을 비롯한 팔대세가의 제자들이 이를 갈았다.

“참게, 괜한 분란을 만들어서 좋을 것 하나 없으니.”

“하하, 신경 쓸 것 없네. 어쨌든 최고의 입관패를 받은 것은 자네이지 않은가.”

팔대세가의 후기지수들은 대부분 구파의 제자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가지고 있는 일종의 열등감 같은 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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