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백수-74화 (74/232)

제1장 수천류 일 초 어뢰

밀천삼환의 대형 영환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어렸다. 통로를 채우고 있는 물은 해일처럼 밀려가고 있다. 그런데 그 해일을 막아보겠다며 나서는 놈을 보니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연우강과의 거리가 일 장 가까이 좁혀지자 영환은 들어 올린 아미자에 내공을 주입했다.

그러자 아미자 양끝에서 투명한 기운이 밀려나왔다. 그것은 강기였다. 순식간에 두 자 길이로 늘어난 아미자에서 진득한 살기가 요동쳤다.

그때 연우강은 양손을 천천히 밀어내는 중이었다.

내밀고 있는 그의 손이 새하얗게 변해 가는 듯하더니 곧 싸늘한 기운이 몰아쳤다.

쩌엉!

그리고 그의 손이 물에 닿는 순간, 공기가 터져 나가는 듯한 차가운 소성과 함께 맨 앞쪽부터 얼기 시작하여 순식간에 새하얀 얼음덩어리로 변했다. 그것은 바로 천마삼경의 백경에 수록된 백옥수였다.

‘ 커억!’

‘ 크윽!’

‘ 허억!’

공격준비를 하고 있던 영환 일행은 경악했다.

특히 과거에 북해빙궁 궁주와 시비가 붙어 빙하빙백강을 경험해 보았던 영환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빙하빙백강에 당해 왼팔이 마비돼,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던 영환은 그날 이후로 빙공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다.

여자가 아닌 남자가 빙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째는 극음지체 같은 특이한 체질을 타고나야 하고, 둘째는 만년설련 같은 극음의 기운을 내포하고 있는 영약을 복용하여 내공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셋째는 선천지기를 연성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세 가지 방법 중 한 가지를 얻는다고 해도 선천적으로 양의 기운을 안고 태어난 남자는 빙공을 극성까지 익힐 수가 없다.

더불어 빙하빙백강 같은 극음의 무공에 당해 몸이 얼었을 때는 급하게 내기를 활성화시키면, 꽁꽁 얼었던 몸이 부서지는 치명적인 사태가 발생한다.

마치 무공을 처음 익힐 때 혈도를 뚫는 과정처럼 아주 조심스럽게 얼어 있는 몸을 녹여야만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

‘ 도대체 저놈은?’

영환은 연우강을 보았다.

여자도 아닌 사내가 빙공을 이런 경지까지 익혀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어떤 무공인지 모르지만 젊은 시절 경험했던 빙하빙백강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아니 내공을 끌어올리지 않은 상황에서 당했더라며 자신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

‘ 서두르면 몸이 부서지고 만다.’

영환은 몸 상태를 점검했다.

하지만 곧바로 절망했다. 지금 정상적인 곳은 단전과 머리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아니, 아직은 희망이 있다.’

영환은 애써 자위했다.

그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이유는 모순되게도 몸을 얼린 얼음 때문이었다. 물 속에 있는 상태가 아니라 직접 빙공에 격중당했다면 연우강 앞에 그대로 노출돼 있을 테고 진작 다음 공격을 받아 산산이 부서졌을 것이다. 하지만 꽁꽁 언 얼음이 방패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연우강이 추가로 공격하기 위해서는 얼음을 깨트려야 하는데, 얼음이 부서지는 순간 뒤편에 있는 물이 봇물처럼 밀려들 테고, 그 기회를 이용하면 몸을 빼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환은 조심스럽게 내기를 이용하여 몸을 녹여나갔다.

경악한 사람은 비단 밀천삼환 세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연우강 뒤편에 있던 유설연 일행도 기절할 듯한 얼굴로 연우강 앞에 생겨난 얼음 덩어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 맙소사!”

“ 세상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물에 쫓기면서 막아낼 방법을 찾기 위해 수없이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무인들의 경공보다 더 빠르게 쫓아오는 물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 연우강은 빙공이라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물은 물론이고 물 속에 있는 적까지 제압해 낸 것이다.

“ 통로가 좁아지냐고 물었던 것도 저것 때문이었어.”

남궁운화는 넋을 잃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점점 좁아지고 있는 통로.

그 통로에 가득 차 있는 물을 얼려버리면 얼음은 밀려 내려올 수가 없었다. 얼은 자체가 커다란 벽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 그런데 저자들을 어떻게....”

남궁운화는 얼을을 쳐다보며 연우강 곁으로 걸어갔다. 물이 얼음으로 변하면서 물 속에 숨어 있던 자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손을 들어 올린 채 굳어 있는 자들은 전부 세 명이었는데, 검은 옷을 걸친 자들 주변으로 물기가 번지는 걸 보면 아직 죽은 게 아닌 듯했다.

“ 상당히 강한 자들이네.”

연우강 역시 놀란 눈으로 얼음 안쪽을 보았다.

백옥수가 극성에 이르렀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쉽게 받아낼 수 있는 그런 무공이 아니다. 그런데 얼음 안쪽에 갇힌 세 명 모두 아직 살아 있었다. 상당한 내공을 지닌 자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그 자식이 날 죽이기로 한 건가?”

연우강은 고개를 갸웃했다.

“ 무슨 말이죠?”

연우강 바로 옆에 선 남궁운화는 얼음 안쪽으로 시선을 주며 물었다.

“ 저놈들은 죽지 않았잖아요.”

연우강은 얼음 안쪽에 있는 자들을 가리켰다.

“ 그러니까 나천후가 마음을 바꿨단 말인가요?”

“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 강한 놈들을 보낼 리가 없겠죠.”

“ 나천후 그놈이 잘 생각했네, 뭐.”

그제야 연우강 곁으로 다가온 유설연이 톡 쏘아붙였다.

“ 무슨 소리야?”

“ 감당하기 힘든 놈과 하는 동업은 잘해야 본전이잖아.”

“ 나천후 그놈이 날 겁낸다는 말?”

“ 나라도 나천후 입장이라면 그렇게 할 거야.”

“ 웃긴 자식들이야. 가만있는 사람을 지들이 먼저 건드려 놓고 나중엔 꼭 죽이려든단 말이야.”

“ 호호호! 주머니 속 송곳은 언젠가는 뚫고 나오기 마련이잖아, 자식아.”

“ 낭중지추라고?”

“ 당연하지. 그보다 얼마나 언 거냐?”

유설연은 얼음을 들여다보았다.

얼음은 나아가는 모습 그대로 얼어 있는데 마치 포효하는 짐승의 입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 글쎄, 이 장 가량 얼었을걸?”

“ 그러면 이 장 뒤편 물 속에 저놈들 동료가 있겠네?”

유설연은 턱짓으로 얼음 속 밀천삼환을 가리켰다.

“ 어쩌면.”

연우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 만일 얼음을 깨트려 저놈들을 죽이면 어떻게 되지?”

“ 얼음을 왜 깨트려?”

“ 그럼 저놈들을 두고 갈 거야?”

“ 난 그렇게 착한 놈이 아냐.”

“ 얼음을 깨트리지 않고 저놈들을 없앨 방법이 있다는 거구나.”

“ 물론이지, 저놈들을 없애는 방법은 무궁무진해.”

연우강은 싱긋 웃으며 장포 안쪽에 손을 집어넣어 사망바비 세 자루를 꺼냈다. 그리고 사망마비에 내공을 주입하고는 얼음 표면으로 푹 찔러 넣었다.

“ 어?”

연우강을 지켜보던 유설연은 화들짝 놀랐다.

일반적으로 단단한 무엇인가에 구멍을 뚫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가 요구된다. 그런데 얼음 속으로 파고들어 간 세 자루의 비수는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음은 깨지지 않을뿐더러 금조차 가지 않는다.

마치 물고기 세 마리가 물을 헤치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이지약 또한 유설연과 다르지 않았다.

“ 어떻게 한 걸까요?”

놀란 눈으로 사망마비를 쳐다보던 이지약은 독고철웅에게 물었다.

“ 자세히 보십시오, 공주님.”

“ 뭘 자세히 보라는 거죠?”

“ 비수 끝 말입니다.”

“ 비수 끝이라고.... 어?”

비수 끝으로 시선을 주었던 이지약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수 끝에서부터 앞쪽은 한 치 가량이 빠르게 녹고 있었다. 즉 비수는 먼저 얼음을 녹여 길을 만든 다음 그 길을 따라 나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 극양의 무공입니다. 공주님.”

독고철웅은 신음처럼 말을 뱉었다.

“ 이번에는 극양이라고요?”

더욱 놀라운 말이다. 조금 전 연우강이 보여준 무공은 극음의 무공이다. 그런데 이번엔 극양의 무공이라니.

어찌 한 사람의 몸으로 극음과 극양의 무공을 동시에 익힐 수 있단 말인가. 아니 백 번 양보해서 연우강이 극양과 극음의 무공을 동시에 익혔다고 해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세 자루의 비수에 극양의 기운이 실렸다면 극음의 무공으로 얼렸던 얼음이 통째 녹아야만 한다. 하지만 연우강의 비수는 작은 구멍만을 뚫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 극양을 극음으로 감싸서 그래요, 언니.”

뜻밖에도 대답은 남궁운화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 그게 무슨 말이죠?”

“ 극양이 됐든 극음이 됐든, 그것들의 시작은 연 공자 단전에 있는 내기에서 비롯됐다는 거예요. 저 얼음덩어리를 전부 녹일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열기를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외부로는 발출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 그게 가능해요?”

“ 내부에 하늘 같은 기운은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외부로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경지가 무공에 있잖아요.”

“ 무극지경이라고?”

“ 네.”

남궁운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단 무극지경만이 전부가 아니다. 선착장에서부터 시작했던 수천류의 확장이 바로 저 무공일 테다.

“ 하지만.....”

“ 나머진 연 공자에게 직접 듣도록 하세요. 언니. 더 이상은 저도 설명이 불가능해요.”

“ 아, 알았어요.”

이지약은 다시 얼음으로 시선을 주었다.

얼음을 뚫고 들어간 세 자루의 비수는 얼음 속에 갇힌 세 명의 이마 앞까지 다가가 있었다.

영환은 절망적인 눈으로 눈앞으로 다가온 비수를 보았다.

지금껏 얼어 있는 몸이 깨질 것 같아 조심스럽게 해동 작업을 했지만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 죽음을 각오하는 수밖에 없을 듯했다.

그는 다급히 내기를 끌어올렸다.

쩌엉!

내기를 끌어올리는 순간 머릿속으로 얼어 있는 호수면의 얼음이 금이 갈 때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몸의 일부분이 깨졌다는 것을 직감했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그는 더 급하게 내기를 끌어올려 온몸으로 돌렸다.

쩌엉! 쩌엉! 쩌엉!

그 후루도 몇 번이고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환은 내기를 돌리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 이제 내기를......’

내기의 운용이 원활해졌다고 생각한 그는 전 내공을 외부로 발산시켰다. 그 내기를 이용해서 얼음을 깨트려버릴 참이었다.

쩌엉!

그러나 조금 전보다 더 큰 소리뿐이었다. 다가오던 비수는 어느새 이마에 닿아 있고, 단전의 내기는 급격하게 흩어지는 중이었다. 그리고 미간에서 극심한 극통이 밀려들었다. 급기야 얼굴 앞으로 다가와 있던 비수가 미간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영환의 눈동자가 공포로 물들어갔다.

영환을 더욱 두렵게 한 것은 눈앞에 닥쳐온 죽음이 아니었다. 죽음에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명을 지를 수도 몸을 움직일 수도 없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두렵게 하였다.

‘ 크아악!’

그는 비명을 내지르며 전 내공을 끌어올렸다.

쩌엉!

또다시 얼음에 금이 가는 소리가 귓전으로 들려오며 머릿속이 먹물처럼 검게 변했다.

“ 으음!”

얼음 속으로 시선을 주고 있던 일행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 무섭네요.”

남궁운화의 입에서도 신음처럼 말이 흘러나왔다.

누군가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 전 광경처럼 충격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얼음은 투명하기 때문에 안쪽에서 금이 간다고 해도 바깥 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금 전 얼음 안쪽에 있는 자들의 몸에 금이 가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먼저 팔꿈치 부분이 금이 가고, 어깨에 금이 가고, 다음엔 다리 쪽에 몇 개의 금이 가더니, 사망마비가 미간으로 파고드는 순간, 목 부분이 금이 간 것이었다.

만일 얼음 속에 갇힌 상태가 아니고 그냥 물속이었다면 노인들의 몸은 조각조각 부서져 흩어졌을 것이다.

“ 죽는다는 건 누구나 무섭습니다. 남궁소저.”

연우강은 되돌아온 사망마비를 다시 장포 안으로 갈무리하며 말했다.

“ 그런데 방금 그건 무슨 무공이죠?”

“ 저 녀석 때문에 말할 수 없습니다.”

남궁운화의 물음에 연우강은 유설연을 턱으로 가리키며 걸음을 옮겼다. 어떤 무공인지 말할 수 없다는 연우강의 말에 일행의 시선이 일제히 유설연에게로 향했다.

“ 나 때문이라고?”

오히려 놀란 사람은 유설연이었다.

그는 뜨악한 얼굴로 연우강을 보았다.

“ 우리 집 폐허더미에서 뭔가 줍지 않았냐?”

“ 담대민이 머리 말고는.... 서, 설마 방금 그 무공이 백옥수와 혈잔수란 말이냐?”

그는 경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마총 위치가 기록된 세 장의 지도 중 한 장, 연우강이 말한 뭔가는 바로 그 장보도였던 것이다.

“ 처, 천마삼경?”

비단 유설연뿐만이 아니었다.

이지약, 남궁운화, 독고철웅 세 사람도 경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설마하니 연우강이 펼친 두 무공이 백옥수와 혈잔수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탓이었다.

더불어 백옥수로 인해 일어났던 사건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 그, 그럼 그동안 대야벌에서 일어났던 벌내쟁투가 연 공자 작품이라는 말이네요.”

이지약은 넋을 잃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백옥수가 나타나면서 벌어졌던 벌내쟁투는 지금도 진행 중이고, 그 일로 인해 대야벌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그 사건의 시발점이 연우강이라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 서두르자고.”

연우강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통로를 따라 몸을 날렸다.

“ 야! 야 자식아.”

유설연은 연우강을 따라붙으며 소리쳤다.

“ 왜?”

“ 잠깐만 서 봐, 인마.”

“ 여긴 동정호 지하야, 설연.”

“ 얼리면 되는데 뭐가 걱정이야.”

“ 가면서 이야기해도 되잖아.”

“ 아, 알았어. 그러니까 천마삼경의 주인이 너고, 금릉 연씨 세가에 마총 장보도를 남긴 사람도 너란 말이야?”

“ 천마삼경을 얻은 사람이 나였으니까.”

“ 그, 그럼 나머지 두 장도?”

“ 지금은 한 장밖에 없어.”

“ 한 장은 어쩌고?”

“ 여기 들어오기 전에 무림에 풀었거든.”

“ 푸, 풀어?”

“ 보물이란 놈은 사람을 미치게 하잖아.”

“ 미치게 한다고?”

“ 아냐?”

“ 와! 정말 돌아버리겠네.”

“ 내 걸 내가 버렸다는데 왜 네가 돌아, 자식아.”

“ 마총 장보도가 뭔지 몰라?”

“ 천마를 비롯한 그의 부하 일백마가 무공과 함께 잠들어 있는 무덤을 말하는 거잖아.”

“ 그걸 아는 녀석은 마총 장보도를 버렸단 말이야?”

유설연의 물음에 다른 이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 천마와 일백마의 무공이 그렇게 대단해?”

“ 방금 백옥수와 혈잔수를 펼치고도 그런 소릴 하는 거야?”

유설연은 답답한 얼굴로 소리쳤다.

“ 유설연.”

연우강은 나아가는 속도를 늦추며 유설연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 왜?”

“ 도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

“ 패를 얼마나 잘 버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냐?”

“ 맞아, 설연. 도박을 할 때 보면 어떤 패를 가져오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패를 버리느냐 하는 거야.”

“ 마총 장보도는 버리는 패라고?”

“ 버리는 패 정도가 아니라 무조건 버려야 할 패야.”

“ 그렇다고 해도 그건.....”

유설연은 말끝을 흐렸다.

“ 버릴 땐 미련을 둬선 안 돼. 설사 엄청 중요한 물건이라고 해도 버려서 얻는 게 더 크다면 그렇게 하는 거야.”

“ 너 정말 무서운 놈이구나.”

유설연은 경이로운 눈으로 연우강을 보았다.

녀석은 대하면 대할수록 놀랍다. 물론 녀석은 장보도를 따로 모사해 두었을 것이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진본을 강호에 풀어버린다는 건 보통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멀리 볼 것도 없이 자신에게 마총 장보도 세 장이 있었다면 연우강처럼 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었다.

“ 이럴 땐 합리적이라고 하는 거야. 마총을 열고 무공비급을 얻고, 세력을 키우고, 부하들에게 그 무공을 익히게 하고... 아마 수십 년으로도 부족할 거야. 문제는 수십 년을 투자하고도 대야벌을 넘어설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거야. 하지만 장보도 세장을 강호에 풀어버리면 대야벌 각 세력들은 그걸 차지하기 위해 싸우게 되고, 싸움이 잦아지면 언젠가는 적으로 돌아서게 되잖아.”

“ 끄응! 이건 어떡하지?”

유설연은 제 가슴을 탁 쳤다. 그의 가슴속에는 금릉 연씨 세가에서 얻었던 마총 장보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 네가 주었냐?”

“ 그랬다. 자식아! 난 네가 버린 건지도 모르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아?”

“ 잠시 동안이나마 즐거웠으면 됐잖아, 인마. 그건 남철진 줘버려.”

“ 남철진?”

“ 그걸 버리는 목적은 달성해야지.”

“ 목적이 뭔데?”

“ 황시로가 대야벌이 피 터지게 싸우는 거.”

“ 화, 황실도 이용할 셈이었냐?”

“ 정확하게는 황실이 아니고 권력이라는 마약에 취해 있는 동창과 금의위지.”

“ 아무튼 넌.....”

유설연은 어이없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지 놀랍다는 말밖에 달리 붙일 말이 없다. 동창과 금의위는 명 제국 최고 권력기관이다. 그런 단체마저도 녀석에게는 단순한 이용물에 불과했던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녀석의 의도를 알면서도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 최고의 결과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모든 걸 다 이용해야 하는 거야, 인마. 설사 대상이 황제라고 해도 마찬가지야.”

“ 그러다가 황제가 그 사실을 알고 모욕으로 받아들이면 그땐 어떻게 할 건데?”

“ 넌 기분 나빠?”

“ 난 아냐.”

“ 그럼 됐잖아, 자식아.”

쿠쿠쿵!

그때 통로를 타고 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행은 일제히 천리지청술을 펼쳤다.

“ 앞쪽 같은데, 이 소저 생각은 어떻습니까?”

먼저 눈을 뜬 연우강이 이지약을 보며 물었다. 물소리에 섞여 병기 부딪치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

“ 그런 것 같아요.”

이지약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소리가 들려오자 나아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직선으로 이어지던 통로가 이리저리 꺾이더니 널따란 광장이 일행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지금껏 지나쳐왔던 광장과는 조금 달랐다. 이전 광장의 두 배 크기였고, 출구도 열 개나 있었다.

“ 밀사 영감은 방향을 잡아.”

연우강은 주변을 살피며 소리쳤다.

여전히 물소리와 더불어 병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 여긴 어딜까요?”

남궁운화는 각 출구를 차례로 더듬으며 물었다.

“ 지하 세계로 들어가는 첫 번째 집결지일 겁니다.”

“ 첫 번째 집결지라면?”

“ 군산을 떠나 지하 세계 안으로 들어가는 자나, 아니면 안에서 밖으로 나갈 자들이 모이는 장소라는 말입니다.”

“ 그럼 출구가 가까워졌다는 건가요?”

“ 그렇습니다. 남궁 소저. 지금부터 남궁 소저는 설연 저 녀석 곁에 부어 있어야 합니다.”

“ 왜요?”

“ 모진 놈 옆에 있다가 정 맞는다는 말 있잖습니까?”

“ 밀천 무인들이 연 공자를 노리고 있다는 말인가요?”

“ 저는 죽이겠다고 달려들겠지만, 설연 저 녀석에게까지는 살수를 쓰진 못하거든요.”

“ 제가 곁에 없으면 운신의 폭이 더 넓어지겠죠?”

“ 평지라면 상관없는데, 물속에서 싸우다 보면 아무래도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이거 연 공자가 가지고 가세요.”

이내 고개를 끄덕인 남궁운화는 들고 있던 야명주를 내밀었다. 창궁대연검법을 완성하고도 연우강을 돕지 못한다는 사실에 속이 상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 불은 남궁 소저도 필요할 테니까, 몇 개만 주세요.”

연우강은 주머니에서 야명주 조각 두 개를 꺼내고는 다시 건네주었다.

“ 봇짐도 절 주세요.”

“ 이건 계속 제가 지고 있을게요.”

“ 방향을 잡았네.”

그때 유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어디요?”

“ 저기네.”

유덕은 오른편 출구를 가리켰다.

“ 설연, 지금부터는 네가 일행을 이끌도록 해.”

“ 넌?”

“ 난 할 일이 있다고 했잖아.”

“ 오제의 나머지 네 명?”

“ 기회가 생겼을 때 없애야지.”

“ 알았어. 그럼 나중에 보자.”

“ 저기.....”

“ 왜?”

막 몸을 돌리려는 유설연은 연우강을 보았다.

“ 이천 발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뭔가 반응이있어야 하는 거야?”

“ 더 달라는 거야?”

“ 추가로 이천 발 정도만 더 있으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 그게 아니고 장차 동창제독이 될 나를 공범으로 만들고 싶어서겠지.”

유설연은 연우강을 빤히 쳐다보았다.

“ 열매르 따는 사람은 넌데 너도 뭔가 해야지.”

“ 호호호! 알았어. 한 이천 발 정도만 더 보낼게, 가요.”

유설연은 활짝 웃으며 유덕이 가리킨 통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 다음에 봐요, 연 공자.”

남궁운화는 못내 아쉬운 얼굴을 하며 유설연을 따라 몸을 날렸다. 두 사람에 이어 팔신장이 몸을 날려 통로 안으로 사라졌다.

쿠쿠쿵! 콰콰콰!

드드드!

거친 물소리와 함께 광장이 흔들리며 천장에서 돌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 안 가세요?”

연우강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지약과 독고철웅을 돌아보았다.

“ 난 궁금한게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해요, 연 공자.”

“ 뭐가 궁금하죠?”

“ 연 공자가 무영들을 없애는 이유요.”

“ 그 일은 부모님도 모르게 해야 합니다. 이 소저.”

연우강은 유덕 일행이 몸을 날렸던 통로를 향해 걸어갔다. 물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광장의 흔들림도 더욱 거세졌다.

“ 부모님께도 알릴 수 없는 일이라고요?”

“ 그렇습니다. 이 소저. 그보다 지금 떠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물이 쏟아져 들어오면 늦을지도 모릅니다.”

“ 저도 천마환환신공을 완성했어요, 연 공자.”

“ 그 은신술이 천마환환신공이었습니까?”

“ 그래요.”

“ 그럼 독고 영감은 유령신마존이겠군요.”

“ 맞아요.”

“ 타앗!”

“ 차앗!”

“ 이야압!”

바로 그 순간 네 개의 통로에서 우렁찬 외침과 함께 무인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은 물에 쫓겨 무작정 내달렸던 무인들이었다.

가장 먼저 광장으로 들어선 자는 담대무궁 일행이었고, 이어 다른 통로에서 윤허 일행이 나왔다. 그리고 또 다른 통로에서는 공야일우 일행이 튀어나왔다.

이곳까지 오는 도중 많은 이들이 죽임을 당한 듯 공야일우와 함께 온 자들은 오십 명도 되지 않았다.

그들에 이어 다른 통로에서도 금황련 무인들을 비롯한 살아남은 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 으아악!”

“ 아악!”

“ 크아악!”

챙! 챙챙!

쿠쿠쿵! 콰콰콰!

더불어 통로 안쪽으로부터 처절한 비명과 병기 부딪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 저곳에서는 물소리가 들려오지 않네. 삼공자. 나가는 통로는 저기네!”

광장 안으로 들어선 담대무궁 일행 중 남천도제 곽유산이 연우강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 비켜라!”

곽유산은 버럭 소리치며 통로 옆에 있는 연우강을 향해 쌍장을 휘둘렀다. 연우강이 통로를 막고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쌍장을 휘두른 것은 대형인 해상 때문이다. 그동안 곽유산은 자신이 태만하지만 않았더라면 해상이 죽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에 시달려 왔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연우강을 보자, 녀석이 그곳에 없었더라면 그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러자 그때 일어난 모든 일이 녀석의 책임처럼 느껴지면서 살심이 솟구쳤다.

통로와는 상관없는 자리에 서 있는 연우강에게 쌍장을 뿌린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홧김에 뿌린 쌍장.

하지만 목숨을 걸고 끝까지 싸울 생각이 아닌 화풀이로 휘두른 단순한 쌍장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갈 거라고는 곽유산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휙!

곽유산의 장력이 코앞으로 들이닥치자 연우강은 오른손을 휘둘러 장력을 해소함과 동시에 몸을 날렸다.

그의 행동을 보면 곽유산이 그렇게 나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보였다.

“ 헉!”

곽유산은 헛바람을 들이켰다.

연우강이 피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고, 통로를 확인하는 게 먼저였던 터라 다음 동작은 생각도 않고 있었다. 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연우강이 들이닥치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급하게 허리춤의 도로 손을 가져갔다.

“ 무기를 든 자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는 무기를 절반쯤 뽑을 때지.”

곽유산의 도가 절반가량 뽑혀져 나오는 순간 연우강의 가슴에서 검은 광채가 튀어나와 허공을 갈랐다.

“ 커억!”

도를 뽑아 앞으로 향하던 곽유산의 동작이 우뚝 멈췄다.

“ 그땐 공격을 시작한 걸로 간주하여 자기도 모르게 마음을 놓는 경향이 있거든.”

연우강은 싱긋 웃으며 곽유산의 심장을 관통하고 돌아오는 사망마비를 잡아챘다.

털썩!

연우강이 사망마비를 잡아채는 순간 곽유산의 신형이 무너지듯 쓰러졌다.

“ 도제!”

“ 놈!”

“ 이노옴!”

질겁한 나머지 세 사람은 곽유산을 부르며 연우강을 향해 몸을 날렸다.

콰콰쾅! 츄아악! 쏴아아!

바로 그 순간 네 통로로부터 호수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광장으로 들어오는 물 속에는 통로에서 죽어간 무인들의 시체와 수백 명의 수마들이 섞여 있었다.

수마들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무인들을 향해 가차 없이 아미자를 휘둘렀다.

“ 크악!”

“ 아악!”

“ 으아악!”

이곳저곳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오고, 광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 지옥으로 변했다. 더불어 각 통로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물은 급격하게 광장을 채워나갔다.

상황이 급변하자 연우강을 향해 몸을ㄹ 날리던 동천창제 상온걸을 비롯한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뚝 멈췄다.

“ 공격하다가 멈추는 건 좋지 않은 습관이야, 노인들.”

연우강은 차갑게 말하며 어느새 허리까지 차 오른 물로 시선을 주었다.

파르르!

그의 시선을 받은 물이 잔 떨림을 보이더니 곧 손잡이 부분이 없는 검 형태로 변했다.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에 연우강이 창안한 수천류였다.

순식간에 십여 개로 늘어난 물의 검은 천천히 동천창제 상온걸 일행을 향해 나아갔다.

[ 뭐죠?]

연우강을 지켜보던 이지약은 깜짝 놀라 전음으로 물었다. 그녀의 시선은 방금 연우강의 시선이 머물렀던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특이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는데, 정확하게 어떤 기운인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 아직 이름을 짓지 못했습니다.]

연우강은 싱긋 웃으며 강하게 마라천력을 끌어올렸다.

츄악!

그의 힘을 받아들인 물의 검 열 자루가 갑자기 가공할 속도를 내며 상온걸 일행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 맙소사.”

이지약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뱉어냈다.

감지하고 있던 열 개의 기운 중 한순간에 세 개가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연우강이 일부러 해소시키진 않았을 테고 열 개 중 세 개는 물 속으로 들어간 게 분명했다.

엄청난 무공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은 진즉에 삼 갑자 공력을 넘어섰고, 이젠 어느 누구에게도 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남았던 것인데, 연우강이 만들어낸 특이한 기운을 잡아내지 못한 것이었다.

그녀는 전 내공을 끌어올려 수면으로 풀었다.

‘ 있다.’

이지약의 얼굴에 슬쩍 미소가 어렸다. 물 속에서 움직이는 세 개의 기운이 희미하게 감각에 걸려들었다.

‘ 하지만 저들은......’

이지약은 상온걸 일행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상온걸을 비롯한 세 명은 연우강을 공격해야 할지 아니면 물 속에 있는 수마들을 공격해야 할지 갈등 중이었다.

연우강을 공격하자니 싸움이 길어질 듯하고 물과 섞여 들어온 수마를 공격하진 체면이 서지 않았다.

‘ 사내라면 모름지기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지.’

“ 우선 저놈을 먼저 정리하세.”

연우강을 먼저 제압하는 게 낫다고 결론을 내린 상온걸은 창으로 연우강을 겨냥하며 내기를 주입했다.

쭈뼛!

막 걸음을 옮기려고 하는데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과 함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헉!”

“ 억!”

“ 타앗!”

느닷없이 섬뜩한 기운이 밀려오자 세 사람은 전면 수면을 향해 본인들의 무공을 쏟아냈다.

퍼억! 퍽! 퍼억!

동천창제 의 창과 서천권제의 권이 그리고 중천비제의 장이 수면을 후려치고,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상온걸 일행이 와해시킨 물의 검은 수면 위에서 다가오던 일곱 개에 불과했다.

이지약도 전 내공을 끌어올린 상태에서 간신히 발견했던 물의 검 세 개는 세 명의 단전으로 파고들어갔다.

“ 커억!”

“ 억!”

“ 윽!”

세 사람은 참혹한 얼굴로 연우강을 보았다.

“ 잘 놀았어.”

연우강은 손을 들어 올리며 싱긋 웃었다.

퍼억! 퍽! 퍽!

“ 크악!”

“ 아악!”

“ 으아악!”

단전으로 파고들어 갔던 물의 검이 폭발하면서 세 사람의 앞쪽이 시뻘겋게 변했다.

“ 갑시다.”

연우강은 이지약을 품안으로 끌어당겨서는 서쪽 통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 어뢰 어때요?”

이지약은 연우강에게 몸을 맡기며 불쑥 물었다.

“ 무슨 말이죠?”

“ 아직 이름을 정하지 못했다고 했잖아요.”

“ 방금 그 검들을 말하는 겁니까?”

“ 그래요, 연 공자.”

“ 어뢰라.... 아주 좋네요. 물이 차 오르고 있습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세요.”

연우강은 활짝 웃으며 숨을 들이켰다.

어느새 각 통로에서 쏟아져 나온 물이 광장을 다 채운 듯 서쪽 통로로 나아가는 물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연우강은 호흡을 멈춘 채 빨라지는 물에 몸을 맡겼다.

[ 담대무궁은 그대로 둘 참인가요?]

그녀는 통로로 시선을 주면서 물었다.

지금껏 연우강이 하는 행태를 보면 담대무궁 또한 이곳에서 죽여야 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었다.

[ 정과 망치로 거대한 바위를 깨뜨릴 때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

[ 모르겠는데요?]

[ 먼저 자르고 싶은 부분에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습니다. 그 작업을 끝내고 뚫어 놓았던 구멍에 쐐기를 박아 넣고 큰 망치로 일정한 힘을 주어 때리면 돌은 쪼개지게 되죠.]

[ 그럼...]

[ 지금은 작은 구멍을 뚫는 과정입니다. 이소저. 아직 쐐기를 사용할 때가 아니죠.]

[ 담대무궁이 쐐기란 말인가요?]

[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연우강은 고개를 돌려 광장을 보았다.

그곳으로부터 많은 무인들이 수어피를 걸친 자들과 싸우며 이편을 향해 헤엄쳐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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