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신공-198화 (198/200)

# 198

비웃음이 가득한 한 마디에 신유강은 검미를 좁혔다. 그의 말은 마치, 이미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냈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깟 현선자와 나를 동일 취급하면 곤란하다 신유강. 그가 무림을 대표한다는 천마보다 강한 무인이라는 것은 사실이긴 하나, 나는 그보다 더 뛰어난 인재란 말이다.”

가늘게 눈을 뜬 그는 거침없이 말을 이어 나갔다.

현선자 따위와 비교한다는 것이 당최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눈에는 독기마저 서려 있었다.

비록 무공에는 영 재능이 없다고는 하지만, 실전에서 익히는 속도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신유강이다.

지난 세월 동안 회귀신공의 사용과 회천공을 펼치면서 온갖 깨달음이 있었다. 현선자가 겪었던 그 정도 위협 따위 그에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그는 회천공과 회귀신공을 더욱 갈무리하며 상승을 이루었고, 보다 완벽하게 체계적인 무학을 이끌어 냈다.

“회귀하는 신체와 힘, 회귀신력(回歸身力). 천지를 뒤엎는 회천(回天)…… 지금 내가 익히고 있는 것이 바로 회귀신천공(回歸身天功)이다.”

신유강은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그는 주유선이 아니었다면 익힐 수도 없었던 무예를 힘겹게나마 익히고 있는데, 눈앞의 그는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그 원리조차 이해할 수 없는 회귀신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저것은 더 이상 회귀신공이라 부를 수 없다.

“미친놈…….”

“하하, 나는 네놈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아.”

퍼걱!

휘두른 그의 다리는 정확히 신유강의 머리를 노렸다. 그러나 힘겹기는 하지만, 두 손으로 정확히 막아 냈는데, 그 순간 또다시 다리가 원점으로 돌아가며 복부를 휘어 찼다.

신유강은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날렸다. 엄청난 충격이 물씬 몰려들었으나,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은 곧 죽음을 자초하는 것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귀신공 앞에서 도망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몸을 굴림과 동시에 다시금 원점이다.

재차 휘둘러지는 발을 눈에 새긴 신유강은, 그보다 더욱 빠르게 손을 뻗어 막아 냈다.

퍽!

그의 다리와 신유강의 주먹이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주르륵, 서로 뒤로 한 발자국씩 물러났으나, 주먹이 발보다 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신유강은 주먹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가뜩이나 조금 전 회천공을 얻어맞은 탓에 몸이 말이 아닌 상태에서 맞은 일격이다. 상당한 통증이 오고 있었다.

재빠르게 기운을 몸 안으로 돌리며 치유해 보고는 있지만, 회귀신공보다 느리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아직도 재주를 부릴 힘이 남아 있었군. 그러나 그것도 끝이다.”

일말의 미동조차 없이 움직인 그의 몸은 정확히 신유강의 등 뒤로 돌아왔다. 장력을 퍼부을 생각인 것인지, 뻗어진 손바닥에는 극성에 달하는 회천공의 힘이 담겨 있다.

맞으면 필시 온전치 못할 것은 분명하다.

신유강은 선선운현무의 기기묘묘한 움직임을 이용해 그것을 피해 냈다. 순간 그의 손이 허공을 갈랐지만, 기이하게도 머리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전해졌다.

쾅!

“크아아악!”

“손을 피한다고 장력을 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 네놈은 무예의 기본적인 것조차 모르는 모양이로군.”

괴성을 내지르는 신유강의 몸을 한 차례 바라본 그는 히죽 웃으며 다시금 손을 움직였다. 이번에야말로 그의 삶을 완벽하게 망가트릴 심산인지, 손끝에 기묘한 기운들이 한 가득 맺혀 있었다.

닿는 것과 동시에 살점을 찢고 뼈를 가를 것 같은 느낌이다.

위기를 느낀 신유강의 대처는 빨랐다.

다가오는 손을 쳐 내며 발로 복부를 가격했다. 반응속도와 빠르기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 듯, 회귀신공의 힘이 전해지기도 전에 발은 복부에 틀어박혔다.

“커억!”

콰직!

힘은 힘으로 받아친다.

신유강은 매섭게 주먹을 뻗어 얼굴을 쳐 냈다. 극성의 내력이 담겨 있는 힘은 정확한 피격으로 충격을 주었고, 뒤이어 뻗어 나간 선선운현무에 장력이 내장에 심각한 중상을 입혔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회귀신공의 힘은 그만큼 대단하기 때문이다.

다가서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 몸을 날린 신유강은 그의 머리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투박술과도 같은 기술이긴 하나 정신을 차리기 직전, 혹은 회귀신공의 힘이 전해지기 직전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

퍽퍽!

연이어 휘둘러진 주먹에 그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다리가 크게 휘청이는 것으로 보아, 뇌에 충격이 전달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신유강은 안심하지 않고 계속해서 상대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속도야말로 신유강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장점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춰선 안 되었다.

“이 자식이!”

콰앙!

반탄지공과 같은 힘이 그의 몸에서 터져 나오자, 주먹을 휘두르던 신유강의 몸이 훌쩍 날아갔다.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지 거칠게 피를 토하였으나, 나무를 발판 삼아 날아든 신유강은 다시금 주먹을 휘둘렀다.

빠르다.

극성에 내력이 실려 있는 주먹은 가공한 힘이 실려 있다.

선선운현무의 권각술이 펼쳐지나, 곧 그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빠름과 더해져 엄청난 파괴력을 가져다준다.

단전에 머물고 있던 그의 회귀신공이 위기를 감지하고 계속해서 움직이려 하고 있으나, 전신요혈을 쳐 내며 몸에 충격을 주고 있으니 쉬이 고칠 수가 없다.

퍽퍽퍽!

사방으로 그의 피가 튀고 있었다.

이빨이 부러져 나가고, 턱이 기이한 형태로 빠져나갔다. 눈은 파열된 것인지 피를 줄줄 흘러내리고 있으며, 그의 신형은 휘청거리며 인형과도 같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살아 있다.

빠르게 돌고 도는 회귀신공을 만만하게 여기지 않는다.

쾅!

얻어맞고 있던 그가 한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고 장력을 쏘아 내자, 노도와도 같은 기세가 신유강의 전신을 뒤덮었다.

살갖이 찢겨 나가고, 거침없이 피가 튀었다.

극심한 고통이 몰려들며 눈앞이 흔들리는 것이, 틀림없이 죽을지도 모를 타격을 받은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신유강은 거세게 기를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서서히 멀쩡해져 가는 그를 바라보며 아득 이를 갈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강한 살기를 내뿜었다.

지치지 않는다는 그 또한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신유강의 주먹이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이 개자식이!”

그는 서서히 치유가 되어 가는 몸을 추스리며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황금빛 무리들이 주먹으로 몰려들며 매서운 기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웅웅!

기이한 소리가 울리며 바람이 거세지자, 서 있는 것조차 힘이 들 지경이다. 그러나 신유강은 똑바로 그를 마주 보며 극성의 내공을 끌어 올렸다.

가진 바 모든 힘, 심지어 선천지기마저 끌어 쓰고 있는 것인지, 안색이 파리하게 변했으나, 그 힘은 상상 이상으로 대단하다.

두 사람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쾅!

* * *

모든 것이 쥐 죽은 듯 잠잠해졌다.

두 시진이 넘게 이어진 폭음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게 되었으며, 두 사람의 있던 곳은 폐허라 부르는 것조차 우스울 정도로 피폐하게 변해 있었다.

쓰러져 있던 두 사람 중 한 명이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대의 숨통이 끊어진 것인지 아닌지 확인조차 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 힘겹게 몸을 움직이며 천천히 걸음을 내걷는다.

누가 이기고 누가 산 것인가?

두 사람은 그 옷마저 찢어발겨진 탓에, 그 어떠한 것으로도 분간하지 못한다.

애초에 같은 사람이니만큼, 구별을 한다는 것이 우스운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딸랑-!

한 사람이 힘겹게 그곳을 빠져나가고, 약 이 각여 정도 시간이 흘렀을 그 무렵, 돌연 방울 소리가 울려 퍼지며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홉 개의 꼬리.

조심스레 발길을 옮기고 있는 그녀는, 쓰러진 이를 향해 다가가 손을 뻗었다.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워 어찌 보면 죽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나, 미약하게 숨을 쉬고 있음을 느꼈다.

여인은 조심스레 그의 머리맡에 앉았다.

“이제 괜찮아.”

누구에게 하는 소리인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는, 당장이라도 오열할 것만 같다. 그러나 꾹 참아 내고 있는 것은, 부모로서 키워 주지 못한 미안함에, 그리고 이런 상황까지 만들어 버린 죄책감에 눈물조차 흘릴 용기가 없는 것이다.

“속이 풀렸니?”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조금 전보다 몸은 점차 식어 가고 있었으며, 흐릿하게 뜬 눈 또한 서서히 감기고 있다. 무슨 짓을 하여도 회생할 수가 없으리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내공을 불어넣고는 있으나, 단전과 가지고 있던 모든 기운들이 깨져 몸 자체가 붕괴되었다.

“미안하구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사죄뿐이 없다.

어찌하여 사죄하는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으나, 흘러내리는 여인의 눈물과 말투에 기분이 좋은 듯, 부드럽게 웃으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여인은 입을 틀어막고 오열한다.

슬픔을 주체할 수가 없었던 것인지, 흘러내리는 눈물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맑은 하늘임이 분명한데, 하늘마저 슬픈 것인지 비가 내린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남자는 차마 다가서지 못한 채 바라보고 있어야만 했다. 이 모든 일의 책임은 그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회는 하지 않는다.

결국 둘 중 하나는 살았기 때문이고,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조상께서 현선자의 무공을 얻었을 당시 이런 말을 했다더군.”

저벅저벅.

남자는 여인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여전히 죽은 이의 몸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를 달래려는 듯 말이다.

“사람은 신이 될 수가 없다고 말이다.”

“알고 있어.”

“그리고 현선자는 신이 되지 못했지. 이놈은 어쩌면 거기에 오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은 결국 사람으로 남아야 하는 것이다.”

남자는 작게 한숨을 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여우비가 내리는 맑은 하늘이, 오늘따라 유난히 짜증이 날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니까!”

흑호는 큰소리를 치며 모여 있는 대원들을 날카롭게 쏘아봤다. 어찌나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시선을 받은 이들이 움찔움찔 몸을 떨며 조심스레 시선을 돌렸다.

“야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몇 번을 가르쳤는데 아직도 몰라! 기척을 숨기라고 잡놈들아! 네놈들이 그러고도 이 흑호대의 대원들이냐!”

사천에서 일이 벌어진 지 어느덧 오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마교로 돌아온 흑호는, 천마존의 첫 제자인 청랑의 호위를 위해 한 개 대대를 맡았다. 이름을 흑호대라 명명하고, 걸레짝을 입에 문 것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청랑은 그것이 매우 창피하다.

천마존의 제자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것들을 누리고 있으니만큼 딱히 싫은 것은 아니었으나, 심심할 때마다 들려오는 흑호의 욕지기 때문에 도무지 밖을 나갈 수가 없다.

죽립을 쓰고 마교 안을 거닐 때마다 쫓아온 흑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용히 차 한 잔도 하지 못하는 데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흑호에 대한 욕설 때문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고 있었다.

“하아…….”

청랑이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자 곁에 있던 도우겸이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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