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신공-191화 (191/200)

# 191

회귀신공과 비슷한 기운이라고는 하지만 과거와 같은 힘을 쓸 수는 없다.

애초에 현선자가 사용했던 내공이 아니니만큼 회천공을 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회귀신공 또한 마찬가지일 터.

신유강은 끄응 신음을 삼키며 손을 움직였다.

퍽퍽!

그의 손은 마치 안개를 머금은 것처럼 기이하게 움직이며 빠르게 다가온 이들의 몸을 꿰뚫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이 시체가 되어 땅을 뒹굴었으나, 신유강은 그것을 마냥 감상할 수가 없었다.

청의인들의 수는 이십여 명.

적다면 적은 수이기는 하나, 대부분 절정을 이룬 고수들이다.

순간의 방심에 목이 날아갈 것이다.

“어째 과거보다 더욱 약해지셨소, 무황.”

“사람 잘못 봤다고 조금 전에도 말했소이다.”

들려오는 소리에 대답하고 있을 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유강은 아직 여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라도 하려는 듯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내심 짜증이 치솟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회귀신공의 힘이 있다면 애초에 이런 식의 싸움이 벌어질 리가 없기 때문이다.

펑펑펑!

사방에서 뿜어진 장력에 충격이 몰려들었다. 한껏 내공을 끌어 올리고 있었던 신유강은 통증이 느껴지자 미간을 좁히며 청의인들과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너무 멀리 거리를 벌릴 수 없는 것은, 그의 등 뒤에 백리지연과 당소혜가 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선선운현무는 일 대 다수에는 그리 좋은 무공이 아니다. 더욱이 극성으로 그것을 익힌 진소소와 달리 그는 완벽하게 익히지 못하였으니 더더욱 그러하다.

때문에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신유강은 낭패스런 상황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사방을 점거하며 휘둘러진 검에 여기저기 몸이 찢기고 베였으며 그것은 과거와는 다르게 전혀 치유가 되지 않았다.

선선운현무를 사용할 때마다 내공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내공의 회수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그는 그러한 것을 할 필요가 없었다.

때문에 방법을 모르는 건 당연하다.

“네놈이 가진 무공이 없으면 어쩔 것이냐?”

주유선이 과거 물었던 질문이다.

“그거야 선선운현무가 있으니 괜찮습니다.”

“호오……. 그 정도로 대단한가? 그것이?”

주먹을 굳게 쥐며 서서히 다가온 주유선에게, 그로부터 십 년 동안 얻어터지며 지냈다.

회귀신공의 힘 따위 통하지 않은 상대이니 고통은 그대로 전해져 들어온다.

그리고 그의 무공에 얻어맞으면서 신유강은, 확실히 그것을 몸에 새겼다.

쾅!

일격을 내지른 주먹에 수 명이 나가 떨어지며 그 흔적마저 말끔히 사라졌다. 내공이 어찌 움직였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신유강은 틀림없이 주유선이 시전했던 그 무공을 펼쳐 냈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어?”

너무 어이없는 상황에 입이 쩍 벌어진다.

주위는 크게 파여 타격에 맞은 이들의 핏자국만이 사방으로 퍼져 있을 뿐, 그 시체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건……?”

눈으로 보는 것과 실제 펼치는 것은 굉장히 다르다.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펼쳐 본 이 무공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기 짝이 없다.

신유강은 무언가 기이한 느낌을 받으며 발을 놀렸다.

순식간에 좌우로 들어오는 검과 도가 아슬아슬하게 옷깃을 베고 지나갔다.

빠르게 등을 돌린 신유강의 주먹이 또다시 매서운 울림을 토했다.

펑펑!

과거의 회천공을 보는 것처럼 익숙한 느낌이다. 그러나 회천공과는 그 묘리가 다르니 엄연히 다른 무공이라 해야 함이 옳다.

헌데, 이 무공은 마치…….

‘나를 위해 만든 것 같잖아?’

처음 펼치는 무공을 이렇게까지 소화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 보는가?

선선운현무조차 처음 펼칠 당시 일보를 걷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것은 아니다.

매우 잘 맞는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감각이 선명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주위에 있는 청의인들의 거친 숨소리나 당혹스러워하는 우자혁의 마음마저 읽는 듯하다.

또한, 베이고 베였던 상처들이 나아간다.

‘마치…… 회귀신공 같은데?’

회귀신공이지만 회귀신공이 아니다. 그것은 신유강이 가장 잘 안다.

하지만 상처는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었고, 그것을 눈으로 확인한 신유강은 히죽 웃음을 지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느껴진다.

뭐든지 해낼 수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마음이 그리 여기고 있는 것이다.

신유강은 빠르게 기운을 놀리며 더욱 몸을 움직였다.

각을 뻗고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감각이 더욱더 확연하게 다가왔으며, 신유강의 몸은 점차 빨라지고 있다.

“검진을 펼쳐라!”

안에 가두고 확실히 신유강을 처리해야 한다고 판단한 우자혁이 소리를 치자, 청의인들이 황급히 검진을 짜기 시작했다.

신유강은 그것들을 힐끗 바라보며 웃었다.

순간 그의 몸이 사라지더니 어느새 검진 바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묵직하게 휘둘러진 주먹에 뼈와 살이 조각조각 부서져 나갔다.

귀공을 사용한 것이 아닌, 그저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를 보인 것이다.

쾅쾅!

신유강은 그것을 느끼며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회귀신공을 사용할 수 없는 게 아니다.’

그래, 확실히 전혀 다른 무공이긴 하지만 회귀신공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회귀신공과 회천공이 기반이 되기는 하였지만, 그보다 더욱 완벽한 무공이다.

‘괴물 같은 사부.’

무공을 펼칠 때마다 기의 흐름을 느낀다. 아마도 그것이 회귀신공을 사용할 수 있는 흐름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 같다.

신유강은 웃었다.

자신을 구해 준 주유선이 무언가를 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확실히 기연으로 다가왔다. 확연하게 과거보다 더욱 강한 힘을 얻은 것이다.

날카롭게 눈빛을 빛낸 신유강은 우자혁을 바라봤다.

기의 흐름을 변형시켜 회천공과 같은 움직임을 뻗어내며 경공을 펼치자, 그야말로 삽시간에 우자혁의 앞으로 다가섰다.

그것은 사람이 반응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다.

무예의 기반은 회천공이나 펼쳐지는 무공은 전혀 다른 것이다. 신유강의 움직임은 실로 기기묘묘하며, 설령 우자혁이라 하더라도, 그 변화를 한눈에 다 담을 수 없다.

퍼걱!

“커억!”

갑작스레 날아온 주먹에 우자혁의 몸이 새우처럼 꺾였다.

우드득거리는 소리마저 들린 것으로 보아 그의 반탄공을 뚫고 뼈마저 으스러트린 모양이다.

내뱉는 신음과 함께 울컥하며 우자혁의 입에서 한 움큼 피가 토해졌으며, 연이어 휘둘러진 주먹이 정확히 안면을 깨부쉈다.

퍽!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쾌검(快劍)이라는 것이 있다. 검후인 백리지연이 사용하는 쾌검은 그야말로 날카롭고 빠르며, 사람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신유강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섬광,그 자체다. 주먹은 물론이며 발을 휘두르는 것, 그가 움직이는 것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다.

“예전보다 더 늘었어…….”

“우…… 우웩…….”

백리지연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십 년 전, 그의 무공을 보았을 때 느꼈던 그 전율이 다시 한 번 찾아왔다.

더욱이 지금 보여 준 무공은 과거와는 완벽하게 다르다.

세심하게 다듬어져 있으며, 어디 하나 빈틈을 찾아볼 수가 없다.

사천에서 한 차례 보았던 사마강과 신유강의 대결 또한 놀랍기 그지없었으나, 지금 모습은 그보다 더하면 더 했지만 못하지 않다.

숨을 고르고 있는 신유강의 모습은, 그간 그녀가 동경했던 무황과 겹쳐 보인다. 같은 인물이니만큼 당연하다는 생각부터 들어야 함이 마땅하나, 얼마 전 사천에서 만났던 신유강은 그러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기에 참으로 기이하기 짝이 없다.

신유강은 천천히 숨을 고르며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앞에는 이십여 명이나 되는 청의인들의 시체가 한가득 널브러져 있었으며, 그중 한 명은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천무황성을 다스리며 무림군림(武林君臨)한 우자혁이다.

그 얼굴은 형태조차 남았지만 말이다.

‘힘이 넘친다.’

주유선에게 얻어맞으며 배운 그 무공을 펼칠 때마다, 회귀신공과 같지만 전혀 다른 힘이 흘러넘치고 있다.

내공의 움직임을 확연하게 머릿속에 되새기며 신유강은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만약 사천에 있는 그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신유강은 평생토록 이 무공에 대해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회귀신공이라는 힘이 너무 강대하기에 다른 무공을 익힐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다른 무공이라 한다면 그에게 이미 선선운현무가 있기에 주유선이 알려 준 이 무공을 전혀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참으로 얄궂은 일이다.

사천에 있는 그놈이 회귀신공을 모조리 빼앗아 간 것이, 더욱더 큰 기연이 되어 되돌아온 셈이다.

지금 이곳에 있는 신유강은 강하다.

고작 몇 수이긴 하지만, 이들을 상대로 펼친 무예에선 마치 딱 맞은 옷을 걸친 것처럼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회귀신공을 처음 익히고 난 뒤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기이한 이질감을 안고 살았던 신유강이다. 그러나 지금 이 무예는 완벽히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자, 그럼 사천으로 가 보도록 할까?”

신유강은 피식 웃으며 주먹을 쥐었다.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그의 행보는 더욱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보보(步步)를 내딛는 걸음에 힘이 가득 들어갔다.

* * *

멀리서 신유강을 바라보고 있는 은하련은 피식 웃으며 쭉 기지개를 폈다. 혹여 있을지 모르는 불온한 사태를 대비하여 지금까지 그를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위험한 상황이 되었다면 틀림없이 달려나가 손을 썼을 것이다.

“잘 다스리는 것 같아 보이네.”

싱글싱글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정말이지 주유선의 말대로 머리는 그리 좋지는 않으나, 실전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깨닫는 것은 도가 튼 인간 같았다.

“내공에 대한 적응도 확실하군.”

주유선 또한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망가진 단전을 복구시켜 환골탈태를 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신유강은 내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헌데 어째서 저런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

“우리의 공력을 나눠줬으니 쉽게 적응한 것이겠지.”

은하련은 활짝 웃으며 일어섰다.

태어나 지금까지 부모다운 짓을 단 한 번도 해 주지 못했다. 그 때문인가, 고작해야 내공을 나눠준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짐을 조금 덜은 것 같은 느낌이다.

“누가 이길 것 같아?”

은하련은 되물었다.

사천에 있는 신유강과 지금의 신유강.

아직까지 상당한 차이가 있는 두 사람이긴 하나, 이곳에서 사천까지는 약 두 달이란 시간이 걸린다.

그간 신유강은 익힌 무예를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갈 테고, 사천에서 두 사람이 조우한다면 필시 좋은 승부가 될 것이다.

때문에 약간은 걱정스런 모습이다.

“글쎄……. 누가 이기든 간에 우리가 나서야 할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싶을 뿐이지.”

주유선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第七章 현선자(炫仙子)

사천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신유강은 매일같이 수련에 몰두하며 정신을 가다듬고 있다. 점점 사천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오싹거리는 기분을 떨쳐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