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백수-60화 (60/232)

제 7장 황족.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는다는 말의 의미를 이번처럼 절실하게 깨달은 적은 없었다. 안개 속으로 뛰어들 때만 해도 망설이긴 했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진식에 대하여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떤 원리로 구축되는지 알고 있었던 터라 시간만 주어진다면 빠져 나갈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 젠장!”

담대민은 욕설을 내뱉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안개로 들어찬 진식 안쪽은 정지된 세계다. 대기의 흐름도, 시간의 흐름도 없다. 어떻게 보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함으로 들어찬 것 같기도 하다.

겉보기에는 분명 그렇다.

하지만 안쪽에서 조금만 시간을 보내게 되면 이곳이 무서운 곳임을 금세 깨닫게 된다. 주변을 둘러싼 농밀한 안개는 단순히 찬 대기와 뜨거운 대기가 만나 생성되는 자연의 산물이 아니었다. 강하게 후려치면 미미하게나마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무겁고, 강한 압력으로 온몸을 짓누른다. 내기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걷기조차 힘든 이곳은 안개로 이루어진 늪이었다.

쉬지 않고 끌어올린 내기 때문에 어느새 단전은 텅 비고 온몸은 물먹은 솜처럼 흐너적거린다.

“ 반드시 빠져나간다. 반드시 복수해 준다. 반드시 죽여준다, 연우강.”

담대민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걸음을 옮겼다.

또다시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르고, 문득 그 앞에 검은 그림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곳을 쳐다보며 걷고 있는, 검은 옷을 걸친 그들은 무면천군단 무인들이었다. 답답함을 견디지 못했는지 무면천군단의 무면을 상징하는 복면이 그들의 얼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 무슨 일이냐?”

담대민은 그들을 향해 소리치며 걸어갔다.

“ ..... 단주님!”

후미에 있던 사내들이 잠시 담대민을 쳐다보더니 급히 고개를 숙였다. 담대민 또한 복면을 쓰지 않은 상태라 잠시 헷갈렸던 것이다.

“ 안개가 옅어지는 장소를 발견했습니다.”

다른 무인 한 명이 보고했다.

“ 들어간 대원은?”

“ 아직 없습니다.”

“ 어디냐?”

“ 이쪽입니다. 단주님.”

사내는 무면천군단 무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담대민을 안내했다. 사내들 맨 앞으로 간 담대민은 깜짝 놀랐다. 환경이 확연하게 달라져 있음이 느껴졌다. 마치 길게 이어진 길처럼 안개는 안으로 들어갈수록 옅어지고, 압력 또한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늪에 빠졌다가 밖으로 나온 그런 기분이었다.

‘ 드디어 끝이구나.’

담대민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지금까지 겪었던 것과 전혀 다른 환경이라면 휴문이거나 생문일 가능성이 높다. 휴문이라면 그곳에서 내력을 회복할 때까지 쉬면 될 테고, 생문이면 바로 탈출이다.

“ 휴문이나 생문, 둘 중의 하나다. 위험한 곳이 아니니까 들어가라!”

담대민은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 알겠습니다.”

무면천군단 무인들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엷어진 안개를 따라 나아갔다. 휴문 아니면 생문이란 말을 들은 뒤로 그들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길게 늘어선 무면천군단 무인들은 하나둘 씩 모습을 감췄다. 담대민은 단전을 쥐어짜 내기를 끌어올렸다.

부하들에게는 휴문이나 생문이라고 하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실제 확인한 것은 아니다.

정말 그곳이 휴문이나 생문인지는 들어가 본 사람이 아니면 결코 알 수가 없다. 그가 내기를 끌어올린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한 와중에 무면천군단 무인들은 하나둘 앞으로 나아갔고, 어느새 진 내부엔 담대민만 남았다.

“ 가야겠지.”

담대민은 마지못해 걸음을 옮겼다.

어떤 것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께름칙하긴 하지만 진식 안에 혼자 남아 있을 수는 없다. 나아갈수록 안개는 더욱 연해지고, 몸의 움직임은 한결 가벼워졌다.

일 각 정도 걸었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 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마음을 다잡으며 발에 힘을 주는 순간, 갑자기 주변이 환해지며 안개가 사라졌다. 마치 물 속에 있다가 밖으로 나온 그런 기분이었다.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으로 인해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담대민은 재빨리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후각이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눈을 감자마자 비릿한 냄새가 콧속으로 파고들어 왔다.

“ 헉!”

담대민은 번쩍 눈을 떴다.

“ 이럴 수가...”

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바로 앞에는 수십 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는데, 머리가 떨어져나간 그들은 조금 전 먼저 나갔던 무면천군단이었다.

그리고 그 시체들 끝에는 일곱 명이 서 있었다.

결국 무면천군단 무인들은 휴문이나 생문이 아니라 사문으로 발을 들여놓은 셈이었다.

“ 밖에서 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거야?”

연우강은 이철상을 보며 물었다.

“ 그렇습니다. 광랑. 진식 안쪽은 정지된 세계나 다름없습니다.”

“ 좋은 진식이네. 그런데 넌 계속 그렇게 하고 있을 참이냐?”

연우강은 담대민 앞으로 걸어갔다.

“ 난 내공이 바닥났다, 연우강.”

“ 내공을 회복할 시간을 달라는 말?”

“ 정정당당한 대결을 하고 싶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본인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다만 연우강이 자신의 말을 들어줄 것만 같았다.

“ 정정당당한?”

“ 그렇다. 연우강.”

“ 이놈들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하고 싶어?”

연우강은 시체로 널브러진 무면천군단을 가리켰다. 정당한 대결을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 그들은 상관없다. 연우강. 난 너와 대결을 원할 뿐이다.”

“ 역시 많이 가져본 놈이라 사고방식이 특이하네. 좋다. 담대민.”

“ 허락하는 거냐?”

“ 물론이다.”

연우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묵사를 뽑았다.

“ 시, 시간을 준다고 하지 않았느냐?”

담대민은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 물론 시간은 준단, 단, 여기가 아니라 저승에서 말이다.”

휙!

연우강의 신형이 공간을 단축했다.

“ 비열한... 크아악!”

잘려나간 머리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 바랄 걸 바라야지, 자식아.”

연우강은 떨어지는 담대민의 머리를 잡아채며 이죽거렸다. 그는 쥐고 있던 담대민의 머리를 백옥수로 얼린 다음 마라천력을 펼쳐 정문 주변에 나뒹구는 시체를 전부 들어올렸다. 그러고는 금릉전으로 이동하면서 곳곳에 뿌려 놓았다.

“ 머리는 왜 들고 다니는 거냐?”

막장은 연우강의 손에 들린 담대민의 머리로 시선을 주며 물었다.

“ 선물로 보내려고.”

“ 누구에게.....설마 벌주?”

“ 응!”

“ 벌주와 전쟁을 할 생각이냐?”

“ 내가 그놈과 전쟁을 할 주제나 돼?”

“ 그럼?”

“ 정면으로 대항할 힘은 없고, 그렇다고 도망치자니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는 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을 쓸 거야.”

“ 그게 뭔데?”

“ 약 올리기.”

“ 약 올리기라고?”

“ 이걸 보면 그놈은 잔뜩 약이 오르지 않을까.”

연우강은 담대민의 머리를 들어 막장 앞으로 내밀었다.

“ 정말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막장의 얼굴이 굳었다.

“ 설마 약을 올리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 약 오른 정도가 아니라 독이 오를 거다, 연우강.”

막장은 굳은 얼굴을 풀지 못했다. 담대민이 비록 적자는 아니라고 하지만 담대만승의 아들이고 범천담대세가의 이공자가 분명하다. 그런 담대민의 머리를 담대만승이 보게 된다면 그 다음 결과는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을 테다. 그는 전 무림을 피로 적시는 한이 있더라도 살인자를 색출해 내려 할 것이다.

“ 독?”

“ 그래.”

“ 그럼 난 더 좋고.”

“ 잘못하면 무림 역사상 가장 잔인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 벌주와 전쟁이라도 하겠단 말이냐?”

“ 무슨 소리야?”

연우강은 되물었다.

“ 담대민의 수급을 벌주께 보낸다는 건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 이런 바보 같은 자식.”

연우강은 담대민의 머리를 쥐고 있던 오른팔을 막장의 어깨에 걸쳤다.

“ 야! 자식.....”

담대민의 머리가 가슴을 치자 막장은 움찔했다.

얼결에 담대민의 머리로 시선을 내렸는데 부릅뜬 눈과 시선이 마주친 탓이었다.

“ 막장!”

“ 마, 말해라.”

“ 선전포고는 강한 쪽이 약한 쪽에게 하는 거야. 약한 놈은 죽었다 깨어나도 선전포고를 할 수 없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담대만승 그놈에게 선전포고를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

“ 그럼 뭐란 말이냐?”

“ 내가 그랬잖아. 약올리는 거라고. 그리고 이 머리를 대야벌에 전해줄 사람은 내가 아냐.”

“ 다른 사람을 시킬 거라고?”

“ 그래, 벌주 그놈도 어찌해 볼 없는 사람을 시킬 거야.”

“ 그런 사람이 있어?”

“ 금위위나 동창 무인이 이 머리를 들고 대야벌로 가져가게 될 거야.”

“ 그들까지 끌어들일 참이냐?”

“ 싸움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진흙탕 속에서 뒹구는 개싸움에 최고거든. 더 재미있는 건 말이다, 그 싸움에서 누가 살아남을이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야.”

“ 하지만 넌 반드시 살아남겠지?”

“ 내 최대의 약점을 없앴으니까.”

“ 너 최대의 약점이라면.... 가족?”

막장의 물음에 연우강은 싸늘한 미소를 대답을 대신했다.

남궁세가를 떠난 잠룡 십 조 일행이 금릉 연씨 세가로 들어온 것은 다음날 저녁 무렵이었다.

정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던 그들은 질겁했다. 사방엔 시체가 널려 있고, 파리와 구더기가 득실거리는 시체에서는 악취가 풍겨나왔다. 마치 전쟁터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 이건?”

선두에서 일행을 이끌고 있던 욱일승의 걸음이 빨라졌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잠룡 십조 일행은 연씨 세가 중심부인 금릉전에 당도했다.

일행은 금릉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거긴 들어가지 말고 후원으로 바로 오면 되오.”

막 금릉전 건물로 들어가려는데 허공에서 연우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욱일승 일행은 금릉전 건물을 우회하여 후원으로 향했다. 금릉전 뒤편에는 소나무와 느티나무에 둘러싸인 이층 건물이 서 있었다. 목솔가 들려온 곳은 바로 건물의 일층이었다. 연우강은 경천사마 일행과 함께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 어떻게 된 건가?”

들어서자마자 욱일승은 물었다.

“ 먼저 온 손님이 있었소.”  다.”

“ 가족은?”

“ ......!”

하지만 연우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 그런데 밖에 죽어있는 자들은 누군가?”

연우강이 말하기 싫어한다는 사실을 눈치챈 욱일승은 화제를 돌리며 자리에 앉았다.

“ 무면천군단이오.”

“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군.”

욱일승의 눈빛이 깊어졌다.

“ 어차피 예정된 수순이었으니까 신경 쓸 필요.... 얼레?”

잠룡들을 쳐다보던 연우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룡들 사이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끼어 있었던 거였다. 그들은 다름아닌 남궁운화와 창궁대 대원들이었다.

“ 왜 그러세요?”

연우강과 시선이 마주치자 남궁운화는 빙그레 웃었다.

“ 막장, 넌 차 좀 내와라.”

막장의 어깨를 툭 친 연우강은 자리에서 일어나 남궁운화 곁으로 걸어갔다.

“ 구십 명 가까이 되는 데 차를 내오라고?”

“ 어제 금릉전 주방에서 가져온 것들 있잖아. 차가 부족하면 술을 내와도 되니까 알어서 접대 좀 해.”

“ 우리가 하겠습니다. 천주님.”

보고 있던 기운상 일행이 벌떡 일어나 차를 끓이는 간이 주방으로 향했다.

“ .....?”

잠룡 십 조 대원들은 눈을 끔뻑이며 기운상과 연우강을 번갈아 보았다. 연우강을 천주님이라고 부른 기운상의 호칭 때문이었다.

“ 내가 노후를 책임지는 대신 그렇게 부르기로 했으니까 놀랄 필요 없어. 남궁소저는 잠깐 나 좀 봐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한 연우강은 남궁운화를 데리고 건물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느티나무 아래 그늘진 곳으로 가 앉았다.

“ 왜 그러세요?”

“ 괜찮아요?”

연우강은 되물었다.

“ 뭐가 괜찮냐는 거죠”

“ 남궁세가지 뭐겠습니까?”

“ 그러니까 연 공자 말은 가주인 제가 남궁세가를 나와도 상관없냐는 질문이에요?”

“ 이제 간신히 되찾았잖아요. 지금은 내실을 다져야 할 때 아닌가요?”

“ 제가 세가에 있다고 내실이 다져지는 건 아니잖아요.”

“ 남궁소저를 반대하는 자들이 아직도 남았어요?”

“ 호호호! 그런 말이 아니라 굳이 제가 없어도 된다는 뜻이에요.”

“ 그러니까 이젠 가주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는 뜻?”

“ 노노태세 말로는 연 공자 덕택이래요.”

“ 나 때문이라고요?”

“ 연 공자가 워낙 거칠게 처리를 해서, 연 공자가 중원을 떠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가주 자리를 노리지 못할 거라고 했어요.”

남궁운화의 얼굴이 슬쩍 붉어졌다.

방금 한 말은 연우강 당신이 있는 이상 남궁세가는 안전하다는 말이고 앞으로도 계속 신경을 써달라는 말을 우회적인 표현이었다.

“ 그럼 내가 잘한 건가요?”

“ 네.”

“ 다행이네요. 그럼 이젠 엉덩이 때릴 일이 없겠네요.”

“ 아직 일이 끝난 게 아니잖아요. 앞으로도 기회가 ...... 어머?”

말을 이어가던 남궁운화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마치 엉덩이를 때려주었으면 하고 바란 듯한 말이 돼버렸기 때문이었다.

“ 알았습니다. 앞으로 엉덩이 때릴 기회를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그,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남궁운화는 몸둘 바를 몰라 했다.

연우강을 다시 보게 되자 공연히 들뜬 마음에 아무생각 없이 지껄였다가 실수를 하고 만 것이었다.

“ 그럼 내가 엉덩이를 때려주는 게 싫다는 말?”

“ 노, 놀라지 마세요.”

불이 난 것처럼 남궁운화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마치 실제 연우강에게 엉덩이를 두들겨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싫은 모양이네.”

“ 모, 몽요 언니는 어디 갔죠?”

문득 떠오른 몽요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 갔어요.”

“ 가요?”

몽요가 떠났다는 말에 한껏 달아올랐던 남궁운화의 얼굴이 언제 그랬냐는 듯 무섭게 붉은 기가 가셨다. 그만큼 놀란 탓이었다.

“ 몽요가 대야벌로 들어온 건 무공이 필요해서가 아니었어요. 과거에 대야벌에서 잃어버렸던 물건을 찾으러 왔는데 다행히 찾아냈다고 하네요.”

“ 그렇다고 해도 인사나 하고 갈 일이지...”

남궁운화는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

“ 얼굴을 보게 되면 떠나지 못할 것 같다면서, 그동안 고마웠다고 꼭 전해 달래요.”

“ 언니가 제게 고마워할 게 뭐 있어요. 저만 도움을 받았는데.”

남궁운화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거니까 너무 아쉬워 말아요. 들어가요.”

연우강은 남궁운화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 주목해라.”

안으로 들어선 연우강은 잠룡들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잠룡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연우강을 보았다.

“ 이미 일아차린 사람도 있겠지만 몽요가 떠났다. 제군들 또한 그런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짐나 몽요가 대야벌로 들어온 이유는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과거에 대야벌에서 잃어버렸던 물건을 찾으러 왔고 그 목적을 달성하고는 돌아갔다. 제군들을 만나지 않고 바로 돌아간 건 이별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다. 대신 안부 전해달라고 하였다.”

“ 다시 온다고 하던가요?”

듣고 있던 수여설이 물었다.

“ 동영 은밀막부가 안정을 되찾으면 그땐 돌아온다고 했소, 수 소저.”

“ 그럼.......”

“ 전군의 환랑 자리는 교랑이 맡는다. 지금 우리 금릉 연씨 세가 주변엔 교랑이 구축한 팔괘만상미혼대진이 설치돼 있다. 그 진에 대한 것부터 다가올 적에 대한 대처 방법까지 교랑이 자세하게 설명할 거니까 그의 말을 듣도록 해라.”

“ 광랑! 전 자격이 없습니다.”

한편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이철상이 당혹한 얼굴로 말했다.

“ 군장은 감투가 아니다. 교랑. 싸울 땐 맨 선두에 서야 하고, 후퇴할 땐 맨 뒤에 서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없는 아주 거지같은 자리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공짜로 노력 봉사하는 것 같아서, 대원들보다 조금 더 뛰어다녀야 하는 게 짜증나서 못하겠다면 방금 했던 말 취소하겠다.”

“ 그렇게 말씀하시면 못 한다고 할 수도 없잖습니까?”

이철상은 버럭 소리쳤다.

“ 솔직하게 말해도 돼, 교랑. 난 절대 강요하는 사람이 아냐.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라 하기 싫다는데 강제로 시키면 나만 나쁜 놈 되잖아. 지금이라도 취소할까?”

“ 한다고요. 하면 되잖습니까. 광랑은 나가 계십시오.”

연우강 겉으로 다가간 이철상은 그의 등을 떼밀어 밖으로 내보내 버렸다.

“ 이 친구야. 여긴 내가 태어난 곳이고 군에 가기 전까지 살아왔던 곳이라고. 나도 내 집안에 ....”

“ 십오 년 동안 살았으면 지긋지긋하겠구먼요. 뭘. 이번을 끝으로 다시는 보지 못할 곳인데 과거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면서 둘러보십시오.”

“ 그럴까.”

“ 네.”

이철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어. 그럼 나가 있을 게.”

연우강은 싱긋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 다시는 보지 못할 거라는 건 무슨 소리냐?”

연우강이 밖으로 나가자 두작군이 이철상을 향해 물었다.

“ 지금 어르신이 앉아 계신 이곳부터 시작해서 금릉 연씨 세가 전 지역에 화약이 매설돼 있습니다. 도화선에 불만 붙이면 이곳은 흔적도 없이 날아갑니다.”

“ 연 공자의 가족은 어떻게 됐느냐?”

두작군은 다시 물었따.

“ 그건 광랑께 직접 물으셔야 합니다. 전 확인해 드릴 수 없습니다. 어르신.”

“ 생사도?”

“ 그렇습니다.”

“ 좋다, 그건 몰라도 된다고 치고, 적은 어떻게 처리할 거냐?”

“ 우리가 떠나고 사흘 있다가 금릉 연씨 세가에서 대규모 폭발이 있을 겁니다. 건물은 물론이고 시체들까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될 겁니다.”

“ 대야벌의 눈과 귀를 속이겠다는 말 같은데, 가능할 거라고 보느냐?”

“ 조사를 하지 못하면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 안에 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 대야벌에서 이곳을 조사하지 못한다는 말 같은데, 맞느냐?”

“ 그렇습니다. 어르신. 대야벌의 조사단은 금릉 연씨 세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습니다.”

“ 어째서 그렇다는 거냐?”

“ 방금 말씀드렸던 화약과 금릉 연씨 세가 영향력 때문입니다. 금릉 연씨 세가는 중원 최고의 상단이고, 그동안 황실의 주요 인물들에게 꾸준히 뇌물을 제공해 왔습니다. 그런 곳이 화약에 의해 잿더미로 변했다면, 단순한 폭발 사건으로 처리되지 않습니다. 즉 이곳 강소성을 다스리는 승선포정사나 제형안찰사사의 목을 날려버릴 정도로 엄청난 일이고, 폭발에 대한 조사는 최소한 금의위와 동창이 될 겁니다. 그 말은 곧 금릉 연씨 세가 폭발 사건을 조사하는 주체가 황실이 된다는 뜻입니다.”

“ 명 황실과 대야벌의 미묘한 관계를 이용한다는 말이구나.”

두작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실에서 직접 조사를 하게 되면 대야벌은 황실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다. 황실에서 정보를 빼내는 것도 어렵지만 그 정확도 또한 믿을 게 못된다.

결국 금릉 연씨 세가를 없애기 위해 무면천군단을 투입했던 대야벌은 제 삼자 입장에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터였다.

“ 이곳을 조사할 기관이 어디가 될지는 모르지만 대야벌에서 정보를 빼내는 건 쉽지가 않을 겁니다. 어르신.”

“ 클클클! 무슨 말인지 알겠다. 이젠 우릴 뒤쫓아 오는 놈들을 처리할 방도를 말해 보거라.”

“ 전부 죽이면 됩니다.”

“ 그건 연공자 생각이냐?”

“ 그렇습니다. 어르신.”

“ 간단해서 좋구나.”

두작군은 벌러덩 드러누었다.

“ 다섯 명이 무면천군단 삼백 명을 없앴습니다. 어르신. 칠백 명 정도는 입가심 정도도 안 됩니다.”

“ 아무튼 그놈 옆에만 있으면 전부 머리가 돌아버린 모양이다. 우리도 너희도.”

두작군은 희미하게 웃었다.

자신들을 포함한다고 해도 잠룡 십조는 구십여 명에 불과하다. 반면에 적은 대야벌 최정예라고 불릴 수 있는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끊임없이 몰려오는데, 걱정하는 자들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적과의 전투를 본인들의 실력 향상을 위한 계기로 이용하려고 한다.

연우강과 함께 한 지 몇 개월 만에 녀석들은 전사로 거듭나고 있다.

“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어르신. 대야벌 최정예가 우릴 죽이겠다고 몰려오는데도 전혀 겁이 나지 않는 걸 보면 미친 게 분명합니다.”

“ 미친 놈들끼리 술이나 한잔할까?”

“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어르신.”

이철상은 한쪽 구석으로 가서는 술병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 저기 어르신.”

막장은 누워 있는 두작군 앞으로 걸어가며 불렀다.

“ 말하거라.”

두작군은 누운 채 입을 열었다. 막장은 대야벌에 있을 때부터 안면이 있었다.

“ 제 내자 될 여자의 이름이 두연화입니다.”

“ 두연화? 나와 성이 같구나.”

“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어르신.”

“ 하면?”

“ 연화 소저의 아버지, 그러니까 제 장인어른의 이름은 두보관입니다.”

휙!

두작군이 벌떡 일어났다. 그가 일어나는 속도는 전광석화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빨랐다.

두작군은 막장을 빤히 쳐다보았다.

“ 그, 그러니까 네 집에 있던 그 여아가 보관이 녀석의 딸이고 내 손녀였단 말이냐?”

두작군의 목소리가 미미하게 떨려나왔다.

“ 절 받으십시오.”

막장은 두작군을 향해 정중하게 절을 올렸다.

“ 절은 나중에 받도록 하자. 난 우선 연우강 그 잡놈과 계산부터 해야겠다.”

우드득!

“ 연우가아앙!”

두작군은 이를 부드득 갈며 몸을 날렸다.

콰앙!

앞을 가로막은 문을 향해 쌍장을 힘껏 뿌린 그는 문을 산산이 부수며 밖으로 튀어나갔다.

“ 왜 저러시는 겁니까?”

막장은 의아한 얼굴로 수천월을 보았다.

“ 연공자는 두보관이 작군이 녀석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고 있거든.”

“ 그러니까 우강이 그 녀석은 손녀딸이 바로 옆집에 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 소리 안했단 말입니까?”

“ 그렇게 된 것 같구먼. 아무튼 잔인한 구석이 있어. 삼십 년 만에 만나는 가족인데......”

수천월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그럼 연화가 장인어른과 함께 있다는 말까지 들으면 거품을 물겠군요.”

“ 보관이 그 녀석도 함께 있단 말인가?”

“ 그렇습니다. 어르신. 얼마 전 양성일 도독동지가 찾아왔을 때 부탁한 모양입니다.”

“ 헐!”

수천월은 어이없는 얼굴로 두작군이 부숴 버린 문을 멀거니 보았다.

한편,

처소를 뛰쳐나간 두작군은 연우강을 찾아 연씨 세가 전역을 휘젓고 다녔다. 하지만 연우강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다시 금릉전 근처로 돌아와 연우강을 찾았다.

“ 연우가~앙!”

“ 잿물 마신 개처럼 설치지 말고 올라와.”

연우강의 목소리는 금릉전 지붕에서 들려왔다.

파악!

두작군은 바닥을 차며 순식간에 지붕으로 날아 올라갔다. 연우강 앞에 선 두작군은 다짜고짜 멱살을 틀어쥐었다.

“ 야! 이 치사한 자식아, 내가 보관이 아비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 어쩌라고?”

연우강은 무심한 얼굴로 두작군을 빤히 쳐다보았다.

“ 삼십 년이다. 삼십 년이 얼마나 긴 세월인지 알기나 해!”

두작군은 금방이라도 후려칠 기세였다.

“ 나이를 그렇게 처먹었으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길 법도 한데, 하여간 영감은 불가사의야.”

“ 내 말이 바로 그 말이다. 자식아. 내가 삼십 년 동안 갇혀 있었다는 걸 아는 놈이 손녀딸이 옆집에 있다는 걸 숨겨!”

“ 알면 뭐 할 건데?”

“ 뭐 하긴 자식아. 그 아이에게 내가 친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알리고....”

“ 알린 다음엔?”

“ ......!”

두작군은 멍한 얼굴로 연우강을 보았다. 딱히 할 말이 없었다.

“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렇게 엮으려고 하는 건 도둑놈 심보야, 영감이 두 소저에게 해준 게 뭐가 있어. 손녀딸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살았잖아.”

“ 난 지옥에 있었다. 연우강!”

“ 지옥에 들어간 게 가족 때문이었어?”

“ ......!”

또다시 할 말이 없었다.

“ 가족을 위해 들어간 게 아니잖아. 영감이 지옥에 들어간 건 순전히 영감의 야망 때문이었어. 남은 가족이 어떻게 될 거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을 거야. 그래놓고는 죽을 때가 가까워지니까, 이제 와서 가족을 찾는 건 너무 이기적이잖아, 안 그래?”

“ 그, 그러니까 난 가족을 찾을 자격이 없단 말이냐?”

“ 냉정하게 말하면 그래, 수십 년 동안 버려두었던 자식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공해 있어야 하는 거야. 영감. 그런데 영감을 봐, 가진 돈도 없고, 지위도 없고 그야말로 빈털터리잖아. 손녀딸을 찾아가서 내가 네 할아버지니까 밥 먹을 때 숟가락 하나만 더 올리라고 할 거야?”

“ 어쩌라는 거냐?”

두작군은 쥐었던 멱살을 놓고 연우강 옆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 그냥 사는 모습을 지켜만 보면 돼.”

“ 자식이 찾아오면?”

“ 그땐 따뜻하게 맞아줘야지. 오는 자식을 내칠 수는 없잖아. 할 수만 있다면 용돈도 좀 주고!”

“ 우리에게 오십 냥씩 주는 게 그 때문이냐?” “ 흑랑기 대원들은 돈을 받은 적이 없어. 어쩌다 큰 공을 세우고 돌아오면 수고했다고 한두 냥씩 나오곤 하는데 일년 동안 모은다고 해도 스무 냥도 안 돼. 그런데 그걸 고향에 보내는 녀석들이 있었어. 그런데 우스운 건 녀석은 제 고향에 가족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는 거야.”

“ 그냥 보냈단 말이냐?”

“ 그래.”

“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하라고?”

“ 자식을 버린 대가라고 생각해.”

“ 매정한 새끼.”

두작군은 하늘을 보았다. 녀석의 말이 틀리지 않다.

지옥에 갇히기 전까지는 가족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깊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대의가 가족보다 우선한다고 여겼고, 대의를 위해선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의 희생도 기꺼이 받아들일 참이었다.

그런데........

“ 지 가족도 못 챙기는 놈이 남을 위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거야. 영감.”

“ 알았어. 자식아! 그런데 여기서 뭐 하는 거냐?”

“ 저기 저 건물 보여?”

연우강은 이십여 장 떨어진 곳에 있는 건물을 가리켰다.

“ 저 건물이 왜?”

“ 내가 여섯 살 때 불을 지른 건물이야. 잿더미로 변했는데 새로 지었어. 그리고 저쪽에 있는 건물도 그랬고.”

이번에는 오른편에 있는 건물을 가리켰다.

“ 너도 그런 짓을 하고 컸냐?”

“ 여섯 살 때 내 꿈은 금릉 연씨 세가를 몽땅 태워버리는 거였어.”

“ 업둥이란 사실 때문에 그런 거냐?”  “ 우진이 녀석과 차별 받는 게 싫어서 그랬어.”

“ 널 괄시했다는 거냐?”

“ 그 반대야.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두 분은 단 한 번도 회초리를 들지 않으셨어. 그래서 회초리를 들어 날 때릴 때까지 사고를 치기로 한 거야.”

“ 복에 겨웠구나. 하루가 멀다하고 얻어터지며 큰 놈도 있는데.”

“ 어렸을 때 많이 맞고 큰 모양이네.”

“ 난 하루라도 맞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을 못 잤다.”

“ 쿡! 나랑 정반대였네. 아무튼 영감 말처럼 난 복에 겨웠어. 그런데 그땐 우진인 때리면서 난 때리지 않는 그분들이 밉더라고, 그러다가 여덟살 때, 어머니께 뒈지게 맞았어.”

“ 왜?”

“ 친어머니 제삿날에 들어오지 않았거든.”

“ 친어머니 제삿날을 알아?”

“ 친어머닌 바로 이 건물에서 돌아가셨어.”

“ 그랬구나.”

“ 어머니가 어찌나 화를 내는지, 다리가 퉁퉁 부어 걸음을 걷지 못할 정도로 맞았어. 그런데 아프질 않더라고. 어머니가 회초리로 날 때리시는 데 웃음이 나오더란 말이야. 잘못했다고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실실 웃고 있으니 어머니 마음이 어쨌겠어. 거의 반미치광이가 돼서는 날 두들겨 팬 거야. 결국 난 쓰러지고 말았어. 퍼뜩 정신을 차린 어머닌 날 붙잡고 잘못했다고 빌더라고. 잘못했다고 비는 어머니를 보다가 이번엔 내가 돌아버렸다. 어머닐 붙잡고 친자식을 때리는 것처럼 더 때려달라고 악다구니를 쓰고 말았어.”

“ 충격이 심하셨겠구나.”

“ 응! 어머닌 멍한 눈으로 날 쳐다보기만 하고는 아무 말도 못하셨지. 그때 그분의 눈동자는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 그래서 어떻게 됐냐?”

“ 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친아들이 될 수는 없잖아. 팔 년 동안 해왔던 게 하루아침에 바뀔 리도 없고, 결국엔 내 친아버지와의 관계를 들먹이면서 금릉 연씨 세가까지 내게 넘겨주려고 하더라고.”

“ 친아버지?”

“ 연씨 세가와 우리 집 인연은 할아머지 때부터야. 내가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연운상 그분은 외할아버지와 친구면서 동업자였고, 지금의 아버진 친아버지께 목숨을 빚졌다고 해. 할아버지는 오늘날 금릉 연씨 세가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내 외할아버지와 친아버지 때문이라고 입버릇처럼 달고 사셔.”

“ 그러니까 넌 은인의 후손이란 말이냐?”

“ 그건 그분들의 생각이고 난 아니었어.”

“ 넌 어떻게 생각했는데?”

“ 천 명의 혈도부대를 혼자 없앨 정도로 강한 무공을 익혔으면서도 친아버지를 살해한 자들을 잊고자 했어.”

“ 왜?”

“ 내가 전쟁을 시작하면 이곳에 있는 가족도 엮여 들어갈 수밖에 없잖아. 그래서 시작조차 하지 않았어.”

“ 넌 네 아버지나 어머니를 은인으로 여겼단 말이냐?”

“ 사실이 그렇잖아. 과거 인연이 어떻게 됐든, 난 부모 없는 고아였으니까.”

“ 그래서 불구대천의 원수도 마음속에 묻었단 말이냐?” “ 그런 셈이지. 근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 친아버지를 살해한 자들이 이번엔 날 끌어들이지 못해서 안달을 하잖아.”

“ 그렇게 된 거였구나. 그런데.....”

두작군은 연우강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녀석은 말해 줄 줄 알았던 제 친부에 대해서는 끝내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 친아버지가 누구냐고?”

“ 그래.”

“ 안정군왕 주인문의 장자이자 군왕세자인 주선엽.”

“ 주선엽이라면..... 묵사란 말이냐?”

두작군은 경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 맞아.”

“ 화, 황족이라고?”

“ 응! 몰락해 황실에서조차 인정해 주지 않는 그런 황족.”

연우강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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