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무인의 삶이란
풀을 자근자근 밟아 편 다음 궤짝 안에서 이불로 사용하기 위해 가지고 다니던 천 두장을 꺼내 깔고 그 위로 남은 풀을 덮었다.
“ 가서 세수하고 오세요.”
연우강은 구덩이 옆에 작은 구덩이를 파며 말했다.
“ 알았어요.”
수여설은 야명주를 들고 들어올 때 봐두었던 물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녀가 세수를 하는 동안에 연우강은 작은 구덩이 안에 나무를 집어넣고 삼매진화로 불을 피웠다. 불길이 오르자 비로소 내부가 환해졌다.
천장의 높이는 칠 척 가량으로 그리 높지 않았고, 울퉁불퉁한 물결 모양이었다.
“ 특이하네.”
“ 용암이 흐르다가 굳어서 그래요.”
세수를 마치고 온 수여설이 웃으며 말했다.
“ 그런 거였습니까?”
“ 그래요. 그런데 잠은 저 위에 누워서 자나요?”
수여설은 연우강이 만들어놓은 구덩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천이 두 장 깔려 있으니까 그 사이로 들어가면 됩니다.”
“ 아! 자요.”
수여설은 얼굴을 닦았던 수건을 연우강에게 던지고는 구덩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위쪽의 풀을 꾹꾹 눌렀다.
“ 마음에 들어요?”
연우강이 물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 네.”
수여설은 활짝 웃었다.
“ 궤짝 옆에 먹을 거 꺼내놨습니다.”
연우강의 말에 그녀는 궤짝 옆을 보았다. 고기를 말린 육포와 과일을 말린 건포가 물병 두 개와 함께 놓여 있었다.
“ 연 공자는요?”
그녀는 연우강을 향해 소리쳤다.
“ 전 술이나 한잔하렵니다.”
“ 그럼 저도 됐어요.”
배가 약간 고팠는데, 연우강이 먹지 않겠다고 하자 갑자기 식욕이 싹 달아났다. 그녀는 육포 옆에 있는 물병을 가져와 냄새를 맡아보고는 물이 든 물병을 원래의 자리로 놓았다.
“ 그건 술일 건데요?”
어느새 세수를 마치고 온 연우강이 모닥불 안에 나무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 갑자기 한잔하고 싶어서 그래요.”
수여설은 병마개를 따고 술병 주둥이를 입 안으로 넣고 거꾸로 세웠다.
“ 그거 독한 술인데.”
연우강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여설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술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 뜨거운 불길을 삼킨 듯한 기분이 든다. 그녀는 연우강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연거푸 몇 모금을 더 마셨다.
“ 후~아! 엄청나네요.”
한순간에 머리가 핑 돌며 주변이 빙글빙글 돌았다. 빈속에 독한 술이 들어가서 그런 모양이었다.
수여설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몇 번을 반복하고 나자 비로소 머리가 맑아지는 듯했다. 그녀는 연우강에게 술병을 건넸다.
“ 아직도 제가 대화공황증 환자라고 생각하세요?”
“ 대화공황증?”
“ 대야벌로 처음 들어온 날 그랬잖아요. 저 같은 사람은 대화공황증 환자라서 함부로 말을 붙였다간 최하가 중상이고 심하면 사망한다고 했잖아요.”
“ 아직도 그걸 기억하고 있어요?”
연우강은 웃으며 술병을 비웠다.
“ 난생 처음 보는 사내가 제 마음속을 정확하게 집어냈는데 기억하지 않을 수가 없죠.”
“ 흐흐흐! 제가 원래 여자 보는 눈이 탁월합니다.”
피식 미소를 머금은 연우강은 구덩이 안쪽에 깔아두었던 두 장의 천 중 위에 있는 것을 슬쩍 들어올리며 수여설에게 들어가라고 턱짓을 했다.
“ 내일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면 흙을 덮어주고 그냥 갈 테니 알아서 하세요.”
수여설은 스스럼없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 그래주면 좋고요.”
연우강은 남은 술을 비우고 수여설 옆으로 파고들어 갔다.
“ 침상보다 훨씬 나아요.”
“ 겁 안 나요?”
연우강은 정색한 얼굴로 수여설을 빤히 쳐다보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사내와 한 이부자리를 쓰게 되면 어색해해야 하는데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말하고 행동하고 있었다.
“ 겁?”
“ 수컷하고 한 방을 쓰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 풋!”
수여설은 피식 웃었다.
“ 그 웃음의 의미는 뭐죠?”
“ 제 나이가 서른이라는 뜻이에요.”
“ 서른?”
“ 나이 서른이 되면 멋진 사내가 한 번 눈길만 줘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 못 들어봤어요?”
“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 보통 스무 살 전후에 혼인을 하잖아요. 한두 해도 아니고 십 년이나 팍 삭은 여자를 돌아보기엔 젊고 예쁜 여자들이 너무 많아요.”
“ 아직은 완벽한 것 같은데....”
“ 완벽?”
“ 스무 살 처자와 나란히 섰던 적이 있잖아요. 몸 안쪽은 삭았을지 모르지만 겉으로 드러난 걸로 비교하면 훨씬 풍만하고 탄력 있게.. 악!”
싸늘한 느낌과 함께 옆구리에서 통증이 밀려왔다.
연우강은 허리를 한껏 오른편으로 틀었다.
“ 일부러 그런 거였죠?”
“ 무,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하세요. 제가 아무리 나쁜 놈이라고 하지만, 그 정도로 타락하진 않았습니다.”
“ 흥! 그런 사람이 처녀 둘을 나란히 세워놓고 감상을 해욧!”
수여설은 연우강을 흘겨보며 이번엔 양손으로 꼬집었다.
“ 제가 언제 세웠다고 그러십니까. 전 무공을 창안한 죄밖에 없습니다.”
연우강은 수여설의 손을 피하기 위해 몸을 비비꼬았다. 하지만 좁은 구덩이 안에서 피할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결국 그는 수여설의 양손을 잡고 수여설 위로 올라가 몸으로 눌러버렸다.
휙! 휙휙! 휙!
바로 그때 밖에서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수여설은 듣지 못한 듯 자신의 몸 위로 올라온 연우강을 밀어냈다.
“ 그렇다고...... 우흡!”
수여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느닷없이 연우강이 입술을 덮친 것이었다. 그녀는 멍한 눈으로 연우강을 보았다.
바로 그때 밖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정찰 나온 놈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샅샅이 훑어라.”
“ 알겠습니다.”
수여설의 몸이 잔뜩 경직됐다.
동굴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생사림 무인들의 외침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내공을 끌어올려 천리지청술을 펼쳤다. 상당히 많은 인원이 풀린 듯 사방에서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몇 개의 발자국은 동굴 근처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들어 연우강을 보았다.
[ 일부러 그랬죠?]
그것은 머릿속으로 생각을 전달하는 혜광심어였다.
[ 갑작스럽게 발자국 소리가 들려와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내려가겠습니다.]
연우강이 몸을 움직이자 위쪽에 이불 대용으로 덮어둔 풀이 요란하게 소리를 내질렀다.
[ 풀 소리가 너무 커요, 연 공자.]
수여설은 팔을 들어 연우강의 허리를 껴안으며 말했다.
“ 살펴봤느냐?”
두 사람이 몸을 숨기고 있는 곳이 계곡 바로 옆이라 나직한 목소리가 벽을 타고 들려왔다.
두 사람은 몸을 잔뜩 움츠렸다.
“ 아무도 없습니다. 총관님.”
“ 다른 놈은 몰라도 연우강 그놈은 반드시 생포해 대령하라는 림주님의 엄명이 계셨다. 매복 장소를 다시 확인하라.”
“ 알겠습니다.”
‘ 유명계가 왜 연 공자를?’
수여설은 뭔가 곰곰이 생각할 때면 입술이 자주 마르곤 하여 혀로 적시는 습관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유명계가 살아있는 연우강을 왜 원하는지 그걸 생각하느라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혀로 핥았다.
윗입술을 적시고 아랫입술을 적시는데 갑자기 딱딱한 뭔가가 혀를 물더니 아프게 끌어당겼다.
‘ 헉’
수여설은 깜짝 놀랐다.
그제야 연우강과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녀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연우강을 보았다. 하지만 이미 혀는 그의 입 안으로 끌려 들어간 후였다.
[ 지, 지금.....]
“ 놈들은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총관님.”
또다시 벽 너머에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수여설은 몸을 움츠렸다.
[ 제, 제가 실수했네요.]
연우강은 곤혹스러워 혜광심어를 보냈다.
수여설의 혀를 끌어당긴 것은 수여설이 원했다고 생각한 탓이다. 입맞춤을 한 상태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혀를 내밀었는데 받아주지 않으면 그녀가 얼마나 수치스러워할까 하는 생각에 그렇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수여설의 얼굴을 보니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 소리나지 않도록 내려가겠습니......]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려고 하던 연우강의 얼굴이 의아하게 변했다. 고개를 들어 올리는데 수여설의 얼굴이 계속 따라온 것이었다.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살짝 닿아 있던 입술이 딱 달라붙어 있고 실수로 끌어들였던 혀가 제 마음대로 놀고 있었다.
[ 여, 연공자가 그냥 내려가면 저는 내일 비, 빙궁으로 돌아가게 될지도 몰라요.]
더듬거리며 말을 마친 수여설은 눈을 감아버렸다.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전엔 그에게 알몸을 보였고, 지금은 입맞춤을 하고 있다. 여기서 거절당하면 정말로 그를 보지 못할 것 같아 없는 용기를 짜내 말을 뱉고 말았다.
[ 빙궁으로 가면 갈 곳은 있습니까?]
[ 어, 없어요.]
갑자기 입술이 감미롭게 젖어들자 수여설은 연우강의 등을 쓸며 대답했다.
“ 이쪽으로 모여라!”
또다시 밖에서 조금 전에 들려왔던 목소리가 들려오자 수여설의 손이 우뚝 멈췄다. 바로 그때 연우강의 손이 슬금슬금 안으로 파고들어 수여설의 요대를 풀었다.
딸깍!
[ 소리가 너무 커요, 연 공자.]
수여설은 화들짝 놀랐다. 요대 풀리는 소리가 마치 천둥치는 소리처럼 들려왔던 것이다.
“ 장소는 확인했느냐?”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연우강은 수여설의 요대를 벗겨내 머리 위로 놓았다.
“ 확보했습니다. 대주님.”
“ 놈들은 절벽 위쪽과 계곡의 세 방향으로 온다는 걸 명심해라.”
휙!
“ 어서 오시오, 장 대주, 어떻게 됐소?”
“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 부하들을 매복시켜 두었습니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연우강은 손을 빠르게 놀려 수여설의 옷을 벗겨나갔다.
[ 잠룡들 중에 밀천의 첩자가 있는가 봐요.]
[ 그런 모양입니다.]
[차라리 제가 하는 게 낫겠어요. 잠깐 내려가 보세요.]
마른 풀 스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자 수여설은 연우강을 내려가게 한 다음 옷을 벗었다.
순식간에 알몸으로 변한 그녀는 이번엔 연우강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우강의 옷을 벗기는 건 쉽지 않았다. 겉에 걸친 솜옷은 쉽게 벗겨졌지만 안에 사망묵의가 문제였다.
[ 사내가 무슨 옷을 이렇게 많이 입고 다녀요.]
휙! 휙휙! 휙!
다시 절벽 너머에 모여 있던 자들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휴우.....!’
“ 그런데 그 녀석은 믿을 만한가 모르겠군요.”
막 연우강의 옷을 벗기려던 수여설의 손이 우뚝 멈췄다. 아직 떠나지 않은 자들이 있었던 거였다.
“ 사유성을 말하는 건가?”
‘ 사’ 자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여설의 손이 가공할 속도로 움직이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우강의 사망묵의는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 그렇습니다.”
[ 또 있어요?]
그녀는 황당한 눈으로 연우강을 보았다. 솜옷과 사망묵의를 벗기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연우강은 안에 비단옷을 또 입고 있었다.
[ 사망묵의 재질이 좀 거칠거든요. 그런데 간단한 방법을 두고 왜 어렵게 일을 하죠?]
[ 나가서 저놈들을 없애고 오라고요?]
[ 강기로 막을 치면 소리가 새나가지 않잖아요.]
[ 그럼 놈들의 말을 듣지 못하잖아요. 엉덩이나 들어요.]
수여설은 연우강의 허리춤을 잡으며 눈을 흘겼다.
“ 사유성 그놈은 밀천의 사대 가문의 한 곳이었던 절강 환밀세가의 가주네.”
수여설은 말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연우강의 바지를 훑듯이 아래로 내렸다.
“ 그럼 천주의 부인으로 내정돼 있는 사유라 그 계집의 오빠란 말입니까?”
“ 그렇다네.”
“ 어쩐지.....”
[ 손 들어요.]
수여설은 연우강의 상의를 천천히 올리며 말했다.
“ 그런데 림주님이 연우강 그놈에게 집착하는 이유가 뭡니까?”
다시 대화가 이어지는 순간 수여설은 연우강의 상의를 벗겨냈다.
[ 후.... 이제 끝났네.]
수여설은 만족스런 얼굴로 활짝 웃었다.
[ 좋아요?]
연우강은 빙그레 웃었다.
[ 싫다는 말?]
[ 제가 싫어할 리가 없잖습니까?]
[ 당연히 그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이 누나가 혼낼 거라고요.]
어쩌면 술기운 때문에 그랬는지도 몰랐다.
다른 때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짓을 하면서도 수여설은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그녀는 연우강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다시 입맞춤을 했다.
연우강은 입맞춤에 응하며 손을 뻗었다. 먼저 등을 쓰다듬던 손길이 겨드랑이를 타고 넘어와 가슴을 슬며시 감아쥐었다. 수여설은 더욱 거칠게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가슴을 쓰다듬던 손을 내려 복부를 쓸어보았다. 왕 자 복근의 굴곡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 골을 따라 그녀의 손길이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 우리가 대야벌을 탈출할 때 기억하는가?”
“ 당연히 기억하고 있죠. 그때 림주께서는 손가락과 발가락을 전부 잃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 그때 림주님은 똥지게 연우강이 지고 다니던 분관 안으로 몸을 숨겨 탈출했다고 하더구먼.”
“ 귀식대법을 펼쳤다는 말이군요?”
“ 그렇다고 하더군. 귀식대법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비몽사몽간을 헤매고 있을 때 연우강 그놈이 손가락과 발가락을 잘라 갔다네.”
“ 왜 그랬을까요?”
“ 손가락과 발가락을 자르는 것보다 죽이는 게 더 쉽단 말인가?”
“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 림주님도 그게 궁금한 모양이더군.”
[ 왜 그랬어요?]
수여설은 연우강의 귓불을 가볍게 베어 물었다.
연우강은 손가락으로 수여설의 배에 천천히 원을 그리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 헙!’
수여설은 비어져 나오려는 신음을 급하게 삼켰다.
[ 사, 사람의 신체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소, 손가락이란 말인가요?]
[ 그렇습니다. 그것보다 더 좋은 복수는 없지요.]
원은 점점 크기를 키워가고 수여설의 숨결도 점점 거칠어졌다.
[ 보, 복수라면?]
[ 여의전의 이 약사를 해친 놈이 바로 그놈이었습니다.]
원을 그리던 손가락이 단전의 치골에 이르자 수여설은 몸을 부르르 떨며 연우강의 귓불을 깨물어 버렸다.
[ 웃! 수 소저.]
[ 미, 미안해요. 그, 그럼 벌내쟁투도 연 공자가 일으킨 거네요?]
이번엔 실수하지 않으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그녀는 일 각도 채 지나지 않아 연우강의 귀를 다시 물어뜯고 말았다. 자꾸만 커져 가는 야릇한 느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거였다.
[ 제가 했다고 하긴 그렇고 분위기만 조성해준 겁니다.]
[ 저, 저 자식들 언제쯤 갈까요?]
이젠 연우강의 말이 제대로 들려오지 않았다. 수여설은 이를 악물었다.
[ 조용히 하지 않으면 들킬지도 모릅니다. 수 소저. 그럼 놈등른 작전을 바꿀 테고, 우린 힘든 전투를 치러야 합니다.]
[ 그러니까 저 자식들 언제 가냐고요?]
수여설은 숨을 몰아쉬었다.
마음이 급해지니 또다시 성질머리가 나오고 있었다.
[ 나가서 그만 가라고 할까요?]
[ 아, 안 돼요. 지, 지금 나가면 죽여버릴 거예요.]
수여설은 연우강이 몸을 일으킬 시늉을 하자 급하게 입맞춤을 하며 소리쳤다.
“ 그나저나 개파대전은 언제쯤 한답니까?”
‘ 개자식들!’
수여설은 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 황궐을 비롯한 네 문파가 제거되면 그때 개최한다는구먼.”
‘ 오냐, 개자식들아, 아예 죽여주마.’
더는 참지 못한 수여설은 벌떡 몸을 일으켜 연우강을 깔고 앉았다.
“ 추운데 그만 가세.”
“ 그래야겠습니다. 철수한다!”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는 듯하더니 몸을 날릴 때 나는 옷자락 펄럭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주변을 살피던 자들이 돌아가는 소리였다.
“ 잠깐만 몸 좀 들어 주십시오.”
연우강은 수여설의 허리를 잡아 약간 들어올린 다음 몸을 일으켜 구덩이 뒤편에 상체를 기댔다.
“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자식들이에요.”
“ 예의?”
“ 말이 그렇다는 거죠.”
“ 안 가면 정말로.....”
“ 당신도 마찬가지에요. 연 공자. 서두르지 않으면 노처녀 신경질을 직접 목겨하게 될 거예요.”
수여설이 배시시 웃으며 연우강의 손을 가슴으로 잡아 끌었다.
“ 죽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야겠군요.”
연우강은 수여설의 가슴을 거칠게 그러쥐며 얼굴을 묻었다.
“ 물론이에요, 연 공자. 안 그러면 아침에 일어나서 묻어버릴 테니까 알아서 하세요.”
수여설은 활짝 웃으며 허리춤에 걸려있던 이불을 벗어두었던 옷 위로 던져버렸다.
급한 성격은 관계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매일 밤 기녀들을 끼고 잠을 자곤 했던 연우강이 놀랄 정도로 수여설은 적극적이었다.
“ 처음, 맞아요?”
“ 제정신인 남자가 저 같은 계집을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 그럼 이건 뭡니까?”
“ 시중에 남겨 간의 사랑을 다룬 책이 넘쳐난다는 거 몰라요?”
“ 책으로 터득했단 말입니까?”
“ 연 공자도 책으로 터득한 무공으로 심검까지 펼치잖아요.”
“ 그렇다고 해도 이건.....”
“ 그럼 나이 서른이나 된 계집이 ‘어머! 어머!’ 하면서 내숭을 떨까요?”
“ 이건 싸움입니다. 수 소저.”
“ 사는 게 전투라고 한 사람은 연 공자잖아요.”
“ 우린 지금 사랑을 나누는 중이라고요.”
“ 그만 입 다물어요!”
수여설은 연우강의 얼굴을 끌어당겨서는 제 가슴에 파묻어버렸다.
“ 이럴 줄 알았으면 밥 좀 먹어두는 건데.”
연우강은 울상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수여설은 연우강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한 듯 거칠게 그를 탐했다. 동굴 안은 두 사람의 몸에서 흘러나온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그 열기를 뚫고 광란에 몸부림치는 듯한 신음이 부유해 다녔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연우강은 알지 못했다.
문득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자 저도 모르게 눈을 떴다.
모닥불이 활활 피워져 있고, 그 앞에 수여설이 앉아 육포를 굽고 있었다. 연우강은 시선을 깔아 자신의 몸을 보았다. 옷은 단정하게 입혀져 있고, 비단 천은 물론이고 그 위쪽에 있던 풀까지 얌전하게 덮여 있었다.
“ 식사 좀 할래요?”
수여설은 굽고 있던 육포를 들어 보였다.
“ 오늘은 먹어야겠습니다.”
구덩이 안에서 빠져나온 연우강은 수여설 앞으로 다가가 앉았다.
“ 이거 드세요.”
수여설은 불 위에서 돌로 만든 대접을 연우강에게 내밀었다.
“ 뭐죠?”
“ 육포를 잘게 잘라 만든 고기죽인데 조금 싱거워요.”
“ 전 육포를 씹고 싶은데요?”
“ 단식을 오래한 상태에서 바로 음식을 집어넣으면 탈 나요. 처음엔 죽부터 시작해야 해요.”
“ 단식을 해본 것처럼 말하네요.”
“ 힘없는 어린이가 부모님께 반항할 수 있는 최강의 수단은 단식이잖아요.”
“ 많이 해봤다는 거네요.”
연우강은 수여설이 건네준 숟가락으로 죽을 떠 입으로 가져갔다.
“ 보름까지 물만 먹고 버틴 적이 있어요. 그때 아빠가 만들어준 음식이 고기죽이었어요.”
“ 아버지는......”
“ 십 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 그랬군요.”
“ 아버님이 서역인?”
“ 아라사(러시아” 인이에요.“
“ 그래서 피부가 눈처럼 하얗군요.”
연우강은 수여설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머리는 연한 금발과 연한 흑발이 뒤섞여 갈색을 띠고, 눈동자는 벽안이다. 코는 중원인에 비하면 훨씬 뾰족하면서 크고 피부는 우유처럼 투명하게 희다.
색목인 중에서도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라사인의 피를 물려받아 그렇게 된 모양이었다.
“ 그럼 아버지 쪽은 전부 아라사인?”
“ 아버진 수씨 가문의 양자였어요. 한 그릇 더 줘요?”
“ 네.”
연우강은 비운 그릇을 내밀었다.
이미 준비를 해둔 듯 수여설은 그릇에 물을 부은 후 불려 놓은 육포 조각을 집어넣고 모닥불 위로 올렸다.
불에 올릴 때 슬쩍 삼매진화를 가한 듯 물은 금세 끓어올랐다. 그녀는 기다란 나뭇가지로 슬슬 저으며 죽을 끓였다.
“ 그런데.....”
수여설은 죽을 먹으며 연우강을 보았다.
앵속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먹을 걸 찾는 걸 보면 지금 당장은 그의 머릿속에서 앵속을 몰아내긴 한 것 같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가 얼마나 갈는지......
“ 말하세요.”
“ 아니에요.”
결국 말을 않기로 했다.
앵속은 본인의 의지로 끊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 굳이 부담을 줄 필요는 없었다.
죽이 다 끓자 아무렇지 않게 죽을 내밀었다.
“ 저도 백옥수를 펼칠까요?”
“ 궁금하세요?”
“ 네.”
“ 그거 좋지 않은 버릇이네요. 그보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죠?”
연우강이 숟가락질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수여설은 육포를 입으로 가져가며 물었다.
“ 계획?”
“ 네.”
“ 당장은 여길 빠져나가는 게 급선무고 그 다음엔 섬서성, 호북, 호남으로 가서 밀린 외상값을 받아야 하고, 대야벌로 돌아가기 전까진 정신없이 바쁠 것 같은데요?”
“ 대야벌로 돌아가서는 어떻게 할 거죠?”
“ 아직 일 년 남았습니다.”
“ 그때 생각할 거란 말인가요?”
“ 네.”
연우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 더 줘요?”
“ 지금 배가 터질 것 같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연우강은 구덩이 안에서 요와 이불로 사용했던 천을 꺼내 풀을 털어내고 사각으로 만득이 개어 궤짝 안으로 집어넣었다.
“ 그런데....”
구덩이 안에 흙을 집어넣어 흔적을 지우던 연우강은 남은 육포를 챙기고 있는 수여설을 보았다.
“ 왜요?”
“ 어젯밤, 그러니까 그 뒤에 제가 잠들었나요?”
“ 기억 안 나요?”
“ 네.”
“ 이건 제 생가인데, 황금백수의 꿈은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 기절했군요.”
“ 식사를 열심히 하세요.”
수여설은 피식 웃으며 육포를 주머니에 담아 궤짝으로 가져가 넣었다. 주변을 돌며 머물렀던 흔적을 없앤 두 사람은 들어갔던 곳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처음 출발한 장소로 돌아온 건 저녁 무렵이었다.
이미 다른 조들 또한 정찰을 한 듯 상황을 물어보러 오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잠룡 십 조 조원들만 연우강 곁으로 모여들었다.
[ 언니는 저 좀 봐요.]
연우강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남궁운화는 수여설을 데리고 후미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 어디 갑니까?”
“ 급해서 그래요.”
연우강의 물음에 남궁운화는 크게 말하며 내공을 끌어올려 강기막을 쳤다. 그리고는 수여설을 보며 입을 열었다.
“ 아침은 먹었어요?”
“ 죽을 두 그릇이나 먹었어요.”
“ 먹었다고요?”
“ 네.”
수여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 어떻게 먹인 거죠?”
“ 눈을 뜨자마자 먹을 걸 찾던데요?”
“ 정말?”
“ 그렇다니까요.”
“ 약은?”
“ 안 먹었어요.”
“ 어떻게 한 거죠?”
남궁운화는 수여설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 그건 나중에 말하면 안 될까요?”
수여설은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
“ 언니도 비밀을 만들고 싶어요?”
“ 그게 아니라..... 좀 망측한 얘기라서.”
“ 망측해요?”
“ 그가 기절해 버렸거든요.”
“ 기절해요?”
“ 네.”
“ 자, 자세히 말해봐요.”
남궁운화는 잔뜩 호기심 어린 얼굴로 다그쳤다.
“ 그러니까...”
“ 앉아서 이야기해요.”
정말로 볼일을 보러 온 듯 남궁운화는 옷을 내리며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 알았어요.”
수여설 역시 볼일을 보고 싶었던 터라 주저 없이 옷을 내리고 쪼그려 앉아서는 간밤에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 어머, 어머! 정말 그 상황에서도 급한 성격이 나왔단 말이에요?”
“ 저도 처음 알았어요.”
“ 그러니까 언니도 정신을 거의 잃은 상태였는데 먼저 깨어났다는 거예요?”
“ 그런 것 같기는 한데..... 가물가물해요.”
“ 결국엔 아침을 먹었단 거잖아요.”
“ 네.”
“ 거 봐요. 언니. 제 말이 맞잖아요.”
남궁운화는 헤벌쭉 웃었다.
“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킁! 킁!
“ 갑자기 남궁운화의 코가 벌름거렸다.
“ 이거 약 냄새죠?”
남궁운화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바람결에 탕약 냄새가 섞여 온 것이었다.
“ 맞아요.”
“ 아무튼 바로 옆에서 감시를 해야지, 틈만 나면......”
남궁운화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조금만 더 있다 가요.”
“ 아직 멀었어요?”
“ 작은 거였는데, 갑자기 큰 걸로 바뀌었어요.”
“ 그런 법이 어딨어요, 언니!”
“ 오늘 밤에는 볼일 볼 시간도 없을 거예요. 미리 준비를 하고 가야죠.”
“ 언니 변비 걸렸었어요?”
남궁운화는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틀어막았다.
“ 요 며칠 계속 못 봤어요.”
“ 요 며칠 동안이 아닌 것 같은데요?”
“ 난주를 떠날 때부터 소식이 없었어요.”
“ 연 공자가 앵속쟁이란 말을 듣고 나서부터 그랬군요?”
남궁운화는 다시 옷을 내리고는 수여설 옆으로 쪼그려 앉았다.
“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왜 다시 앉은 거죠?”
“ 그것도 전염되나 봐요.”
남궁운화는 배시시 웃었다.
“ 남궁세가 가솔들은 알지 모르겠네요.”
“ 뭘요?”
“ 자기네들 가주가 광야에서 엉덩이를 까고 앉아 볼일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 언니는 빙궁 소궁주잖아요.”
“ 저는 빙궁에서 잘린 사람이잖아요.”
“ 그래서 상관없다고요?”
“ 남궁가주보다는 형편이 낫다는 거죠.”
“ 언니 얼굴을 보고 그런 소리를 하세요.”
“ 제 얼굴이 어때서요?”
“ 얼굴이나 몸매로 보면 언니는 이슬만 먹고 사는 공주처럼 생겼잖아요. 그런 이슬 공주가 이런 곳에 앉아 며칠 동안 쌓인 걸 뽑아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어요?”
“ 풋!”
“ 훗!”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 그래도 눈 내리는 모래밭보다는 낫지 않아요?”
문득 사막이 떠올랐다. 연우강이 두 시진이나 세 시진마다 한 번씩 휴식을 취하곤 했지만 여자이다 보니 대낮엔 볼일을 보러 가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밤 시간을 주로 이용했는데 볼일을 보고 나면 엉덩이가 꽁꽁 얼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곤 했다.
끔찍한 경험이었다.
“ 그건 그런 것 같아요. 언니. 거긴 너무 추워요.”
그때가 생각난 듯 남궁운화도 몸서리를 치며 부르르 떨었다.
“ 어렸을 때는 무인의 삶이 이럴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는데.”
“ 하늘을 날고, 산을 부스는 꿈만 꾸었다는 거죠?”
“ 남궁가주도 그랬어요?”
“ 물론이죠, 약한 사람을 돕고, 악인을 물리치고, 박수를 받는 그런 환상만 있었지, 이렇게 찬바람 속에 엉덩이를 내놓고 볼일을 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어요.”
“ 무인을 삶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쫓아다니면서 말릴 거예요.”
“ 저도요.”
남궁운화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볼일을 마친 두 사람은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갔다.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 듯 잠룡 십 조 조원들은 선두로 나가 있었다. 더불어 처음 보는 자들 이백여 명이 후미를 장악하고 있었다. 담대무궁이 이곳까지 오면서 고용했다는 낭인들인 모양이었다.
낭인들은 수여서로가 남궁운화의 미모에 놀란 듯 흘끔거리며 쳐다보았다.
남궁운화는 빙그레 웃었다.
변한 자신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과거 같았으면 낭인들의 시선을 부담스럽게 여겼을 텐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 하긴 벌판에서 엉덩이를 내놓고 볼일도 보는데 저 정도 시선쯤이야.’
그녀는 피식 웃으며 낭인들의 시선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갔다.
“ 방패 여기 있습니다.”
우창준이 두 사람에게 방패를 내밀었다.
그동안 남궁운화와 수여설의 방패는 남궁세가 무인들이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 고마워요.”
방패를 받아든 두 사람은 왼손에 채우며 연우강을 향해 갔다. 연우강은 윤허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 무슨 소린가?]
윤허는 연우강을 빤히 쳐다보며 전음을 물었다.
[ 윤형, 조원들 아니면 믿지 말라는 말이네. 가능하면 나갈 길은 자네가 정하도록 하고, 남쪽으로 우회하는 길로는 가지 않는 게 좋네.]
[ 남쪽 길로 가서 우회하지 않으면 이번 작전은 성공할 수 없네.]
[ 아무튼 가다가 죽어도 난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 결정은 자네가 알아서 하게.]
[ 자세히 말해줄 수는 없는가?]
[ 한 가지는 말해 줄 수 있네. 전에 내가 황금백수 짓을 할 때 계집을 한 명 구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 계집이 내 돈 삼십만 냥을 훔쳐 달아났네. 그 계집의 이름이 사유라인데, 밀천 천주의 정혼자라고 하더군.]
[ 사유라?]
[ 아무튼 조심하게.]
연우강은 싱긋 웃으며 잠룡 십 조 조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 사유성은 무궐과 군마련의 지원을 받고 있네. 연 형.]
[ 정체를 알게 되면 내게도 가르쳐 주게.]
전음을 보낸 연우강은 잠룡 십 조 조원들을 보았다.
“ 준비는?”
“ 끝났습니다. 광랑.”
잠룡 십 조 일행은 일제히 우렁차게 소리쳤다.
“ 잠룡 십 조의 신조는 항상 같다. 잠룡 십조가 지나가면 새로운 길이 생겨난다. 우린 길을 만드는 자들이다.”
“ 우....하!”
탕!
잠룡 십 조 조원들은 특이한 함성을 내지르며 무기로 왼팔에 차고 있는 방패를 후려쳣다.
“ 출발하라!”
“ 출발하라!”
“ 출발하라!”
연우강에 이어 각 군 군장들의 출발 명령이 떨어지고 잠룡 십조는 힘차게 발을 내딛었다.