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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117화 (117/200)

# 117

또한 무사들 사이사이를 누비벼 여유롭게 검을 놀리고 있는 진소소의 모습은 칠제 중 검후라 불리는 백리지연을 보는 듯했다.

장원에는 끊임없이 괴성이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피와 육신이 사방으로 흩뿌려져 나갔고, 그럴 때마다 육평우의 안색이 사색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건…… 듣던 것보다 더욱 대단하지 않은가.

육평우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고, 진자명이 보내온 두 명의 무인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눈은 진소소를 향해 있다.

“다, 당신들 뭘 하는 거요! 어서, 어서 도와주시오!”

“시끄럽다. 우린 우리가 알아서 할 것이니 네놈은 그 냄새나는 입 좀 다물어라.”

육평우의 재촉이 아니라도 그들 또한 슬슬 움직이려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한 전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난전 속이라면 진소소를 죽이는 것쯤은 쉬운 일이다.

그들은 빠르게 몸을 날리며 진소소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 순간, 분명 몸을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뜨며 다시금 발을 놀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분명 나아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기이하게 한 자리에 계속해서 머물고 있는 것이다.

“뭐!?”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일에 그들은 정신이 없었다.

뭐가 어찌 된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당황하는 사이 신유강이 움직였다.

일방적인 도륙이 계속되는 장원 내부를 천천히 걸으며, 두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태연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과연, 좀 느낌이 다르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소소를 노리고 있었나?”

입가에는 웃음이 맺혔으나 쥐고 있는 주먹은 한가득 힘이 들어가 있다.

형형하게 빛나는 그의 눈이 두 남자를 쏘아보고 있었는데, 전율이 일 만큼 매서운 안광이었다.

두 남자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

“무, 무슨 소리를…….”

“아니, 숨기지 않아도 돼. 저 빌어먹을 녀석이 내 장원으로 쳐들어왔을 때부터 뭔가 믿는 구석이 있을 거라 생각을 했으니까. 하북진가에서 나왔겠지?”

신유강의 물음에 두 남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대강 때려 맞췄다는 듯 행동하고는 있으나, 신유강의 얼굴에는 확신이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진소소를 처리하는 것은 이제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은 먼저 신유강을 어떻게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큰 곤혹을 치를지도 모른다.

이 사천 땅에서 그의 이름은 사천당가와 맞먹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죽어라!”

외침과 동시에 두 남자가 신유강을 향해 뛰어들었다.

극성의 내력을 끌어 올린 탓에 검에 실린 힘이 장난이 아니다. 누구든 저것에 베였다간 뼈조차 추리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신유강의 움직임은 기기묘묘하기 짝이 없다.

두 사람의 검은 확실히 빨랐다.

그러나 율초언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신유강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는 것으로 여유롭게 두 자루의 검을 피하고, 슬쩍 주먹을 휘둘렀다.

쾅!

어마어마한 폭음과 동시에 한 명의 신형이 날아갔다.

장원의 벽을 부수고 날아가, 장원 근처에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로 떨어진 그는, 이미 절명을 한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얻어맞은 얼굴은 처참하게 뭉개져 있었고, 입과 코에서는 줄줄 피를 흘리고 있다.

“어, 엄청나군.”

모여 있던 사람들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신유강이 있던 곳에서 그들이 있는 곳까지 거리는 약 사 장 정도였다.

더욱이 두터운 벽에 가로막혀 있었는데, 그것을 처참하게 무너트리며 이곳까지 날려 버렸으니, 구경하던 사람들은 괜히 천하백대고수라는 말을 듣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살아남은 남자가 식은땀을 흘렸다.

천하백대고수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허명이라 판단했다. 그것은 진자명뿐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적호대주를 이겼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이지만, 요행이었을 가능성이 더욱 컸다.

신유강의 나이를 생각하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보여 준 한 수.

‘이것이 말이 되는가?’

정말로 천하백대고수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신위다.

그때 신유강의 시선이 돌아갔다.

어느새 장내는 완벽하게 정리가 되었다.

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낭인들이라고는 하지만, 청랑과 도우겸, 그리고 진소소와 흑영, 흑호를 상대로 일각 이상 버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신유강과 남자에게 향했다.

남자는 어떻게 해서든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으나, 함부로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했다간, 조금 전 그 한 수가, 자신의 온몸을 부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자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를 구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다.

“누가 보냈는지 말할 생각은 없을 테고…… 강제로 입을 열게 하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니…… 어쩔 수 없군.”

주먹을 말아 쥔 신유강이 저벅저벅 남자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전신을 옥죄는 기이한 기세가 느껴졌다.

‘이것이…… 절대자들만이 가진다는 기운인가?’

살아 생전 누구에게도 이러한 기운을 느끼지 못했던 남자는 그저 허망한 표정으로 질끈 눈을 감았다.

퍼걱!

뒤이어 뿌려진 신유강의 주먹이 남자의 복부를 가격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전신의 내공이 깡그리 흩어지는 것을 느낀 남자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눈을 부릅떴다.

털썩.

이윽고 천천히 힘없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자, 그럼 네놈만 남았군.”

신유강은 주저앉은 육평우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했던 그였으나, 지금은 마치 고양이 앞에 선 쥐새끼처럼,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고작해야 단 두 수였다.

진자명이 보내온 무인들이, 신유강에게 검 한 번 제대로 휘둘러 보지 못하고 처참하게 당하고 말았다.

다급하게 시선을 돌려 자신을 지켜 줄 다른 이들이 없나 찾아보았지만, 주변엔 싸늘하게 변해 버린 시신들뿐이었다.

“하는 짓이 제 형하고 꼭 닮았어. 조금 더 총명할 거라 생각을 했는데 말이야.”

“사, 살려 주시오…….”

“내가 이 자리에서 네놈을 살려 줘 봐야, 다시 나에게 이빨을 들이밀 테지. 삭초제근이란 말 모르나?”

신유강은 무표정하게 육평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대운상단과의 악연은 육평초로부터 시작되었으나, 그가 사라지고 충분한 돈을 받음으로써, 신유강은 더 이상 그 일을 연연하지 않기도 다짐을 했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사람의 뒤통수를 칠 줄이야.’

신유강은 모든 일에 만약이라는 가정을 세우곤 했다.

만약 자신들이 약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장원은 육평우의 생각대로 그의 손에 넘어갔을 테고, 진소소와 청랑 같은 여인들은 처참하기 짝이 없는 생활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신유강은 게슴츠레 눈을 떴다.

“봐준 것은 네놈 형 하나로 충분하지 않더냐?”

확실히 육평초가 신유강을 노리고 벌였던 일에 비하면 그가 받은 죄는 가볍기 그지없다. 단순히 돈으로 모든 일을 무마시켰으니 당연했다.

애초에 육평초가 길거리를 전전하다 적호대원에게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니, 신유강은 자신이 너그러운 처분을 내렸다 여긴 것이다.

“대운상단은 지금부터 이 권룡의 적이다. 그 이름이 다시 한 번 내 귀에 들린다면, 그땐 네놈들의 씨를 말려 버리겠다.”

한 치의 거짓도 없는 눈동자로 지그시 육평우를 내려다보고 있는 신유강은, 절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운 기세를 발했다.

“꺼져라.”

“가, 가, 감사합니다, 대협!”

육평우는 자신의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지덕지하여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소변이라도 지린 것인지 하의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으나, 누구도 그것을 놀리지 않았다.

그만큼 장내의 분위기가 무거웠던 탓이다.

신유강은 장원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바라보며 인상을 구겼다.

진소소와 함께 있는 장소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를 보이지 않겠다 다짐을 하였는데, 세상 일은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일단 시체를 치우도록 하죠. 그리고…….”

신유강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는 이가 없었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하북진가의 무사를 바라보고 있는 신유강의 눈빛이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북진가에 대해 조금 심각하게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진소소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第七章. 갈등(葛藤)

“어떻게 이런 일이…….”

진자명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장원의 일을 지켜보라 시켰던 다른 수하에게서 뜻하지 않은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실패를 할 것이라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권룡의 실력이 천하백대고수에 들었다면, 그들로서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강행한 것은 수하를 둘 잃어도, 진소소의 목을 취하는 게 더 득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만약 이 사실을 진명이 알게 된다면?

단순히 혼이 나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진자명은 전전긍긍했다.

진명이 사천에 도착하기까지 아직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사이 무슨 수를 써야 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수단이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하북진가 쪽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언제나 자식들을 엄하게 가르치는 진명이라면 몰라도, 진소소의 존재는 다른 식구들에게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니 진명의 눈을 피해 하북진가의 원조를 받아, 이번에야말로 신유강과 진소소를 이 사천 바닥에서 깔끔하게 지워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신유강이나 진소소에게 졌던 그 원한이 깔끔히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한 달이라는 시간 안에 그것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 시간은 정말이지 촉박하기 그지없다.

진자명은 신음을 삼켰다.

그때였다.

쾅!

엄청난 폭음과 함께 무관이 떠들썩하다.

갑작스런 소리에 놀란 진자명이 화들짝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황급히 밖으로 나가 보자, 아니나 다를까 무관의 그 웅장했던 대문은 반쪽이 되어 부서져 있었고, 그곳에는 날이 바짝 서 있는 진소소가 형형하게 눈을 빛내고 있었다.

모든 이들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진소소가 풍기는 엄청난 기세 때문이다.

진자명과 승부를 보았던 이들도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진소소의 무공 수위를 그리 높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권룡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탓이다.

그런데 이것이 무엇인가?

무관의 교관들은 물론이며 제법 이름 좀 있다는 후기지수들조차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넋을 잃은 것이 아니란 것은 척 보아도 안다.

진소소는 성큼성큼 진자명을 향해 걸어왔다.

저도 모르게 그 위압감에 눌린 진자명은 한 걸음 주춤 물러섰으나, 이내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며 이를 악물었다.

“꽤 재미있는 짓을 하셨더군요, 오라버니.”

“…….”

진소소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오라버니라니? 그렇다면 진소소가 하북진가의 인물이었단 말인가.

지금까지 둘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던 제갈가후는 물론이며 모용후 또한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그만큼 진소소가 나타나 자신의 신분을 밝힌 것은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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