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
객방 마당에는 사마강이 보였다.
무언가 전전긍긍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곧 신유강의 모습이 보이자 놀라움을 금치 못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얼굴이 말끔하게 고쳐졌을 것이란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단순한 환골탈태가 아니었는지, 물씬 풍겨오는 기세가 놀랍기 짝이 없다.
과연 의선이라 불릴 만한 인재다.
“허허, 아주 말끔하게 고쳐졌구나. 한 달간 고생이 많았다.”
“한 달이나 저 냄새나는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습니까?”
“느끼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지.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으니 말이다.”
사마강은 더없이 기분이 좋은 듯 웃었다.
어째서 의선이 마음을 바꿨는지 그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은 아마 신유강과 어떠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아마 그 인연 때문에 고쳐 주었으리라.
파고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사마강은 쉬이 움직이지 못했다.
이 장원에 있는 이가 누구인지 깨닫는 그 순간 이미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여 그들의 눈 밖에 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신유강이 회귀신공이라는 것을 익힌 것 또한 그가 관계되어 있을 터다. 그렇지 않고서야 얻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한 달 사이에 몰라보게 달라졌구나. 허허허, 미남이 따로 없어.”
“그 흉측한 몰골이 아닌 것만으로 감지덕지라 할 수 있는데 완벽하게 돌아온 것 같아 저 또한 기분이 좋습니다.”
“허허. 그래, 그래. 그럼 이제 어찌할 생각이냐?”
사천으로 돌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얼굴이 완벽하게 돌아왔음은 물론 어느 정도 힘을 되찾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상대는 사마강조차 어찌할 수 없는 고수이다.
자칫하다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진소소를 몰래 빼내 이대로 도망가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다. 애초에 회귀신공과 회천공을 익히고 있는 놈을 상대로 싸움을 건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지.”
사마강은 씁쓸한 표정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신유강이 그것들을 익히고 있었을 때에는 단순한 호승심이 있었고, 이기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사천에 있는 그가 보여 준 능력들은 가히 신이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다.
천마신공을 뿜어도 모든 것이 되돌아오는 것은 물론, 천지를 뒤집어 버리는 능력자를 무슨 수로 상대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일단 흑영들과 합류한 다음 생각하도록 하지요. 그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곧 돌아올 것이야. 헌데 말이다…….”
“예?”
“저 아이들에겐 어찌 설명할 생각이더냐?”
사마강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 끝에는 수련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벌을 받고 있는 것인지 당소혜와 백리지연이 입을 쩍 벌린 채 신유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당소혜의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시…… 신유강?”
第六章 욱일승천(旭日昇天)
세상에는 가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당소혜에게 있어 지금 이 상황이 딱 그러하다.
주가장을 벗어나 인근에 있는 작은 다루에 들어선 이들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백리지연의 입장에서 천마존 사마강과 함께 행동해 온 것이 바로 신유강이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고, 당소혜의 경우, 사천에 있어야 할 신유강이 이 하남 땅에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후룩!
다만 사마강만이 이 분위기와 전혀 상관이 없다는 듯 자연스럽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무림맹의 본거지나 다름없는 곳이니 다른 이들에게 걸릴 확률도 높을 것이 분명하나, 조금도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다.
“어떻게 된 거야?”
결국 참다못해 입을 연 것은 다름 아닌 당소혜다. 아무리 생각을 하고 또 해 봐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백리지연에게 듣기로 이미 그녀가 사천에 있을 무렵 사마강과 함께 하남으로 향했다고 했으니, 시기적으로 맞을 수가 없다.
“내가 사천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너는 분명히 그곳에 있었어. 그런데…….”
“그 일에 대해서는 굳이 입에 담지 마라.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데 네가 왜 여기에 있는거지?”
당소혜는 더욱 의아한 듯 아미를 좁혔다.
아무런 말을 해 주지 않으니 더더욱 궁금증이 일었다.
또한 지금 신유강의 말투를 들어 보자니 마치 사천에 일어난 일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 같지 않은가.
“기억하기 싫은 거니? 아니면 기억이 날아가 버린 거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당최 이해를 할 수가 없다만…….”
“장원과 객잔이 불타고, 네가 소소 언니에게 이상한 행동을 보였잖아.”
장원과 객잔이 불 탔다는 소리에 신유강은 표정을 굳혔다.
그러한 사실은 일체 알지 못했다. 그놈은 지금도 자신의 행세를 하며 태평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불탔다고……?”
“그래……. 완전히 타 버렸지. 그리고 네가 호연객잔에서 낭인들을 모조리 죽여 버린 덕분에 사천이 크게 뒤집어졌어.”
전혀 모르는 얼굴과 행동, 그리고 말투에 당소혜 또한 사천에 있는 이와 지금 이곳에 있는 신유강이 다른 인물일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이야말로 그녀가 알고 있는 신유강이란 사실을 확연하게 깨달았다. 겉으로야 모든 것이 같아 보이는 동일인물이었으나, 엄연히 두 사람은 성격이 달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천에 있는 그는 무언가 불안정해 보였다.
지금 이곳에 있는 그와는 다르게.
“소소는 어찌하고 있지?”
“……언니와 너는 황룡객잔에 숙소를 잡고 지내는 것으로 알아. 나도 제대로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그밖에는?”
“낭인들을 모조리 도륙한 일로 인해서 사천 분위기가 심상치 않지. 하나같이 너를 죽이겠다고 이를 갈고 있다고나 할까?”
낭인들이 아무리 모이고 모여 봐야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다.
그러나 민심이라는 것은 흔들리기 마련.
한 사람이 들고 일어났을 때와 여러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을 때, 다른 이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완벽히 다른 것이다.
그 예로 지금 사천에서 신유강의 입지는 좁아질 대로 좁아져 있었다.
낭인들을 죽인 이유가 그들이 불을 지른 범인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긴 했으나, 그 방법과 과정이 너무나도 잔혹했기 때문이다.
객잔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아무도 없다.
또한 당시 일에 손대지 않았던 낭인들 또한 친우니, 혹은 혈육이라는 이유로 신유강의 손에 죽어 나갔다. 대부분 자업자득이며, 모두 복수를 하겠다며 검을 뽑은 것이지만 결국 백여 명이 넘는 낭인들의 피를 손에 묻혔으니 응당 당연한 것이다.
“흐음…… 재미있군. 그런 짓을 할 놈으로는 보이지 않았거늘……. 마치 죽일 수 있으면 죽여 보라는 것 같지 않으냐?”
사마강은 당소혜의 말을 들으며 그리 생각했다.
평온한 삶을 원한다 말하던 것과는 달리, 사천에 있는 신유강은 마치 일부러 적을 만들고 다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낭인들만이 들고 일어났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무림맹의 힘이 안정된다면 틀림없이 팔대세가나 구파일방 또한 거들고 나설지 모른다.
신유강이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손으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인물.
더욱이 또 다른 천마존이 될 수 있는 인물이니만큼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은 순식간일 터다.
“……죽음이야말로 평온일지도 모르지요.”
신유강은 아마도 사마강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 여겼다.
평온을 바라는 그.
그러나 그 행동은 너무나도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죽여 달라고 외치는 듯한 느낌.
그러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기에 신유강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맺혔다. 사천에 있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확연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너는 할 수 있겠느냐?”
“……왜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과거, 즉, 현시점에 있는 신유강을 죽인다면 자연스레 과거가 사라지니 미래의 그 또한 죽어 없어질 것은 당연하다.
허나 그는 그리하지 않았다.
어렴풋이 짐작을 하고 있기는 하나, 속 편한 이야기다.
“놈은 너를 기다리고 있을 테지.”
“…….”
“그리고 너는 네 싸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테고.”
사마강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그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부터 일어나는 싸움은 신유강과 신유강의 싸움이다.
사천에 있는 그는 신유강을 죽이지는 않을 테지만, 만약 이기지 못한다면 두 번은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는 완벽하게 과거의 삶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테고, 지금의 신유강은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가두어져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몸이 되어 버릴 터.
“내가 네 여정을 따라갈 수는 없다만, 둘 중 누가 이기든 간에 마지막 승자는 내가 될 것임을 명심하거라.”
사마강은 호연지기가 들끓는 표정으로 신유강을 바라봤다.
천 년 전 과거는 그의 것이 아니니만큼 자신이 진 것이라 치지 않는다.
그러나 사천에서 겪은 그 싸움은 완벽한 그의 패배다. 때문에 더욱 자신을 갈고닦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신유강을 도와 준 것은 단순히 두 사람 중 우위를 가렸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이왕 붙을 거라면 더욱 강한 놈과 붙어야 재미있지 않겠는가.
“가시렵니까?”
“허허, 그렇지. 오랜만에…… 폐관이라는 것을 해 봐야겠군.”
“폐관동에서 등선하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마강은 껄껄 웃음을 지었다.
그의 내력으로 보자면 앞으로 몇 십 년은 거뜬할 것이 분명하나, 신유강은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걱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몹시 마음에 들었는지 피어난 미소가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작별에 시간이라는 듯, 슬쩍 등을 돌린 사마강은 뿌연 연기가 되어 어느새 보이지 않게 되었다.
“신선 흉내 내기는…….”
신유강은 그것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아마도 언젠가는 우위를 확실하게 정하는 날이 올 것이다. 어영부영하게 끝났던 사천에서의 싸움 같은 것이 아닌, 진심으로 서로의 주먹을 부딪치는 날이 말이다.
“어떻게 된 건지 나한테 말할 생각은 없지?”
당소혜는 사마강이 사라지자 조금 전보다 더욱 기가 살았는지 뾰족한 표정으로 신유강을 쏘아보며 물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 본다면 사천에 있는 신유강 또한 신유강이라는 말인데, 뭐가 뭔지 당최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 그런 이야기는 되었으니……. 그보다 어서 일어나도록 하지. 괜한 곳에서 주먹질을 해 봐야 득될 것은 없을 듯하니.”
또다시 신유강이 기이한 소리를 한다.
더욱이 그녀들의 의문을 풀어 줄 생각조차 없는 것인지, 자리에서 일어선 신유강은 터덜터덜 몸을 움직이며 사천을 향해 방향을 잡았다.
“사천으로 돌아가는 거지?”
“물론. 내가 갈 곳은 그곳뿐이 없으니 당연하지.”
“흐음…….”
당소혜는 신음을 흘렸으나 곧 활짝 미소를 지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신유강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그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매몰차고 차가운 성격의 사내가 다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 * *
우자혁과 천무황성에 일당들은 빠르게 몸을 움직이며 기척을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