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백수-28화 (28/232)

제6장 벌써 일 년

“ 그거 건강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 거냐?”

막장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약을 짜고 있었다.

녀석을 만난 지 일 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대단한 녀석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사람이란 본래 특별한 일이나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하는 일에 대해서는 열과 성을 다하기 마련이고, 어떻게든 이루어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연우강이 하고 있는 것들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그런 것들이다. 매일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도구를 들고 전날과 똑같은 방법으로 청소를 해야 한다면, 금세 물려 포기를 하고 말 것이다. 혹자는, 하인들은 일상처럼 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하인들은 돈이라는 대가를 받기 때문이지 청소 자체를 원해서가 아니다.

연우강이 하루도 거르지 않는 몸풀기도 그렇다.

그가 하는 건 대가 없이, 매일 매일 같은 장소를 같은 도구로 청소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더구나 그 청소를 금방 해치우는 것도 아니고, 한 시진에 걸쳐 느리게 해야 한다면 보통 사람은 돌아버리고 말 터였다.

그런데 연우강은 전혀 지겨워하는 표정을 짓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신중하다.

약을 챙겨 먹는 것과 더불어 불가사의 중의 하나였다.

“ 이건 건강 때문에 하는 게 아냐, 막장.”

“ 그럼?”

“ 사람을 많이 죽이게 되면 처음엔 눈에 살기가 어리게 돼. 그 상태가 지나면 몸에 살기가 베이고, 최종적으로는 피에까지 살기가 베이게 되지. 그 지경이 되면 개조차 기를 수가 없어.”

“ 개도 도망친단 말이냐?”

“ 시체 곁으로 다가가서 냄새를 맡아보는 똥개들조차 근처에 오질 않아.”

“ 그럼 몸풀기로 그 살기를 없앨 수 있다는 거냐?”

“ 내 하인 중에 한때 강호 공적으로 불렸던 무시무시한 사람이 있는데 말이야, 그가 그런 말을 하더라. 거칠고 파괴적인 기운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온몸의 기운을 느리게 움직여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 동중정?”

얼마 남지 않은 약을 짜던 막장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

단순한 말 같지만 방금 연우강이 한 말은 무공의 원리 중의 하나인 동중정을 쉽게 풀어 한 말이었던 것이다.

“ 동중정인지 쭉정인지 그건 모르겠지만 확실히 효과가 있기는 해. 지금은 개새끼들이 날 보고 도망치질 않으니까. 너도 해볼래?”

“ 그걸 해서 뭐 하게.”

“ 네 내공은 패도적인 기운만 담고 있잖아. 그 상태에서 부드러움을 가미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지지 않을까?”

번쩍!

하고 뭔가가 막장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 세상에는 양과 음이 있고, 강과 약이 있다.

그러한 것들이 질서를 이뤘을 때 비로소 조화롭다는 말을 한다.

무공 또한 다르지 않다.

강함만을 추구하다 보면 부러지기 쉽고, 부드러움만 추구하다 보면 연약해져 쓸모가 없다. 강함과 부드러움의 조화를 이루었을 때 비로소 상승의 경지를 볼 수 있다.

-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당연히 이해할 수 없을 게다. 막장아, 깨달음이란 어느 날 갑자기 바람처럼 찾아오는 것이 아니란다.

비가 오기 위해서는 하늘에 구름이 있어야 하고, 싹이 나기 위해서는 씨앗이 필요한 것처럼, 세상의 이치나 무공의 원리 또한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 때만 깨달음으로 찾아온다. 지금 네 수준으로는 이해할 수도 없겠지만, 이해하려고 할 필요도 없단다.

- 그럼 언제쯤 이해할 수 있습니까?

- 그것도 네 스스로 알 날이 올 것이다.

문득 전에 사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그 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런데 연우강의 말을 듣자 사부가 했던 말의 의미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막장은 약을 사정없이 틀어 짰다.

“ 약 처먹어라.”

막장은 벌떡 일어나 연우강에게 약이 든 대접을 건네곤 곧바로 내기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의복이 바람을 머금은 것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 급하게 처먹은 밥은 체한다. 막장.”

연우강은 대접을 입으로 가져가며 흘리듯 말했다.

“ 무슨 소리냐?”

막장은 의아한 얼굴로 연우강을 보았다.

“ 다스리기 위해서는 지배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거야.”

“ 지배?” “ 그렇지 나로 말하면 흑랑기 녀석들이 될 테고, 너로 말하면 네 단전에 쌓인 내기를 말하는 게 돼. 그것들은 명령을 내린다고 무작정 듣는 놈들이 아니잖아. 일단 친해져야 하고, 그런 다음에 자연스럽게 대장임을 인식시키고 나서 명령을 내려야 순순히 말을 듣거든.”

“ 내기를 끌어올리지 말고 먼저 흐름을 관조하란 말이냐?”

“ 내가 누군가를 죽여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몸풀기 운동을 하면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 그렇긴 하네.”

고개를 끄덕인 막장은 연우강이 시키는 대로 내기를 전혀 끌어올리지 않고 무공을 펼쳤다.

“ 동작이 끊어져도 안 되고, 속도가 달라서도 안 돼. 막장. 모든 동작이 끝날 때까지 같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내기를 관찰해야 해.”

우뚝!

막장은 동작을 멈추고 연우강을 보았다.

“ 왜?”

“ 너 정말 무공을 익히지 않은 거 맞아?”

어떤 사안을 두고 설명을 해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원칙대로 설명을 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어려운 말을 섞어가며 설명을 하는 방법이 있고,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예로 설명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러한 방법들 중 가장 고수는 세 번째다.

흔히 겪는 것들을 예로 들기 때문에 때론 그 ㅈ어도는 자신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상은 그 사안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연우강의 설명이 그랬다.

문득 녀석이 무공을 익히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칠보귀둔필사도 익혔고, 흑철마신도 익히는 중이다.

“ 그건 자식아....”

“ 그건 그렇고, 두연화는 마음에 들어?”

“ 무슨 소리야?”

“ 죽이지 않았잖아.”

“ 산 사람을 어떻게 죽이냐, 인마.”

“ 잠룡대전 때 네가 죽인 자의 수만 해도 두 자리 수는 넘는다. 막장.”

“ 그놈들은 우릴 죽이려고 했잖아.”

“ 대부분은 우리가 먼저 시비를 걸었을걸?”

“ 시비를 건 사람은 우리가 아니고, 너지.”

“ 여하튼 많은 죽인 건 맞잖아.”

“ 갈 곳이 없대.”

“ 그럼 살림을 차린 거네?”

“ 살림?”

“ 남남이었던 남녀가 한 집에 살게 되는 걸 보통 살림을 차렸다고 하잖아.”

“ 방은 따로 쓰고 있어, 인마.”

“ 원래 그렇게 시작하는 거야. 같은 방에서 잔다고 하더라도 가운데 금을 긋고 넘어오지 말라고도 하고...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선을 그었던 손을 잘라버리고 싶어지지. 어찌됐든 막장 넌 보물을 건진 것 맞네.”

“ 보물?”

“ 서른여섯 살. 아니 해가 바뀌면 서른일곱 살이네. 나이는 많지, 가진 거라고는 불알 두 쪽이 전부지. 정신 빠진 여자가 아니면 네게 장가올 이유가 없잖아.”

“ 그러니까 두 소저하고 나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다는 뜻이냐?”

막장은 황당한 얼굴로 연우강을 보았다.

“ 넌 다 봤잖아.”

“ 뭘?”

“ 두연화 알몸.”

“ 그건 인마......”

“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봤으면 책임을 져야지, 그게 사내다 막장.”

“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자식아. 그렇게 따지면....”

“ 끝까지 들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 여자가 원했을 경우라는 단서가 붙는 거야.”

“ 두 소저가 날 원할 리가 없잖아, 자식아.”

“ 식사하세요.”

그때 담 너머에서 두연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내 젓가락도 놨습니까?”

연우강은 두연화를 보며 물었다.

역용을 하여 시골 아낙처럼 꾸미고 있지만 그녀의 눈동자엔 생기가 넘쳤다.

“ 날 죽이려고 했던 사람인데 어림도 없어요, 연 공자.”

“ 그래도 똥통 관리자는 난데. 내가 관두라고 하면 막장은 당장 짐 싸들고 나가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아요?”

“ 남자가 치사하게.”

두연화는 연우강을 흘겨보았다.

“ 치사한 게 아닐 세상이 그런 겁니다. 그리고 소저도 이곳에 정착하기로 했으면 밥값을 해야 합니다.”

“ 밥값이라고요?”

“ 그럼 얹혀살려고 했습니까?”

“ 그건 아니지만 제가 할 일이 있을까요?”

“ 소저가 할 일은 무궁무진합니다. 우선 젓가락 놓는 일부터 하십시오.”

“ 아, 알았어요.”

“ 가자, 막장.”

“ 운동은 어쩌고?”

“ 인마, 살림을 차린 사내의 기본은 여자가 해주는 밥을 때맞춰서 꼬박꼬박 먹어줘야 하는 거야. 운동은 밥먹고 해도 되잖아.”

“ 자꾸 나랑 두 소저랑 엮으라고 하지 마라. 두 소저가 불편해하잖아.”

“ 함께 산다는 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한다는 것이기도 해. 할 일도 있으니까 따라와.”

“ 할 일?”

막장은 의아한 얼굴을 하며 연우강을 따라나섰다.

그리고 그 할 일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식사가 끝난 후였다.

“ 그러니까 방금 네가 불러준 걸 오백 장이나 작성하라고?”

막장은 황당한 얼굴로 연우강을 보았다.

“ 힘들어?”

“ 힘들다기 보다는......”

“ 일단 적어라. 막장. 그게 우리에게 수천 금을 안겨줄 거란 말이다. 너도 언제까지 불알 두 쪽만 흔들고 살 순 없잖아. 똑같이 불알 두 쪽을 흔든다고 해도 주머니에 돈이 있는 놈하고 없는 놈하고는 소리부터가 다르다.”

“ 소리도 나냐?”

“ 당연히 나지. 돈이 있는 놈은 딸랑거리는 소리가 나지만 돈이 없는 놈은 쉰소리가 나.”

“ 쉰 소리는 뭐냐?”

“ 쉰 냄새가 나는 소리를 말하는 거야.”

“ 말은 잘 만들어내. 하지만 이게 들키면 난 끝장이야. 자식아.”

“ 그놈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발설하지 못한다는 것은 너도 알잖아. 막장 너만 입다물고 있으면 들킬 일은 절대 없어.”

“ 알았다. 불러라.”

막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 친애하는 잠룡 귀하! 이 추운 날에 노고가 많습니다.”

< 눈발을 가르고 추위를 이겨내며 불굴의 의지를 바탕으로 불철주야 노력하는 귀하를 볼 때마다 나는 감격하곤 합니다. 여러분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지만 좀 더 좋은 속옷이나 좀 더 효능이 좋은 금창약 나부랭이를 구해주는 것 말고는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귀하가 승천비고와 천무비고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승천비고나 천무비고엔 수십만 권의 비급이 있어, 제목을 훑어보는 것만 해도 며칠이나 걸린다고 하였습니다. 시간이 촉박한 귀하에겐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겁니다. 내가 이 서찰을 보내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귀하가 원하는 무공 비급을 승천비고나 또는 천무비고에 들어가자마자 찾을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물론 약간의 수고비가 필요하겠지만 귀하가 원한다면 기꺼이 찾아드리는 수고를 감수할 참입니다.

원하는 비급 명과 본인의 이름 그리고 수고비를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건수가 올라가면 비용은 추가됩니다. 혹시라도 일이 잘못돼 이 일이 밝혀지면 승천비고나 천무비고를 관리하는 자들이 비급 위치를 바꿀 수도 있으니 비밀 유지는 필수라는 걸 명심해 주었으면 합니다. 만물상 주인 백.>

“ 아래쪽에 금액란과 이름을 쓰는 칸을 따로 만들어야 해.”

“ 이걸 오백 장이나 쓰려면 죽어나겠구나.”

“ 두 소저랑 함께 쓰면 되잖아. 그리고 최소한 이천 냥은 나갈 거니까 인상 쓰지 마라.”

“ 이, 이천 냥이나 받으려고?”

막장은 황당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 뭐든지 시작했다고 하면 가볍게 천 단위를 넘어가고, 몇 백 냥은 돈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 속옷이나 금창약 청심환 같은 건 상승무공을 익히는 데 보조 역할을 했지만, 이번 건은 상승무공이라는 밥상을 차려주는 거잖아.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지.”

“ 이렇게 해도 괜찮아요?”

두 사람을 지켜보던 두연화는 입을 쩍 벌렸다.

설마 연우강이 이런 식으로 돈을 벌려고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 잠룡들의 무공 상승을 위해 하는 일입니다. 형수 씨,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 혀, 형수씨는.....”

“ 신분을 숨기기 위해서는 부부로 위장하는 것보다 좋은 건 없습니다. 형수씨. 그리고 내가 형수씨라고 부르는 건 막장이 친구이긴 한데 나이가 더 많으니까 그렇게 부르는 겁니다. 기분 나쁘면 앞으로도 계속 두 소저라고 부르겠습니다.”

“ 기, 기분 나쁜 건 아닌데..... 갑작스러워서.”

두연화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막장이 좋은 사람이라는 건 지난 며칠 동안 알게 됐다. 하지만 그를 배우자로 생각한 적은 없다. 아니 그럴 경황이 없었다고 해야 옳다. 그런데 연우강이 느닷없이 형수라고 부르자 막장을 다시 보게 됐다.

“ 그럼 앞으로도 계속 형수씨라고 하겠습니다. 어차피 신분을 속이기로 했으면 그런 편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쓴 서찰 전달은 형수씨가 맡아줘야겠습니다.”

“ 제, 제가 맡으라구요?”

“ 난 무공을 익히지 않았고, 형수씨의 남편인 막장은 은신술을 익힌 적이 없고, 우리 셋 중에 그 일을 할 사람은 형수씨밖에 없습니다.”

아예 막장과 두연화를 엮을 작정을 한 듯 연우강은 막장을 남편이라고 칭해버렸다.

두연화의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 그렇다고 해도 난......”

“ 형수씨, 무공이란 말입니다. 실전에 적용했을 때 완성을 볼 수가 있습니다. 집안에서 머릿속으로 펼친다고 해서 완벽하게 익힐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잠룡들과 연락은 내가 취해 놓을 테니까 형수씨는 전달만 해주면 됩니다. 가장 먼저 남궁운화를 찾아가십시오.”

“ 아, 알았어요.”

신세를 지고 있는 형편인데 싫다 좋다 따질 때가 아니었다. 특별히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해주는 수밖에 없을 듯했다.

“ 우강아!”

“ 저 양반은 내가 자기 손잔 줄 알아.”

밖에서 무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연우강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막장의 집 밖에는 다섯 사람이 서 있었다.

“ 일꾼들 데려왔다. 이 사람은 ......”

연우강이 나오자 무원은 웃으며 세 사람을 가리켰다.

“ 헉!”

연우강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놀랍게도 무원 곁에 서 있는 사람은 전에 지옥에서 만났던 욱일승과 갈인효, 수천월이었다.

“ 왜 그러느냐?”

“ 아, 아닙니다. 어르신. 용케 빨리 구하셨습니다.”

“ 어떻게 인연이 닿았구나.”

“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 요리는 걱정 마십시오. 제 요리 경력이 삼십 년입니다.”

수천월은 자신감 있는 얼굴로 소리쳤다.

[ 우린 조용히 살고 싶네, 연 공자.]

‘ 맙소사, 혜광심어!’

연우강의 놀람은 더욱 커졌다.

혜광심어는 입을 달싹여야 하는 전음과는 달리 생각을 상대방의 머릿속으로 전하는 고절한 무공이다.

그런데 그 혜광심어를 욱일승이 보낸 것이었다.

그가 상당히 강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혜광심어를 보낼 정도일 줄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어쩌면 무원이나 창노와 비슷한 경지에 오른 노인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전 일욱승입니다.”

“ 전 효갈인입니다.”

“ 전 천수월입니다.”

세 사람은 연우강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 난 그만 돌아가야겠다.”

인사가 끝나자 무원은 창노와 함께 몸을 돌렸다.

“ 수고하셨습니다. 어르신.”

무원의 등에 대고 인사를 한 연우강은 세 사람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 탈옥수들이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는 거요?”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연우강이 쏘듯 말을 뱉었다.

“ 사십 년이면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뀌는 긴 세월이네. 더불어 대야벌은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괴물이고.”

“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거란 말이오?”

“ 현재 활동하는 자들 중에서는 알아볼 사람은 아무도 없네. 더구나 야장에 있으면 설사 과거에 날 알았던 자들이라고 해도 알아볼 수 없을 테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네.”

“ 좋소. 그건 그렇다 칩시다. 그럼 이곳으로 들어온 이유는 뭐요?”

“ 나이는 구십에 집도 절도 없고, 가진 돈도 없는 노인네들이 어딜 가겠는가?”

“ 혜광심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정도의 무공이면 갈 곳은 널렸소, 영감.”

“ 그럼 우리보다 더 강한 자넨 왜 여기에 있는가!”

“ .......!”

연우강은 세 사람을 가만히 보았다.

속해 있는 단체도 없고, 모아둔 재산도 없고, 그렇다고 가족도 없는 자들. 나이 구십의 초극고수들인 저들이 갈 곳은 없었다. 천옥의 죄수였으니 어딜 가서 아무개라고 소개할 형편도 아니고, 무공이 강하다고 해도 신분이 확실하지 않는 자를 받아줄 문파는 거의 없을 테다.

“ 그러게 젊었을 때 열심히 벌어야 하는 거요. 무공이 밥먹여 주는 것도 아닌데....”

연우강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 자넨 돈을 많이 번다고 소문이 자자하더구먼.”

이번에 입을 연 사람은 수천월이었다.

“ 실제로 돈을 중노동을 하는 사람이 많이 벌어야 하는 거요. 영감.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놈들에게 한 달에 스무 냥을 준다는 건 낭비요. 낭비. 그런데 원래 그렇게 강했던 거요?”

무원과 창노를 속이고 혜광심어를 보낼 정도면 그들과 비슷하거나 더 높다는 의미다. 도대체 과거에 어떤 신분이었는지 궁금했다.

“ 과거보다 더 강해졌다면 믿겠는가?”

수천월이 빙그레 웃었다.

“ 기연이라도 얻은 게요?”

“ 자네가 말해 준 그곳에서 일 대 묵사가 남긴 무공을 얻었네.”

“ 가립하 영감?”

연우강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 자네가 그분의 이름을 어떻게..... 혹시 그분의 무공을 이은 건가?”

“ 그렇소.”

연우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 이런 공교로운 경우가 있나. 그분이 남긴 무공 덕분에 우리가 전보다 배나 강해졌는데.”

일행은 놀란 얼굴로 연우강을 보았다.

가랍하가 남긴 건 무공이 아니라 무공에 대한 이론, 즉 무론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주화입마에 들었을 때 폭주하는 진기에 대한 것들이었다. 내공만 금제당했던 다른 죄수들에게는 의미 없는 것들이었지만 주화입마에 들었던 세 사람에게는 엄청난 기연이었던 것이다.

연우강의 도움으로 내공에 걸린 금제를 풀기는 했지만 세 사람은 오 성 이상의 내공을 사용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전 내공을 끌어올리면 또다시 주화입마에 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가립하가 남긴 무론을 통해 주화입마를 완전하게 벗어날 수 있었고, 과거보다 더욱 강해지게 된 것이다.

“ 우린 아무래도 끊어질 수 없는 인연이가 보네.”

수천월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 마쇼. 영감. 영감들이 가립하 그 영감의 무공을 익혔든 말든 우린 고용주와 점원 관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오.”

“ 암만. 우린 앞으로 자넬 공자로 부르겠네.”

수천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 머물 곳은 세 채 남았으니까 하날 골라잡으면 되오. 수 영감은 요리를 맡고, 욱 영감은 정원과 손님을 맡아주시오. 그리고 갈 영감은 집안 청소를 해야 하오. 보수는 월 열 냥이오.”

“ 돈을 많이 번다고 하더니, 엄청나네.”

세 사람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가 현역에서 활동을 할 때 받았던 돈이 두 냥에 불과했다. 그런데 잡일을 하는 데 열 냥이나 준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중요한 일을 하게 되면 보수가 많을 수밖에 없소. 영감. 집안을 구경시켜 주겠소.”

연우강은 세 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 중요한 일이란 뭘 말하는 건가?”

욱일승은 연우강을 따르며 물었다.

“ 일단 따라오시오.”

연우강은 일행을 데리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 저건 전부 뭔가?”

한쪽 벽면에 차곡차곡 진열돼 있는 물건을 보던 욱일승의 눈이 점점 커졌다.

“ 잠룡들에게 파는 물건이오. 저것들 중 가장 싼 놈이 금창약인데 스문양이오.”

“ 허!”

“ 헐!”

“ 큭!”

세 사람은 어이없는 얼굴로 연우강을 보았다.

그들 또한 대야벌에서 무공을 익히며 성장했던 터라 십 년에 한 번씩 뽑는 잠룡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더불어 금창약 하나에 스무 냥이라니. 사십 년 동안 지옥에 갇혀 있다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객잔에서 밥을 먹었으니 물가는 대충 알고 있다. 아무리 고급이라고 해도 금창약 하나에 스무 냥은 폭리였다.

“ 인시 말에는 약을 먹고, 일이 끝나면 반드시 목욕을 하오. 목욕을 하고 나서 저녁을 먹고 그 다음엔 차를 마시오. 그것만 해주면 영감들의 일은 끝나오.”

“ 알겠네. 그건 그렇고 급료를 미리 당겨주면 안 되겠는가?”

욱일승은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

“ 오늘 들어온 사람이 선불을 달라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니오, 영감.”

“ 함께 나온 친구들 때문이네. 왜 공자도 알잖은가. 두작군 그 친구들.....”

“ 그 양반들은 어디 있소?”

“ 지금 객잔에 머물고 있네.”

“ 돈도 없으면서 객잔에 머물고 있단 말이오?”

“ 그래서 가불을 해달라고 한 거네.”

“ 자신들이 한심하다고 생각되진 않소? 돈 많은 거지라는 말은 들어는 봤지만 혜광심어를 펼치는 거지는 또 처음이오.‘

연우강은 일행을 빤히 쳐다보았다.

“ 클클클! 늙어선 그저 돈이 최고라는 사실을 나도 지금 절감하는 중이네.”

욱일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 두 달치를 가불해 줄 테니까 열심히 일이나 하쇼. 그리고 무성에서 했던 약속 절대 잊지 마시오.”

“ 알았네. 공자.”

“ 올라갑시다.”

연우강은 그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들이 일을 시작하자 연우강의 집은 조금씩 모습이 바뀌어갔다. 연무장처럼 휑했던 마당 주변엔 나무가 심어지고, 자연석이 놓여지면서 제법 틀이 잡혀가고 있었다. 더불어 연우강의 ‘비급 찾아 주기 사업’도 첫 번째 의뢰를 이행 중이다.

가장 먼저 남궁운화가 신청을 했고, 그녀가 원하는 무공은 창궁대연신공과 천뢰제왕신공이었다.

성공 보수는 오천 냥이라고 적혀 있었다.

“ 웃기는 작자들이네.”

연우강은 고개를 갸웃했다.

의뢰를 받고 무원에게 창궁대연신공과 천뢰제왕신공이 꽂힌 서가의 위치를 알아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서가의 위치가 아니라 비급이 직접 온 것이었다.

“ 이거 물려도 된통 물린 것 같은데......”

이내 얼굴을 찌푸렸다.

창궁대연신공과 천뢰제왕신공의 내용을 비고에서 모사해 왔을 리는 없을 테고, 야장 인물 중 누군가가 썼다는 말이 된다. 그랗다면 결론은 빤하다.

삼십 년 전 팔황정벌에 나섰다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그들이 분명할 터였다.

“ 창노네.”

창노가 창궁무제 남궁우문이고 비급을 적은 사람이란 사실을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 앞에는 팔황정벌에 나섰다가 실종된 노인들이 있고, 뒤엔 그들의 실종을 조사하던 두작군 일행이 있으니까... 난 포위당한 셈이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연우강은 잠능폐혈대법을 자연스럽게 해제하며 주변을 살폈다. 그가 감시의 눈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건 그리 오래지되지 않았다. 처음엔 감시의 눈길의 주인이 율령궁 밀정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밀정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감시하는 자의 집요함 때문이었다.

율령궁 밀정은 하루 이틀 정도 지켜보다가 바로 떠나곤 했는데 지금 감시자의 시선은 집요하기 이를 데 없었다.

‘ 어떤 잔지 알아야 처리를 하는데....’

다시 잠능폐혈대법을 펼쳐 내공을 전신으로 흐트러트린 연우강은 부지런히 걸었다.

반 시진 후.

그가 도착한 곳은 원호 근처에 있는 다향루였다. 다향루는 차와 술을 파는 주점 겸 다루로 잠룡들의 출입이 금지돼 있는 장소다. 하지만 최고 명절인 춘절을 하루 앞둔 오늘부터 삼 일 동안은 잠룡들에게도 개방해 주었다. 쉽게 말하면 잠룡들은 삼 일의 휴가를 얻은 셈이었다.

벌써 술자리를 시작한 자들이 있는 듯, 다향루 안쪽은 왁자지껄했다.

“ 반갑소이다.”

연우강이 안으로 들어서며 소리쳤다.

“ 어서 오시오, 연 공자.”

“ 어서 오시오.”

“ 오늘은 연 공자도 쉬는 걸로 알고 있는데 웬 똥지게요?”

안으로 들어서자 잠룡들이 활짝 웃으며 연우강을 맞았다.

“ 이놈의 똥지게는 오물을 풀 때만 쓰는 게 아니외다. 때로는 선물을 운반하는 지게로도 쓰이곤 한답니다.”

연우강은 내려놓은 분관의 뚜껑을 열었다.

분관 안쪽에는 나무 상자 몇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 이건 그동안 제 물건을 애용해 주신 여러분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연우강은 상자를 꺼내 나란히 놓은 다음 뚜껑을 열었다.

“ 귤 아닙니까?”

잠룡들은 놀란 눈으로 상자를 보았다.

상자 안쪽엔 황금색 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귤을 보자마자 일부 잠룡들이 침을 꿀꺽꿀꺽 삼켰다.

“ 새해에도 조흔 일만 있으라고 귤을 준비했습니다. 워낙 비싼 놈이라 많이 준비는 못 했지만 일인당 서너 개씩은 돌아갈 겁니다. 분배는 여러분이 알아서 해주시오.”

연우강은 상자를 두고 작은 보자기를 꺼내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궁운화를 찾기 위해서였다.

“ 저기 있네.”

창가에 앉아 이편을 쳐다보는 남궁운화를 발견한 연우강은 활짝 웃었다. 그녀 곁에는 이지약과 몽요, 그리고 여자들 몇몇이 앉아 있었다.

연우강은 작은 보자기 하나와 귤 상자 하나를 들고 남궁운화 일행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 오랜 만입니다. 남궁소저.”

“ 어서 오세요. 연  공자.”

“ 흥! 우린 보이지도 않나요?”

연우강을 빤히 쳐다보던 몽요가 툭 쏘아붙였다.

“ 물론 잘 보이지요. 하지만 오늘 주인공은 남궁 소저라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몽요.”

“ 무슨 말이죠?”

“ 오늘이 남궁 소저의 생일이라서 말입니다.”

“ 그래요?”

몽요는 답을 기다리는 얼굴로 남궁운화를 보았다.

“ 그래요. 몽요.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연 공자도 오늘이 생일이에요.”

“ 정말?”

몽요의 시선이 이번엔 연우강에게로 향했다.

“ 업둥이에게 생일이 어디 있습니까. 그 날 연씨 세가로 들어갔다는 것뿐이죠. 여기 선물입니다. 남궁 소저.”

연우강은 보자기를 남궁운화 앞으로 내밀었다.

“ 뭐죠?”

남궁운화는 보자기를 매만져보았다. 먼저 두툼한 천이 느껴지고 그 안쪽에 책 같은 게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남궁운화는 궁금한 눈으로 연우강을 보았다.

“ 나중에 숙소에 들어가시며 풀어보십시오.”

“ 고마워요. 그런데 전 준비한 게 없어서 이거라도 괜찮으면.....” 남궁운화는 품속에서 작은 나무상자를 꺼내 연우강 앞으로 내밀었다.

“ 이게 뭡니까?”

“ 대라금환인데 복용해서 내공으로 만들면 오년 공력을 얻을 수 있어요. 무공을 익힌다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마땅히 줄게 없어서....”

남궁운화는 수줍은 얼굴로 말했다.

“ 하하하! 외공을 무공이라고 하면 욕먹습니다. 남궁 소저. 그리고 이건 넣어두십시오. 마음만 받겠습니다.”

연우강은 목함을 남궁운화 앞으로 밀었다.

“ 이건 금강신단이에요. 연 공자. 외공을 익히는 무인이 복용하면 좋은 약이에요.”

목함이 남궁운화 앞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지약이 또 다른 목함을 꺼내 탁자 위로 놓았다.

“ 이건 청보단이오. 연 형.”

“ 이건 천양단이오.”

“ 이건 활심단이오.”

“ 이건 용내단이오. 연 형.”

“ 이건 거령단입니다. 연 대협.”

이지약이 목함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작은 목함들이 탁자 위로 올려졌다. 연우강 주변에 있던 잠룡들이 내민 것들이었다.

“ 이게 다 뭐요?”

연우강은 황당한 얼굴로 잠룡들을 보았다.

“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말을 들었소. 큰 도움은 못 되겠지만 그래도 복용하지 않은 것보다는 나을 거요. 부디 대성하길 바라겠소. 연 형.”

일행 중 대표로 입을 연 사람은 구룡대군 윤허였다.

“ 대성이 아니라 이것들을 여러분들에게 팔아버릴지도 모르오, 윤형.”

“ 하하하, 이미 연 형에게 준 거니까 어떻게 처리하든 상관하지 않겠소. 하지만 난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명심하시오. 이제 이 년 남았소. 연 형. 아무튼 귤은 잘 먹겠소.”

“ 잘 먹겠소. 연 공자.”

“ 잘 먹겠소이다.”

잠료들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연우강을 보며 소리쳤다.

“ 율령궁 궁주가 삼시를 조금만 게을리 하면 좀 더 많이 가져왔을 텐데........”

“ 하하하! 하여튼 연 공자는 최곱니다.”

잠룡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크게 웃었다.

“ 중원 사람들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몽요는 고개를 갸웃했다.

“ 뭘 모르겠단 말입니까, 몽요?”

“ 연 공자는 수십 배의 폭리를 취하는 악덕 상인이잖아요?”

“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불만이 없으면 악덕이란 말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몽요.”

“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좋아하는 건....”

“ 같은 잠룡이면서도 경쟁자가 아니고, 연 공자 뒤에는 금릉 연씨 세가가 있어서 그래요.”

몽요의 궁금증에 대답을 해준 사람은 이지약이었다.

“ 그게 무슨 말이죠?”

“ 연 공자가 무공을 익히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경쟁 상대가 될 일은 없을 테고, 금릉 연씨 세가는 막대한 재력을 지니고 있으니까 친구로 사귀어두면 얻을 게 더 많다는 결론이 나오잖아요?”

“ 그럼 연 공자에게 물건을 사주는 건 일종의 투자?”

“ 그런 셈이죠. 더불어 실제로 필요한 것들이기도 하고.”

“ 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요?”

몽요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등천대룡 담대무궁과 섬전십삼검 남궁철상이 앉아 있었다.

담대무궁은 애써 외면하고 있고, 남궁철상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이편을 노려보고 있었다. 활활 타고 있는 눈빛으로 보건대 연우강과 남궁운화를 질투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 저 녀석은 질투 때문에 망가지겠네.’

몽요는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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