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백수-61화 (61/232)

제 8장 암기, 암기들

강호가 됐든 상계가 됐든 한 분야에서 최고 자리에 오른 가문을 공격할 때, 성공 여부는 공격 목표를 완전하게 박멸하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자들의 흔적을 얼마나 완벽하게 지웠느냐가 관건이다.

설사 공격에 성공했다고 해도, 정체가 밝혀지게 되면, 공격 당한 쪽과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자들의 반격을 받게 될 수도 있고, 자칫 잘못하면 공격한 자들 또한 멸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공격을 결심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밀밭 너머 금릉 연씨 세가를 주시하는 오사 일행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잠룡 십조가 금릉 연씨 세가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가장 먼저 세가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 혹여 세가 내부에서 접전이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금릉 연씨 세가 주변엔 인가가 없었다. 설사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목격자는 나오지 않을 거란 의미였다.

“ 문제는 굳이 살수 전부를 이끌고 금릉 연씨 세가로 들어갈 필요가 있느냐는 건데....”

천사 배철의 눈이 가늘어졌다.

만일에 대비하여 주변을 정탐하기는 했지만 공격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지금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천만냥이 걸린 연우강의 머리다. 우선은 그 일을 마무리짓고 난 후에 오살의 복수에 대해 생각하는 게 순서일 테다.

“ 옥전 자네 생각은 어떤가?”

배철은 인사 만옥전을 보며 물었다.

“ 일단 현의당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 규산을 기다려보기로 하세.”

만옥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속에 숨어 있던 초승달이 드러나면서 주변이 희미하게나마 밝아지고 있다. 그는 다시 시선을 내렸다.

무릎까지 자라 있는 밀이 비교적 선명하게 보인다. 알을 틔우기 시작한 듯 밀은 한결같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문득 과거 살수 시절 달을 무던히도 싫어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 자신뿐만 아닐 테다. 살행을 업으로 하여 살아가는 살수들은 대부분 달을 싫어할 것이다.

‘ 구름이 더 많으면 좋을 텐데.’

내심 중얼거리고 있는데 인기척이 났다.

“ 나네.”

곧이어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손규산이 네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현의당 분위기는 어떻던가?”

배철은 손규산을 보며 물었다.

“ 이거네.”

손규산은 손으로 목을 스윽 그어 보였다.

“ 연씨 세가를 지우기로 했단 말인가?”

배철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 연씨 세가로 진입하는 걸 확인하고 오는 참이네.”

“ 이상하군.”

배철은 고개를 갸웃했다.

“ 굳이 무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인가?”

손규산 또한 배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금릉 연씨 세가는 상계의 대야벌이라고 할 수 있다. 설사 공격에 성공한다고 해도 흔적을 남기면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 흑의사신 천세걸 또한 그런 상황을 모르지 않을 테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 그렇네.”

배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 만마림의 림주인 혼세신마 옥처인은 물론이고 전에 죽임을 당했던 유백천 일행도 무영이란 소문을 들었네.”

듣고 있던 만옥전이 말했다.

“ 그렇다면 현의당이 금릉 연씨 세가를 공격하는 건 단순한 복수 차원이 아니란 말이군.”

배철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문득 일이 재미있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영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이미 세력화 됐다는 뜻이고, 금릉 연씨 세가는 무영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제물로 선택된 듯했다. 더불어 흔적을 남기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는 손규산 일행을 보았다.

“ 우리에겐 오히려 기회네.”

“ 이곳에서 마무리하잔 말인가?”

손규산이 물었다.

“ 그렇네. 규산.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연우강의 머리지 금릉 연씨 세가의 멸망이 아니네.”

배철은 몸을 일으켰다.

곧 오사를 비롯한 사월림 살수 이백 명이 은밀하게 금릉 연씨 세가로 이동해 갔다.

현의당 당주이자 무영의 일인인 흑의사신 천세걸은 조용히 전면을 주시했다. 그를 비롯한 현의당 대원들이 은신해 있는 장소는 금릉 연씨 세가 남쪽이다.

상계의 거물이고, 자칫 잘못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만마림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천세걸이 과감하게 금릉 연씨 세가의 담을 넘은 이유는 며칠 전 만마림으로부터 온 전서 때문이다.

만마림 지부를 통해 전달된 첩지에는 천상천 소속의 무면천군단이 금릉 연씨 세가를 공격하기 위해 출병했으니 참고하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대야벌 소속 각 세력의 수장도 접할 수 없는 고급정보였다. 자신 또한 무영의 수장이 십절무적검 담대천호가 아니었다면 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무면천군단을 출병시켰다는 말은 벌주가 금릉 연씨 세가를 지우기로 결정했다는 의미다. 금릉 연씨 세가의 담을 넘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 근처에서 움직이지 않고 각 대주를 먼저 안으로 들여보낸 이유는 천세걸의 신중한 성격 때문이다.

“ 벌써 끝내고 돌아간 건가?”

천세걸은 고개를 갸웃했다.

각 건물에 불조차 켜지지 않았고, 금릉 연씨 세가 주변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스윽!

미약한 소성과 함께 각 방향에서 다섯 명이 천세걸 곁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현의당 각 대의 대주들이었다.

“ 이상합니다. 당주님.”

살혼대 대주 추혼마검 백차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 뭐가 이상하단 말이냐?”

“ 인기척은 전혀 없고 썩는 냄새만 진동하고 있습니다.”

“ 건물 안쪽은 확인했느냐?”

“ 제가 간 쪽은 창고밖에 없었습니다.”

백차수는 고개를 저었다.

“ 건물은 제가 확인했습니다.”

허리에 도를 찬 사내가 천세걸을 보며 말했다. 건장한 체격의 이 사내는 혈혼대 대주 적혈인도 강수였다.

“ 어떻더냐?”

“ 상당수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 시체 상태는 어떻더냐?”

“ 최소한 이삼 일은 지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당주님.”

강수를 비롯한 대주들의 얼굴에 언뜻 불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무면천군단이 금릉 연씨 세가를 공격한 사실을 모르는 그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대주들의 얼굴을 살피던 천세걸은 무면천군단에 대해 알려줘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결국 그는 대주들에게 말하기로 결정했다.

구십여 명에 불과하지만 잠룡 십 조는 사월림 살수 백 명과 철마당 대원 이백 명을 없앤 초강자들이다.

직접적으로 표현한 자들은 없지만, 금릉 연씨 세가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금 상태로 가면 자칫 작전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앞섰다.

“ 금릉 연씨 세가를 공격한 단체는 무면천군단이었다.”

“ 정말입니까?”

강수는 깜짝 놀랐다.

“ 그렇다. 강수. 벌주는 이미 금릉 연씨 세가를 지우기로 결심했고, 이곳은 무면천군단이 휩쓸고 갔다. 설사 훗날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에 대한 책임은 무면천군단이 지게 된다.”

대주들의 얼굴을 살피고 있던 천세걸의 얼굴에 빙긋 미소가 맺혔다.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대주들의 얼굴이 밝아지더니 모든 책임을 무면천군단이 진다는 말이 끝나자, 불안감의 그림자가 깨끗이 지워지고 없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천세걸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 우린 잠룡 십 조를 없애고 묵사를 얻어 조용히 떠나면 된다.”

“ 알겠습니다. 당주님.”

다섯 대주는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 살혼대와 혈혼대는 전면, 야수대는 우측, 추혼대는 좌측, 추풍대는 후미를 맡는다!”

“ 존명!”

대주들은 빠르게 본인들의 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추혼마검 백차수와 적혈인도 강수가 이끄는 살혼대와 혈혼대가 선두로 나서고, 사인겸 윤정광이 이끄는 야수대는 오른편으로 구절마편 모재용이 이끄는 추혼대는 왼편으로, 그리고 마창 지계윤이 이끄는 추풍대는 후미로 자리했다. 곧이어 현의당 대원 오백 명이 금릉 연씨 세가 중심부를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이십여 장 정도를 나아가던 현의당 대원의 선두가 왼편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한식경 정도를 걷자 일행 앞에 널따란 대로가 나타났다.

금릉 연씨 세가는 네 개의 큰 길이 십자 형태로 나 있는데 현의당 일행이 들어선 곳은 남쪽과 서쪽의 중간 사이에 있는 천금로였다.

마차가 오갈 수 있도록 일부러 넓게 만든 듯, 천금로의 폭은 이 장에 달했다. 길을 따라가며 철쭉이 심어져 있고, 철쭉 뒤편으로는 이 층 건물이 서 있었다.

“ 야수대와 추혼대는 건물을 확인하라!”

“ 존명!”

천세걸의 명령에 야수대와 추혼대 무인 십여 명이 건물을 향해 쏘아져 들어갔다. 일층과 이층을 순식간에 훑은 그들은 밖으로 나왔다.

“ 아무도 없습니다. 당주님.”

“ 좋다, 속도를 낸다.”

고개를 끄덕인 천세걸은 대원들을 독려했다.

이 정도 확인했으면 더는 암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이젠 잠룡 십 조가 도망칠 기회를 주지 않는 게 더 중요했다.

현의당 무인들이 내달리자 길 양편에 심어진 철쭉들이 짓이겨지며 아우성쳤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오백 명의 몸에서 투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먼저 주변 대기가 터져 나가고 곧이어 건물 주변에 서 있던 나무들의 잎이 갈가리 찢겨 눈처럼 휘날렸다.

후욱! 후욱! 후욱!

금릉전이 가까워지자 현의당 대원들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느새 절반을 달려온 듯 오십여 장 건너 편에 금릉전이 눈에 들어왔다. 금릉전 삼층 처마 밑에는 일장 간격으로 유등이 밝혀져 있었다.

콰악! 콰악!

유등을 발견한 현의당 대원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불끈 틀어쥐었다.

“ 거기까지!”

삼십 여 장까지 접근했을까.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검은 인영이 금릉전 담을 넘어왔다.

“ 멈춰라!”

선두에서 일행을 이끌던 추혼마검 백차수가 그 자리에 멈춰 서며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척! 척척척! 척척척!

멈춰 서는 동작만으로도 현의당이 만마림 정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잔뜩 흥분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오백 명의 현의당 무인은 마치 한 사람이 움직인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그 자리에 멈췄다.

그들은 일제히 전면을 보았다.

검은 옷을 입고 검은 철립을 쓴 자가 길 한가운데 서 있고, 그자와 이 장 떨어진 뒤편에는 여덟 명이 이장 간격으로 늘어서 있다.

“ 연우강?”

천세걸은 깜짝 놀랐다.

그가 대번에 연우강을 알아본 이유는 사내의 모습 때문이다. 검은 철립, 검은 옷, 그리고 엉덩이 쪽에 가로로 걸쳐 오른편으로 약간 튀어나온 묵사는 어느새 연우강의 상징이 됐고, 그를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차림 때문에 놀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천세걸이 놀란 이유는 연우강이 자신들을 막아섰다는 것 때문이다. 뒤편에 서 있는 자들과 이 장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선봉에 서서 공격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제 일 갑자 남짓 내공을 가졌고, 흑철마신이라는 외공을 익힌 그가 앞을 막고 섰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욱 영감, 내가 제법 유명인이 된 모양이야.”

연우강은 전면 현의당 무인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뒤쪽의 욱일승에게 말을 건넸다.

“ 검은 철립과 검은 옷은 연공자의 신물이 된 것 같네.”

“ 그럼 철립을 벗고 검은색 옷도 벗으면 아무도 몰라보겠네?”

“ 환영축골공으로 얼굴을 바꿔야 할 거네.”

“ 맞아, 얼굴도 알려져 있으니까.”

연우강은 싱긋 웃으며 현의당 무인들 속에 있는 천세걸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한동안 그를 쳐다보던 연우강은 입을 열었다.

“ 만마림 현의당 무인들이 언제부터 도적 무리로 변한 거냐?”

“ 우린 도적이 아니다, 연우강.”

천세걸은 차갑게 응수했다.

“ 무기를 소지한 채 떼기러로 남의 집 담을 넘는 자들을 일컬어 우린 도적 무리라고 부른다. 천세걸.”

“ 나를 아는 걸 보니까 네가 지은 죄도 알겠구나.”

“ 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

“ 너를 비롯한 잠룡 십 조는 무인이면 하지 말아야 할 비열한 짓을 했다, 연우강.”

“ 왜 난 그런 기억이 없지?”

“ 철마당 무인 이백 명을 독으로 살해한 건 강호 공적이라고 해도 하지 않을 아주 비열한 짓이었다.”

“ 난 독으로 철마당 무인들을 죽이지 않았어.”

“ 거짓말하지 마라. 이미 천상천을 비롯한 만마림, 율령궁에서 확인했다. 네놈은 무림 공적보다 더 못한 놈이다.”

“ 독을 이용하긴 했지만 그들은 중독돼 죽은 게 아냐.”

“ 그럼?”

천세걸은 저도 모르게 물었다.

“ 그놈들은 독에 중독돼 내기도 끌어올리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었어. 즉 정신이 오락가락하긴 했지만 살아 있었다는 뜻이야.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그놈들을 저승으로 보낸 건 바로 이거야.”

연우강은 엉덩이에 가로로 걸린 묵사를 툭 쳤다.

“ 그, 그러니까, 저항 능력을 상실한 그들을 전부 없앴단 말이냐?”

천세걸의 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뭉클뭉클 흘러나왔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현의당 무인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살기가 주변에서 요동쳤다.

“ 바로 그거야. 천세걸. 우린 비틀거리는 놈들을 향해 가차없이 무기를 휘둘렀어. 그러다가 칼질을 잘못해 숨이 끊어지지 않은 놈들은 이렇게 해줬고.”

연우강은 오른발을 들어올렸다가 사정없이 밟았다.

쿠웅!

그의 발이 발목까지 파고들어 가고, 지반이 부르르 떨었다.

“ 죽일 놈!”

철마당 무인들이 당했을 광경이 떠오르자 천세걸은 주먹을 으스러져라 틀어쥐었다.

“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천세걸. 단 한 놈도 빠짐없이 전부 여기에 묻어줄 테고, 혼세신마 옥처인을 그놈과 함께 만마림은 영원히 사라지게 될 거야. 내 전 재산을 걸고 내기를 하자고 해도 기꺼이 할 거야.”

“ 응?”

천세걸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귓전으로 들려온 연우강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일 갑자 정도의 내공을 지닌 자는 설사 목소리에 내공을 싣는다고 해도 살기까지 입히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방금 들려온 연우강의 목소리에는 내공은 물론이고 소름이 오싹 돋게 하는 살기도 내포돼 있었다.

문득 지금껏 연우강에 대한 평가가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 설마!’

“ 저 건물 속에 숨어 있는 놈들을 믿고 큰소리치는 거라면 넌 실수한 거다. 연우강.”

천세걸은 좌우 측 건물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조금 전부터 좌우에 있는 건물들에서 차가운 살기가 느껴졌던 거였다.

“ 믿지 못하겠지. 하지만 지금부터 눈으로 직접 보게 될 거야. 금릉 연씨 세가를 건들인 놈은....”

잠시 말을 끊은 연우강은 오른발을 천천히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검은 운무가 뭉클뭉클 솟아나와 갑옷처럼 전신을 감쌌다.

쿠웅!

검은 운무가 얼굴까지 완전하게 감싸는 순간, 거인이 걸음을 내딛을 때처럼 둔탁한 소성이 주변을 강타했다.

그리고,

“ 지옥탄!”

단호한 목소리가 대기를 갈랐다.

“ 주, 준비....”

푸아악! 파앗!

살혼대 대주 백차수의 말을 끊으며 섬뜩한 살기를 내포한 파공성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지옥탄.

사망묵의의 목 주변을 장식하고 있던 백팔 개의 사망정주가 부챗살처럼 퍼져나가며 가공할 속도로 허공을 단축했다. 사망정주는 너무 빨라 육안으로 확인조차 불가능했다.

“ 차앗!”

“ 타앗!”

“ 이야압!”

현의당 무인들은 자신들 앞으로 다가오는 싸늘한 기운을 향해 무작정 무기를 휘둘렀다.

카앙! 캉캉! 캉!

퍽! 퍽퍽퍽! 퍽퍽! 퍽퍽퍽! 퍽퍽!

“ 크악!”

“ 아악!”

“ 으아악!”

“ 크아악!”

일부 운이 좋은 자들은 사망정주를 쳐냈지만 선두에 섰던 대부분의 현의당 무인들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사망정주를 막아내지도 피하지도 못했다. 사망정주에 당한 자들은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그 자리에 풀썩풀썩 쓰러졌다. 선두에 있던 자들이 쓰러지자 나머지 사망정주는 쓰러진 자들을 지나 뒤편에 서 있는 자들의 몸으로 틀어박혔다. 수십 명의 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비명이 터져 나오고 현의당 진영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파앗!

검은 운무에 휩싸인 연우강의 신형이 공간을 단축했다. 우왕좌왕하고 있는 현의당 무인들을 향해 몸을 날린 그의 양손이 무서운 속도로 자신의 전신을 누볐다. 가슴을 더듬고, 허리를 더듬고, 허벅지를 더듬고, 다시 허리를 더듬고, 가슴을 더듬었다. 언뜻 보기엔 같은 위치처럼 보이지만 그가 더듬는 위치는 조금씩 달랐다.

그의 양손이 번개처럼 오가는 위치는 다름 아닌 열여덟 자루의 사망마비가 꽂힌 곳이었다.

그의 손을 떠난 사망마비는 조금 전 사망정주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공간을 갈랐다.

스악! 슉!

푹! 푹푹푹!

새카만 광채를 뿌리는 사망마비가 현의당 무인들의 몸속으로 모습을 감췄다가 마치 끈이 달린 것처럼 다른 무인을 찾아 몸속으로 파고들어 갔다.

“ 차앗!”

한껏 웅크렸던 가슴이 활짝 펴지고, 가슴에 붙어 있던 꽃잎 아홉 장이 떨어져 나갔다. 사망마비로 펼치는 혼령무에 이른 사망사화로 펼치는 사우화였다. 매미 날개처럼 얇은 사망사화는 나아가는 방향도 불규칙했다. 살랑살랑 날아가는 것 같으면서도 적 앞에서는 가공할 빠름을 보였고, 적의 목을 잘라낸 후에는 다시 살랑거린다.

콰앙!

전보다 더 강한 소성과 함께 지반이 우르르 떨렸다. 그리고 허공을 배회하던 사망정주와 사망마비 그리고 사망사화가 다시 현의당 무인들을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 맙소사!”

오른편 건물 이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던 수여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남궁운화 또한 자신의 입술 사이로 침이 질질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 믿어져요?”

수여설이 물었다.

“ 전 지금 화장실을 가고 싶어요, 언니.”

“ 화장실은 왜요?”

“ 잠룡쟁패를 빼앗기 위해 연공자 목에 검을 들이댄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저와 창궁대 무인들은 복면을 하고 있었고요.”

그 날 그 광경을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아랫배가 묵직해지면서 소변이 마려웠다. 연우강을 처음 만난 그 날, 만일 그가 손을 쓰려고 마음먹었다면 자신을 비롯한 논태세와 창궁대 대원들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 잠룡쟁패는 연 공자로부터 샀다고 하지 않았어요?”

“ 연 공자로부터 빼앗았던 걸 모르는 사람에게 빼앗겼거든요.”

“ 그랬구나. 아무튼 그 날 엄청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네요.”

“ 지금 생각하니까 그래요, 안 되겠어요. 언니. 화장실 좀 다녀와야겠어요.”

남궁운화는 아래층을 향해 급하게 몸을 날렸다.

“ 같이 가요.”

수여설은 남궁운화를 쫓아 아래로 내려갔다. 건물 후문을 나선 두 사람은 오 장 떨어진 곳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남녀 화장실이 따로 있어 두 사람은 각자 한 곳씩 차지하고 동시에 들어갔다.

“ 그럼 연 공자를 그날 처음 만난 거예요?”

“ 그래요, 언니. 하지만 연 공자는 제가 누군지 몰라요.”

“ 말하지 않았어요?”

“ 큰싸움도 없었고, 달라고 하니까 그냥 줬어요.”

“ 아무 말도 없이?”

“ 나중에 성공하면 크게 한턱 내라고 하던데요?”

“ 크악!”

“ 아악!”

“ 으아악!”

“ 한 턱은 뭐로 낼 거죠?”

“ 그게 고민이에요. 부족한 게 있어야 도와주든지 할 텐데 그는 부족한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돈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무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고.... 그는 너무 완벽해요, 언니.”

“ 고아니까 가족이 많은 걸 좋아할 것 같은데요?”

“ 그에게는 부모님도 있고 할아버지도 있잖아요.”

“ 하지만 자식은 없죠.”

“ 자식이라고요?”

“ 그에게 부족한 건 자식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 에이, 말도 안 돼요. 언니. 자식은 둘이 만드는 거잖아요.”

“ 같이 만들면 되잖아요.”

“ 나야 그렇게 하면 좋지만..... 에이, 말도 안 돼요.”

전에 연우강과 몽요가 알몸으로 껴안고 있던 광경을 떠올린 남궁운화는 얼굴을 붉혔다.

퍽퍽퍽! 퍼퍽! 퍽퍽!

“ 아악!”

“ 으악!”

“ 자식들 볼일 보는 데 조용히 좀 해줄 일이지.”

“ 그러게요.”

“ 그런데 우리 지금 뭐 하는 짓이죠?”

문득 떠오른 듯 수여설이 물었다.

“ 왜요?”

“ 여긴 지금 전쟁터나 다름없잖아요.”

“ 그래서요?”

“ 우린 전쟁터에서 비명을 들으며 볼일을 보고 있다고요, 남궁 소저.”

남궁운화는 어이없는 얼굴로 픽 웃었다.

연우강이 현의당 대원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것만큼이나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이십 장 떨어진 곳에서 수백 명이 도살을 당하고 있는데 그런 곳에서 태연하게 볼일을 보다니. 아마 노노태세가 지금 광경을 보았더라면 바로 기절하고 말았을 것이다.

“ 연 공자 말처럼 살인에 무감각해지는 살귀가 돼가고 있는 모양이에요.”

수여설은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 그런가 봐요. 언니.”

화장실을 나선 두 사람은 만족스런 얼굴로 서로를 보았다.

“ 기분 좋아요?”

“ 언니는요?”

“ 몸도 마음도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나쁘진 않아요.”

“ 저도 그래요, 언니.”

“ 하지만 천세걸 그자는 지금 죽을 맛이겠죠?”

“ 그럼요. 율령궁 궁주 우담보나 조양궁 궁주인 범일승도 꼼짝하지 못했던 사람인데 천세걸 정도로? 턱도 없어요.”

“ 호호호! 내 생각도 그래요. 가요.”

두 사람은 자매처럼 손을 잡고 건물로 향했다.

남궁운화와 수여설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천세걸은 넋을 잃었다.

분명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선두에서 아군을 지휘하던 추혼마검 백차수와 적혈인도 강수, 사인겸 윤정광이 죽었지만, 믿어지지가 않았다.

잠룡 십 조 전원도 아니고, 연우강 단 한 명이다.

그런데 그의 몸에서 쏟아져 나온 암기는 허공을 새카맣게 덮었음은 물론이고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현의당 무인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꿈이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슉슉슉! 쓰쓰쓰! 슈아악!

비도가 날아가는 소리, 꽃잎이 날리는 소리, 둥근 물체가 날아가는 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왔지만 천세걸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당주님.”

후미에 있던 추풍대 대주 마창 계지운이 천세걸을 불렀다. 지금 상태로는 전멸을 면키 힘들 듯했다.

아니 서 있는 자들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현의당은 이미 패한 거나 다름없었다.

“ 공격하라. 놈을 죽여라! 공격하라!”

천세걸은 고래고래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현의당 대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연우강을 향해 달려들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악에 받친 대원 수십 명이 연우강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근처까지 접근한 대원은 한 명도 없었다.

전부가 삼 장 근처까지 접근했다가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먼저 가면 먼저 죽는다는 사실을 눈으로 목격한 상황에서 죽음을 향해 달려갈 자는 아무도 없었다.

“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천세걸!”

휙!

연우강의 신형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오 장 높이까지 솟구친 그는 양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휘리릭!

마치 수백 마리의 벌이 여왕벌을 향해 날아가는 것처럼 아래쪽에 있던 암기들이 연우강을 향해 나아가 그 몸 주변으로 늘어섰다.

“ 여긴, 금릉 연씨 세가다. 천세걸. 칼 찬 놈들이 넘볼 그런 곳이 아니란 말이다!”

번쩍 들어올린 오른발이 허공을 강하게 밟았다.

콰앙!

마치 벼락치는 듯한 소성이 그의 발치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몸 주변에 늘어서 있던 사망정주와 사망마비 그리고 사망사화가 유성처럼 현의당 대원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 마, 막아라!”

“ 막아라!”

현의당 대원들은 고함을 지르며 몸을 날렸다. 하지만 피하기엔 공간이 너무 협소했고 피하는 속도 또한 암기보다 늦었다.

퍽퍽퍽! 퍽퍽!

푹푹푹! 푹푹!

스악! 슥! 스악!

가장 먼저 백여덟 개의 사망정주가 현의당 무인들의 몸으로 파고들고 이어 열여덟 개의 사망마비가 그리고 아홉 장의 꽃잎인 사망사화가 유성이 돼 사방을 휩쓸었다.

“ 크악!”

“ 아악!”

“ 으아악!”

“ 크억!”

“ 피해라! 후퇴하라!” 결국 견디다 못한 마창 계지윤이 후퇴 명령을 내렸다. 아니 그의 후퇴 명령은 이미 의미가 없었다. 수십 명이 동시에 짚단처럼 무너져 내리자 현의당 대원들은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천세걸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부하들과 마찬가지로 몸을 돌렸다.

“ 천세걸 너는 여기 남아야 한다.”

파앗!

연우강의 허리춤에서 번쩍하고 푸른 광채가 일렁였다. 뇌섬이 무서운 속도로 쏘아져 나가고 붉은 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리춤에 있던 사망혈삭이었다.

“ 헉!”

막 걸음을 옮기려던 천세걸은 차가운 기운이 왼편 가슴을 향해 쏘아져 오자 질겁했다. 그는 급하게 몸을 움직이며 왼손을 뒤로 쳐냈다.

퍼억!

“ 커억!”

천세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는 망연한 얼굴로 왼손을 보았다. 왼 손바닥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사이로 붉은 줄이 보였다. 그리고 그 줄은 가슴까지 이어져 있었다.

“ 잠룡 십 조는 적을 추살하라! 한 놈도 남기지 마라!”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좌우 측 건물에서 검은 인영들이 몸을 날리는 모습이 천세걸의 시야에 들어왔다.

“ 멸망인가?”

그는 넋을 잃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 원래 내가 치르는 전쟁이 그래, 천세걸. 전부가 아니면 전무야.”

연우강은 주변을 스윽 훑었다.

그러자 유성이 돼 현의당 무인들을 도륙했던 암기들이 일제히 날아와 본래의 자리로 찾아들어 갔다. 그리고 사망혈삭을 넣어두던 도르래가 가공할 속도로 감기며 천세걸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갔던 뇌섬도 빠져 나왔다.

흐릿해졌던 정신이 고통 때문에 다시 돌아온 듯 천세걸의 눈빛이 약간 맑아졌다.

“ 서열 몇 위지?”

연우강은 천세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천세걸의 얼굴에 이미 죽음의 그림자가 덮여 있었다.

“ 무슨 말이냐?”

“ 무영 서열 몇 위냐고 묻는 거잖아.”

“ 내가 무여이란 사실도 알고 있었느냐?”

“ 무영이 아니면 여길 올 이유가 없겠지.”

“ 넌 갈수록 사람을 놀라게 하는구나.”

“ 말해 주고 싶지 않다는 말?”

“ 직접 알아보거라, 애송이. 내 복수는 그들이....”

텁석!

연우강은 쓰러지려는 천세걸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 아냐, 천세걸. 그놈들은 전부 내 손에 죽게 될 거야. 이십 삼 년 주선엽 그분을 공격한 자리에 있던 놈들은 단 한 놈도 살려주지 않을 거야. 이렇게 죽여줄 거라고.”

철컥!

번쩍 들어올린 연우강의 왼손에서 사망낭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 주선엽이라고?”

천세걸은 경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 맞아, 주선엽!”

연우강은 왼손을 사정없이 찔러 넣었다.

“ 크아악”

천세걸은 얼굴을 감싼 채 비명을 내질렀다.

“ 앞으로도 많은 놈들이 찾아올 거야. 그럼 그놈들에게 전해주라고, 주선엽의 아들에게 죽었다고 말이야.”

연우강은 찔러 넣었던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구부리며 쭉 뽑아냈다.

“ 커억!”

뼈와 살점이 뒤섞인 덩어리가 사망낭조에 딸려 나왔다. 천세걸은 억눌린 비명과 함께 풀썩 쓰러졌다.

“ 아이고, 힘들어라.” 의 숨을 내쉬었다.

연우강은 측면으로 걸어가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 진짜 연공자 맞아요?”

뒤에서 남궁운화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연우강은 고개를 돌렸다.

“ 아닌 것 같아요?”

“ 연 공자는 무공을 모른다고 했잖아요.”

그동안 연우강에게 속았다는 사실이 못내 섭섭한 듯 남궁운화의 목소리엔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다.

“ 수 소저도 그래요?”

“ 네! 연 공자는 무공을 전혀 익히지 않았다고 했어요.”

수여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 말 제게 직접 들었어요?”

“ 네?”

수여설은 뜨악한 얼굴로 연우강을 보았다.

“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고 한 말을 수 소저가 직접 들었냐고요?”

“ 직접 듣지 않았지만, 대부분이 아니 연공자를 알고 있는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잖아요.”

“ 그런 걸 바로 소문이라고 하는 겁니다. 수 소저.”

“ 소, 소문이라고요?”

“ 나는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자기네들끼리 지레짐작한 거란 말입니다.”

“ 무공을 익혔다고 한 적도 없잖아요.”

“ 물어봤나요?”

“ 네?”

“ 내가 무공을 익혔는지 익히지 않았는지 물어봤냐고요?”

“ 그러니까 물어본 사람이 없어서 말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 궁금해 하지도 않는데 먼저 나서서 무공을 익혔다고 하는 게 더 우습잖아요.”

“ 끄응!”

수여설은 할 말이 없었다. 연우강의 말이 틀리지 않다. 누구도 그에게 무공을 익혔느냐고 물어보지 않았고, 금릉 연씨 세가의 장자고 상인의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가 무공을 익히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굳어져 어느새 연우강은 무공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 그래도 말해 줄 수도 있었잖아요.”

남궁운화는 볼멘소리를 했다.

“ 이제 알았잖아요.”

“ 아무튼 너무했어요.”

남궁운화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연우강을 흘겨보았다.

“ 불편함이 없으면 가급적 자신을 숨기는 게 좋습니다. 특히 모든 길이 무공으로 통하는 무림에서는 더욱 그래야 합니다. 그래야 오래 살아남습니다.”

“ 헹! 말은 청산유수야. 그냥.”

“ 하하하! 원래 상인은 입으로 먹고사는 족속들입니다. 남궁 소저.”

휙! 휙휙휙!

바로 그때 현의당 대원들을 추격해 갔던 잠룡 십 조 대원들이 하나 둘 돌아왔다.

“ 전부 담 너머로 도망쳤습니다. 광랑!”

가장 먼저 도착한 거철산이 보고했다.

“ 다른 쪽은?”

연우강의 시선이 잡랑 장사덕과 교랑 이철상에게로 향했다.

“ 한 놈도 남김없이 전부 담 밖으로 밀어냈습니다.”

“ 좋다. 각 군별로 집합하라!”

연우강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뒤편에 있던 남궁운화와 수여설이 몸을 날려 자신의 위치로 갔다.

“ 우리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에 내가 제군들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리라 믿는다. 지금 금릉 연씨 세가 안에는 이백 마리의 쥐새끼들이 숨어 있다. 그들의 목을 가장 많이 딴 군에게 대야벌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일천독행신을 전수해주겠다. 금릉 연씨 세가의 건물은 무너져도 상관없다. 쥐를 잡아라!”

“ 이, 일천독행신이라고 하셨습니까?”

“ 그렇다. 권랑. 일천독행신을 익히면 일천파류흔은 저절로 따라온다. 오늘밤 쥐새끼 머리를 가자 많이 가져온 조는 여기 막장으로부터 일천독행신을 전수받게 될 것이다. 시작하라.”

“ 전군을 날 따르라!”

“ 좌군은 날 따라라!”

“ 우군은 날 따르라!”

시작하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잠룡 십 조 대원들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 부숴라!”

“ 타앗!”

“ 차앗!”

“ 이야합!”

콰앙! 쾅쾅! 콰콰쾅!

“ 영감들은 뭐 하는 거야?”

바로 옆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던 연우강은 두작군 일행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 정말 일천독행신이 확실하냐?”

“ 나중에 직접 확인하면 될 거 아냐.”

“ 우리도 쥐를 잡으라고?”

“ 일하지 않는 놈은 밥 먹을 자격이 없는 거야. 영감.”

“ 내가 언젠가는 그놈의 주둥일 바늘로 꿰매버리고 말 거다. 나쁜 자식아, 가세!”

두작군을 비롯한 지옥 출신 무인들은 십 조 잠룡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려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