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신공-154화 (154/200)

# 154

“허허, 그리 놀라지 말게. 사천이라 해도 무관 근처였으니 말일세.”

“그게 우연이라?”

“물론 아닐수도 있네. 하나 다각도로 조사를 해 본 결과, 최소한 십 년 전, 혹은 이십 년 전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네.”

“그 정보는 믿을 수 있는 것이오?”

진명의 물음에 청허는 물론 백리지연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세가의 전대 가주에게도 확인을 받았다. 천마도해가 묻힌 시기는 틀림없이 최소 십 년 이상은 되었을 터였다.

“이게 함정이었다면 저들의 선견지명에 찬사를 보내야 할 정도라네.”

사천에 무관이 생긴다는 것을 십 년 전에 어찌 알고 그것을 미리 묻어 놓을 수 있을까? 어느 누가 발견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말이다.

때문에 그 어떤 함정도 도사리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고 무인들을 움직인 것이다.

물론 예상치 못하게 정보가 흘러 나가기는 하였으나, 어찌 되었든 지금 이 상황이 함정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진명도 제갈세가의 전대 가주가 보증했다는 말에 어느 정도 안도를 하는 눈치였다.

“허면 이제 어찌할 작정이시오?”

“어찌할 것이 뭐 있는가? 이대로 비동을 찾아내 단숨에 비급을 취해야지.”

“우자혁이 있소이다. 마중천 또한 말이오.”

사도련 또한 이 악산에 머물고 있지만 애초에 그들은 세력 자체가 약하다.

사파라고 해 봐야 약체에 지나지 않으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우자혁과 마중천이다.

“다행히 천마존은 이곳에 없다네.”

“더 골치 아픈 놈이 하나 있다고 들었소.”

“흡혈광마 말인가?”

진명이 고개를 끄덕이자 무현은 혀를 끌끌 찼다. 흡혈광마가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의 상대가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하급 무사들의 내공이나 빨아먹으며 고수들의 눈치를 살펴 도망치기 바쁠 것이다.

“오히려 잘 되었지. 정도무림의 공적이 제 발로 기어 들어왔는데…….”

“나이는 고작해야 열 살에 지나지 않은 어린아이가 이제는 십대 중반 정도로 보인다는 말을 들었소.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아시오?”

“상당히 많은 내공을 흡수한 것이지. 그러나 자네나 우리의 상대가 되지 못하네.”

상대를 얕보는 말에 백리지연과 진명은 혀를 찼다.

소림이라는 허울에 갇혀 자신이 최고인 양 행세하는 것은 예전과 전혀 다르지 않았지만, 최소한 생각이라는 것은 조금이나마 하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마교의 정예로 보이는 이들이 당했소. .”

며칠 전 일이기는 하지만 무림맹 내부에서는 그것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자네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가?”

“……아무것도 아니오.”

“그럼 되었네. 그보다 고수들을 더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이참에 정도무림맹의 힘을 저들에게 보여 줘야 하니 말일세.”

칠제가 셋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밀리는 상황이니 빠르게 인원을 보충하여 비동이 있는 중심부까지 전진해야 함이 옳다.

“각 세가, 문파에서 정예들을 추리도록 하게.”

무현의 말에 주위 대부분의 이들이 눈썹을 찌푸렸다.

지금 이곳에서 죽은 이들 또한 각 문파와 팔대세가의 정예들이다.

한데 이를 보충하기 위해 또다시 보내라 한다면, 언제 발발할지 모르는 전쟁에 대비조차 하지 말라는 소리와도 같다.

쉽게 빈집을 털 수 있는 기회를 저들이 놓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불가하오.”

딱 잘라 말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진명이다.

마치 무림맹주의 자리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정면으로 무현을 바라보며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무엇 때문인가.”

“잊으셨소? 하북은 서쪽으로 사도련이 있고, 북쪽으로 빙궁이 있소. 그들이 언제 모여들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더 이상의 인원 차출은 하지 않을 것이란 소리요. 다른 분들 역시 같은 의견일 것이라 믿소만?”

슬그머니 시선을 돌려 제갈가후는 물론, 각 세가의 가주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당가의 당초운은 물론, 대부분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무현의 눈빛을 피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진명의 말을 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하기는 하나, 무현의 입장 또한 무시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명처럼 소림과 견줄 만큼 세력이 크지 않았다.

“우리 팽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맹주.”

그때 하북팽가의 가주 팽자웅이 당당하게 나섰다.

무현은 더욱 심기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진주언가의 가주, 언화평을 바라봤다.

“언가는 어떠한가?”

“……어, 언가는 사, 사천에 남은 인원이 조금 있습니다. 그들을 부르도록 하지요.”

“좋네, 다른 세가들 또한 여유가 있으면 인원을 보충해 주길 바라네. 이미 소림은 물론 각 문파에서 상당한 수의 지원군이 출발하였으니, 머지않아 도착할 것일세.”

그 말에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을 토해 내는 이들이 있었다.

팔대세가의 세력만이 이번 싸움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으니만큼, 구파의 인재들이 더 온다는 소리에 안도를 하는 듯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간에, 그들이 방패막이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그건 그렇고 사천에는 뛰어난 고수가 두 명이 더 있다지?”

무현의 시선이 당초운을 향해 돌아갔다.

권룡과 당가의 사이를 모르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권룡을 말함이십니까?”

“물론이네. 전대 칠제의 제자도 무관을 관두고 그곳에 있다고 하였으니, 응당 정파의 협의를 위해 한 팔 거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제가 나설 일은 아닌 듯합니다. 맹주님께서 직접 사람을 보내심이 옳을 것이라 판단이 됩니다.”

당초운은 이번 일에 신유강이 끼어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일이 어찌 되었든 간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에 변함이 없으니, 딸의 장래를 위해서도 신유강은 반드시 살아야 했다.

“흐음…… 그런가? 자네와 각별한 사이라 들었거늘…… 그럼 누가 가 보겠는가?”

무현은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기실 이러한 일은 총사인 제갈가후가 해결을 해야 함이 마땅하나, 그와 신유강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을 모르는 이가 없다.

때문에 가장 적합한 이를 뽑으려 한 것이다.

물론 그 시선은 진명에게 가 있었다.

“자네의 딸과 사이가 좋다지?”

“…….”

“제가 가도록 하죠.”

진명이 대답 없이 뚫어지게 무현을 바라보고 있던 그사이, 돌연 나선 것은 다름 아닌 백리지연이다.

칠제의 입장으로서, 까마득한 후배를 데리러 간다는 것부터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인지라 다들 놀란 표정이 역력하다.

표정에 변화가 없는 진명마저 미간을 꿈틀거릴 정도다.

“검후가 말인가?”

“확인하고 싶은 일도 있으니 제가 가는 것이 맞겠죠.”

“확인하고 싶은 일이라?”

“개인적인 일입니다.”

“흐음……. 좋네, 데려올 수만 있다면 말리지 않겠네.”

이미 한 차례 신유강에게 당한 것이 있는 무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처음 천마도해가 발견되고 난 뒤부터, 약 보름이란 시간이 지난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래라면 하북으로 출발했어야 할 신유강과 진소소였으나, 이번 일 때문인지 그 기일을 늦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더욱이 신유강은 천마존과 약속한 일이 있었기에, 이번 악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적극 뛰어들어야 함이 옳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신유강은 느긋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세요?”

신유강의 옆에 앉아 있는 진소소는 당최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때문인지 표정은 그리 좋지않았고, 말투는 부드러우나 가시가 돋힌 듯 날카롭기 짝이 없다.

신유강은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어.”

“그럼 아무렇지 않게 이 일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자고요?”

“하하, 그럴지도.”

“유강은 그 천마존과 약속을 했어요.”

“물론 잘 알고 있지.”

“그런데 왜?”

“소소도 알다시피 천마비급을 손에 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혼자 나서 봐야 신경 쓸 일이 늘어날 뿐이지.”

진소소 또한 그러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리가 없다. 다만 신유강의 능력이라면, 누구도 모르게 그것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기에 그저 더욱 의아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아무리 능력이 좋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자칫 내가 비급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라도 나게 된다면 전 중원을 적으로 돌려야 할 거다.”

신유강이 바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자기 것을 지킬 만한 힘이 없는 것은 아니나, 모든 이들을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그것을 해내고 싶지 않다. 더욱이 비급을 온전히 가져와야 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면 괜히 힘을 뺄 필요가 없다.

천마와의 약조는 비급의 파훼, 혹은 그에게 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지만…….”

“아무런 걱정하지 않았으면 해. 그 어떠한 사고도,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는 일도 없을 테니까.”

이미 어떠한 계획을 세워 놓은 듯 입을 여는 모습은 평소 그녀가 알고 있는 신유강과 거리가 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저 행동과 눈빛을 보고 있자니 마치 비급은 이미 신유강의 손에 있는 것만 같았기에 진소소는 더욱 의아함이 들었다.

진소소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이번 일 전부를 유강이 꾸민 일은 아니겠죠?”

“하하, 그럴 리가 없잖아.”

신유강은 웃음을 지으며 부정한다.

물론 악산에 천마비급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는 했지만, 지금 이 상황은 애초에 그가 벌인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파르르 눈동자가 떨리는 것은, 역시 천마비급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혹시 악산에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대강은.”

“그런데도 지금 이 상황은 유강이 꾸민 게 아니라고 하는 건가요?”

“소소, 내가 아니야.”

“거짓말 말아요. 유강이 하는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 정도는 구분이 되니까.”

단순히 마음을 꿰뚫을 필요조차 없이, 신유강은 태생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여유 있는 표정과 행동을 보이고 있어도, 진소소만큼이나 옆에 붙어 있던 이들이라면 단박에 눈치를 챈다는 소리다.

강하게 부정한다고는 하지만 신유강의 눈동자가 명백히 떨리고 있다.

그가 숨기는 것이 있다고 판단한 그녀는, 바로 그 점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숨기는 건 더 이상 없기로 약조했어요.”

“딱히 숨기는 것은 없지만, 이번 일은 정말로 내가 꾸민 것이 아니야.”

“그 말을 믿으라고 하는 건가요?”

믿을 수 없을 이유도 없다.

그러나 진소소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 불안감이 싹트고 있었다.

천마비동에 대한 일에 온통 난리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 상황.

자연스레 이 일의 중심에는 신유강이 있다고 생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소소의 눈빛은 매섭기 그지없다.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수록 변해 가고 있는 신유강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심 두려운 마음마저 들 정도였다.

지금 이 상황만 보더라도 이미 그녀가 알고 있는 신유강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모습은 같으나 전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는 낯선 느낌이 들고 있었기에, 진소소는 더욱 진저리가 난 표정이었다.

“나를 믿지 못하는 건가?”

신유강 또한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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