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신공-162화 (162/200)

# 162

죽이기 위해 휘두른 주먹임을 인지시키듯, 회귀신공의 힘이 한가득 머금어져 있어, 결코 견딜 수 있는 이가 없을 것이다.

콰콰쾅!

호야의 몸은 종잇조각처럼 날아가 땅에 부딪혔다. 이빨은 모조리 부서져 나갔으며, 턱조차 나갔는지 얼굴 형태가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살아 있는 것은, 흡혈광마의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네놈은 나를 찾아와 빌었어야 했다.”

“아…… 아아…….”

“네놈은 소소를 건들지 말았어야 했다.”

신유강의 주위로 회천공에 힘이 맹렬하기 몰려들기 시작했다. 기운과 기운들이 돌고 돌기 시작하며, 자연의 힘이 손안에 머물며 천지를 움직일 만한 강맹함이다.

땅이 울고 하늘이 울부짖었다.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며 신유강의 분노를 어김없이 전해 주는 듯하였기에, 그 모든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던 호야는 두려움에, 공포에, 죽음이라는 이름 앞에 몸서리를 쳤다.

“저승에 가서도 빌고 또 빌어라.”

콰쾅!

第五章 천마신공(天魔神功)?

진소소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인지할 수가 없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호야가 눈앞에 있었는데, 어느샌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은 간다.

‘유강…….’

신유강이 가지고 있는 회귀신공이라면 이러한 것 또한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또다시 그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인지하며 진소소는 미소를 머금었다.

긴장이 풀리자 벽력탄의 충격이 급속도로 몰아치는 것을 느꼈으나, 진소소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백리지연을 향해 다가섰다.

지금 이곳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바로 그녀이기 때문이다.

의술에 대한 조예가 깊지는 않다고는 하나 어느 정도 기초는 있다. 진소소는 작게 숨을 고르며 백리지연의 맥을 짚었다.

미약하기는 하지만 확실히 살아 있다.

“후우…… 정말 이게 무슨 꼴이람.”

죽어 가는 사람을 앞에 두고 할 말은 아니나 진소소는 웃음을 지었다. 석무자의 후예라 여기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능히 헤쳐 나갈 자신이 있었던 그녀지만 직접 겪어 본 무림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다.

진소소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짚은 맥문을 통해 미약하게나마 내공을 불어넣기 시작하자, 백리지연의 혈색이 조금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혈맥 곳곳이 막혀 있고, 내상마저 심각하다.

외상은 말할 필요도 없다.

벽력탄을 정면으로 얻어맞은 덕분에 등짝은 이미 근육이 훤히 드러나 있었으며,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뼈마저 보일 수준이다.

건드리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더욱이 저 상태로 비좁은 틈새를 빠져나왔다.

“운 좋은 줄 아세요……. 그리고 이거 줄 테니 우리 유강한테 더 이상 접근하지 말아주셨으면 하구요…… 들리지는 않을 테지만…….”

진소소는 자신이 말하고도 우스운 모양이다.

주섬주섬 품 안에서 자그마한 옥병을 꺼내 든다. 석무자에게 받았던 단약이었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영약 중 영약이다.

아마 세상에 드러난다면 천마비급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소소는 약을 먹이기 전, 제대로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한 백리지연을 조심스레 벽에 붙여 가부좌를 틀게 했다.

등에 나 있는 상처가 벌어질까 엄려하여, 입고 있던 치맛자락을 찢어 감싸 주었는데, 참으로 거침없는 행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윽고 조심스레 입을 벌려 선기단을 넣어 주었다.

영약 중 영약이라는 말이 과연 허언은 아닌 것인지, 백리지연의 입안으로 흘러 들어간 선기단은, 약간의 침과 섞이자 스르륵 녹아 내려 목구멍을 넘어갔다.

그리고 진소소가 진기를 이끌기 시작하자 흘러 들어간 선기단의 힘이 백리지연의 몸을 돌기 시작하며 그 힘을 발휘하였다.

죽어 가던 백리지연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다. 더욱이 이미 화경에 오른 백리지연이니만큼, 본래 가지고 있던 내공과 섞이며 순식간에 내상과 막힌 혈맥을 뚫어 나갔다.

한동안 진기를 이끌고 있었던 진소소는 굳이 이끌지 않아도 절로 흘러가는 그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을 떼었다.

“나도 참 착해서 문제라니까.”

진소소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선기단 한 알을 집어 삼켰다. 청량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 몰려들며 충격을 받았던 몸이 빠르게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일각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이 정도 치유력을 보이는 영약은, 천하를 아무리 뒤지고 뒤져 보아도 찾을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운기조식을 취한 진소소가 눈을 뜬 것은 약 반 시진 정도 시간이 흐른 뒤다.

어둡기 짝이 없는 그곳에서 시선을 돌려 백리지연을 바라봤다.

선기단을 먹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눈을 뜨지 않은 것은, 백리지연의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았었음을 보여 주는 일이다.

진소소는 조심스레 벽에 등을 기대며 숨을 골랐다. 아마도 이곳이 그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천마비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천마비동이라,

“그러고 보니 괜한 일로 싸웠잖아…….”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어째서 신유강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물론 당시 보여 주었던 신유강의 행동이 의심을 받을 만하기는 했지만, 결국 그를 믿지 못한 것은 소소 본인이기 때문이다.

어색하다.

거북하다.

신유강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의심하며 다그칠 정도라 여기지는 않는다. 때문에 그 당시에는 괜한 것에 시비를 건 것 같아 미안하기 짝이 없다.

물론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신유강의 그 태연한 행동이 눈에 거슬리기는 했다.

이름을 얻고, 세상사람들이 우러러보기 시작하면서 신유강은, 마치 자신이 뭐라도 되는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 하필이면 그때 터진 거다.

진소소는 저도 모르게 머리를 쥐어짰다.

“아아아, 어떻게…….”

화해하려 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왜?

의문이 들 수도 있었지만, 그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

하북진가와 팽가의 일이 겹쳤기 때문이다.

진가의 막사로 갔을 당시, 진소소는 신유강이 쫓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이러나저러나 찾아와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 여겼단 말이다.

그러나 결과는?

진소소는 힐끗 백리지연을 바라봤다.

“흥, 예쁜 건 알아가지고.”

신유강이 다른 여자와 무슨 짓을 하건 그녀는 결코 신경을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 예가 당소혜였으니만큼 또 다른 여자가 생긴다 한들 참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데 검후?

검후라니?

당소혜는 능력이나 미모 면에서, 심지어 배경조차 진소소에게 비할 바가 못된다.

하지만 검후는?

사람마다 쳐다보는 기준이 있으니만큼 진소소가 아름답다, 혹은 백리지연이 더 아름답다 말하는 사람이 있을 테지만, 수준으로 본다면 비슷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다.

배경은 하북진가보다 못하지만 팔대세가의 한 곳이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는 데다, 검후의 능력은 이미 전 무림에 인정하니 결국 진소소가 뒤지는 것이다.

거기에 열등감이 드는 건 당연하다.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늙었잖아?”

뾰로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팩 돌린다.

내공으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속은 이미 늙은 대로 늙어 버린 처녀다. 저 나이가 될때까지 혼례를 올리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으나, 이십 년 전 신유강과 만나 그에게 연정을 품고 아직까지도 그것을 간직하고 있다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하아.”

진소소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한숨을 내쉬는 버릇은 신유강이 유독 심한데, 요즘 들어 그를 닮아 가고 있다는 묘한 느낌이 들 정도다.

“풉,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니?”

돌연 들려오는 소리에 진소소는 화들짝 놀라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을 뜨지 않았던 백리지연이 어느새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혼잣말을 전부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진소소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누군가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진소소는 어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깨, 깨셨나요?”

“응, 깻지.”

“언제부터?”

“착해서 문제라니까?”

그 말인즉 이미 반 시진 전에 깨어 있었다는 말이다. 그럼 왜 정신을 잃은 척하고 있었단 말인가. 진소소는 어벙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깨, 깨셨으면 말을 하시지 그러셨어요.”

진소소의 말에 백리지연은 환한 웃음을 지었다.

“정신수양 중이었거든. 검후인 내가 벽력탄에 맞고 중상을 입었으니, 이런 창피한 일이 또 어디에 있겠어.”

싱글싱글 웃으며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한다.

천하의 칠제이니 검후이니 해도 기습적으로 얻어맞은 벽력탄이다.

아무리 대단한 내공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사마강 정도 되지 않는 이상 벽력탄을 정면에서 얻어맞고 무사할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거다.

하물며 진소소를 지키기 위해 몸을 날렸으니,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거다.

“…….”

“어렸을 적에도 귀여웠지만 지금은 더 귀여워졌네.”

백리지연은 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이십 년 전, 잠깐 보았던 사이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머릿속에 지워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린 나이의 사람을 멀리하려는 모습과, 하북진가에서 벌어졌던 그 충격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어린아이가 어린아이답지 않다 느꼈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진소소는 먹은 나이보다 더 어려 보이지 않은가.

귀여워도 너무 귀엽다.

“안심해. 네 낭군과 나는 그런 사이가 아니니까.”

“……물어보지 않았어요.”

“호호호, 그럼 이상한 사이였으면 좋았어?”

놀리는 말투에 진소소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 이상 뭐라 말을 해 봐야 통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네 낭군과 내 사이, 알고는 있니?”

“들었어요.”

진소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속사정을 모르고 있는 백리지연과는 다르게, 진소소는 이미 모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어찌 본다면 백리지연보다 더욱 자세히 알고 있다.

“헤에, 말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말했구나. 호호, 맞아 으음…… 네 낭군의 제자? 같은 거? 아무튼 그런 거야. 호호.”

“제자라…….”

진소소는 들려오는 미친 소리에 기가 찬 표정이다. 비록 회귀신공 덕분에 많은 세월을 살았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신유강은 고작해야 약관이 갓 넘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나이 차이가 배 이상 나는 여인이 제자라 말을 하니 우스운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물론 백리지연 딴에는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니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하지만 나도 놀랐어. 사부가 너를 데리고 나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함께 살고 있었을 줄이야…… 역시 어린애가 좋았던 거야.”

“잘못 알고 계시네요. 저와 유강이 만난 것은 칠 년, 아니, 이제 팔 년 전 일이 되네요.”

“그가 무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백리지연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무황이라면 이십 년 전 만났고 함께 사라졌다. 자연스레 지금까지 같이 있었던 것이라 판단하였는데, 진소소의 말을 들어 본다면 또 그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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