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장. 수마.
쿠르릉! 쿠르릉!
지진이 난 것처럼 사방이 흔들렸다.
천장에서는 뿌연 돌가루가 떨어져 내리고, 벽의 바위들은 뒤틀리며 틈이 벌어졌다.
“ 빌어먹을!”
담대무궁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를 비롯한 등천사노와 오제는 어둠침침한 통로를 따라 빠르게 질주하는 중이다. 그동안 몇 개의 광장을 지나왔고, 그때마다 기둥과 벽을 훑었지만 범천조화신기에 대한 단서는 없었다. 너무 깊이 들어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불안해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지하 전체가 흔들리며 돌가루가 사방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담대무궁뿐만이 아니었다.
등천노사는 물론이고, 북천검제 해상의 시신을 안고 있는 곽유산 일행의 얼굴도 흠칫 굳었다.
쐐애액! 슈우욱!
“ 이건?”
급기야 일행은 그 자리에 우뚝 멈췄다.
벽면을 타고 들려오는 소리는 마치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들려오는 소리와 비슷했던 것이다.
“ 잠깐만용.”
담대무궁은 그 자리에 가부좌를 했다.
동굴 전체가 흔들리고, 공기가 빠져나가는 듯한 특이한 소리가 들려오는 현상은 그가 생각하기엔 한가지밖에 없었다. 바로 물었다.
담대무궁이 가부좌를 하고 앉자 곽유산 일행도 해상의 시체를 내려놓고 일제히 가부좌를 하고 내기를 끌어올려 귀에 집중했다.
쿠쿠쿠! 콰콰쾅!
[ 크아악!]
[아악!]
[ 물속에 살수가 있다.]
[ 조심하라! ]
천리지청술을 끌어올린 귓전으로 엄청난 굉음과 더불어 비명이 들려왔다. 천리지청술을 펼쳤던 담대무궁 일행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역시 예상대로 지하로 물이 들어온 모양이었다.
“ 물 속에 살수가 있다는 건 무슨 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담대무궁은 굳은 얼굴로 곽유산을 보며 물었다.
“ 글쎄요. 그건 잘......”
곽유산은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 들어와 있는 자들은 군마련의 부련주 천광마자 낙천 일행, 황궐의 궐주 구룡금창 공야일우 일행, 북진무사 남철진 일행 그리고 연우강 일행 등 엄밀하게 따지면 전부가 적이다. 그들 중 누구를 말하는지 지금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이곳이 밀천의 거점이란 사실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모르는 게 상연했다.
“ 모두가 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군요.”
“ 지금으로선 그렇습니다. 삼공자.”
“ 우선 이곳을 나가도록 하지요.”
담대무궁은 다시 몸을 날렸다.
“ 그냥 빠져나가는 겁니까?”
“ 물이 차기 시작하면 이 안에 있는 자들은 전부 밖으로 나올 겁니. 도제, 범천조화신기는 그때 회수해도 늦지 않습니다.”
“ 하지만 우린 길을 모릅니다. 삼공자.”
“ 공기의 흐름을 따라가되, 위로 향해 통로를 찾아야 합니다.”
“ 알겠습니다. 가시죠.”
일행은 빠르게 몸을 날려갔다.
그들이 빠르게 달려가는 순간, 다른 통로에서도 바쁘게 질주해 가는 자들이 있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달려가고 있는 이들은 황궐의 궐주인 공야일우와 그의 부하들이었다.
“ 서둘러라!”
공야일우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통로 벽을 타고 퍼져 나갔다. 빠르게 달려가는 그의 얼굴엔 다급한 기색이 역력했다. 바로 뒤에서는 물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는데, 이백 오십 명의 황궐 무인이 빠르게 이동하기엔 통로가 너무 비좁았다.
콰콰콰! 콰콰콰!
슈아아!
콰앙!
벽을 긁는 듯한 소리와 바람 소리 그리고 뭔가가 터져 나가는 소리들이 연이어 들려왔다.
“ 우우!”
직접 눈앞에서 보는 것보다 상상이 더 무섭다는 말을 황궐 무인들은 실감하고 있는 중이었다.
바닥을 흔들고, 벽을 흔들며, 물이 달려오는 소리는 자연이 만들어낸 괴수의 포효였다. 머리가 쭈뼛 서며 팔뚝에서 시작한 소름은 온몸을 타고 돌았다.
“ 위로 향하는 통로를 찾아라. 서둘러라!”
공야일우는 고함을 내지르며 몸을 날렸다.
“ 서둘러라! 위로 향하는 통로를 찾으면 된다.”
“ 서둘러라!”
각 수뇌들은 부하들을 독려하며 통로를 내달렸다.
쿠쿠쿠! 쿠쿠쿠!
하지만 지반은 계속해서 흔들리며 벽면은 포효했다. 그 소리가 황궐 무인들을 더욱 바쁘게 만들었고, 그들은 젖먹던 힘까지 내서 몸을 날렸다.
“ 광장이다!”
눈앞에 막다른 벽이 나타나자 공야일우는 고함을 내지르며 구룡금창을 쭉 밀었다. 그의 창에서 투명한 광채가 솟아나와 전면 벽을 강타했다.
콰앙!
뒤에서 쫓아오는 물의 포효에 비하면 별것 아닌 폭음이었지만 가로막고 있던 벽은 가루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앞에 널따란 광장이 나타났다. 황궐 무인들은 봇물처럼 광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황궐 무인들이 지금껏 별다른 피해 없이 도망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처럼 통로 중간 중간에서 만나는 광장 때문이다. 통로에 비해 넓고, 높은 천장이 있어, 물이 차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이용하여 몸을 피할 수 있었다.
광장으로 들어서자마자 공야일우는 광장 건너편으로 내달리며 구룡금창을 내질렀다.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그의 구룡금창에서 투명한 광채가 솟아나오며 석문은 가루로 변해 흩어져 내렸다.
“ 물이 오고 있다. 서둘러라.”
바로 그때 뒤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후미에서 부하들을 독려하고 있는 천산이었다.
“ 괜찮은가?”
공야일우는 통로 안으로 몸을 날리며 소리쳐 물었다. 하지만 천산은 궐주의 물음에 대답할 경황이 없었다.
“ 맙소사.”
지금껏 달려왔던 통로로 시선을 주었던 천산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통로를 가득 메운 채 검은 덩어리가 무서운 속도로 밀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물이 아니었다.
수천 개의 손과 수천 개의발을 가지고, 가공할 빠르기로 움직이는 거대한 괴물이었다. 그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부하들을 보았다. 부하들은 아직 절반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 물이 왔다. 조심해라!”
천산은 고함을 지르며 부하들을 따라 몸을 날렸다.
하지만 황궐 무인들의 움직임보다 물어 더 빨랐다.
콰콰콰! 콰콰콰!
“ 물이다. 조심... 크아악!”
부하들에게 고함을 내지르던 천산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물에 휩쓸려든 순간, 섬뜩한 기운이 그의 심장으로 파고든 것이다. 검왕과 도왕은 운기행공을 하는 사이에 콰콰콰! 콰콰콰!
천산을 삼켜버린 물은 거칠게 황궐 무인들을 덮쳤다. 다.
“ 아악!”
“ 크악!”
“ 으아악!”
“ 아악!”
황궐 무인들의 입에서 비명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엄청난 기세로 달려드는 물에 휩쓸리는 순간 날카로운 기운이 몸을 헤집어 놓았기에 그들은 비명을 지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안으로 채 들어가기도 전에 수십 명의 황궐 무인들이 죽임을 당했고, 그들의 시체는 물에 뒤섞여 광장을 쏟아져 들어갔다.
“ 물 속에 적이 있습니다. 물 속에 적이.... 크아악!”
누군가 동료의 시체를 발견하고 고함을 내질렀지만 그 또한 금세 시체로 변하고 말았다.
“ 타앗!”
“ 차앗!”
황궐 무인들은 공포에 질려 몸을 날렸다.
평지 같았으면 적을 향해 무기라도 날렸을 테지만 괴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물은 대항 의지마저 앗아가 버렸다.
더불어 광장 또한 빠른 속도로 잠겨들고 있었다. 물 속에 숨은 적보다 차오르는 물이 더 무서웠던 것이다.
통로로 쏟아져 들어온 물이 절반도 차기 전에 황궐 무인들 대부분은 광장을 빠져나갔다.
“ 클클클!”
황궐 무인들이 전부 빠져나가는 순간 나직한 괴소와 함께 물속에서 푸른색 옷을 걸친 자들 오십여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미끈미끈한 옷을 걸친 그들은 물속에서만큼은 천하제일이라고 자부하는 밀천의 정예 수마들이었다.
수마들의 손에는 한 자 길이의 무기가 들려 있었는데, 양 끝이 뾰족하게 날이 서 있고, 한 가운데 중지를 끼우는 고리가 달려 있는 것이 아미자라고 불리는 무기였다. 그리고 가슴에는 특이하게 생긴 가죽주머니를 하나씩 차고 있었다. 가죽주머니의 끝에는 남만에 가야 볼 수 있는 코끼리라는 동물의 코처럼 기다란 관이 하나씩 달려 있었다. 바로 그것은 수마들이 물속에서 숨을 쉬는 기구로 상비였다.
통로 중간 중간에 위치한 광장은 도망치는 자들뿐만 아니라 수마들에게도 중요한 장소였다.
광장이 나오면 그들은 공기를 채운다. 공기를 채우는 방법은 간단하다. 공기 중에 내놓기만 하면 저절로 채워진다.
“ 막아라!”
공기 주머니를 채우고 나자 일행의 수뇌로 보이는 자가 부하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받은 수마들은 조금 전 황궐 무인들이 빠져나간 통로로 가서 서로서로 팔짱을 끼더니 일제히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통로를 통해 흘러가던 물이 수마들이 친 막을 통과하지 못하고 광장 안쪽으로 역류했다. 례로 늘어선 수마들은 로 연우강을 보았다.
반대편 통로에서는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나가는 물은 막히자 통로는 저수지로 변했다.
물은 순식간에 수마들의 키를 넘어 광장 천장까지 올라갔다. 수위가 높아지면서 압력이 높아진 듯 수마들의 눈에 핏발이 어렸다.
하지만 그들은 진형을 풀지 않았다.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물을 붙들고 있어야 최고의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귓전으로는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오고 눈앞에는 나아가지 못한 물이 용암처럼 들끓었다.
바로 그 순간 수뇌의 손이 번쩍 들어 올려졌다.
[ 풀어라.]
뒤이어 수뇌의 전음이 수마들에게 전달되고, 수마들은 일제히 내공을 풀었다.
슈아아! 콰콰콰!
폭발적인 굉음과 함께 터진 봇물처럼 물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나갔다. 수마들은 화살처럼 쏘아져 나가는 물에 몸을 맡기고는 상비를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아미자를 불끈 틀어쥐었다.
*********
“ 이곳을 우리들의 무덤으로 만들려나 봐요.”
연우강 곁에서 달려가던 남궁운화가 속삭이듯 말했다.
“ 그걸 이제야 알았단 말입니까?”
“ 연 공자는 진작 알았다는 거예요?”
“ 혁세걸의 시체가 들어 있는 관을 가겨갔다는 건 이곳을 없애겠다는 뜻입니다, 남궁소저. 그리고, 이제 강호로 나갈텐데 굳이 이곳을 남겨둘 이유도 없죠.”
“ 어떻게 빠져나갈 거죠?”
남궁운화는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 겁나요?”
“ 겁이 나는 건 아닌데, 그래도......”
“ 절 믿으세요, 남궁소저.”
연우강은 싱긋 웃으며 유설연을 보았다.
“ 필요한 거 있어?”
연우강의 시선을 받은 유설연이 물었다.
“ 혹시 자침 같은 거 가지고 있나 싶어서.”
“ 내게 자침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 군 지휘관들에게 자침은 필수품이야. 동창 소제독인 너도 자침 하나 정도는 가지고 다닐 것 같아서.”
“ 지금 자침이 필요한 때야?”
“ 동서남북을 알아야 이동 방향을 잡지.”
“ 밀사.”
유설연은 유덕을 불렀다.
“ 제게 있습니다. 소제독님.”
유덕은 품속을 더듬어 거무튀튀한 물건을 꺼내 연우강에게 내밀었다. 국저 형태로 돼 있는 그것에는 한가운데 작은 구멍이 뚫려 있고, 그 구멍에 명주실이 묶여 있었다.
“ 쇠붙이를...... 이런 쇠붙이는 내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네. 자기 몸에 쇠붙이가 없는 사람?”
연우강은 일행을 보며 물었다.
“ 나네.”
유덕이 앞으로 나섰다.
“ 그럼 저만치 가 방향을 잡아 보시오.”
연우강은 자침을 유덕에게 다시 건네 주었다.
자침을 받아든 유덕은 일행에게서 삼 장 정도 떨어진 곳으로 가더니 명주실을 잡고 국자 형태의 물건을 늘어뜨렸다.
남궁운화 일행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유덕을 지켜보았다. 가만히 내려뜨리고 있던 국자 형태의 물건이 천천히 도는 듯 하더니 한 곳에서 우뚝 멈췄다.
“ 방향을 어떻게 잡는가?”
유덕은 연우강을 보며 물었다.
“ 몰라.”
“ 동창 무인이 모르는 곳은 중원이 아니네, 연 공자.”
“ 굳이 알 필요가 없다는 말?”
“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게 아니라 중원은 동창 손바닥 안에 있다는 말이네.”
“ 그럼 자침은 왜 가지고 다니는데?”
“ 방금 연 공자가 말하지 않았는가.”
“ 필수품?”
연우강의 물음에 유덕은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쯧! 그놈의 주변머리는. 아무튼. 국자 머리가 가리키는 방향이 어디요?”
“ 왼쪽이네.”
“ 다행히 방향은 제대로 잡았네요. 계속 전진하시오.”
연우강은 빙그레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 직진하면 어디로 가게 되는 거죠?”
남궁운화는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 그건.....”
연우강은 이지약을 보았다.
“ 어렸을 때 배우긴 했는데 잊어먹었어요.”
이지약은 어깨를 으쓱했다.
참으로 놀라운 사람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천장에서 돌가루가 떨어지고, 벽이 뒤틀리며 바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그건 곧 이곳 지하에 물이 차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연우강의 얼굴에서는 다급한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다. 아니 오히려 더 느긋하게 행동하고 있다.
그런 그의 행동 때문에 다른 자들은 이곳이 지하라는 사실을 잊곤 한다.
‘ 정천호.’
그녀는 내심 중얼거렸다.
천이백 명의 부하를 거느렸던 과거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어 그런 것일 테다.
“ 그럼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자침에 대해 아는 사람은 나 혼자라는 말이네?”
연우강은 우쭐한 얼굴로 일행을 보았다.
“ 넌 자식아, 사막에서 군 생활을 했으니까 자침으로 방향을 알아내는 게 생활이었잖아.”
“ 어찌됐든 나만 알고 있는 게 맞잖아.”
“ 너 천재라는 건 이미 증명됐으니까 방향을 알아내는 방법이나 말해봐.”
“ 국자의 머리가 가리키는 방향이 남쪽이야.”
“ 그래서?”
“ 아직도 우리가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감을 못 잡은 거야?”
쿠쿠쿠! 쿠쿠쿠!
물소리가 들려오자 일행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 물이 쫓아오고 있다, 연우강!”
유설연이 나아가는 속도를 높이며 버럭 소리쳤다.
“ 서쪽이에요, 지부장님.”
듣고 있던 유성연이 답답하다는 듯한 얼굴로 유설연을 보며 소리쳤다.
“ 서쪽이라고?”
“ 북쪽을 쳐다보며 선 자세에서 왼쪽은 서쪽, 오른쪽은 동쪽이잖아요.”
“ 서쪽으로 왜 가는데?”
“ 그건 저도 모르죠.”
“ 똑똑한 성연도 모른단다, 연우강.”
“ 우리 배가 기다리는 곳이 어디냐?”
“ 군산이잖아.”
“ 군사에서 여기까지 거리는?”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유설연은 버럭 소리쳤다.
“ 오리 정도 떨어져 있어, 군산에서 보면 소용돌이가 생겼던 곳은 동쪽이고.”
“ 그건 어떻게 아는데?”
“ 사막에서 배운 거다. 인마!”
“ 좋아 그렇다 치고, 그럼 군산으로 가는 거야?”
“ 위쪽은 물로 꽉 막혀 있는데, 공기가 흐르고 있잖아. 그 말은 어딘가에 숨구멍이 있다는 말이고, 이 근처에서 숨구멍이 있을 만한 곳은 군산밖에 없지.”
“ 아!”
유설연을 비롯한 일행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 내가 여자였다면 널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연우강. 넌 최고다. 아니다. 네가 원한다면 하룻밤 정도는 봉사해 줄 수 있다.”
“ 나도요.”
유설연과 우성연은 활짝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그그! 콰콰콰!
“ 꿈에 나타날까 무섭다, 자식들아.”
연우강은 버럭 소리치며 앞으로 내달렸다.
통로를 따라 빠르게 내달리던 일행이 멈춘 곳은 통로 중간 중간에 있는 광장이었다. 하지만 연우강 일행이 들어선 광장엔 선객이 있었다. 그들은 군마련의 이인자인 천광마자 낙천과 그의 부하인 지옥군마대 삼백이었다.
연우강 일행이 들어서자 천광마자 낙천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 밀사, 방향을 잡아.”
연우강은 천광마자 일행을 쳐다보지도 않고 주변을 살폈다.
“ 작고 낮아.”
연우강은 낮게 중얼거렸다.
“ 무슨 말이죠?”
연우강의 중얼거림을 들은 남궁운화는 곧바로 물었다. 그녀에게 있어 연우강은 사모하는 대상이자, 스승이었다. 급박한 상황에서 나오는 연우강의 한마디, 한마디가 놓칠 수 없는 가르침이었던 것이다.
“ 다급한 때일수록 사방을 면밀하게 살피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이 광장을 보세요.”
연우강은 주변을 가리켰다.
“ 광장이 어땠다는 거죠?”
“ 지금껏 우리가 지나쳐왔던 광장보다 더 좁고 천장도 낮습니다.”
“ 우리가 빠져나가는 것과 관계가 있나요?”
“ 지금껏 광장은 저수지 역할을 했습니다.”
“ 물이 이곳에 모이면서 쫓아오는 시간이 지체됐다는 말이군요.”
“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더 빠르고 거칠게 밀고 들어올 겁니다. 서둘러야겠습니다.”
연우강은 고개를 돌려 유덕을 보았다.
“ 그건 뭐지?”
그때 오른편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우강은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보았다. 천광마자 낙천이 유설연의 손에 들려 있는 여의신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 그걸 왜 내게 물어. 여의신창 주인에게 물어야지.”
“ 여, 여의신창이라고?”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와도 탐욕만큼은 떨치지 못한 존재가 인간이란 옛말은 틀리지 않았다.
물이라는 괴수에 쫓기는 중이고 벽을 타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몸을 떨면서도 여의신창이란 말에 낙천은 탐욕을 드러냈다.
“ 맞아, 낙천. 앞으로 황궐, 금황련, 풍운련, 천추림은 이 녀석을 따르게 될 거야.”
연우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것도 여기서 살아나가야 가능하겠지.”
낙천의 몸에서 스멀스멀 살기가 흘러나왔다.
“ 여기서 시간을 끌게 되면 우린 다 죽을지도 몰라, 낙천.”
“ 내가 이곳에 들어온 목적이 바로 범천조화신기다. 더불어 네놈은 백독수를 죽였다. 난 그 복수를 하고 이곳을 나갈 참이다.”
낙천은 차갑게 소리쳤다.
“ 동창의 소제독을 죽이겠다는 거요?”
“ 죽은 자는 말을 못하는 법이니까.”
“ 널 죽이겠단다, 설연.”
“ 그냥 하는 말이겠지. 설마 동창의 소제독을 죽이려고.”
유설연은 어깨를 으쓱하며 낙천을 보았다.
“ 난 너같은 계집놈을 가장 경멸한다. 유설연.”
“ 계집놈?”
유설연의 눈초리가 사정없이 치켜 올랐다.
“ 계집도 아니고, 사내도 아닌 놈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 아니더냐.”
“ 너도 그렇게 생각해?”
“ 저 자식 작명 실력이 괜찮은 것 같아.”
“ 개자식!”
연우강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낙천에게 하는 말인지 딱히 모를 욕설을 뱉어낸 유설연은 군마련 무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 계집놈을 죽여 여의신창을 빼앗아라!”
창! 창창창! 창창!
군마련의 지옥군마대 무인들은 일제히 무기를 뽑아들고 유설연을 향해 몸을 날렸다.
“ 깔깔깔! 호호호! 깔깔깔!”
바로 그 순간 유설연의 입에서 날카로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유설연의 성명절기인 요희나찰섭혼공이었다.
“ 커억!”
“ 크윽!”
“ 컥!”
유설연을 향해 몸을 날렸던 지옥군마대 무인들은 일제히 그 자리에 멈춰 서며 귀를 틀어막았다.
“ 복도 지지리도 없는 녀석들!”
연우강은 귀를 틀어막은 채 비틀거리는 지옥군마대 무인들을 보며 혀를 찼다.
“ 운이 없다는 건 무슨 소리죠?”
또다시 남궁운화의 질문이 이어졌다.
“ 저 녀석이 방금 펼친 무공은 정신을 앗아가고 일순간에 몸을 마비시키는 음공 아닙니까?”
“ 음공이 아니라 요희나찰섭혼공이에요. 얼굴 표정과 웃음으로 상대의 혼을 제압하는 무공이지요. 색공에 더 가깝다고 보면 돼요. 연 공자.”
듣고 있던 이지약이 끼어들었다.
“ 그랬군요. 아무튼 음공이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장소가 어디겠습니까?”
연우강의 시선이 다시 남궁운화에게로 향했다.
“ 여기란 말인가요?”
“ 여긴 밀폐된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남궁소저. 요희나찰섭혼공이 최고의 위력을 나타낼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이 갖춰진 공간이지요.”
“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들이 감히 날 뭘로 보고.”
순식간에 지옥군마대 앞으로 다가간 유설연은 여의신창을 사정없이 내리그었다.
“ 크악!”
“ 아악!”
“ 으아악!”
잘려나간 팔 다리가 튀어오르고, 머리가 둥실둥실 떠다녔다.
“ 놈들을 죽여라!”
뒤이어 유덕을 비롯한 팔신장이 유설연을 뒤따라 지옥군마대를 향해 몸을 날렸다.
“ 깔깔깔! 호호호! 깔깔깔! 호호호! 깔깔깔! 이 개 호로자식들아. 내가 누군지 알아? 북경의 개작두 하면 지나가던 똥개도 오줌을 지렸어 썅노무 새끼들아.”
형식도 없고 초식도 없다.
요희낯라섭혼공으로 상대의 손발을 묶은 유설연은 마구잡이로 여의신창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가 휘두르는 여의신창에는 무려 삼 갑자에 달하는 내공이 실려 있었다. 여의신창은 무기와 인간을 가리지 않고 거치적거리는 모든 것을 박살내고 있었다.
유설연에 이어 팔신장과 우성연까지 가세하자 지옥군마대는 무기조차 제대로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조각조각 잘려 그 자리에 쓰러졌다.
광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 지옥으로 변해갔다.
“ 이 계집놈이!”
질겁한 낙천이 유설연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는 유설연을 공격하지 못했다. 몸을 날리자마자 느닷없이 옆구리 쪽으로 차가운 암경이 밀려든 것이었다. 그는 급하게 몸을 틀어 암경을 피했다.
턱!
공중제비를 돌아 내려서자마자 조금 전 사라졌던 암경이 다시 밀려왔다. 낙천은 재빨리 몸을 이동했다. 그러나 암경은 눈이 달린 것처럼 계속해서 쫓아왔다.
“ 이익!”
자세를 잡은 낙천은 날아오는 암경을 향해 양손을 홱 뿌렸다. 그의 성명절기인 광마장이었다. 그의 손에서 시뻘건 장력이 쏘아져 나가고 밀려오던 암경과 거칠게 부딪쳤다.
콰앙!
둔탁한 소성과 함께 낙천은 쿵쿵거리며 물러났다.
“ 헉!”
자세를 채 잡기도 전에 낙천은 몸을 휙 띄워 앞으로 공중제비를 넘었다. 해소한 걸로 여겼던 암경이 다시 단전을 향해 밀려든 탓이었다.
그를 향해 쏘아져 가는 암경은 단순한 암경이 아니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지랑이처럼 슬쩍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는 그것의 실체는 천마환환신공을 펼치고 있는 독고철웅이었던 것이다.
척!
바닥에 내려서자마자 또다시 암경이 밀려들었다.
공중제비를 넘으면서 단순한 암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챈 낙천은 이미 전 내공을 끌어올린 상태였다.
그는 전력을 다해 양손을 뿌렸다.
콰쾅!
“ 커억!”
낙천은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전면을 쳐다보는 그의 얼굴은 경악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앞선 일 장은 경황중이라 전력을 다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전 내공을 동원한 일 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 밀린 것이다.
“ 어떻게....”
“ 놀랄 필요 없어. 그는 일 갑자 전에 대야벌을 상대로 싸웠던 유령신마존이니까.”
나직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막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우악스런 손길에 목이 잡혀 움직이지 못했다. 낙천의 목을 틀어쥔 사람은 연우강이었다.
“ 처, 천마환환신공?”
낙천은 놀란 척 하면서 뒤편을 향해 사정없이 손을 휘둘렀다. 목을 틀어쥔 연우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턱!
하지만 그의 손은 채 돌아가기도 전에 멈춰 서고 말았다. 이번엔 암경이 아니라 연우강의 마라천력이었다.
“ 서열 몇 위지?”
연우강은 그의 가슴을 더듬으며 물었다.
“ 무, 무슨 소리냐?”
“ 무영 서열 몇 위냐고 물었어.”
“ 그, 그걸 어떻게....”
“ 여기 있네.”
연우강은 낙천 가슴에서 둥근 패를 꺼냈다.
“ 서열 칠 위네?”
“ 누, 누구냐?”
“ 그건 알 것 없고, 궁금한 게 있어. 황공망 조일백과 황룡대협 고우불도 무영이야?”
“ ,.....!”
“ 맞는 모양이네. 그놈들응ㄹ 죽인 사람은 내가 아냐, 낙천.”
“ 무, 무슨....”
“ 그냥 그렇다는 거야.”
연우강은 낙천의 목을 틀어쥔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그의 손가락이 낙천의 목으로 파고들어갔다.
그리고 손목을 홱 꺾었다.
우두둑!
“ 크아악!”
처절한 비명이 지하광장을 강타했다.
낙천의 목을 놓은 연우강은 유설연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곳 또한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 깔깔까! 이 호로 개잡노무 새끼들아! 날 계집놈이라고? 난 북경의 개작두였단 말이다. 이 썅노무새끼들아!”
“ 크악!”
“ 아악!”
“ 으아악!”
“ 쯧!”
연우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의 얼굴과 옷은 지옥군마대 무인들의 몸에서 솟구친 피로 벌겋게 물들어 있다. 유설연은 완전히 미친 개였다.
“ 크아악!”
마지막 비명을 끝으로 삼백여 명에 달했던 지옥군마대 대원들은 전부 시체로 변했다.
“ 개새끼들!”
유설연은 앞을 막고 있던 시체를 툭 차고는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연우강은 유설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 내 얼굴에 뭐 묻었어?”
“ 피.”
“ 정말?”
“ 그렇다니까, 얼굴이 피로 범벅이야.”
“ 이런! 성연아!”
“ 예, 지부장님.”
“ 당장 동경 꺼내 봐.”
“ 여기 있습니다.”
“ 어머머! 어머. 이게 다 뭐야? 뭐하고 있어 이것아! 피, 피가 묻었잖아.”
유설연은 펄쩍 뛰며 호들갑을 떨었다.
유설연의 그런 모습을 보면 조금 전까지 쌍욕을 날리며 지옥군마대 무인들을 도륙한 그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쿠쿠쿠! 쿠쿠쿠!
갑자기 광장 주변이 무섭게 흔들렸다.
“ 밀사!”
연우강은 팔신장 수장인 유덕을 불렀다.
“ 이쪽이네!”
유덕은 서쪽을 가리켰다.
“ 문은?”
“ 있네. 타앗!”
유덕은 우렁차게 고함을 내지르며 석문을 향해 쌍장을 뿌렸다.
콰앙!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석문이 떨어져 나갔다.
“ 이 소저와 남궁소저가 먼저 들어가도록 하세요.”
“ 알았어요.”
이지약은 석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 맙소사.”
통로로 들어섰던 그녀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 왜 그래요?”
“ 아래로 경사가 졌어요.”
“ 경사진 길이라고요?”
“ 그래요, 연 공자.”
그그그! 그그그! 우르릉!
“ 일단 가요.”
“ 알았어요. 가요, 남궁소저.”
이지약은 고함을 지르며 통로를 따라 달렸다.
그녀와 남궁운화가 선두에 서고, 그 뒤엔 독고철웅과 팔신장이 따랐다. 그리고 맨 후미엔 연우강과 유설연, 우성연이 통로로 들어섰다.
콰콰쾅!
연우강 일행이 광장을 빠져나가는 순간 입구에서 물이 해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물 속에서 세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 사람 또한 다른 수마들과 마찬가지로 미끈한 옷을 걸친 채였고 가슴에는 상비를 달고 있었다.
그들은 연우강을 없애기 위해 나선 밀천삼환이었다.
“ 여기서 싸움이 있었군.”
쏟아져 들어온 물이 순식간에 붉게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영환은 공기 주머니 주둥이를 허공으로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 엄청난 놈이란 말이 맞는 모양이네, 영환.”
미환이 영환의 말을 받았다.
물만 붉어지는 게 아니었다.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은 시체들이 사방에서 떠올랐다.
“ 시체들과 함께 움직이게 생겼네. 난 시체는 딱 질색인데.”
맨 왼편에 서 있던 은환은 둥실 떠오르고 있는 시체들을 피하면서 투덜댔다.
“ 오히려 시체들이 있어서 더 편하게 일 처리를 할 수 있네, 미환.”
“ 놈을 너무 과대평가 하는 거 아닌가?”
“ 과대평가 여부는 놈을 죽여놓고 난 다음에 판단하는 거네. 일이 끝나기 전에는 절대 상대를 평가해서는 안 되네.”
“ 그렇지. 시작하세.”
고개를 끄덕인 은환은 광장을 빠져나가는 출구로 가 섰다. 그에 이어 영환과 미환이 그 옆으로 서고 세 사람은 내공을 끌어올려 주변에 강기막을 쳤다. 통로를 타고 나간 물이 멈추고,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오던 물이 빠르게 광장을 채웠다.
[ 하나! ]
영환은 두 사람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 둘, 셋!]
셋이란 전음이 끝남과 동시에 세 사람은 동시에 내공을 풀고 몸을 돌렸다.
‘ 마지막이다. 연우강.’
영환은 상비 끝을 입에 물며 내심 중얼거렸다.
물은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내려갔다. 아무리 무공을 익힌 자라고 해도 자칫 실수하여 벽에라도 부딪치기라도 한다면 바로 기절하고 만다.
세 사람은 내공을 끌어올려 몸의 위치를 조정하면서 물살에 몸을 맡겼다. 멀리 연우강 일행의 모습이 보였다.
‘ 통로가 좁아진다. 연우강. 통로가 좁아지면 물이 나아가는 속도는 더욱 빨라지기 마련이다.’
이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연우강 일행을 보며 영환은 내심 중얼거렸다.
그는 아미자를 불끈 틀어쥐었다.
콰콰쾅!
벽면을 훑고 지나가는 소리가 귓전을 간질이자, 영환은 차가운 미소를 물었다.
“ 물 속에 놈들이 숨어 있다.”
삼 갑자의 공력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물 속에는 수백 구의 시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설연은 밀천삼화의 흔적을 감지해 내고 연우강에게 소리쳤다.
“ 남궁소저, 통로가 좁아지고 있는 거 맞습니까?”
뒤를 흘끔 쳐다본 연우강은 남궁운화를 향해 소리쳤다.
“ 그래요, 연 공자. 통로가 좁아지고 있어요.”
남궁운화는 뒤편을 향해 소리쳤다.
광장에서 연우강에게 들은 말도 있고 하여 그녀는 정신 없이 달리면서도 좌우를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 통로가 좁아지면 물의 속도가 더 빨라지는 거 아냐?”
뒤를 돌아보았던 유설연은 질린 듯한 얼굴로 소리쳤다.
“ 맞아, 엄청난 속도로 변하지. 휩쓸리는 순간 어육으로 변해버릴지도 몰라.”
연우강의 말대로였다.
멀리 보이던 검은 덩어리가 엄청난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 방법이 있어?”
유설연은 다급히 물었다.
“ 지금부터 찾아봐야지.”
“ 찾아본다고?”
“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잖아.”
“ 저건 하늘이 아니고 동정호 물이다. 자식아!”
“ 지금은 하늘이잖아.”
연우강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 지금 뭐하는 거냐?”
빠르게 나아가던 유설연이 질겁한 얼굴로 소리쳤다.
“ 솟아날 구멍을 만들려고 그래.”
“ 솟아날 구멍이라고?”
“ 그래.”
연우강의 입매가 늘어졌다.
연우강이 활짝 웃는 그 순간, 물 속에 있는 세 사람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 끝이다, 연우강.’
영환을 비록한 세 사람은 아미자를 든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쿠쿠쿠! 콰콰콰!
< 황금백수 7권 끝>
황금백수 8권 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