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신공-151화 (151/200)

# 151

第一章 삼삼오오(三三五五)

“소문이 퍼진 지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어마어마하군.”

객잔에서 장원으로 돌아가고 있던 신유강은, 평소보다 더 많은 무인들이 몰리는 것을 보며 휘둥그레 눈을 떴다.

이미 사천악산에 천마비급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 퍼졌으니만큼,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하나둘 악산을 향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작 신유강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천마비급이라면 천 년 전 마교를 세운 천마대제가 죽기 전에 만들어 놓았다는 거잖아. 마교 쪽에서 은밀히 회수하고 있는 탓에 남아 있는 비급은 몇 개 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게 설마 악산에 있을 줄이야.”

당소혜의 말에 신유강은 주위를 둘러봤다.

마교 측에선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회수해야 할 테니 사천 인근에 있는 분타는 물론, 신강에서도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무림맹 측 입장이다.

그런 중요한 물건이면 조용히 찾아오면 될 것이지, 어찌하여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떠벌렸단 말인가.

덕분에 대부분 사람들이 눈을 붉히며 악산으로 향하는 중이다.

“당가에서도 나가나?”

“응? 그러겠지. 비급이 비급이다 보니 구파는 물론이고, 팔대세가까지 비상이 걸렸으니까.”

“흐음…… 먼저 가서 찾으려 하는 놈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먼저 비급을 손에 넣어 봤자 지키지 못하면 소용이 없지. 마교는 물론이고 사도련, 무림맹까지 나서는 일이니까.”

당소혜가 어깨를 으쓱였다.

무림인이라면 응당 눈이 뒤집힐 만한 비급이긴 하나 당소혜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듯, 시큰둥한 표정이 역력했다.

신유강은 그것이 상당히 뜻밖이라는 투로 입을 열었다.

“관심은 없고?”

“응? 있어도 소용없잖아. 내가 그걸 찾아서 익혀 봐야 당가는 정파의 적이 될 게 분명하고, 지금보다 강해지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단박에 칠제의 자리를 꿰차고 올라갈 정도는 아닐 테니까.”

당소혜의 말은 지극히 타당했다.

아무리 대단한 무공이라 해도 짧은 시간 안에 그것을 극성으로 익힌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누가 되었든 비급을 찾아 익히는 이가 있다 하더라도 결국 오래 살기는 힘들 것이 자명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신유강은 그저 웃었다.

사마강과의 약속도 있으니 천마도해에 가장 민감해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신유강.

그러나 그는 마치 조금의 관심조차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너는 관심 없어?”

“글쎄…….”

“하긴 너는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강하니까.”

당소혜는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두 볼을 가득 부풀렸다.

한 살이나 어린 신유강은 이미 강호백대고수 반열에 올라 십 년 안에 천하를 오시할 인물로 성장할 것이다.

수많은 무림인들이 벌써부터 신유강과 관계를 쌓으려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반면 당소혜는 그저 그런 무인이다.

날고 기어도 그녀가 올라갈 수 있는 한계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찌어찌 일류 수준에 오르기는 하였으나 아마 절정에 발을 들이지는 못할 것이다.

당소혜는 다른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워서 다른 것을 익히고 싶지 않다. 설령 내게 도움이 된다 해도 말이지.”

“응?”

당소혜가 기이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천마비급이라면 단순한 도움 정도라 말할 수 없을 만큼 가치가 어마어마하기에, 무인이라면 누구든 탐을 내는 물건이다.

신유강이 그 비급에 대한 가치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 당소혜는 그것을 일깨워 주기 위해 입을 열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마치 그녀의 입을 막으려는 것처럼 신유강의 커다란 손이 당소혜의 머리 위로 올려졌다.

“뭐, 뭐야.”

“천마도해이니 비급이니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마라. 가지고 있어 봐야 도움도 되지 않은 것이니. 그리고 그런 것이 없더라도 너는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에 오를 수 있을 거다.”

“으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신유강은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소혜는 그가 알고 있는 다른 이들보다 낮은 역량을 지니고 있는 무인이다. 일류에 가까스로 발을 들인 것만 봐도 무인으로서의 자질이 얼마나 뒤떨어지는지 확연하게 알게 해 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한계를 정할 수는 없다.

신유강은 지난 십여 년 동안 많은 것을 깨달았다.

어린 나이로 무수히 많은 회귀를 했을 때보다, 고작 요 십 년이라는 세월 속에 배운 것이 더욱 많았다.

주위에 진소소는 물론 청랑과 도우겸, 진자명을 비롯하여 역량이 뛰어난 자들이 많지만, 신유강 역시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것이 과연 신유강의 역량이 그들을 뛰어넘기 때문이었을까?

아니, 그러한 것이 결코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만약 회귀신공이라는 것이 아니었다면, 신유강은 필시 점소이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터다.

때문에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회귀신공을 손에 쥐고, 그 무한의 회귀를 푸는 순간 힘에 미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스리지 못하는 힘은 독이나 다름이 없다. 네놈이 정말로 그것을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묻는 남자의 말에 신유강은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다. 때문에 다른 이들보다 더욱 노력을 하며 회귀신공에 파고들었고, 지금 이 수준만큼 올라온 것이다.

“그래, 더 높이 날 수도 있지.”

피식 웃음을 지은 신유강이 가만히 한 걸음을 내걸었다.

* * *

백리지연은 잘근잘근 입술을 씹으며 자리에 앉아 있다.

기분이 언짢은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기는 하나 누구도 그녀에게 눈치를 주지 않는 것은,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무림맹주인 무현과 부맹주인 청허마저도 좋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던 탓이다.

칠제 중 셋의 표정이 굳어져 있었던 탓에 장내는 쥐죽은 듯 조용했고, 하나같이 안색을 굳힌 채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이미 백리지연이 맹으로 들어온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맹주인 무현이 이 분위기를 이끌고 가야 함이 옳으나, 그 역시 워낙 당혹스런 일이 터져 제대로 생각을 하고 있지 못한 탓이다.

결국 참다못한 백리지연이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천마도해의 소문이 온 사방에 다 흘러 들어갔어요. 무림맹 인사들께선 입 밖으로 내야 할 말과 내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하는 건가요?”

고작해야 몇 시진 전의 일이 분명하나,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흘러나온 한 마디의 파장은 크다는 말로는 표현을 다 하지 못할 정도다.

하오문이 정보를 날랐고 중소문파, 혹은 중소세가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사천에 둥지를 틀고 있던 마교의 분타는 물론 사도련까지 움직이고 있으니, 지금 사천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왜 입을 다물고 있는 건가요?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 그런 건가요? 맹주님께서도 뭐라 한 말씀 해 보시지요.”

콧방귀를 뀌는 백리지연의 말에 무현은 안색을 굳혔다. 이 모든 일의 책임이 마치 그 혼자만의 잘못인 것처럼 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무관 내에 있는 대부분의 무림맹 인사들이 천마도해에 대한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자각하고 있다 믿었다.

한데 객잔에서 그런 소리를 낼 줄이야.

“실수였다네.”

“실수? 그게 실수라는 말로 끝날 일인가요? 중소문파와 세가, 낭인들은 물론 사도련과 마교까지 악산을 향해 몰려들고 있어요. 만약 맹주님께서 일거에 사마외도를 쓸어버리려 계획을 하신 거라면 아주 끝내주는 계획이라 말해 주고 싶네요.”

백리지연의 독설에 무현과 청허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서슴없이 객잔에서 입을 열었던 심부름꾼을 엄하게 처벌하고, 무림맹의 직위와 함께 단전을 폐하여 쫓아내긴 했으나 그것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다.

그만큼 엄청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사천은 무관 때문에 사마외도들에게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데다 견제마저 심한 곳인데 이런 일까지 터지다니! 자칫하다간 정사, 정마대전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란 걸 몰랐다는 게 말이나 된답니까!?”

백리지연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리를 쳤다.

까랑까랑한 음성이 장내에 울려 퍼지자 무현과 청허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인상을 쓰며 신음을 삼켰다. 저도 모르게 내력을 끌어 올려 소리를 쳤으니, 그것을 정면으로 받을 수 있는 이가 이곳에 몇이나 될 것인가.

사람들은 모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살벌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에 기부터 죽은 것이다.

“어찌 책임을 질 것인지 묻고 있지 않습니까!”

파캉파캉!

거센 기파에 주변에 있는 물건들이 사정없이 깨어져 나갔다.

그만큼 백리지연의 분노가 절정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일.

동시에 나이가 어리다고는 하나 검후라 불리는 칠제의 일인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의 머릿속에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모습이다.

“진정해라, 그런다고 이미 벌어진 일이 수습될 리도 없지 않으냐.”

“부맹주님!”

“허허, 맹주도 그렇게 굳어 있지 마시게. 자네는 그저 검후를 부르라는 명령을 했을 뿐이네. 또한 발설한 이를 처벌하였으니, 더 이상 이 일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말도록 하세.”

청허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역시 사태가 심각하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실수로 벌어진 일을 가지고 질질 끌 시간도 없다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악산에 묻혀 있다는 천마비급을 회수해야 했다.

“지금은 당장 천마비급을 회수하는 것만 생각하세.”

“어찌하실 작정입니까?”

“이미 하북으로 떠난 진 가주를 다시 불러 들였네. 뿐만 아니라 팔대세가 가주와 구파의 모든 전력이 사천으로 들어올 것일세.”

“지금 그 말씀은……?”

사천 개방 분타주인 호걸개가 신음을 삼키며 물었다.

지금 청허의 말을 곧이곧대로 해석하자면 정파의 모든 전력을 사천으로 끌어모은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어떠한 사태가 벌어져도 그것에 대응하려는 행동이고 정사, 혹은 정마대전조차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사도련은 그렇다 치지만 마교와 천무황성이 문제입니다.”

제갈백헌 또한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라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천마비급을 손에 넣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천 년 전, 최고의 무재라 불리는 천마의 비급이니만큼 온갖 무공에 대한 정수와 심득이 들어 있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때문에 무인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에 넣어야 할 보물 중의 보물인 것이다.

“천무황성은 관심이 없는 듯하더군.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하네. 하나 마교는…….”

“반드시 올 겁니다. 천마대제의 비급은 그들의 물건이니…….”

백리지연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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