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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174화 (174/200)

# 174

다른 사마외도 세력들이 본다면, 능히 정도무림을 무너트릴 수 있는 호기라 할 수 있었지만, 다른 어느 곳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호시탐탐 무관을 노리며 남아 있던 천무황성 세력은 사마강에 의해 전멸당했으며, 악산에서 상당한 전력을 잃어버린 사도련은 두려움에 몸을 떨며 쥐 죽은 듯 엎드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군…….”

“분명 네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온 무림이 들썩일 거야! 그 천마존과 백 합을 겨룬 절대고수니까!”

당소혜는 들뜬 아이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천하에 적수가 없다고 하는 사마강과 백 합을 겨룬 고수. 물론 도주하기는 했으나 맹주조차 손을 쓸 수 없었던 그와 백합을 겨뤘다는 건, 현 무림에서 사마강과 손을 섞을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신유강뿐이 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신유강은 웃었다.

가당치도 않다는 듯, 그러나 표정만큼은 자신감이 넘친다.

“재미있는 소리군. 하지만 더 이상 무림 일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조용히 살아가고 싶을 뿐이지.”

씁쓸함이 묻어 있는 한 마디에 당소혜는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자신이 알고 있는 신유강이 아닌 것처럼 기이한 느낌마저 들었으나, 이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 * *

“결국 이렇게 되었구나.”

사마강은 씁쓸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야산에 홀로 서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누군가의 피로 보이는 것들이 가득하였고, 군데군데 살점마저 떨어져 있다.

가파른 절벽은 확실히 사람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굴러 내려간 흔적이 역력했다. 거센 물살 때문에 찾아내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 같았다.

그러나 사마강은 걱정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가 신유강을 죽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필시 어디에선가 살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기는 하나, 마음 한구석이 휑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차라리 내 손에 죽었으면 좋았을 것을 말이다.”

사마강은 지난번 무관에서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전심전력(全心全力)을 다하여 신유강을 죽일 생각으로 펼친 한 수다.

그 자리에서 죽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을 테지만, 신유강의 입장에서 본다면 오히려 그것이 나았을 것이다.

회귀신공이라는 거대한 힘을 잃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몸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더욱이 떨어져 나간 살점을 보아하니 얼굴을 심하게 망가트려 놓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어디를 간다 한들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할 터.

사천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가 신유강이라는 사실을 믿어 줄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미 같은 사람이 그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으니만큼, 다른 누가 듣는다 하더라도 개소리로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사마강은 혀를 찼다.

신유강이 쌓아 왔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찾았느냐?”

“죄송합니다 지존. 물살이 너무 거세어 쉬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사마강은 수하의 말에 가파른 절벽 쪽을 바라봤다. 확실히 생각했던 것보다 깊고 물살이 세다. 틀림없이 하류까지 흘러갔음은 보지 않아도 아는 일이다.

“살아 있기는 할 것이다.”

“…….”

수하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무인이 지금 이 자리를 살펴본 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상대는 천마존의 장력을 얻어맞았고, 그 몸으로 가파른 절벽을 굴러 떨어졌다. 설령 칠제라 불리는 이들이라 하더라도,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나와는 다른 생각인가 보구나.”

“죄송합니다, 지존.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녀석은 강한 운을 타고났지. 그리고 놈을 죽이는 것이 불가능했을 테니, 살 수 있는 기력 정도는 남겨 두었을 것이야.”

사마강이 무슨 말을 하는지 수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이곳에서 권룡을 찾으라는 지시를 받았으니만큼, 아마도 권룡이 다른 누군가에게 당했음을 알게 해 줄 뿐이다.

사마강은 길게 한숨을 토해 내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이냐.”

* * *

진소소는 요즘 들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무관에서 일이 벌어진 뒤 벌써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불안감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때문에 혼례식마저 연기했다.

핑계는 많다.

신유강과 천마존의 싸움에 휘말려 죽은 추란과 진자명 등 때문에 하북진가는 혼례를 치를 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무림 정세 또한 좋지 않았기에 시기가 좋지 않다.

때문에 신유강도 어느 정도 납득하는 눈치이긴 했으나, 무언가 불만족스러워하는 표정 또한 역력했다. 늦은 저녁 방을 찾아오는 것은 물론, 생전 하지도 않던 행동을 하려 한다.

강제로 입맞춤을 하려고도 했기에 그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간 알고 있던 신유강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아, 그 불안한 감정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의구심을 깊게 가질 수 없었던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신유강은 지금까지 수차례 변화해 왔다. 소심하기 짝이 없었던 과거부터, 수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사람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때문에 지금도 그러한 것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한다.

더욱이 사마강에게 죽을 뻔한 일을 겪었으니만큼, 신유강 딴에는 아직까지도 마음속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소소는 그것이 거북스럽다.

자신의 살결을 만지려 하는 그의 손은 물론, 눈빛과 말투, 모든 것이 거북스럽기 짝이 없다.

지금 신유강은 진소소를 아주 당연하다는 듯 만지려 하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마치 그의 인형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 정도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당소혜 또한 마찬가지인 듯싶다.

“뭔가 이상해요.”

신유강은 객잔의 일을 보기 위해 나갔고, 장원에는 진소소와 당소혜 둘뿐이다. 기이하게도 흑영과 흑호는 한 달 전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는 데다, 도우겸과 청랑은 무슨 일인지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뭐가 말이야?”

“유강 말이에요. 마치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 같아요. 요즘 하는 말투도 그렇고, 능글맞게 웃는 것도 그렇고.”

“호호, 설마…….”

“아니, 정말이라니까요. 물론 저를 대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기는 한데…… 그 뭐랄까, 느낌이랄까?”

당소혜는 지난 한 달 동안을 떠올리며 말했다.

기본적으로 그녀에게 대하는 행동이 변한 것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지만, 가끔씩 보이는 그의 눈빛과 말투는, 아직까지도 적응되지 않는다.

때문에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충격이 심해서 그럴 거야. 죽을 뻔했으니까…….”

“그거야…….”

물론 잘 알고 있다.

천마존과 싸운 것을 모르는 이가 없고, 새로운 무림맹주로 하북진가의 진명이 등극하기는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신유강을 우러러본다.

또한 많은 이들이 칠제 위에 신유강을 둔다.

천마존과 백 합이 넘는 승부를 벌였고, 죽지 않고 생환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죽을 뻔했다는 사실이 있었으니만큼, 아직까지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신유강은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켰고,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을지도 몰랐다.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인지하면서도, 기실 당소혜는 물론 진소소마저 강하게 신유강을 부정하고 있었다.

“권무존이라…….”

새로이 붙은 별호는 신유강의 현 위치를 말해 주는 듯하다.

칠제 위에 오른 것은 물론 권무존이라는 별호, 아마도 현 무림에서는 신유강의 말이 곧 법이 되는 일 또한 생길지 모른다.

“더 이상 무림 일에는 발을 담그지 않을 거라던데…….”

“그러네.”

“하북진가의 일은 어찌 되었어요?”

당소혜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신유강이 변하든 변하지 않든 간에, 현재 진소소와 신유강의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하북진가이기 때문이다.

혼례를 치르는 것으로 말이 오간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추란과 진자명의 죽음 때문에 그쪽도 상당히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으음…… 글쎄 어떨까?”

진소소는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

진명이 새로운 무림맹주로 올라서면서, 하북진가는 단박에 날갯짓을 하며 뛰어올랐다. 천하제일세가라는 이름을 굳건히 지킨 것은 물론이고, 구파일방이 장악하던 무림맹을 팔대세가의 손에 쥐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그와 함께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일이 많다.

기본적으로 좌호법이 죽은 것 때문에 하북진가가 시끄러운 데다, 추란과 소가주가 될 것이라 믿었던 진자명 또한 죽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원인이 신유강에게 있었으니, 진소소와 신유강의 혼인을 강하게 반대하는 이들 또한 없지 않아 있다.

하여 진소소는 거기에 대한 말을 하기 껄끄러운 듯하다.

하지만 그러한 것보다…….

‘지금 이 껄끄러운 마음을 어찌해야 좋을까.’

* * *

“객잔이 소란스럽군.”

객잔은 생각했던 것보다 소란스러웠다.

악재가 겹치고 겹친 탓에 동료와 가족을 잃은 이들이, 그 울분을 토하기 위해 매일 같이 연거푸 술을 마시기 시작하니, 시도 때도 없이 싸움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벌써 한 달이 넘도록 계속된 일이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사람들을 살폈다.

일 층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낭인들이 다른 중소문파 사람들과 시비가 붙었는지 시끄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가 기분이 좋지않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자 일순, 객잔 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곳은 당신들 싸우라고 만든 곳이 아니오. 피 튀길 일이 있다면 나가서 하시오.”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그를 향해 말대답을 하지 못한다. 사실상 정도무림이 아직까지도 존속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권무존이라 불리는 그가 건재하기 때문이었다.

아수라멸천장을 얻어맞고 어디 하나 성한 곳 없이 모습을 드러낸 그는, 현 천하의 제이인자로 발돋움을 했다.

아니, 나이를 생각한다면 추후 천마존을 이길 가능성도 농후하니, 그 어떤 무인이라 하더라도 신유강의 눈밖에 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죄, 죄송하게 되었소.”

그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중년인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것을 당연하듯 받아들이며 시선을 돌렸다.

객잔에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에서는 단골들 또한 상당수 보였지만 과거와 같이 시끌벅적 떠들지 못한다. 심지어 신유강의 친우인 장삼조차 쉬이 다가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는 지금 이 상황을 그리 나쁘게 보지 않는 듯하다.

다시금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눈을 감는다.

이 평온함을 즐기는 것처럼.

“좋군…….”

회천공을 익혔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신유강이란 존재를 존경 했던 인간들이 모조리 적으로 돌아섰다.

그를 잡아 그 비급을 토해 내게 하기 위해, 본디 적의가 있던 이들은 이 기회에 그를 도려내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가 가득한 중원 무림에서 그는 그렇게 살아왔다.

진소소를 손수 죽이고 오 년.

과거로 돌아와, 과거의 자신을 쳐다보며 비웃고, 안도하며 저 평온함을 손에 넣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끌고 기다린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완성되지 않은 회귀신공을 가지고 있던 신유강에게, 완벽하게 그것을 뽑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평온함을 손에 넣었다.

그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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