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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181화 (181/200)

# 181

천마존과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그와 깊은 관계가 있는 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주군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 가볍게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천무황성에 대한 그의 충성심은 결코 낮지 않다.

용천대주의 눈빛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여차하면 신유강과 생사투라도 벌일 듯한 느낌이다.

“나는 틀린 말은 하지 않소. 지금 내 꼴이 이러하여 믿지 못하겠지만, 우자혁 그자는 내 일초지적조차 되지 않았으니 말이오.”

“웃기는 소리!”

“사실대로 말을 하는 것뿐인데…… 믿지 못하겠다면 돌아가 확인해 보시오. 과거 누군가에게 일초에 당한 일이 없냐고 말이오.”

한껏 비웃음을 머금으며 말하는 신유강의 모습은 엄연히 그들을 도발하는 듯하다. 이에 청랑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흑영은 안색을 굳히며 사마강을 바라봤다.

지금 신유강은 백리지연을 구하려는 것이다.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사마강을 이용해 용천대를 모조리 도륙할 심산, 아마도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그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허허허, 네놈. 조금 전에 그 많은 시체를 보고도 또 보고 싶은 것이냐?”

“시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입니다. 그리고 화산 밑에 천무황성의 시체를 좀 깔아 놓으면 우리가 의심받을 일 또한 없지 않겠습니까.”

“흐음……. 확실히 그거야 그렇다만…….”

“그리고 저쪽에 있는 검후는 늙기야 했지만 칠제의 일인, 가진 돈도 많을 테니 하남으로 들어갈 때까지 잘 이용한다면 식비와 숙박비도 해결할 수 있지요.”

타당하지는 않으나 나름대로 이치에 맞는 핑계이기도 하다.

사마강은 아직까지 바들바들 몸을 떨고 있는 백리지연을 한 차례 바라보더니 이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네놈이 그리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이놈들은 어찌하면 좋겠느냐?”

용천대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천마존이 직접 손을 쓸 것이 확실시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신유강의 말이 들리는 순간, 그들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몸을 떨며 침을 삼켰다.

“화산을 습격한 것은 천무황성의 용천대, 그러나 그것을 발견한 검후가 그들을 도륙했다. 이 정도라면 무림맹도 납득할 테고, 그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겠지요.”

사마강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돌렸다.

천마신공을 사용할 생각조차 없는 것인지, 그가 슬쩍 손을 뻗는 것과 동시에 용천대주가 가지고 있던 검이 자연스럽게 사마강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용천대주는 그것을 바라보며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었다.

무인으로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는 없다.

그러나 인간이니만큼 자신보다 강한 힘을, 그리고 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인간을 마주함으로써 야기되는 공포는 설령 그 누구라 해도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두렵다.

우자혁을 마주하고 있을 때보다, 칠제라 불리는 검후에게 수많은 수하들이 죽임을 당했을 때보다, 두렵고 두려워서 심연의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그러나 용천대주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흩어져라! 이 일을 천무황성에……. 커어억!”

그의 외침은 덧없이 흩어졌다.

어느새 목에는 검이 꽂혀 있었고, 그것을 쥐고 있는 사마강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부드럽기 짝이 없었다.

“도망칠 수 있는 놈들은 어디 가 보아라. 오랜만에 술래잡기를 좀 해 보자꾸나.”

第三章 의선(醫仙)

천무황성의 성주인 우자혁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보고를 하는 이들을 차례대로 둘러보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눈매는 쳐다보는 것만으로 사람을 죽일 것 같은 기세를 확연하게 풍기고 있다.

때문인지 보고하는 이는 바닥에 머리를 틀어박고 몸을 떨어야 했으며, 벌써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열지 않는 우자혁 때문에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마저 깨닫고 있다.

“다시 한 번 말해 봐라. 뭐가 어찌 되었다고?”

고요한 침묵이 깨진 것은 바로 그때다.

지금까지 들었던 보고 중에서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우자혁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때문에 보고한 이가 말실수를 한 것이 틀림없다 여기고 있는 듯 재차 되묻는 모양새다. 그러나 들려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화…… 화산이 전멸을 당했으며, 용천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용천대가 화산을 공격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화산을 공격했다? 그놈들이?”

우자혁은 용천대주를 잘 안다.

자신이 내린 명령이라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완수하려는 성격이기 때문에, 결코 그 외의 일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목표는 백리지연이었고 화산파는 결코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 분명할 터.

그런데 양패구상(兩敗俱傷)이라? 아무리 생각을 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

“네놈이 나와 말장난을 하자는 것이냐?”

“아…… 아닙니다. 올라온 정보대로 빠짐없이 이야기를 했을 뿐입니다.”

“화산은 구파의 기둥 중 한 곳이라 불리는 곳이다. 한데 용천대와 부딪혀 양패구상…… 그것도 서로 전멸했다는 것을 나보고 믿으라는 소리더냐?”

쿵!

우자혁의 말에 남자는 다시 한 번 머리를 땅에 틀어박았다. 워낙 다급한 사안인지라 정작 중요한 이야기를 빼먹었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이다.

“죄…… 죄송합니다, 성주. 화, 화산은 용천대에 의해 전멸을 당했으며, 용천대는 검후의 손에…….”

쾅!

우자혁은 또다시 우습지도 않은 소리가 들려오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손을 내리쳤다. 그가 앉아 있던 의자가 산산이 부서져 나갔으며, 어느새 일어선 우자혁의 눈빛이 조금 전보다 더욱 살벌하게 빛을 뿌리고 있었다.

“검후! 검후가 용천대를 전멸시켰다고?!”

“그…… 그렇습니다.”

화산이 용천대의 손에 전멸을 당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거짓이다. 일개 대대가 손을 대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걸고넘어지지 않는 것은, 좋든 싫든 간에 이 정보는 천무황성의 힘을 보여 주었다는 것으로 정도 무림맹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거짓이어도 말이다.

다만 우자혁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백리지연이 용천대를 전멸시켰다는 부분이다.

용천대가 그녀를 쫓기 시작할 무렵부터 그들에 대한 소식은 계속해서 천무황성에 들어오고 있었다. 백리지연의 상세가 어떠한지는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아무리 검후라 불린다고 하지만, 칠 일 동안 밤낮 없이 싸워 내공이 고갈된 상태에서 용천대를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무림맹 측 움직임은 어떠하냐?”

“그들 또한 기묘한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화산에 대한 조사를 신중히 진행을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더욱이 전 맹주를 사마강의 손에 잃은 뒤로 정파 무림 전체의 기가 죽어 있으니만큼, 함부로 저희를 향해 검을 빼 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자혁은 검미를 찌푸렸다.

정천대전이 벌어지는 것을 마다할 그가 아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사천에서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선 칠제 중 몇 명이라도 빠르게 제거해야 함이 옳다고 판단하여 벌인 일이다.

헌데 도리어 당했다.

백리지연이 그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이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용천대를 잃은 것은 뼈아픈 실책이다.

“백리지연을 찾아라. 그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목적지가 어디인지! 내 직접 년에 목을 잡아 비틀어 버릴 것이니!”

“존명!”

* * *

백리지연은 자신이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검후라 불리며 수많은 이들에게 경외(敬畏)의 대상이라 함이 마땅한 그녀가, 바리바리 등짐을 지고, 힘겹게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녀의 주위로는 도우겸을 비롯한 청랑과 사마강의 모습이 보였다. 정파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천마존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우습기 짝이 없는 일임이 분명한데, 저들은 조금도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다.

다만 백리지연은 죽고 싶을 정도다.

허튼짓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인지 천마존은 그녀의 혈을 짚어 내공을 폐했다.

단순한 수법이긴 하지만, 과연 천하제일인이라 불리는 이가 펼쳐 낸 것이라 그런지 검후인 그녀조차 쉬이 풀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때문에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화산이 무너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당장 천마존을 향해 검을 뻗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임이 분명한데, 내공이 금제되어 힘조차 쓸 수 없는 검후는 순식간에 이 일행 중에서 가장 약한 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얼마 남지 않았군.”

앞서 가는 사마강을 바라보며 백리지연은 치를 떨었다.

하남으로 가는 길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화산을 무너트렸으니 다음은 무림맹인가, 아니면 이미 그 중심을 잃어 버린 소림인가.

정도 무림을 무너트리기 위한 행보라 여기고 있으니만큼, 그녀는 그를 향해 검을 뽑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다.

하나 기이한 것은 도우겸의 등에 업혀 있는 자다.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아 놓고 있어 누구인지 확인할 수는 없으나, 왠지 모를 친숙한 목소리라는 것은 틀림없다.

더욱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눈빛 또한 낯이 익다.

그 눈빛을 볼 때마다 무언가가 떠오를 것 같으면서도 쉬이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은, 사마강이라는 자의 존재 때문에, 다른 곳에 정신을 팔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이답지 않게 한숨을 토해 내며 신세한탄을 했다.

그때 앞서 걷고 있던 도우겸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헌데 그 가문이 우리를 환영한답니까?”

주가장이라고 한다면 무림맹 고위 인사들조차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힘이 대단한 곳이다.

그런 곳에서 정체불명에 일행들을 쉬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도우겸의 상식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남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주가장에 들어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것은 사마강 또한 마찬가지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네놈 말이 맞기는 하다. 그곳에 있어선 무림의 위명 따위 아무래도 좋을 테니 말이다.”

피식 웃음을 지은 사마강 또한 뾰족한 대책을 세울 수가 없었다. 마구잡이로 찾아가 정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한들 의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들은 무림의 이름 높은 누군가 따위 하등 신경 쓰지 않는다. 애초에 무림과 연관이 없었으며, 황실과의 끈 또한 든든하니 꿀릴 것이 없다.

무림맹, 혹은 구파일방이나 팔대세가, 사도련과 천무황성, 심지어 마교라 하더라도 황실을 상대로 검을 들이밀 만큼 멍청하지 않다.

“천하의 상권을 좌지우지한다는 이유로 그렇게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인물들입니까?”

신유강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상권을 좌지우지한다 하더라도 힘 앞에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하여 대운상단이 아무리 돈이 많다지만 신유강 앞에서는 고양이 앞 쥐새끼 아니었던가?

사마강이라는 거물이 있으니 별다를 것 없이 쉬이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신유강에게 있어 이는 참으로 기이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그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흑영이 신유강을 돌아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쉽게 생각을 해라. 무인에게 있어 무력이 전부일 테지만, 본디 사람이란 돈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주가장이 자금줄을 틀어막는다면 무림맹은 물론이며, 심지어 마교마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 정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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