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신공-197화 (197/200)

# 197

때문에 그가 원하는 날로 돌아오는 것까지는 가능하나, 그곳은 이미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이 아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평온을 원한다며 자신을 위로하고, 과거의 자신을 배제배척(排除排斥)한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고작 몇 달에 불과하긴 하나 그는 확실히 느꼈을 것이다. 그는 이 시간대의 신유강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삶을 바꾸고 싶다고 해도 그에게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평온을 얻고 싶다…… 하지만.”

평온을 얻고 싶다 말하지만 그의 행동은 정반대다. 보이는 이들을 족족 죽이며 자신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것은 마치 신유강의 삶을 파괴하려 하는 것 같지 않은가. 미래의 자신과 같은 일을 겪어 보라는 듯, 그의 행동은 참으로 어린아이와도 같은 느낌이다.

진소소는 포옥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누구도 다치는 것을 원치는 않지만, 아마도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둘 중 하나는 확실히 사라지겠지.

그것이 그녀가 알고 있는 신유강이든, 혹은 미래에서 온 신유강이든 간에. 그리고 그녀는 그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신유강이라는 남자를 따를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자신의 인생을 저주해야 함이 마땅하나 그러지 않는다. 멍청한 여인이라 욕을 할지도 모르나, 그녀에게 있어 이 삶은 무척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언니!”

그때 익숙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소소가 화들짝 시선을 돌리자 거친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고 있는 당소혜가 보였다. 얼마나 걱정하는 눈빛인지, 진소소를 보는 순간 눈가에 이미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녀가 순식간에 달려들어 진소소의 품에 안겼다.

“엄청 걱정했어요, 으앙!”

이미 나이가 상당한 당소혜이긴 하나, 진소소의 품에 안긴 그녀는 마치 어린아이와도 같이 칭얼대고 있었다.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훌쩍거리고 있으니,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찬기가 스며들 정도다.

진소소는 고운 아미를 찌푸리며 어이없이 웃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이런 일이 좀 있지 않았던가?

작게 한숨을 토해 내면서도 딱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지, 조심스럽게 당소혜의 몸을 끌어안으며 토닥거려 주었다.

“그런데 유강이는 어디 갔어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있는 몰골로 슬그머니 품에서 벗어난 당소혜는 지난날, 자신을 두고 사라진 신유강이 괘씸한지 아미를 찡그리며 앙칼지게 목소리를 올렸다.

저기 한쪽에서 들려오는 폭음은 조금도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다.

“그게 말이지…….”

쾅!

진소소가 막 입을 열려는 그 찰나, 또다시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지며 흐릿한 두 사람의 신형이 빠르게 사천성도의 벽을 타고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기…….”

“네?!”

第九章 생사투(生死鬪)

슥슥!

두 사람의 움직임은 결코 눈으로 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천 성도에서 격렬한 싸움을 벌이며 움직이기 시작한 그들은, 현재 사천 밖으로 빠져나오면서도 주먹과 발길질이 멈추지 않는다.

쾅쾅쾅!

순식간에 서로 부딪힐 때마다 터져 나오는 괴성은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난 듯 시끄럽게 귀를 울리니, 멀리 떨어진 사람들조차 기겁을 할 정도다.

움직임이 빠른 쪽은 신유강이다.

회귀신공의 장점을 거의 포기한 무공을 익히고 있기는 했지만, 설령 천마존이 눈앞에 있다 하더라도 그의 모습을 쉬이 잡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때문에 회귀신공을 사용하고 있는 그에게는 천적이나 다름없다. 기운이 돌기도 전에 계속해서 타격이 들어오니 쉬이 회천공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퍼펑!

두 사람의 주먹이 충돌하자 자욱한 먼지와 함께 서 있던 자리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

기기묘묘(奇奇妙妙)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농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던 탓에, 그는 아미를 찌푸리며 빠르게 회귀신공을 움직였다.

눈앞에 있던 신유강이 사라지자 바로 본래의 자리로 돌린다. 그러나 주먹을 휘두르려는 찰나, 어이없게도 더욱 빠른 발길질이 꽂혔다.

퍼걱!

“컥!”

단순하기 짝이 없는 각법이지만 그 효과는 확실하다. 무예를 펼치는 것에 있어, 반드시 상승의 무공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연하게 보여 주는 일격이다.

새우처럼 등이 굽어지는 그를 보며 신유강은 더욱더 빠르게 몸을 날렸다. 일견 한 걸음을 내딛는 것처럼 보이나, 순식간에 일곱 보 가까이 접근하며 손을 움직였다.

선선운현무의 기세가 담긴 그것은 부드러운 흐름에 몸을 맡기며 확연하게 그를 집어삼켰다.

퍼퍼퍽!

“크악!”

주먹은 섬전과도 같은 움직임으로 그의 전신요혈을 후려쳤다. 회귀신공의 치유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타격을 주고 빠지는 식의 수법을 펼치며 확연하게 승기를 잡아 가고 있었다.

그는 까득 이를 갈며 신유강을 쏘아봤다.

어디서 이러한 무공을 익혔는지는 모르겠으나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다. 회귀신공에 치유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빠르게 타격을 주고 고통이 엄습하는 순간을 노리니 도무지 답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다 원하는 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는 회귀신공의 힘을 이용해 다시금 신유강을 붙잡았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고는 하나, 회귀신공의 범위 안에 있다면 도망치는 것은 확실히 무리라는 것을 보여 주는 한 수다.

퍼걱!

눈앞까지 끌려온 신유강은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회천공을 정면에서 마주하고 있는 그는, 온몸의 뼈와 근육이 틀어져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이 확연하게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신유강은 몰려드는 기운에 맞서 극성으로 내공을 끌어 올렸다. 회천공에 가장 두려운 점은 피격당했을 때 몰려드는 전신을 비꼬아 버린다는 점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맞았다면, 그 형체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널브러졌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펑!

이를 악문 신유강의 힘과 그의 회천공이 서로 충돌하며 거대한 파동을 일으켰다. 두 사람의 몸이 순식간에 밀려나갔으나, 어느새 귀공에 의해 다시금 끌려온 신유강은, 매섭게 흘러 들어오는 회천공을 다시 한 번 맞을 수밖에 없었다.

콰드득!

“끄아악!”

뼈가 끊어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괴성이 울려 퍼졌다. 극성의 내력으로 밀어내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두 힘이 연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낼 수는 없다.

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신유강의 안면에 주먹을 퍼부었다.

펑펑펑펑!

단순히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것이 아닌 회천공의 묘리가 실려 있는 그것은 피격될 때마다 신유강의 머리를 거세게 요동시켰다. 무언가가 터져 버리는 듯한 울림마저 들렸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무릎으로 턱을 걷어 냈다.

퍼걱!

힘없이 늘어진 인형처럼 신유강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라 순식간에 멀어져 나갔다. 나무에 부딪히고도 그 힘이 남아 있는 것인지, 나무를 부수고도 이 장 이상 더 밀려 나갔다.

“크으윽…….”

“이게 너와 나의 차이다.”

엄연히 따지자면 회귀신공은 무공이라 볼 수 없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으니 신유강이 펼치는 무공에 있는 내공을 흩어 버리는 수법 또한 통하지 않는다.

회귀신공을 깰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는 하지만, 애초에 수많은 실전을 거듭하여 일어선 그와 전력이 다른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조금이나마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군.”

그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쓰러진 신유강을 바라봤다.

신유강을 죽이지 않았던 이유는 그 죽음과 동시에 과거가 사라지기 때문.

신유강이 죽는 순간 그 역시 사라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혹시나 싶은 마음 또한 있다.

더욱 강력한 힘을 손에 넣어 자신을 막으러 오는 것은 아닌가?

이런 무인의 호승심 또한 그를 자극했던 것이다.

그러한 것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절벽에서 밀어 넣지 않았을 것이며, 살 수 있는 기력조차 남기지 않을 것이다.

헌데 지금 돌 온 신유강은 실망 그 자체다.

대단한 무공을 익혔다고는 하지만, 결국 회귀신공의 상대는 되지 않는다.

과연 신의 무공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다.

“미친 새끼…….”

신유강은 툭 하고 말을 내뱉으며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섰다. 싸울 수 있는 힘조차 없어 보이는 상황이 분명한데, 눈빛은 여전히 매섭게 굳게 쥔 주먹은 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것을 보며 그는 웃었다.

회귀신공이라는 것을 익히지 않았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독기(毒氣)다.

명백한 전력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일어서고 있는 것은 아마도 그러한 것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남의 삶을 빼앗아 무너트리고 재미를 느끼나? 이곳에서 내 삶을 무너트린 다음에도 또 더욱 깊은 과거로 갈 생각인가?”

어이없는 말을 하면서도 대답을 듣기 위함인지 그의 눈빛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그가 원하는 만큼 재미를 본 뒤, 이 세상마저 재미가 없어졌다면 응당 더 깊은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나하나, 자신의 과거를 무너트리며 살아간다.

과거를 무너트리고 새로운 삶을 살고, 또 그것을 반복하며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광기에 신유강이 까득 이를 갈자, 그는 그제야 그 생각을 했다는 듯 흥미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거 괜찮은 생각이로군. 네놈을 괴롭히고 또 괴롭힌 다음,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으로 가지. 그리고 또 일 년, 그렇게 내려가고 내려가다 보면, 언젠가 평온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우습지도 않은 소리를 입에 담았으나, 그것이 결코 거짓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신유강은 인지하고 있다. 지금의 그는 자신의 삶을 파괴하며, 또 다른 자신이 발버둥치는 꼴이 무척이나 즐거워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눈빛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신유강은 그러한 사실을 느끼고 있었으나 굳이 입에 담지 않는다. 저놈이 가지고 있는 깊은 무언가를 건드린다 하여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암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전에 네놈이지. 팔다리와 혀를 잘라 내고 진소소의 방에 묶어 놓도록 하지. 하하, 재미있겠지?”

“…….”

“그리고 나서 차례대로 당소혜를 범해 주마. 그 다음 진소소…… 백리지연이었나? 당가를 멸문시키고, 팔대세가 하나하나 전부 무너트려 주마.”

“후우……. 그건 이 자리에서 나를 이긴 다음 해야 하는 소리가 아닌가?”

“하하하! 정말이지 같은 나라지만 상황을 전혀 읽지 못하는군. 네놈이 정말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그는 실소를 머금으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이 상황, 누가 봐도 승자는 명백하다.

그러나 독기에 차 있는 신유강은 결코 포기할 것 같지 않아 보였기에, 한참이나 웃고 있던 그는 결국 가늘게 눈을 뜨며 저벅저벅 신유강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회귀신공의 능력이 만능이라 생각하는 건가?”

신유강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대로 계속 회귀신공을 사용한다면 그의 몸과 마음이 무너져, 처참하고 비참하게 죽어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그는 히죽 웃는다.

“현선자의 책자를 찾아 읽어 봤나 보군. 확실히 위험한 힘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만……. 이 내가 그러한 것조차 모르고 쓰고 있다 여기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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