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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152화 (152/200)

# 152

천 년 전 물건에 주인이 누가 있겠냐마는, 마교의 창시자라면 응당 마교에서 그 소유권을 주장할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마교는 지금까지 은밀히 천마도해의 소재를 파악하여 그것을 회수하고 있었으니, 이번에도 눈에 불을 켤 것은 분명하다.

“그렇겠지…….”

무현이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백헌이 한숨을 쉬었다.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것이 한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잊지 않으셨겠지요? 천마대제의 비급이 등장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제갈백헌은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비급을 얻기 위해 정마가 싸운 것은 총 세 번.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하기 짝이 없다.

승패를 가리고자 싸운 것이 아니니 누가 이기고 진 것을 따질 수 없으나, 정도무림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비급을 회수한 적이 없다.

무수한 피만 흘리고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정도무림에서 졌다 말하지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결국 마교의 승리로 끝난 것은 확실했다.

“과거의 오명을 씻을 좋은 기회로군.”

그러나 무현은 과거와 다르다 생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과거의 오명을 씻을 기회를 얻었으니, 이보다 더 멋진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무림맹주 직위에 올라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후우…… 다른 이들의 도착은 언제인가요?”

백리지연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무림맹주인 무현은 이미 결정을 한 듯한 모습이 역력하다.

정도무림의 황제라 할 수 있는 맹주의 결정을 물릴 수는 없었으니, 결국 나서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피해로 비급을 회수해야 할 것이다.

“진 가주는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곧 돌아올 것일세. 다만 다른 이들은 못해도 보름 이상 걸리게 되겠지. 저들도 전력을 보충해야 하니 당분간은 큰 싸움이 없을 것이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잔뜩 굳어 있었던 무현은 어느새 표정을 풀며 웃음을 지었다.

무림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것이란 생각 때문인가, 아니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인가.

백리지연은 전자라 판단하며 인상을 썼다.

“……천지신명께 빌도록 하세요. 제발 부탁이니 천마존이 이 사천 땅에 오지 않도록 말이죠.”

“억…….”

“끄응…….”

곳곳에서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정도무림을 오시하는 칠제가 세 명.

뿐만 아니라 백대고수는 물론, 십대고수 안에 들어갈 만한 실력자들이 두루 몰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마존 하나에 겁을 집어먹고 있는 것이다.

역사상 최강의 무인이라 불리는 이가 바로 천마존이며, 칠제 일곱이 몰려들어 합공(合攻)을 펼친다 해도 당해 내지 못한다는 말이 들려올 정도다.

자연스레 이번 일은, 그 천마존이 사천에 발을 디디지 않아야만 가능하다.

“허, 천마존이 무에 대수라고 그리들 겁부터 집어먹는가?”

무현은 지금 이 사태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불쾌함이 역력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현존하는 칠제들 중 실제로 천마존을 만나 본 이들은 없다. 하여 그의 힘이 많이 과장되었다 여기는 이들도 없지 않아 있다.

사실 천마존을 직접 만나 싸워 본 이들은 전대 고수들이나 전대 칠제 정도지, 당금 칠제들은 천마존이 어찌 생겼는지조차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곳에 있는 대부분 사람들은 천마존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지 못한다. 단순히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만 듣고도 저절로 몸이 위축되는 것이다.

무현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천마존의 무서움이란 것은 전대들의 입에서 전해 내려온 것에 불과하네. 설령 그 말들이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자네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네.”

무현은 수많은 좌중들을 둘러봤다.

과연 정도무림 정점에 오른 인물답게 단순한 눈빛만으로 모든 이들을 압도한다.

그 때문인가, 무림맹 고위 인사들 대부분이 무현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현존하는 칠제 모두가 전대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말일세.”

무현의 한마디에 천마존이라는 명성에 기가 죽어 있던 이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탄성을 내질렀다.

그의 말마따나 현존하는 칠제들은 모두 뛰어나기 짝이 없는 인물들이다.

정도무림 역사상 이만큼 강한 이들도 또 없을 것이다.

“조금 안심이 되는가?”

부맹주인 청허마저 거들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자, 탄성을 내지르던 이들이 이내 눈빛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마존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으나, 지금 정도무림을 다스리는 일곱 무인들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확신이 가슴속에 새겨졌다.

무현과 청허의 표정은 결코 위로 삼아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시켜 주고 있었기에, 더욱더 정도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

그 모든 상황을 두 눈으로 보고 있던 백리지연은 인상을 찌푸렸으나, 괜히 분위기를 흐리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물고 있었다.

‘과거보다 강한 칠제라고?’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전대 칠대 모두가 한꺼번에 덤벼도 이기지 못했다.

이 말 뜻을 제대로 알고 있기는 한단 말인가?

전해 내려오는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천마존 사마강의 힘은 그야말로 무신(武神)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백리지연은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렸다.

갑작스러운 일이 워낙 많이 터진 탓에 이제는 아예 얼이 빠질 지경이다.

‘그러고 보니 뭔가 잊은 것 같은데?’

때문에 신유강에 대한 일은 머릿속 저 멀리로 날아가 있었다.

* * *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사천거리는 시끄럽기 짝이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많은 무인들이 들어서고 있으니, 머지않아 이 사천 성도 전체가 오로지 무인들만 사는 세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신유강은 미간을 들썩이며 앉아 있었다.

그 앞에서는 사마강이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이미 세 잔을 넘게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도통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신유강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자신의 시간이 방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신경을 쓰는 기색이 아니다.

아마도 과거의 신유강이었다면 틀림없이 한소리를 했을 것이 분명한 상황임에도 말이다.

그때 차를 마시던 사마강이 조심스레 찻잔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확실히 달라졌구나.”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정확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진소소나 청랑이 느꼈던 것만큼, 사마강 또한 확연하게 와 닿는 것이 있었다.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주먹을 쥐게 만드는 이 감각은, 틀림없이 지금 천마존 사마강이 서 있는 그 자리로 다가서고 있다는 것이다.

“잠깐 밖에 나간 사이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었는가?”

“재미있는 일이라는 게 있습니까? 단순히 자그마한 깨달음을 얻은 것뿐입니다.”

신유강이 자신이 겪은 일을 곧이곧대로 말해 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더욱이 상대가 천마존이며, 언젠가 반드시 붙어야 할 숙적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후오오!

둘 사이의 기류가 미묘하다.

언제나 느긋해 보이던 사마강은 물론, 처음부터 그를 경계하고 있었던 신유강 또한 투기를 내뿜고 있는 모습.

당금 천하에 있어 사마강과 대적할 수 있는 적수라곤 신유강 하나뿐.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 때문인지 두 사람은 정면으로 서로를 마주 보며 한 치도 밀리지 않는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듯했다.

둘 사이에 말이 오가지 않으니 방 안은 고요한 정적이 가득하다.

그러나 피어오르는 기세 때문인지 곳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앉아 있는 탁자는 당장이라도 부서져 나갈 듯 아슬아슬하다.

그 터질 듯한 기세를 먼저 가다듬은 것은 사마강이다.

딱히 신유강에게 밀린 것은 아니지만, 이 상황을 조금 만 더 끌게 된다면, 예기치 못한 순간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마강은 다시금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래. 어찌 되었든 성장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 다행이로구나. 그보다 천마비급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던데, 찾으러 가지 않는 것이냐?”

둘 사이에는 이미 한 가지 약속이 오갔다.

흑영과 흑호의 목숨을 살려 주는 대신 천마도해를 찾아 그것을 파기한다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동시에 지키기 힘든 어려운 약속이다.

만약 사마강이 하북행을 결정 짓기 전 천마도해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율초언을 하북으로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하북보다 천마도해가 있는 쪽에 더 많은 무인들이 몰릴 것은 자명하여, 신유강은 자칫 정사마 모두를 상대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마강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고작 그런 비급 하나에 신경을 쓰실 분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사마강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봤다.

뭐라 말해야 좋을까?

전혀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다.

“하나, 이미 약조를 하지 않는가?”

신유강은 사마강의 생각을 읽기 위해 집중한다.

그러나 부드럽기 그지없는 목소리와 표정을 보고 있자면, 그 어떤 흉계조차 꾸미지 않은 양민(良民)의 모습이다.

그러나 신유강은 안다.

눈앞에 있는 이는 사마강이다.

한 치 속조차 짚어 낼 수 없는 늙은이이긴 하지만, 틀림없이 좋지 않은 일을 벌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그 표적은 정도무림, 혹은 사도련 따위가 아닌 신유강 본인일 것이다.

“확실히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긴 하지요.”

사마강은 미간을 꿈틀렸다.

고작해야 몇 시진 동안 사라진 후 다시 돌아온 신유강은, 마치 노련한 강호인처럼 사마강의 앞에서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고 있지 않았다.

더욱이 약속을 운운하며 웃고 있는 신유강의 표정은 그조차 읽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속내를 감추고 있었다.

그것이 나름 재미있는지 사마강은 껄껄 웃었다.

도대체 얼마 만에 느껴 보는 호승심인가.

호연지기(浩然之氣)가 몸속에서 미쳐 날뛴다.

신유강이란 존재는 사마강의 가슴을 분탕질시킬 만한 성장을 이루어 낸 것이다.

“그 비급은 확실히 파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하겠네.”

자리에서 일어선 사마강은 다시 한 번 신유강의 얼굴을 쳐다보곤 방을 빠져나갔다.

여전히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그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기 짝이 없을 정도다.

반면 방 안에 홀로 남겨진 신유강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천하제일인, 아니, 고금제일이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마강을 눈앞에 두고도 전혀 기가 죽지 않는다.

과거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가슴이 심히 요동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아마도 십 년이란 세월 동안 기이한 남자에게 끌려다닌 덕분에,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수준에 올라온 것 같았다.

‘그것이 아니라면 담이 커진 것이겠지.’

“후우.”

신유강은 숨을 내뱉었다.

동시에 천천히 눈을 뜨니, 황금빛 광망이 서리며 매섭게 빛을 냈다. 회귀신공의 주인이라는 것을 명백히 증명하는 모습이다.

“율초언이 없다.”

장원의 모든 기척을 뒤지고 찾아보아도 율초언을 비롯한 수하들의 낌새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평소 신유강이라면 본래 기척을 느끼는 게 약하니만큼 신경을 쓰지 않았을 터.

하지만 지금의 그는 사마강의 기척조차 읽을 만큼 대단한 성장을 이루었다.

신유강은 머리를 벅벅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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