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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146화 (146/200)

# 146

틀림없이 거짓말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소강이라는 이 남자는 거짓말을 잘하지 못하는 듯했다.

고작해야 다섯 살짜리한테 간파당하다니.

이 객잔 밖에는 지금도 진백이나 진명의 지시를 받은 무사들이 진소소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왜 그런 걸 묻는 거지?”

“그냥요. 집에서 자식이 사라졌으면 응당 찾으러 다니지 않을까 해서요.”

그녀의 말에 신유강은 상당히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씁쓸한 눈빛과 표정을 보고 있자니, 마치 세가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돌아가고 싶나? 원한다면 데려다 줄 수도 있다.”

“아니요.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정말로 집을 나간다고 생각하니 꼴이 참 우스워서요.”

고작해야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가 할 말이 아니다.

그 때문인지 신유강의 안색은 더욱 좋지 않았다.

한없이 어린 나이인데, 생각하는 것은 이미 어른이다. 하북진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살면서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은 것 같다.

신유강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쉬거라. 떠나기 전에 이것저것 사 올 것들이 있으니.”

신유강의 말에 진소소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것은 이미 객잔에서 모조리 가져다주었으니 사실 딱히 사 올 것은 없다. 신유강은 잠시 진소소에게 혼자 있을 시간을 주려는 것이었다.

“후우…….”

진소소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요 며칠 동안 신유강과 백리지연이 달라붙어 있었던 탓에, 혼자 있을 시간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홀로 방 안에 남겨진다는 것이 이토록 쓸쓸한 일이었던가? 진소소는 자그마한 몸을 일으켜 창가에 다가섰다.

저잣거리나 다름없는 곳인지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하북진가가 있는 곳이 아닌데, 그곳과 전혀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로 익숙한 얼굴들도 보인다.

하북진가의 사람임을 알리듯 가슴에 있는 자수에는 하북진가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두리번두리번거리고 있는 그 모습은, 틀림없이 진소소를 찾고 있는 것이리라.

아마도 신유강이나 백리지연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터다. 애초에 하북에서 진가의 눈을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움직여야 해.’

신유강이나 백리지연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칠 수 없다. 하북진가의 일은 오직 자신의 일이며, 다른 누군가가 해결해 주려 끼어드는 것조차 원치 않는다.

진소소는 주위를 살피고는 작은 몸을 움직였다.

비록 무공을 익히지는 못했다고 하지만, 총명함이 빛을 발하는 눈동자로, 홀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신유강은 결코 진소소를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과거가 변하지 않았기에 결코 미래도 변하지 않는다. 무황의 의해 하북진가가 무너지지 않았기에, 이십 년 후의 역사에서도 천하제일세가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불린다.

신유강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때문에 단순한 홧김에 일을 저지를 만큼 어리석지 않고, 과거를 바꿔 버릴 만큼 우둔하지도 않다.

어린 진소소이긴 하지만 그녀는 총명하다.

아마도 바깥 상황을 보는 것만으로, 자기 자신이 현재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가볍게 간파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유강은 그것을 방치했다.

조용히 객잔 어귀에 숨어 주위를 살폈다.

그의 주위에는 수많은 하북진가의 무인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진소소를 찾기 위해 객잔으로 들어서려다 신유강에게 붙잡힌 운 나쁜 이들이다.

만약 이들이 객잔으로 들어왔다면 한바탕 난리가 났을 테고, 결국 진소소는 또 다시 움츠러들 것이 분명하다.

그건 신유강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슬슬인가?’

신유강은 신음을 흘리고 있는 한 남자의 턱을 가볍게 발로 걷어차며 객잔 입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니나 다를까, 어린 진소소가 다급하게 객잔을 빠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서지 않는 것은, 진소소가 기연고서점을 찾을 당시 무황이라는 존재가 곁에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상황을 백리지연이 보았다면 난리를 쳤을 것이 분명하나, 신유강은 그렇다고 해도 결코 나설 생각이 없었다.

물론 진소소가 기연고서점을 만난 것이 이 시간대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신유강을 그녀를 홀로 보내 주어야 했다.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 말이다.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걷고 있는 진소소는 연신 불안한 듯 주위를 살폈다. 무공은 물론이며 도주의 수단조차 가지지 않았으니, 하북진가의 무인들에게 걸린다면 단박에 진가로 끌려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뭐, 신유강이 그렇게 두지 않겠지만.

진소소는 계속해서 달려 갔다.

결코 이 자유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이 눈에 훤히 보일 정도다.

신유강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몸을 날렸다.

‘소소는 집을 나온 뒤 얼마 있지 않아 기연고서점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천까지 갈 필요는 없을 터…….’

진소소가 그곳을 찾는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신유강이 먼저 찾아내서 그녀를 안내할 가능성은 없었다.

조금이라도 그녀가 안전하게 찾아갈 수 있다면 신유강이 할 일은 그것으로 되었다.

날이 점점 저물어 갔다. 달리던 진소소는 숨이 찬 것인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눈은 이곳저곳을 확인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하북의 길은 잘 모르지만, 이 길 끝은 산서다. 설마 산서에서 고서점을 발견했다는 건가?’

신유강은 의아한 마음이 들었으나 계속해서 소소의 뒤를 쫓았다.

지금쯤이면 아마 객잔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으리라. 진소소가 사라진 데다 신유강마저 없다. 돌아온 백리지연이 시뻘게진 얼굴로 마을 곳곳을 뒤지고 있는 것이 안 봐도 훤했다.

신유강은 피식 웃음을 머금으며 진소소를 바라봤다.

대로(大老)를 타고 있던 소소는 무언가 불안한 듯 소로(小路)로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신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꽤나 마음이 심란한 듯했다.

아직 하북이라서 진가의 영향권을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 행인이 없는 소로라 할지라도 그들의 눈을 피할 거라고는 장담하기 힘들었다.

소소는 자그마한 눈동자를 굴리며 걷다, 문득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꽤나 깊어 보이는 산이 보였다.

대로든 소로든 어차피 진가의 눈 안이라고 한다면, 현재 소소에게 가능한 방법은 얼마 없다. 바로 험준한 산길을 타고 이동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했다.

자그마한 다리로 진소소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험난한 길 때문에 몇 번을 넘어지고 다치기를 반복하였지만, 크나큰 상처가 나지 않은 것은 신유강이 뒤에서 그녀를 계속해서 보호해 주고 있었던 덕분이다.

“하아, 하아……. 여기만 넘으면…….”

산길을 타는 법을 모르기는 하지만, 이 넓은 산을 넘으면 틀림없이 하북을 벗어나게 되리라. 그것이 설령 산서이든 어디든 간에, 하북만 아니면 조금이나마 안심을 할 수 있다.

나이가 어리니 낯선 땅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 그렇지만 진가 안에서 몸을 사려야 했던 시절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하리라.

넘어지고 구르는 통에 몸 곳곳에 상처가 생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표정은 어딘가 즐거워 보인다.

신유강은 그것을 가만히 관찰하여 뒤따랐다.

진소소가 산을 타기 시작할 때부터 기묘한 기운이 주위를 뒤덮고 있다. 어느새 안개가 끼기 시작하여, 자칫 진소소의 위치를 놓칠 우려도 생겼다.

신유강은 아미를 찌푸렸다.

‘이건…….’

안개는 틀림없이 기연고서점을 둘러싸고 있던 그것과 같았다. 가능성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어린 진소소는 바로 이 시간대에 기연고서점을 만난 것이다.

어느새 진소소의 모습이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순간, 희미하지만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기척에 둔감한 신유강이긴 하지만, 그런 그조차 확연하게 느낄 만한 강한 기세를 지닌 자였다.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신유강은 잽싸게 눈을 부릅뜨며 몸을 움직였다.

그 순간, 부웅! 하는 거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매섭게 울렸다.

누군가 공격을 한 것이다.

“누구지?”

가늘게 눈을 뜨며 주위를 살펴보지만,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다만 누군가 있다는 존재감만은 명확했다.

“이거 재미있는 녀석이로군. 남의 땅에 함부로 들어와 놓고 누구냐 묻다니.”

“남의 땅? 이곳이 당신의 땅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인연자가 아니면 이 안개조차 볼 수 없을 것이 분명한데 그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하다니……. 네놈은 대체 뭐하는 놈이냐?”

신유강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상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석무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조금 전의 그 한 수는 선선운현무가 아니었다.

더욱이 오싹오싹하게 전해지는 이 기세는, 사마강의 힘조차 능가하는 인물로 보였다.

신유강은 마른침을 삼키며 눈살을 찌푸렸다.

“지나가다 길을 잃었을 뿐인데, 다짜고짜 공격을 하다니 상당히 예의가 없는 분이로군.”

“하하, 어린 꼬마 아가씨 뒤를 졸졸 쫓아온 것을 내 모를 줄 알았더냐?”

“……오해요.”

“오해가 아니다. 네놈은 분명히 그 아이를 쫓아왔어. 인연자이기에 안개로 보호하기까지 했는데, 네놈은 그 안개 속에 들어와 있다. 이게 어찌 된 것이지?”

“앞뒤가 이상하군. 내가 안개 속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을 안개가 감싼 것이 아니오?”

“하하하하!”

신유강의 타당한 말에 남자는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그러나 곧 그 웃음이 끊어졌다. 다음으로 들려오는 것은 차가운 비수처럼, 신유강의 가슴을 송곳처럼 찌르는 한마디였다.

“이 안개는 인연자를 보호하는 안개. 볼 수 있는 자는 오로지 인연자뿐이며, 인연이 아닌 자는 볼 수조차 없다. 이해가 되었느냐?”

“그럼 나도 인연자인가 보오.”

“농담도 잘하는군.”

사악-!

남자가 우습지도 않는 소리를 한다며 슬쩍 손을 휘저었다. 그 순간, 사방에 끼었던 안개들이 어느샌가 사라졌고, 신유강의 앞에는 한 장년의 남자가 우뚝 서 있었다.

기나긴 백발, 그러나 머리카락과는 다르게 얼굴은 준수하기 짝이 없다. 듬직한 덩치와 부드럽게 보이는 눈매, 그리고 입가에 맺힌 그 미소는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신유강은 더욱 아미를 좁혔다.

예상대로 석무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누구인가?

“자, 다시 한 번 묻도록 하지. 자네는 누구이며 어찌 그 아이를 쫓고 있었는지, 그리고 내 고서점에는 무슨 용무인지 말이다.”

“내 고서점?”

“설마 모르고 들어왔다는 말은 아니겠지. 네놈은 기연고서점을 찾으러 온 것이 아니었나?”

“…….”

신유강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기연고서점을 찾았던 것은 맞다. 진소소가 그곳으로 들어가야만 미래의 자신과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 남자는 누구인가.

내 고서점이라는 말을 할 정도라면, 틀림없이 고서점의 주인이라는 소리인데, 그렇다면 석무자의 젊은 모습인가?

신유강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누구요?”

“내가 먼저 묻지 않았느냐. 네놈은 누구이며 이곳에 무슨 용무냐고 말이다.”

“난 소강이라 하오. 단순히 어린아이가 산으로 들어서기에 걱정이 되어 뒤를 따랐던 것뿐이오.”

그 말에 남자는 아미를 찌푸렸다.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 태연하게 말을 하고 있으나, 거짓말이라는 것은 떨리는 눈빛이 말해 주고 있다.

“거짓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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